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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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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1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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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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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재소에까지 가게 될 때에는 나에게도 다소 책임이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 아무리 고처 생각해봐도 나는 조곰치도 책임이 느껴지지 안는다 복만이는 제 안해를 (여기가 퍽 중요하다) 제손으로 즉접 소장사에게 팔은것이다. 내가 그 안해를 유인해다 팔았거나 혹은 내가 복만이를 꼬여서 서루 공모하고 팔아먹은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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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리에서 일반이 다 아다싶이 복만이는 뭐 남의 꼬임에 떨어지거나 할 놈이 아니다. 나와 저와 비록 격장에 살고 숭허물없이 지내는 이런 터이지만 한번도 저의 속을 터말해본 적이 없다. 하기야 나뿐이랴 어느 동무구간 무슨 말을 좀 뭇는다면 잘해야 세마디쯤 대답하고 마는 그놈이다. 이렇게 구찮은 얼골에 내천짜를 그리고 세상이 늘 마땅치않은 그놈이다 오즉 하여야 요전에는 즈안해가 우리게 와서 울며 불며 하소를 다 하였으랴. 그 망할건 먹을게 없으면 변통을 좀 할 생각은 않고 부처님같이 방구석에 우두커니 앉었기만 한다고. 우두커니 앉었는것보다 싫은 말 한마디 속선히 안하는 그 뚱보가 미웠다. 마는 그러면서도 안해는 돌아다니며 양식을 (꾸)어다(여)일히 남편을 공경하고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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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만이를 내가 꼬였다 하는것은 번시가 말이안된다. 다만 한가지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날 매매 계약서를 내가 대서로 써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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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내가 봉당에 앉어서 새끼를 꼬고 있노라니까 복만이가 찾아왔다 한손에 바람에 나부끼는 인할지 한장을 들고 내앞에 와 딱스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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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자네 기약서 쓸줄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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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서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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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글세말이야!」하고 놈이 어색한 낯으로 대답을 주저하는것이 아니냐. 아마 곁에 다른 사람이 여렀이 있으니까 말하기가 거북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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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사날전에 놈에게 종용히 드른 말이 있어서 오 안해의 일인가 보다 하고 얼뜬 눈치채었다. 싸리문밖으로 놈을 끌고 나와서 그 귀밑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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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여편네게 어떻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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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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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단마디 이렇게만 대답하고는 두레두레한 눈을 굴리며 뭘 잠깐생각하는듯 하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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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물건너 사는 소장사에게 팔기로 됐네 재순네(술집)가 소개를 해서 지금 주막에 와 있는데 자꾸네 기약서를 써야 한다구그래 그러나 누구 하나 쓸줄아는 사람이 있어야지 그래 자네게 써가주올테니 잠깐 기다리라구 하고 왔어 자넨 학교좀 단였으니까 쓸줄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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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우리집에 먹이 있나 붓이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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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여튼 나하구 같이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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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시내에 붉은 닢을 담구며 일쩌운 바람이 오르나리는 늦은 가을이다 시들은 언덕우를 복만이는 묵묵히 걸었고 나는 팔짱을 끼고 그뒤를 따랐다. 이때 적으나마 내가 제친구니까 되든안되든 한번 말려보고도 싶었다. 다른 짓은 다 할지라도 영득이(다섯살 된 아들이다)를 생각하여 안해만은 팔지말라고 사실 말려보고 싶지 않은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저를 먹여주지 못하는이상 남의 일이라구 말하기 좋아 이렇궁 저렇궁 지꺼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맞붙잡고 굶으니 안해는 다른데 가서 잘먹고 또 남편은 남편대로 그 돈으로 잘먹고 이렇게 일이 필수도 있지않으냐. 복만이의 뒤를 따라가며 나는 돌이어 나의 걱정이 더 큰것을 알았다. 기껏 한해동안 농사를 지었다는 것이 털어서 쪼기고 보니까 나의 몫으로 겨우 벼 두말가웃이 남었다. 물론 덜어서 빗도 다 못가린 복만이에게 대면 좀 날는지 모르지만 이걸로 우리 식구가 한겨울을 날 생각을하니 눈앞이 고대고 캄캄하다 나두 올겨울에는 금점이나 좀 해볼까 그렇지 않으면 투전을 좀 배워서 노름판으로 쫓아다닐까 그런대로 미천이 들터인데 돈은 없고 복만이같이 내팔을 안해도 없다 우리 집에는 여편네라군 병들은 어머니밖에 없으나 나히도 늙었지만(좀 부끄럽다)우리 아버지가 있으니까 내맘대룬 못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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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에 잠기어 짜증 나는 복만이더러 네안해를 팔지마라 어째라 할여지가 없었다 나두 일즉이 장가나 들어 두었드면 이런 때 팔아먹을걸 하고 부즈러운 후회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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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로 빠저 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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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자네 먼저 가있게 내 먹붓을 빌려가지구 곧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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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루석건 있어야 할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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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밤나무믿 술집을 터덜터널 찾아갔다 닭의 똥들이 한산히 늘려놓인 뒷마루로 조심스리 올나스며 소장사란 놈이 대체 어떻게 생긴 놈인가 하고 퍽 궁금하였다. 소도 사고 게집도 사고 이럴 때에는 필연 돈도 상당히 많은 놈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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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문을 열고 들어스니 첫때 눈에 띤 것이 밤불이 지도록 살이 디룩디룩한 그리고 험상궂게 생긴 한 애꾸눈이다 이놈이 아렛믘에 술상은 놓고 앉어서 냉수마신 상으로 나를 쓰윽 처다보는것이다 바지 저고리에는 때가 쪼루룩 묻은것이 게다 제에는 모양을 낸답시고 누런 병정각반을 치올려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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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과 그 옆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었는 영득 어머니와 부부가 되는것은 아무리 봐도 좀 덜 맞는듯싶다 마는 영득 어머니는 어떻게 되든지간 그 처분만 기다린단듯이 잠잣고 아이에게 젖이나 먹일뿐이다 나를 처다보고 자칫 낯이 붉는듯 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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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나려오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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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는 도루 고개를 파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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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소장사에게 인사를 부처준것이 술집 할머니다 사흘이 모잘라서 여호가 못 됐다니만치 수단이 능글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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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인사하게 이게 내 먼촌조칸데 소장사구 돈잘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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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가 뼈만 남은손으로 내등을 뚜덕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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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이 아까 그 기약서 잘 쓴다는 재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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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뉘댁인이지 우리 인사합시다 이사람은 물건너 사는 황거풍이라 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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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바루 우좌스럽게 큰 소리로 인사를 거는것이다. 나두 저붙지않게 떡 버테고 앉어서 이사람은 하고 이름을 댔다. 울아버지두 십년전에는 땅마지기나 조히 있었단것을 명백히 일러주니까 그건 안듣고하는 수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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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서를 써달라구 불렀는데 수구러우나 하나 잘 써주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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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자식 이건 아주 딴소리다. 내가 친구 복만이를 위해서 왔지 그래 예깐놈의 명령에 왔다갔다 할겐가 이자식 뭇척 시큰둥하구나 생각하고 낯을 찌프려 모루 돌렸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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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잔 하기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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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에는 두손으로 얼른 안받지도 못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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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만이가 그 웃음잊은 얼굴로 씨근거리며 달겨들 때에는 벌서 나는 석잔이나 얻어 먹었다. 얼근한 손에 다모지라진 붓을 잡고 소장사의 요구대로 (그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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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게약서
 
38
>>+ 일금 오십원야라
39
>>+ 우금은 내 안해의 대금으로써 정히 영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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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술년 시월 이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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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복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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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거풍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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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복만이의 지장을 찍어 주니까 어디 한번 읽어보우 한다 그리고 한참 나를 의심스리 바라보며 뭘생각하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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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면 고만이유 만일 내중에 조상이 돈을 해가주와서 물러달라면 어떻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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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눈이 둥그래서 나를 책망을 하는것이다 이놈이 소장에서 하든 버릇을 여기서 하는것이 아닌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도 벙벙히 처다만 보았으나 옆에서 복만이가 그대루 써주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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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일이 있드라도 내 안해는 물러달라지 않기로 맹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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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조끼 단추구녁에 곪은 쌈지끈으로 목을 매달린 커단 지갑이 비로소 움직인다 일원짜리 때묻은 지전뭉치을 끄내들드니 손까락에 연실 침을 발라가며 앞으로 세여보고 뒤로 세여보고 그리고 이번에는 꺼꾸루 들고 또 침을 발라가며 공손히 세여 본다 이렇게 후질근히 침을 발라셋것만 복만이가 또다시 공손히 발르기 시작하니 아마 지전은 침을 발라야 장수를 하나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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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구문을 한푼이나마 얻어먹었다면 참이지 숭을 갈겠다. 오원식 (알팍)구문으로 십원을 답센것은 술집 할머니요 나는 술 몇잔 얻어먹었다뿐만 아니라 소장사를 아니 영득 어머니를 오리밖 공동묘지 고개까지 전송을 나간것도 즉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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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마루에서 꼬불꼬불 돌아나린 산길을 굽어보고 나는 마음이 저윽이 언짢았다. 한마을에 같이 살다가 팔려가는걸 생각하니 도시 남의 일 같지않다. 게다 바람은 매우 차건만 입때 홋적삼으로 떨고섰는 그 꼴이 가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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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득 어머니! 잘 가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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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잘기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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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 한마디만 남길뿐 그는 앞장을 서서 사(랫)길을 살랑살랑 달아난다 마땅히 저갈길을 떠나는 듯이 서들며 조금도 섭섭한 빛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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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등위에 섰는 복만이조차 잘 가라는 말한마디 없는데는 실로 놀라지 않을수 없다 장승같이 뻐적 서서는 눈만 끔벅끔벅 하는것이 아닌가 개자식 하루를 살아도 제게집이련만 근십년이나 소같이 부려먹든 이 안해다 사실 말이지 제가 여지껏 굶어죽지 않은것은 상냥하고 돌림성있는 이 안해의 덕택이었다 그런데 인사 한마디가 없다니 개자식 하고 여간 밉지가 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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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득이는 즈 아버지 품에 잔뜩 붓들리어 기가 올라서 운다 멀리 간 어머니를 부르고 두 주먹으로 아버지의 복장을 디리 두드리다간 한번 쥐어박히고 멈씰한다 그리고 조곰 있으면 다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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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사는 얼굴에 술이 잠뿍 올라서 제멋대로 한참지꺼리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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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신세 많이졌수 이담 갚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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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썩 멋떨이지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뒤툭뒤툭 고개를 나리다가 돌뿌리에 채키어 뚱뚱한 몸뚱아리가 그대로 떼굴떼굴 굴러버렸다 중툭에 내뻗은 소나무에 가지가 없었드면 낭떨어지로 떨어져 고만 터저버릴걸 요행히 툭툭 털고 일어나서 입맛을 다신다. 놈이 좀 무색한지 우리를 돌아보고 한번 빙긋 웃고 다시 내걸을때에는 영득 어머니는 벌서 산 하나를 꼽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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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든 소장사 이놈이 닷새후에는 날더러 주재소로 가자고 내끄는것이 아닌가 사기는 복만이한테 사고 내게 찌다우를 붓는다. 그것도 한가로운 때면 혹 몰으지만 남 한창 바뿌게 거름 처내는 놈을 좋도록 말을 해서 듣지 않으니까 나두 약이 안오를수 없고 꼴낌에 놈의 복장을 그대로 떼다밀어 버렸다. 풀밭에가 털벅 주저앉었다 일어나드니 이번에는 내 멱살을바짝 조여 잡고 소 다르듯 잡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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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문을 받아 먹었다든지 또는 복만이를 내가 소개했다든지 하면 혹몰으겠다. 기약서 써주고 술 몇잔 얻어먹은것 밖에 나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놈의 말을 드러보면 영득 어머니가 간지 나흘되든 날 즉 그적게 밤에 자다가 어디로 없어졌다. 밝는 날에는 들어올가하고 눈이 빠지게 기달렸으나 영 들어오질 않는다 오늘은 (꼭두)새벽부터 사방으로 찾어다니다 비로소 우리들이 짜고 사기를 해먹은것을 깨닷고 지금 찾아왔다는것이다. 제안해 간 곳을 아르켜 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너와 죽는다고 애꾸낯짝을 디려대고 이를 북 갈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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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팔았단 말이유 날 붓잡고 이러면 어떻걸 작정이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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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만이는 달아났으니까 너는 간곳을 알겠지? 느들이 짜고 날 고랑때를 먹었어 이놈의 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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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복만이가 다라났는지 혹은 볼 일이 있어서 어디 다닐러갔는지 지금 어떻게 안단말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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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말아 술집 아저머니에게 다 드렀다 드렀다 또 쑥일랴구 요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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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를 논뚝에다 한번 메다꼰자서는 흙도 털새없이 다시 끌고간다 술집 아즈머니가 복만이 간 곳은 내가 알겠니 가보라 했다나 구문 먹은걸 도루 돌라놓기가 아까워서 제 책임을 내게로 떠민것이 분명하다. 이렇게되면 소장사 듣기에는 내가 마치 복만이를 꼬여서 안해를 팔게하고 뒤로 은근히 구문을 뗀폭이 되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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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는 복만이도 그 안해가 없어졌다는 날 그적게 어디로인지 없어졌다. 짜정 도망을 갔는지 혹은 볼일이 있어서 일갓집같은데 다닐러 갔는지 그건 자세히 몰은다. 그러나 동리를 돌아다니며 안해가 꾸어온 양식 돈푼 이런 자즈레한 빗냥을 다아 돈으로 갚아준 그다. 다라나기에 충분할 아무 죄도 그는 갖이않었다. 영득이가 밤마다 엄마를 부르며 악짱을 치드니 보기 딱하여 즈 큰집으로 맡기러 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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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만이가 저녁에 우리집에 왔을 때에는 어서 먹었는지 술이 건아하게 취했다. 안뜰로 들어오드니 막걸리를 한병 내놓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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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자네 먹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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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왜사와 하튼 출출한데 고마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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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는 부엌에 나려가 술잔과 짠지쪽 아리를 가주나왔다. 그리고 둘이 봉당에 걸터앉어서 마시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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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병을 다 치고나서 그는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지꺼리드니 내앞에 돈 일원을 끄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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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수굴 끼쳐서 그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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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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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 얼굴을 이윽히 처다보았다. 마는 속으로는 요전 대서로로 주는구나 하고 이쯤 못깨다른 바도 아니었다. 남의 안해를 판돈에서 대서료를 받는것이 너머 무례한 일인것쯤은 나도 잘 안다 술을 먹었으니까 그만해도 좋다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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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구 술사먹게 난 이거 말구두 또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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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구지 주머니에게까지 넣어주므로 궁하기도 하고 그대로 받아두었다. 그리고 그 담부터는 복만이도 영득이도 우리 동리에서 볼수가 없고 그뿐 아니라 어디로 가는걸 본 사람조차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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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만이를 소장사 이놈이 날더러 찾아놓라고 명영을 하는것이다. 멱살을 숨이 갑갑하도록 바짝 매달려서 끌려가자니 마을 사람들은 몰려서서 구경을 하고 없는 죄가 있는듯이 얼굴이 확확 단다 큰 개울께까지 나왔을 적에는 놈도 좀 열적은지 슬몃이 놓고 그냥 거러간다 내가 반항을 하든지해야 저도 독을 올려서 욕설을 하고 겼고틀고 할텐데 내가 고분이 달려가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 저의 원대로 주재소까지가기만하면 고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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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무 말없이 앞스고 뒤스고 십리길이나 걸었다 깊은 산길이라 사람은 없고 앞뒤 산들은 울긋붉긋 물들어 가끔 쏴 하고 낙엽이 날린다. 누였누였 넘어가는 석양에 먼 봉우리는 자줏빛이 되어가고 그 반영에 하늘까지 볼콰하다. 험한 바위에서 있다금 돌은 굴러나려 웅덩이의 맑은 물을 휘저넣고 풍 하는 그 소리는 실로 쓸쓸하다 이산서 숫꿩이 푸드득 저산서 암꿩이 푸드득 그리고 그 사이로 소장사 이놈과 나와 노량으로 허위적허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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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고개를 놈이 뚱뚱한 몸집으로 숨이 차서 씨근씨근 올라오니 그때는 노기는 완전히 사라젔다. 풀밭에 펄석 주저앉어서는 숨을 돌리고 담배를 끄내고 그리고 무슨 마음이 내켰는지 날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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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프겠수. 우리 앉어서 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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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친절히 말을 붙인다. 나도 그 옆에 앉어서 주는 권연을 피며 물었다. 인제도 주재소까지 시오리가 남었으니 어둡기전에는 못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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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내 퍽 잘못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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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 다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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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복만이 간데 짐작도 못하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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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몰음몰라두 덕냉이 즈 큰집이 갔기가 쉽지유」
 
85
이말에 놈이 경풍을 하도록 반색하여 애꾸눈을 바짝 디려대고 끔벅어린다 그리고 우는 소리가 잃어버린 돈이 아까운게 아니라 그런 게집을 다시 만나기가 어려워서 그런가. 번이 홀애비의 몸으로 얼굴 똑똑한 안해를 맞어다가 술장사를 시켜보고자 벼르든 중이었다. 그래 이번에 해보니까 장사도 잘 할 뿐더러 안해로서 훌륭한 게집이다. 참이지 몇일 살아밧지만 남편에게 그렇게 착착 부닐고 정이 붓는 게집은 여지껏 내보지못했다. 그러기에 나두 저를 위해서 인조(견)으로 옷을 해입힌다 (갈)비를 디려다 구어먹인다 이렇게 기뻐하지 않었겠느냐. 덧돈을 디려가면서라도 찾을랴 하는것은 저를 보고싶어서 그럼이지 내가 결코 복만이에게 돈으로 물러달랄 의사는 없다. 그러니 아무 염녀말고
 
86
「복만이 갈듯한 곳은 다좀 아르켜주」
 
87
놈의 말투가 또 이상스리 꾀는걸 알고 불쾌하기가 짝이 없다. 아무 대답도 않고 묵묵히 앉어서 담배만 빠니까
 
88
「같은 날 같이 없어진걸보면 둘이 짜구서 도망간게아니유?」
 
89
「사십리식 떨어저 있는 사람이 어떻게 짜구말구 한단 말이유?」
 
90
내가 이렇게 펄쩍 뛰며 핀잔을 줌에는 그도 잠시 낙망하는 빛을 보이며
 
91
「아니 일텀 말이지 내가! 복만이면 즈안해가 어디간것쯤은 알게아니유?」
 
92
하고 꾸중 만난 어린애처럼 어리광쪼로 빌붓는다. 이것도 사랑병인지 아까는 큰체를하든 놈이 이제와서는 나에게 끽소리도 못한다 항여나 여망있는 소리를 드를까하야 속달게 나의 눈치만 글이다가
 
93
「덕냉이 큰집이 어딘지 아우?」
 
94
「우리 삼촌댁도 덕냉이 있지유」
 
95
「그럼 우리 오늘은 도루 나려가 술이나 먹고 낼 일즉이 가치 떠납시다」
 
96
「그러기유」
 
97
더 말하기가 싫여서 나는 코대답으로 치우고 먼 서쪽 하눌을 바라보았다. 해가 마악 떨어지니 산골은 오색 영농한 저녁노을로 덮인다 산 봉우리는 수째 이글이글 (끓)는 불덩어리가 되고 노기 가득찬 위엄을 나타낸다 그리고 낮윽이 들리느니 우리 머리우에 지는낙엽소리!
 
98
소장사는 쭈그리고 눈을 감고 앉었는양이 내일의 계획을 세우는 모양이다. 마는 나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복만이는 덕냉이 즈 큰집에 있을것 같지않다.
 
 
99
(을해, 二(이), 八(팔))
【원문】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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