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는 글을 쓴다. 확실히 쓴다. 또 장차로도 쓰려고 노력한다.
4
그런데 나에게는 고민이 있다. 내가 어째 글을 쓰며 쓰려고 하는가? 내 글이 과연 많은 노동자의 수고를 빌어 세상에 드러낼 가치가 있는가? 있다 하면이거니와 없다 하면 나는 백일청천에 낯을 못 들 죄인이다.
5
죄인 되기를 누가 원하랴. 나는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련다. 나는나의 사사로운 감정을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경험 없는 것은쓰지 않으려고 한다.
6
이러므로 나는 좋은 작을 얻으려고 애쓰기 전에 좋은 인격을 얻으려고 애쓴다. 작의 토대는 인격인 까닭이다.
8
이달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세월은 가나 나는 어찌하여 향상이 없는가?××한 지 벌써 얼마냐 ? 그새에 과연 한 일이 무엇이냐?
9
세월도 나를 속였거니와 내 또한 세월을 속였구나! 아! 학송아 군의 성공을 위하여 심연에 빠진 희생자를 군은 잊지 말아라. 괴로울수록 더욱!
10
오후 K를 만났다. 언제 보든지 냉랭한 표정을 가진 여성이다. 나는 R군을생각한다. 나의 사랑하는 R군은 K 때문에 버린 사람이 되었다.
11
아! 연애가 과연 사람의 전생명이 될 수 있을까? 퍽 의심된 일이다!
13
벌써 열점이 넘었다. 나는 準[준]보던 것을 보에 싸들고 方烋南君[방휴남군]과 함께 漢圖[한도] 문을 나섰다. 오정부터 내리는 봄눈은 그저 푹푹 쏟아진다.
14
윤전기 소리가 요란한 공장 유리창으로 흘러나오는 전등빛 속에 소리 없이내려 쌓이는 눈에는 솜같이 부드러운 비애가 그득 서리어서 그것이 나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하다.
16
내가 무엇하러 상경하였는가? 내가 무엇하러 準[준]을 보나? 내가 무엇하러 이 애를 쓰나 ? 내가 이제 어디를 가려고 황혼 눈속에 나섰누? 집이 있느냐? 부모가 있느냐? 처자가 있느냐? 나를 위해 날 저물고 눈 뿌리는 것을걱정할 사람은 없다.
18
종로 네거리에서 동대문 전차를 기다리다가 나는 혼잣말로 하였다.
20
뚱하고 섰던 烋南君[휴남군]은 의아해한다.
24
나도 웃었거니와 烋南[휴남]군은 무슨 의미로 웃는지? 두 사람의 웃음의내용은 피차간 영원토록 비밀일 것이다.
28
夕飯[석반] 후 春海[춘해]군은 하모니카, 그 부인은 창가, 그 두 틈에서맺힌 熙天[희천]이는 곱땅춤을 춘다. 방안은 웃음 소리에 흔들릴 지경, 無邪氣[무사기]한 것은 小兒[소아]이다.
29
나는 희천의 연한 뺨을 만질 때마다 지나간 옛일을 생각한다.
31
하면서 쫓아 다니던 白琴[백금]이를 생각한다.
32
“아! 어머니는 시방 어디 있나? 아아 가슴 아파!”
33
『愛[애]なと人人[인인]』를 읽다. 작중에 나타나는 작자의 정신에 존경한다.
35
남을 희생하여 내가 사는 것이 당연할까? 내가 희생하여 남을 살리는 것이당연할까? 나를 희생하여 남 살리기 아까운 일이면 남을 희생하여 내가 살려고 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36
그러나 세사가 나를 희생치 않으면 남을 살릴 수 없고 남을 희생치 않으면내가 살 수 없는 데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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