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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암(落花巖) ◈
◇ 제3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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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함세덕
1
落花巖[낙화암] (全四幕[전사막])
 
2
三幕[삼막]
 
3
二幕[이막]으로부터 보름 後[후]
 
 
4
義慈王[의자왕]
5
詩奈羅[시나라]   王妃[왕비], 新羅王[신라왕] 金春秋[김춘추]의 公主[공주]
6
[태]     第二王子[제이왕자]
7
[륭]     第三王子[제삼왕자]
8
文思[문사]    父[부], 孝[효]가 太子[태자]로 登極[등극]함에 王世孫[왕세손]이 되었다.
9
任子[임자]    朝廷佐平[조정좌평]
10
常永[상영]    達率[달솔]
11
義直[의직]    兵官佐平[병관좌평]
12
殷相[은상]    衛士佐平[위사좌평]
13
蓮姬[연희]    興首[흥수]의 딸
14
槿香[근향]    隆[륭]의 侍女[시녀]
15
槿召奴[근소노]   隆[륭]의 侍女[시녀]
16
守門將[수문장]
17
늙은將守[장수]
18
其他[기타]    重臣[중신]들, 宮女[궁녀]들, 宿衛兵士[숙위병사]들, 新羅使臣[신라사신], 王人[왕인] 刑獄營將[형옥영장]
 
 

 
 
19
左邊[좌변]에 王[왕]께서 친히 奏樂[주악]을 들으시고, 연회를 베푸시는 望海殿[망해전]. 右邊[우변]은 池塘[지당]. 대청 뒤는 연못. 연못 속 정자를 잇는 石橋[석교]. ‘三國史記[삼국사기] 百濟本史[백제본사] 武王編[무왕편]에는 大池[대지]를 宮南[궁남]에 파되 引水[이수]하기 二十餘里[이십여리], 四岸楊[사안양]에 柳[유]를 심고, 水中[수중]에 島嶼[도서] 정자를 책조하야 方丈仙山[방장선산]에 擬[의]하다’라 하였다.
 
20
[막]이 오르면, 대청좌우로 義直[의직], 殷相將軍[은상장군], 常永[상영] 외 중신 4, 5인이 앉어있고, 이따금 武裝[무장]을 한 宿衛兵士[숙위병사]들 말없이 대청 뒤를 지나간다.
 
 
21
殷相[은상]    성상께옵서는, 어이하야 요사이 역정만 내실고?
 
22
義直[의직]    마즈막으로, 第五軍[제오군]이 성책으로 갔으나 그것마저 참패를 했으니 어찌 역정이 아니 나시겠오?
 
23
殷相[은상]    그러하니, 거동하시면 또 뭐라고 물으심에 대답을 해야 좋겠오?
 
24
義直[의직]    나도 참 입을 벌릴 기력이 없오.
 
25
佐平一[좌평일]   성상께서는 그보다도 륭대군을 동궁에서 물러가게 하신 것을 다시금 후회하시나 보오.
 
26
殷相[은상]    그것도 한 이유요. 孝[효] 대군마마께서는, 이 국사다난시에도 學賢殿[학현전]에 海仁博士[해인박사]와 더불어 천문학과 地誌[지지]만 공부하시고 계시오니, 상감마마께서도 태자로 봉하시기는 하셨으되, 저으기 불만하시나 보오.
 
27
常永[상영]    우리들은 泰[태] 대군마마를 태자로 봉하시기를 상고치 않었오?
 
28
殷相[은상]    그러하되 泰[태] 대군마마는 孝[효] 대군마마의 아우님이 아니시오?
 
 
29
이때 鴛鴦船[원앙선]을 타시고 王[왕]과, 詩奈羅[시나라] 궁녀들과 함께 대청 뒤에 나타나시어 池塘[지당]으로 올라 오신다. 왕은 용안에 수심이 가득하시다.
 
 
30
詩奈羅[시나라]   마마, 신첩은 륭 대군의 병환을 좀 보고 오겠나이다.
 
31
殷相[은상]    아예, 문은 열어주지 마오.
 
32
詩奈羅[시나라]   네.
 
 
33
詩奈羅[시나라] 右邊[우변]으로 나간다.
 
 
34
殷相[은상]    (소리를 낮춰)
35
그래도 任子[임자]가 있으면, 아뢰옵기가 좀 나을텐데 어이하야 오날까지 입궐치 않을고?
 
36
常永[상영]    무섭게 앓는다 하지 않소?
 
37
義直[의직]    역정나신 성상을 배하기 딱해 핑계하는 게 아닐고?
 
38
常永[상영]    그처럼 충성이 지극한 분이 그럴 리가 있오.
 
 
39
[왕], 池塘[지당]을 돌아 대청으로 올라가신다. 궁녀들 따라 올라가 긴 毛雀扇[모작선]으로 부채질을 한다. 諸臣[제신]들 일제히 이마를 조아린다.
 
 
40
[왕]     (일어서신 채 御聲[어성]을 높이시어) 아직도 黃山[황산]서는 기별이 없노?
 
41
常永[상영]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필시 패배를 당했나 보옵니다.
 
42
[왕]     (초조하시어) 그럼 결사대 오천기가 전멸을 했단 말인고?
 
43
義直[의직]    전하, 아군이 중과부적하였다 할지라도, 一敗塗地[일패도지]로 그처럼 손쉽게 패했을 리 만무하오.
 
44
殷相[은상]    (義直[의직]을 보고) 그러할진대, 묏불(峰火)로 도성에 기별은 있었을 것이 아니오?
 
45
常永[상영]    그렇소. 한사람쯤 狀啓[장계]를 보내기도 했을 것이오.
 
46
[왕]     적군은 황산을 통과한지 오래렸다.
 
47
義直[의직]    예! 신의 생각엔, 아마도 어데 가 일시 隱軍[은군]코 있다가, 적군의 승전에 취한 틈을 보아, 역습을 할려는가 보오.
 
48
[왕]     적이 지금 어데로 행군한다 하였노?
 
49
義直[의직]    (앞에 놓인 지도를 가르치며) 員都城[원도성]을 허물고, 쌍고개(雙峴城)을 넘어 푸른나무재(靑木嶺)로 향했다하오.
 
50
[왕]     그럼 쌍고개도?
 
51
義直[의직]    예, 조곰아까, 쌍고개(雙峴城) 장수 德率奈達[덕솔나달]에게서, 함락했다는 장계가 왔사오.
 
52
[왕]     어떻게 싸웠기에, 한밤이 못 돼 함낙을 했다는고?
 
53
義直[의직]    제3군 騎[기] 삼백이, 성문을 굳게 닫고 막았으나, 적군은 가마에 흙을 달아 쌓아올리고 사닥다리를 걸어, 벌떼같이 올라옴으로, 고만 성문을 열고 말았다하오.
 
54
[왕]     (떨리시는 음성으로) 함락된 성책이 모두 어디어디인고?
 
55
義直[의직]    峯燧台[봉수대]에서 묏불로 알려온 곳이, 지금 아뢰온 세곳과 가림성(加林城), 대두산성(大豆山城), 인성곤관방(人城坤關防), 생초원책(生草原柵), 사정성(沙井城) 여덟 군데옵고, 장수가 장계를 보내 원병을 청하는 곳이, 우두성(牛頭城), 각산성(角山城) 두 곳이옵니다.
 
56
[왕]     해로로 들어온다는 당군은 어데까지 왔노?
 
57
義直[의직]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팔방 행적을 탐정하오되 알길이 없나이다.
 
58
[왕]     무어렷다? 알길이 없다고?
 
59
義直[의직]    예.
 
60
[왕]     (벌떡 일어나시며) 경들은 등신만 입궐했오?
 
 
61
一同[일동] 이마를 마루에 대고 들지를 못한다.
 
 
62
[왕]     해로는 사자수 밖에 없지 아니하오?
 
63
殷相[은상]    기벌포에서 약 삼만명이 도륙을 당했사오니, 질겁을 하야 뿔뿔이 헤여졌나 보외다.
 
64
[왕]     그럼, 오랑캐가 옆구리에 창을 겨눠야 적군의 행적을 알겠는가? 대체 무엇을 하고 경들은 국록을 먹소?
 
 
65
殿內[전내]는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다.
 
 
66
[왕]     당군의 행로를 못찾는다면 당장 이길로 황산으로 가되 짐의 손주라도 찾아오라. (다시 앉으신다)
 
67
義直[의직]    예, 다시한번 숙위병을 보내소오이다.
 
68
[왕]     (극도로 흥분하시어) 그만두라. 시체가 어느 풀숲에 들바람을 쐬일 줄 알고 사람을 보낼려하노?
 
69
義直[의직]    만승에 어지신 몸의, 신검(宸襟)을 불안하시게 하옴은, 오로지 우둔한 소신들의 대죄이오니 목을 버히시어 마땅하올 줄 아오이다.
 
70
[왕]     조정좌평(任子)은 아즉도 병이 쾌차하지 않다하오?
 
71
常永[상영]    예.
 
72
[왕]     한몸을 열에 쪼개어도 모자랄 이때 좌평마저 사흘씩 입궐을 아니하니 ― (한참동안 눈을 감으시고 생각에 깊으시더니 이윽고 御殿[어전]이 울리는 高聲[고성]으로) 듣거라. 짐은 나라를 들어 적왕에게 바치려 하노라.
 
 
73
宮女[궁녀]들 소매로 눈물을 닦는다. 그들 틈에 섰든 槿香[근향]은 隆[륭]에게 알리려 창황히 우변으로 나간다.
 
 
74
義直[의직]    전하.
 
75
諸臣[제신]   전하. (말은 못 하고 王[왕]의 눈치만 본다)
 
76
[왕]     나이 스물에 그대토록 국사를 우려하는 隆[륭]을, 짐의 칼로 찍어 일어서지를 못하게 했고, 전지로 간 손주는 생사도 알 수 없노라. 이것이 다 누구 때문인고? 경들이 정사를 온전히 해주었든들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
 
77
諸臣[제신]   전하, 황공하오이다.
78
백번 죽어 마땅하오이다.
 
79
[왕]     짐은 任子[임자]를 비롯한 경들의 상고를 들어, 륭을 동궁에서 물러나게 했노라. 이것도 륭보다 경들을 믿었든 결과이어늘 고작 믿은 보람이 이꼴 들인고? 경들은, 짐이 칼을 들고 적을 막아야 하겠는가? 짐이 그럭께만 같았어도, 경들의 그 꼴을 보지 않고 벌써 말을 달렸을거라. 그러나, 짐도 모르게 이제는 용기와 근력이 없어졌음을 어이하랴. 개선(凱旋)에 희망은 일루나마 걸길 없으니, 나라를 들어 떳떳이 항복을 하려하노라.
 
80
義直[의직]    전하 황송하오나 오늘 하로만 만류해주옵소서.
 
81
[왕]     이제는 경들의 말을 믿지를 못하겠노라. (성화같이) 降書[항서]를 쓰라. 그리하야 사신을 택해, 신라왕 김춘추에게 보내라.
 
82
義直[의직]    전하, 黃山[황산]의 기별을 들으시옵고, 항서을 보내셔도 늦지 않을까 하옵니다.
 
83
[왕]     그동안에 적군은 왕성을 포위할꺼요.
 
84
義直[의직]    전하, 저녁까지 만이라도.
 
85
[왕]     듣기 싫소. 와야 무슨 신통한 보고가 있겠오?
 
 
86
[왕], 池塘[지당]으로 내려오신다. 槿召奴[근소노] 우변에서 급히 달려들어와 王[왕] 앞에 읍한다.
 
 
87
槿召奴[근소노]   상감마마, 동궁마마께서…저 행맹이 없어 실언했사옵니다……왕자마마께서 ‘문을 아니 열어줄테면, 다시는 날보고 마마라 부르지도 마라’ 하시며, 펄펄 뛰시나이다.
 
88
[왕]     다리가 썩어없어져야 가만히 붙어 있겠다드냐?
 
89
槿召奴[근소노]   상감마마 어찌 하오리이까?
 
90
[왕]     문을 열어주면 갑옷 입고 전지로 가겠다고 날뛸테니 어떻게 하랴?
 
91
槿召奴[근소노]   시나라마마께서 지금 그몸으로 어델 갈냐고 하냐고 하시니까, 칼을 빼시어 끝을 목에다 대시고, ‘병신된 것도 분하온데, 적군에게 붙들려가 종노릇을 하라는 말씀이시오니까? 포로가 되어 단두를 당하나, 얘서 죽나 한번 죽지 두번 죽사오니까?’ 하시며 곧 자결하실 듯 뛰시나이다.
 
 
92
돌연 막 뒤에서 무엇을 부수는 소리, 쿵하고 쓰러지는 소리, 가느단 女人[여인]의 悲嗚[비오].
 
 
93
[왕]     륭이 문을 부시는게 아니냐?
 
94
槿召奴[근소노]   (울며) 상감마마, 왕자마마께서 자결하셨나 보오이다.
 
 
95
槿召奴[근소노] 급히 퇴장. 뒤따라 왕녀 몇 사람 나간다. 王[왕]이 서글푸신 듯 연못을 바라보신다. 降書[항서]를 쓸려고 먹을 가는 義直[의직]의 눈에서는, 벼루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붓을 들었으되 차마 쓰지를 못하고, 종이만 내려다보고 있다.
 
 
96
[왕]     (義直[의직]에게 추상같이) 빨리 쓰라.
 
 
97
義直[의직] 옆에 앉은 常永[상영]에게 ‘달솔이 좀 쓰시오’하고 붓을 준다. 常永[상영] 降書[항서]를 쓴다. 이때 隆[륭] 칼을 들고 뛰어나오다 池塘[지당] 앞에서 픽 쓰러진다. 詩奈羅[시나라] 뒤이어 좇아나와 隆[륭]을 꼭 붙든다.
 
 
98
[륭]     (뿌리치며) 어마마마 노소서.
 
99
詩奈羅[시나라]   대군, 이러면 상처가 덧나오. 국사는 부왕마마와 중신들께 맡기고, 대군은 입전하야 몸조섭을 해야하오.
 
100
[륭]     (詩奈羅[시나라]를 다시 뿌리치며, 비틀비틀 御前[어전]으로 나아가) 부왕마마, 지금 그 말씀을 거두소서.
 
101
[왕]     륭아, 그밖에 다른 도리가 없노라.
 
102
[륭]     칠백년 사직은, 부왕 한 분의 것이 아니오. 삼십칠군 삼백 성 칠십육만 호의 강토와 백성이 부왕 한분의 것이 아니오니, 어찌 소홀히 망령된 말씀을 하시오니까?
 
103
[왕]     륭아, 참으로 짐인들 어찌 망국의 왕 되기를 원하랴만은, 날이면 날마다 落成[낙성]의 보고요, 들리나니 강장의 줄어가는 소리다. 시시각각 전지에서는 원병을 청하야오되, 장안에 군사는 전부 수습하여 각성세로 파견하였음으로, 거지 떼 외에는 군사를 뽑을 길이 없으니, 앞으로 국세가 온전해지기를 바람은 허사가 아니냐?
104
이것을 모르면 모르되, 번연히 알면서, 백성으로 하여곰 肝腦塗地[간뇌도지] 함을 짐이 차마 어찌 더 보랴?
 
105
[륭]     나라의 흥망성쇠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을 것이외다. 마지막 한사람이 숨을 다할 때까지 싸워, 성문을 붙들고 죽을지언정, 어찌 종말을 보시기 전에 종사를 적에게 내어주시려 하나이까? 못하리이다. 못하리이다.
 
106
[왕]     그러하나, 이대로 나가다가는 궁궐과 사찰은, 흔적도 없어질 것이오, 백제 국민은 종족을 멸케 될 것이다.
 
107
[륭]     그 어지신 자비가, 이제는 쓸길이 없나이다. (대청으로 올라가 常永[상영]을 보고) 그 항서를 찢으시오.
 
108
殷相[은상]    왕자마마, 현자는 나갈 때와 물러갈 때를 선히 헤아리라 하였나이다. (義直[의직]을 보고) 이제는 도성과 왕궁이 火海[화해]를 면할 길은, 상감마마 어명대로할 밖에 없소이다.
 
109
常永[상영]    상감마마, 어찌하오리이까?
 
110
[륭]     대답은 내가 하겠오. (降書[항서]를 빼앗아 공중에 쳐들고, 칼로 내리치며)
111
이제, 나라의 상하를 들어 끝까지 싸우지 않고, 和解[화해]를 꾀하거나, 항복을 생각하는 자는 내가 이칼로 버히리라. (이때 守門將[수문장][창]을 들고 들어와 階下[계하]에 딱 버티어 선 채)
 
112
守門將[수문장]   다 ― 들, 이제 동궁마마의 말씀을 들었는가? 나라를 버리고 성문을 나갈려는 자는, 남산을 옆에 끼고 뜯어가며 팔매질을 하는, 이 수문장이 창으로 배를 찔르되, 백두산 밖으로 쳐디려드릴테니 생각해 하라.
 
 
113
[왕]과 隆[륭]에게 절하고 鎗[창]을 휘두르며 태연히 나간다.
 
 
114
詩奈羅[시나라]   (애가 타서) 륭대군, 그 다리를 해가지고, 전터로 나간다면 이 母后[모후]도 따라가겠오.
 
115
[륭]     어마어마, 신의 걱정은 조금도 마옵소서.
 
116
詩奈羅[시나라]   어찌, 이 모후가 걱정이 안되리오?
 
117
[왕]     (시나라를 보고) 너머 애태지 말고, 공주는 먼저 환전하오.
 
 
118
詩奈羅[시나라] 할 수 없이 다시 나간다. 이때 宮女[궁녀] 하나가 급히 달려와 王[왕]께 읍한다.
 
 
119
宮女[궁녀]    상감마마, 왕세손마마 입궐이시니이다.
 
120
[왕]     뭐? 문사가?
 
121
[륭]     (감격하야) 살았드냐?
 
122
宮女[궁녀]    예, 지금 동궁 앞 댓돌에 주저 앉으시어, 하날을 우러러 통곡하시고 계시나이다.
 
 
123
文思[문사], 늙은將守[장수] 한사람과, 울며 들어온다. 얼굴에서는 피가 흐르고, 갑옷은 창칼 끝에 뚫어졌다. 隆[륭] 달려가 文思[문사]를 안고 부르르 떨뿐, 말을 못한다. 諸臣[제신]들 一諸[일제]이 ‘왕세손마마’하고 읍한다.
 
 
124
文思[문사]    조왕마마, 신은 이 억울한 심회를 어데가 풀으오리까?
 
125
[왕]     장군은?
 
126
文思[문사]    전사 하시였나이다.
 
127
[왕]     그럼 너희들만 남고 다?
 
128
文思[문사]    네. (땅에 가 주저앉어 울며) 신은 장군과 함께 주춧돌을 베고 죽되, 왕성에는 두번다시 돌아가지 않을려고 하였사오나, 장군은 나와 이 늙은장수를 성 밖으로 떠다밀며, 환궁하야 원병을 청해 다음 성을 지키라 하시였나이다.
 
129
늙은將守[장수]   그때 성안에는, 왕손마마와 장군과 소신 밖에 산 사람은 없었나이다.
 
130
[륭]     (신음하는 듯한 무거운 소리로) 그럼 최후로 전사하셨겠구나?
 
131
늙은將守[장수]   예. 성을 내려오다 돌아다 보오니 적장은 성내에 신라의 군기를 꽂고, 장군은 옆에 있는 상수리나무를 뿌리 채 뽑아, 적군들을 내후리치시며, ‘대장부 원한을 천추에 남기노라’ 일공하시고는, 거목과 함께 쓰러지시더이다.
 
132
文思[문사]    선생의 계책대로 싸웠기에 망정이지, 좌평을 말대로 했었으면 한번에 몰살을 당할 뻔 했나이다.
 
133
[륭]     숫고개(炭峴)에서만 싸웠었느냐?
 
134
文思[문사]    수리재(鷲嶺) 黃山[황산] 등 여섯 군데서 싸왔었오. 그러나 우리는 여섯번을 다 이겼었오.
 
135
늙은將守[장수]   한사람 앞에 적군 스물 여섯명 꼴이었나이다. 우리나라 칼끝에 적군은 자꾸 도망들을 쳤으되, 뒤로 뒤로 신병이 구름떼같이 몰려오니, 한번 진을 떠났다 돌아올 때마다 한명, 두명 줄드니, 수리재를 지킬 때는 백여명밖에 남지 아니하였었나이다. 그렇나 이미 화살은 떨어졌으므로 장군의 명령대로 인마의 오줌똥을 끓여 붓는 둥, 준비했든 고추가루를 뿌리는 둥, 바위와 성벽을 내리 굴리는 둥, 가진 전법을 다 썼사오나, 막을 도리가 없었나이다. 왕손마마를 모셔다드리라는, 장군의 피를 짜는 듯한 부탁만 없었든들, 소신 어찌 동료의 시체를 밟고 어전에 오리이까? (눈물을 닦는다)
 
 
136
[륭]은 한참동안 동쪽 하늘을 우러러 이를 부드득 갈더니, 별안간 사지가 굳은 듯 경련을 일으키고 앞으로 콱 쓰러진다.
137
文思[문사]와 늙은將守[장수] 달려가 붙든다.
 
 
138
[왕]     얘들아, 물을.
 
 
139
槿香[근향]
 
 
140
[왕]     (隆[륭]에게 먹이시며) 륭아, 륭아,
 
 
141
槿香[근향] 槿召奴[근소노] ‘마마, 마마’ 하며 다리를 주무른다.
 
 
142
文思[문사]    숙부, 정신 수습하오. 적군은 지칠대로 지치었오.
 
 
143
[륭] 정신이 돈 듯, 눈을 뜨고 일어선다.
 
 
144
文思[문사]    숫고개와 기벌포에, 적군의 송장은 뫼를 이루고, 피는 바다를 만들었오. 게다가 군량과 馬草[마초]는 떨어졌고, 화살도 얼마 남지 아니하였소.
 
145
늙은將守[장수]   상감마마, 지금 적군이 어데까지 다달었나이까?
 
146
[왕]     푸른나무재라 하니, 馬川城[마천성] 있는 곳이리라.
 
147
늙은將守[장수]   저놈들이, 선봉 약 오천 명만 날카롭지, 그뒤는 호박같이 물른 군사들 뿐이옵니다.
 
148
文思[문사]    조왕마마, 이제가 물때이니이다. 곧 원군을 뽑아, 마천성을 고수하는 일방 별동대로 성을 돌아 내리치면, 승전은 해를 봄과 같이 명백하나이다.
 
149
[왕]     그 성은, 짐이 작년 추칠월에, 계백장군으로 하여금, 부역 삼천명을 시키여, 重修[중수]를 한 천하 견성이나, 이제는 나가 막을 군사가 없으니 어찌하랴.
 
150
[륭]     문사야, 그 장수와 나를 따르라.
 
151
文思[문사]    홀몸으로 어데를?
 
152
[륭]     고마머지현(古馬禰知縣)으로.
 
153
[왕]     그럼 興首[흥수]에게?
 
154
[륭]     선생과 함께, 의병을 모으고저 하나이다.
 
155
常永[상영]    왕자마마, 마천성 밖은, 적군이 고을마다 불을 놓아 灰燼[회신]이 되었다 하오는데?
 
156
[륭]     (날카롭게) 불탄 잔디엔 새싹이 다시 안 나오?
 
157
[왕]     륭아, 네말대로 시골에 숨은 지사가 있다면, 왕성의 엄습을 목전에 보고 이때까지 안할 이 있겠느냐? 다 고연한 소리다.
 
158
文思[문사]    숙부 저는 선생께 다녀왔소.
 
159
[륭]     문사가? 어느 틈에?
 
160
[왕]     그럼, 거기 들르느라고, 오늘이야 도성에 닿았구나.
 
161
文思[문사]    네.
 
162
[륭]     그럼, 진작 알릴 것이지.
 
163
文思[문사]    숙부께서 병환이 나으시는대로, 곧 궁을 나오시도록 하라 하시더이라.
 
164
[륭]     의병을 모으셨드냐?
 
165
文思[문사]    한 천여명 되더이다.
 
166
늙은將守[장수]   벼슬장으로 신들매를 하고, 조정을 떠난 예전 達率[달솔] 산드매 장군도 계시옵니다.
 
167
義直[의직]    내 아우 산드매가. (하고 늙은 將守[장수] 앞으로 달려 내려온다.)
 
 
168
殷相[은상]과 여러 늙은 重臣[중신]들도 흥분하야, 池塘[지당]으로 내려와 文思[문사]와 隆[륭]을 둘러싼다.
 
 
169
[왕]     (感激[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며)
170
좌평이 짐의 원망을 하지않드냐?
 
171
文思[문사]    허락없이, 配所[배소]를 부득이 탈출하는 대죄는, 적을 물리치고 난후, 다시 죄해주십사고 할뿐이었나이다.
 
172
[왕]     짐이, 반드시 하늘의 벌하심을 받을 것이리라.
 
173
文思[문사]    선생의 결백하심을 아셨사오면, 애매한 감금 중에 있는 연희를 놓아주옵소서.
 
174
[왕]     오, 놓아주고 말고. 짐이 흥수 대신 연희에게 사죄하고, 손수 옥문을 열어주겠다.
 
175
[륭]     연희만이 아니라, 服役[복역] 중에 있는 전 죄수를 대사(大赦)하옵소서.
 
176
[왕]     대사라니?
 
177
[륭]     부왕께서 아니하실진대, 신이 옥문을 두드려 부시겠나이다.
 
178
[왕]     오늘, 국가의 경사가 없난데?
 
179
[륭]     적이 왕성에 불을 질르면, 머지않어 그들은 타죽을 것이 아니오니까? 사후 뉘우침이 없도록, 마지막 햇볕을 한번 보여 주시는 것도, 입때 백성을 괴롭혀만 오신 부왕으로서는, 하늘의 노하심을 조금이라도 푸실 길인가 하나이다.
 
180
[왕]     그러나, 그것은 궁중에 뱀의 떼를 풀어놓은 듯한 위험한 짓이 아니냐?
 
181
[륭]     속담에, 개도 사흘을 길르면, 다시금 주인의 집을 찾는다 했사오니, 신이 그들에게, 경각에 달린 국운을 이야기해 보겠나이다. 저희들도 목석이 아닐진데, 불타 죽나 싸워 죽나 죽기는 일반일 것이오니, 반드시 적을 향해 창을 들줄 믿나이다.
 
182
文思[문사]    그중에는 참소(讒訴)로 말미암아, 애매한 원죄를 입고 있는 나라의 기둥이 될만한 분도 많을 것이외다.
 
183
[왕]     그럼, 대사는 하겠으나, 조정좌평이 입궐치 안했으니……
 
184
[륭]     부왕마마, 任子[임자]는 성상의 강토와 백성을 위해서는, 혀를 버여 고양이를 먹이되 아까워하지 않는, 이 나라에 오 ― 즉 한분이신 충신이외다. 성상께서 대사를 령하신다는 하교를 들으면, 병구를 불고하고 반드시 입궐하실 줄 아나이다.
 
185
[왕]     (宿衛兵[숙위병]에게) 좌평께 짐이 대사를 할랴하니, 괴로웁지만 급히 입궐하도록 전교를 보내라.
 
186
宿衛兵[숙위병]   예.
 
187
[륭]     말을 달려 빨리가도록 해라.
 
188
宿衛兵[숙위병]   예.
 
 
189
급히 右邊[우변]으로 나간다.
 
 
190
[륭]     부왕마마, 이제 시각이 급하오니 선서(宣誓)를 우선 나리소서.
 
 
191
[왕], 대청으로 올라가신다. 池塘[지당]으로 내려왔든 신하들, 뒤따라 올라가 각기 이마를 조아린다. 隆[륭]과 文思[문사]는 石橋[석교]로 가 무엇인지 은밀히 이야기한다.
 
 
192
[왕]     (신하들을 돌아보신 후) 듣거라. 짐이 보위에 오른지 우금 이십제에, 덕이 엷고 운이 험하야 한가지 다스림이 없고, 열가지 어즈러움이 있어, 밖으로 적의 침범이 있고, 안으로 범죄가 많아, 죄인이 옥이 좁도록 창결하였으니, 이는 오로지 짐이 정사를 잊었음으로, 나라의 질서가 문란한데 인함이라. 이제 짐이 그 과오를 깨달으매, 그들을 대사하랴 하노라.
 
193
諸臣[제신]   (일제히) 망극하옵신 성은이외다.
 
194
[륭]     (宿衛兵[숙위병]에게) 刑獄營將[형옥영장]에게, 빨리 옥문을 열고 죄수들을 풀어, 술과 음식을 배불리 먹인 후, 성문 앞에 나열시켜 놓고, 내가 갈때까지 기대리라 하라.
 
 
195
宿衛兵[숙위병] 한사람 ‘예’ 하고 나간다.
 
 
196
[왕]     (文思[문사]에게) 그럼 짐은 연희를 가보겠다.
 
 
197
[왕], 殿[전]을 내리시어 우변으로 나가신다. 무대에는 이양한 긴장 가운데,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198
[륭]     (대청으로 올라가) 달솔.
 
199
常永[상영]    (隆[륭]의 기세에 눌리어) 예,
 
200
[륭]     武器庫[무기고]에 창겁과 군복을 끄내, 죄수들에게 분배하도록 하오.
 
201
常永[상영]    쓸만한 것은 모두 골라, 출정 군사에게 각기 나눴삽고, 남은 것이 없나이다.
 
202
[륭]     하나도 없단 말이오?
 
203
常永[상영]    사위썩은 활과, 녹슬은 창검과, 좀먹은 군복이 백여명분 있을 따름이오니, 그것을 무엇에 쓰오리까?
 
204
[륭]     군마도 그 수밖에 없소?
 
205
常永[상영]    예.
 
206
[륭]     그럼, 그것도 비러먹어 뛰지를 못하고, 털에서는 먼지가 일겠구료?
 
207
常永[상영]    황송하오나, 마마의 말씀과 같소이다.
 
208
[륭]     그럼, 해마다 나리신 전곡(錢榖)은 무엇에다 썼오?
 
209
常永[상영]    (이마를 들지 못하고) 연유와 역사(役事)에 국고를 태반 소비한 심으로, 영문에 하사하시는 석수가 극소했었나이다.
 
210
[륭]     그래도, 군록 외에 팔천석직은 나리시었거늘, 만 명 군사를 못 길렀다면, 그 출처를 찾아야 하겠오.
 
211
文思[문사]    숙부, 달솔의 뱃속을 뒤져봄이 그중 빠를까 하오.
 
212
[륭]     (늙은 將守[장수]를 보고) 당장, 저놈을 묶어다 주리를 틀어, 뱃속에 감추어둔 군사를 찾되, 토하지 아니하거든 실지로 한번 창자를 갈러 속을 뒤져보라.
 
 
213
늙은 將守[장수] ‘예’하고 뛰어 올라가 常永[상영]의 팔을 꺾는다. 宿衛兵[숙위병] 二三人[이삼인]도 달려가 장수를 돕는다.
 
 
214
常永[상영]    대군마마 애매하오.
 
215
[륭]     정탐해본즉, 사병과 머슴 합해 삼사백 명을 키우고 있다하니, 최후의 수가 나올때까지 틀으라.
 
216
늙은將守[장수]   (宿衛兵[숙위병]에게 常永[상영]을 끌려 내보낸 후) 고백을 하거든 어찌 하오리이까?
 
217
[륭]     그놈을 앞세우고 관가를 엄습하야, 모두 몰아오라. 그놈들에게도, 내가 경국의 국운을 이야기한 후, 마천성으로 데리고 가리라.
 
218
늙은將守[장수]   당장 그놈들을 몰아와, 성문 앞에 나열시켜 놓겠소이다.
 
219
[륭]     그들에게도 술과 음식을 주라.
 
220
늙은將守[장수]   예.
 
 
221
우변으로 나간다.
 
 
222
[륭]     (좌중을 향하야) 제관들 중에, 저 달솔상영과 부동하야, 안으로 보위를 넘보도록 역모를 시키고, 밖으로 적군에게 내통하야, 나라를 파는 역적의 장본인이 있오.
 
223
義直[의직]    (격분하야) 마마, 그놈이 누구오니까?
 
 
224
諸臣[제신]들,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 경악한다.
 
 
225
[륭]     내가 병을 거느리고, 玄武門[현무문]을 나가기 전에, 이 댓돌에 목이 떨어질 때 그때 자세히 보오.
 
226
殷相[은상]    마마, 그안에 그 대역한 놈이 피신을 하오면 어쩌시려 하오?
 
227
[륭]     사대문에 수문장을 시켜, 궁문을 나가는 놈은 이루 사정 없이 찔르라 했오.
 
 
228
[왕], 宮女[궁녀]들에게 蓮姬[연희]를 부축 시키시어, 우변에서 나오신다. 연희는 蓬髮垢顔[봉발구안]이다. 隆[륭]과 文思[문사]를 보고 읍한다.
 
 
229
[륭]     (달려가 손을 잡으며)
230
얼마나 고생했오?
 
231
蓮姬[연희]    마마, 그래도 살아 아버님의 원수를 갚게 될 것을 생각하니, 다만 기뿜이 넘칠 따름이외다.
 
232
[륭]     그럼 연희가?
 
233
蓮姬[연희]    네, 비록 약한 팔이오나, 이 머리칼 카락카락에 맺힌 원한을 풀 생각이외다.
 
234
[왕]     (의아하시어) 네 원수라니 그가 누구뇨?
 
235
蓮姬[연희]    황송하오나, 목이 댓돌에 떨어지옵거든 보아주옵소서.
 
236
文思[문사]    숙부, 아뭏든 저리가서 조용히 이야기합시다.
 
 
237
[륭], 文思[문사], 蓮姬[연희] 石橋[석교]를 건너간다.
 
 
238
[왕]     (宮女[궁녀]들에게) 침전에 있을테니, 그동안 곧 예다가 잔치 준비를 하라. 짐이 륭과 문사의 호반(武)을 돋우기 위하야, 손수 축배하리라.
 
 
239
宮女[궁녀]들 ‘예’하고 우변으로 나간다. 王[왕], 殿[전]을 내리시어 우변으로 나가신다. 왕과 엇갈려, 우변에서 任子[임자] 불안에 싸인 얼굴로 창황히 나온다.
 
 
240
義直[의직]    병이 좀 쾌차하시오?
 
241
任子[임자]    잠시도, 조섭할 겨를이 있어야 하지 않겠오?
 
242
殷相[은상]    무리를 하시는구료.
 
243
任子[임자]    괜찮소. 그런데, 성상께옵서 대사를 하신다는 게 정말이오?
 
244
殷相[은상]    벌써 하시었오.
 
245
任子[임자]    (당황하야) 아니, 그 인도를 모르는 무뢰배를 장안에 풀으시어 어떻게 하실려고?
 
246
殷相[은상]    왕자마마께서, 설복을 하시어 군졸로 거느리신다 하오.
 
247
任子[임자]    (경악하야) 군졸로?
 
248
佐平二[좌평이]   왕자마마의 웅변엔, 감복지 않을 자가 없을거요.
 
249
任子[임자]    이제 그들을 더리고 나가시면 무엇하오? 모래로 조수를 막을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오?
 
250
佐平二[좌평이]   흥수가 의병을 천여 명 모았다하오.
 
251
任子[임자]    (더 한층 공포에 질리며) 흥수가?
 
252
佐平一[좌평일]   왕자마마는 마천성을 막으시고, ( )수는 신라의 뒤를 몰아 적군의 가위질을 하실려나 보오.
 
253
殷相[은상]    그놈들이 지금 지칠대로 지쳤다 하니, 승전이 쉬울 것 같기도 하오.
 
254
任子[임자]    그런데 달솔은 어데갔오?
 
255
佐平一[좌평일]   사처에서 검객을 몰아, 역모를 할랴든 것이 탄로가 나, 창 끝을 등에 지고 지금 자기 사병을 모으러갔오.
 
256
任子[임자]    (자못 慷( )[강( )]한 듯) 그놈이 그런 대역한 놈이었오?
 
257
佐平二[좌평이]   우리는 전연 몰랐었오.
 
258
任子[임자]    나도 처음 듣는 소리오.
 
259
義直[의직]    좌평은 우선 어전을 배하고 오시오.
 
260
任子[임자]    지금 어데 계오시오?
 
261
義直[의직]    침전에 입어하셨오.
 
262
任子[임자]    그럼, 시나라마마의 후궁에 계오시오?
 
263
義直[의직]    아마 內殿[내전]인 듯 하오.
 
 
264
任子[임자] 급히 나간다.
 
 
265
佐平一[좌평일]   그런데, 신라와 내통한 놈이 누구일고?
 
266
義直[의직]    궁의 사대문은 튼튼히 지킨다하시니, 독안에 든 쥐요. 우리 좌중에 죄를 범한 자가 있을진데, 백제의 선비답게 한걸음 앞으로 나오는 것이 어떻오?
 
267
殷相[은상]    그렇소. 백제의 전통은 염치를 귀히 여기는 게 아니오?
 
268
佐平[좌평]   (일제히) 아 ― 니, 그건 본관더러 하는 소리오?
 
269
義直[의직]    제신들 가운데 있다고 분명히 하셨으니, 임자를 빼놓은 우리 좌중에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겠오?
 
270
殷相[은상]    제신들이란, 널리 백제의 조정, 만조 백관을 가르치심이 아닐까하오.
 
271
佐平一[좌평일]   좌우간, 각기 자기 스스로 마음에 물어보기로 하십시다.
 
272
義直[의직]    아모래도 여기는 없는 것 같으니, 조곰 기다렸다 댓돌에 떨어진 목을 보기로 하는 게 상책일 듯하오.
 
273
諸臣[제신]   그렇소.
 
274
殷相[은상]    그런데, 그놈을 무슨 방법으로 죽이실고?
 
275
諸臣[제신]   글쎄……
 
276
殷相[은상]    그놈이, 연희 부친의 원수라고한 그자와, 동일한 자인 것만은 사실인 듯 하오.
 
277
義直[의직]    (일어서며) 자 ― 오래잖아 궁녀들이 상을 가져올테니 우리는 나가 있읍시다.
 
278
諸臣[제신]   그렇게 합시다.
 
 
279
일동 殿[전]을 내려 右邊[우변]으로 나간다.
280
任子[임자]와 詩奈羅[시나라] 좌변에서 나온다.
 
 
281
任子[임자]    마마, 인제 신라를 수렁에서 건지시는 일은, 마마의 한손에 있나이다.
 
282
詩奈羅[시나라]   (성난 소리로) 경은 나까지 한패에 넣을랴고하오?
 
283
任子[임자]    마마, 이러실 때가 아니옵니다.
 
284
詩奈羅[시나라]   아니긴 뭐이 아닌란 말이오?
 
285
任子[임자]    (바싹바싹 다가서며) 흥수와 륭대군마마가 앞 뒤에서 몰아치면, 중전 마마의 고국은 파멸이옵니다.
 
286
詩奈羅[시나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경같이 무서운 짓은 못 하겠노라.
 
287
任子[임자]    고국의 상하를 들어, 폐리(廢履)같이 목숨을 내던지는 것이 누구를 위함이오니까? 오 ― 즉 마마 한분을 모셔갈려함이옵니다.
 
288
詩奈羅[시나라]   경은 나라를 팔되 혼자 팔라. 왜 나에게까지 이 악독한 짓을 권하느뇨?
 
289
任子[임자]    한번 판 쓸개이어니, 이대로 어찌 보고 있겠사오니까? 고국의 군사는, 벌써 삼만 명이 넘게 죽었사옵니다. 부모 형제 진골(王族)이, 모두 백제의 종이 되면 마마이신들 무엇이 시원하리이까?
 
290
詩奈羅[시나라]   나는, 차라리 내가 내 목숨을 끊어, 그 비참한 모양을 아니보기를 꾀하되, 륭대군은 못 죽이겠노라.
 
291
任子[임자]    마마야말로, 신라 구백년 사직과, 천만 창생을 파는 분인가 하옵니다. 승하하실진데, 어찌 머리칼 올올이 맺힌 망령들을 대하리이까?
 
 
292
詩奈羅[시나라] 찔린 듯이 마음의 동요를 진정치 못하는 표정이 완연히 보인다.
 
 
293
詩奈羅[시나라]   걸음도 잘못 걷는 그를 죽인들, 무슨 수확이 있겠다고 자꾸 이러는고?
 
294
任子[임자]    이 넓은 강토에, 왕자마마께서 군사를 모아보소서. 상감마마를 원망코 숨은 백성이, 십만 이십만은 안모일 것 같사오니까? 상감마마께서 대사를 하신 것도, 륭대군의 말씀을 들으시고 하신 것이오니, 천여명 죄수가 다 출정군에 응할줄 아나이다. 륭대군의 웅변에는, 무지막지한 무뢰배들도 감복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295
속담에, 뒷집 개가 빠져도 구하려 물로 뛴다 했사옵거늘, 한나라의 망하는 꼴을 어찌 보려 하시오니까?
 
296
詩奈羅[시나라]   (울며) 그렇다고, 좌평, 어미가 자식을 어찌 죽이겠오?
 
297
任子[임자]    대군이 어디 마마의 골육이오니까? 지금 그보다 더한 친부모와 친형제의 생사가 마마의 한손에 있나이다.
 
298
詩奈羅[시나라]   경은 자꾸 나에게 권치마오. 내마음이 자꾸 흐려지오.
 
299
任子[임자]    어린 마마의 동생, 파진손(波珍飡) 仁問[인문]이 당나라로 원병을 청하러가다, 폭풍에 배가 전복하야, 허리띠로 뱃널에 몸을 묶고 열흘을 흘러가신 것을 생각해 보옵소서. 소인도 피눈물이 나오나이다.
 
300
詩奈羅[시나라]   이 누이가 그 고난을 어찌 모르리요?
 
301
任子[임자]    그것을 아시면, 어찌하야 못 하시나이까?
 
302
詩奈羅[시나라]   (호소하는 듯이) 륭은 나보다 한살 아래요. 그렇건만 깎은 듯이 그는 나를 어마마마라 불르오. 내가 향수에 잠길 때는, 가끔 후궁으로 나와 나를 위로해 주었오. 나는 그를 존경하오.
 
303
任子[임자]    국사에는, 私[사]의 정을 버리라했나이다.
 
304
詩奈羅[시나라]   (기둥에 기대어 느껴울며) 경에게만 말이지, 나는 륭에게 자식에 대한 사랑 외의 사랑을 느끼오.
 
305
任子[임자]    (찌르는 듯) 마마, 그것은 불의의 사랑이외다.
 
306
詩奈羅[시나라]   (전신을 부르르 떤다)
 
307
任子[임자]    불의의 사랑을 끊으시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죽이셔야 하실 줄 아나이다. 일생가야,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품고, 번민 하시는 것은 우의 골정이 아니오니까?
 
 
308
[막] 뒤에서 인기척이 나니, 양인 말을 그친다. 궁녀들 주안상을 들고 들어와 대청에 놓고 다시 나간다.
 
 
309
任子[임자]    (급히 약봉지를 꺼내 詩奈羅[시나라]에게 쥐어주며) 하날이 도와, 성상께서 때아닌 잔치를 베푸시오니, 기회를 보시와 술잔에 타소서. 대군이 궁문을 나가시면, 만사는 수포로 귀케되옵니다.
 
 
310
급히 우변으로 나간다
311
詩奈羅[시나라] 약봉지를 든 채, 혼 나간 사람같이 멀건 ― 이 허공을 바라보더니, 다시금 기둥을 붙들고 欷歔[희허]한다. 王[왕], 隆[륭], 文思[문사] 蓮姬[연희]와 諸臣[제신]들과 나오신다. 어느틈에 任子[임자]도 그 틈에 끼었다. 隆[륭]은 갑옷을 입었다.
 
 
312
[왕]     (詩奈羅[시나라]를 발견하시고) 공주는 어데 있었오? 짐은 입때 찾었었노라.
 
313
[륭]     어마마마, 또 고국 생각하시고 우시었나이까?
 
314
詩奈羅[시나라]   (평정의 안색을 지으며) 대군이, 그 몸으로 전터로 가는 것을 보니, 다시 못볼 듯한 불길한 예감이 들어 쓰러지었소.
 
315
[왕]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수그러지게하지 말고 자, 올라가 웃는 낯으로 축배나 부오.
 
 
316
[왕], 詩奈羅[시나라]의 손목을 붙드시고 올라가시어, 王座[왕좌] 옆에 앉히신다. 일동은, 각기 둘러앉어 술상을 받는다. 雅樂部[아악부]에서는 유창한 풍악을 奏[주]한다.
 
 
317
[왕]     (좌중을 향하시어) 오날 짐의 아들 륭과 손주 문사가, 해옥된 죄수들과 상영의 사병통을 거느리고, 馬川城[마천성]으로 향함에, 그 호반을 돋우고 승전을 축키위하야, 짐이 손수 술을 나리나니 경들은 짐의 뜻을 본받으라.
 
 
318
일동 ‘예’하고 이마를 조아린다.
319
[왕], 隆[륭]에게 술을 주신다. 隆[륭] 받아 마신다. 다음 文思[문사]에게 주신다. 文思[문사] 받아 마신다.
 
 
320
[왕]     이제 내외다사하야, 정식 혼례는 태평훈풍을 기대리되, 우선 후일의 경사를 약속하는 표로, 륭과 흥수의 딸 연희에게 술을 나리니, 경들은 짐의 뜻을 본받으라.
 
 
321
일동 ‘예’하고 이마를 조아린다.
322
[왕], 隆[륭]과 蓮姬[연희]에게 술잔을 나리신다. 각기 받아 마신 다음 절한다.
 
 
323
[왕]     어려워말고 각기 술을 들라. (궁녀들, 술을 따른다. 諸臣[제신]들 주고 받고 한다.)
 
324
[륭]     부왕마마, 연희의 검무를 마지막 한번 보고저 하나이다.
 
325
[왕]     (마지막이란 소리에 눈물이 핑도시며) 연희야, 추라. 다시 올지 뉘라 알랴?
 
 
326
연희, 절하고 일어서, 궁녀들이 갖다주는 칼을 들고, 舞曲[무곡]에 마춰 劔舞[검무]를 춘다. 任子[임자]는 不斷[부단]에 詩奈羅[시나라]에게 눈으로 최촉을 한다. 제신과 궁녀들은 술잔을 든 채 황홀히 도취해간다. 任子[임자]도 蓮姬[연희]의 춤에 끄을리어 혼백을 잃고 말았다.
 
 
327
詩奈羅[시나라]   (隆[륭]에게 술을 부어주며) 대군의 개선을 축하하오.
 
328
[륭]     신이 개선하오면, 어마어마의 고국은? (두사람 같이 웃어버린다)
 
 
329
[륭]은 술잔을 든 채, 상기된 눈으로 蓮姬[연희]가 행여 실수를 하면 어쩔가 하고 응시한다. 그틈에, 詩奈羅[시나라]는 隆[륭]의 잔에 독을 탄다. 뒤에 섰든 槿香[근향]이가 그걸 보았으나 말을 못하고 隆[륭]의 눈치만 보고있다. 춤과 樂[악]이 고조에 이르를 때, 蓮姬[연희]는 任子[임자] 앞을 날아가는 듯 지나며 한번 웃는다. 任子[임자]는 저윽이 만족한 듯. 돌연 靑竹[청죽]을 짜개는 듯한 ‘역적 임자는 보오’하는 규성과 함께, 任子[임자]는 蓮姬[연희]의 칼을 안가슴에 맞고, 階下[계하]로 굴러떠러진다. 隆[륭] 잔을 떨어뜨린다.
 
 
330
[륭]     이 매국노의 처참한 끝을 보오.
 
331
[왕]     (깜짝 놀라시어 벌떡 일어나시니 文思[문사]의 눈치와 륭의台辭[대사]를 들으시고, 萬事[만사]를 수긍하신 듯) 하하하하아, 연희야 너는 과연, 백제의 딸이다.
 
 
332
동시에 電光石火[전광석화]같이 守門將[수문장] 칼을 들고 宿衛兵[숙위병]들과 뛰어나와, 望海殿[망해전]을 에워싼다. 隆[륭]과 文思[문사]도 칼을 든다.
 
 
333
[륭]     (쓰러진 任子[임자]의 목을 질끈 밟고) 역적아, 들으라, 네 사병이 모여든들 일취맹타 하리라.
 
334
任子[임자]    (斷末( )[단말( )]의 절규를 한다) 요 독살스런 년, 내가, 저승에서, 네 년를 만나면, 네, 네년의 하문을, 도, 도리고, 머리채로, 목을 졸라매, 주, 주, 죽일테다.
 
335
[륭]     사흘 동안 이사짐 날르기에 얼마나 바빴었든고? 네놈이 대사 소리에 겁을 집어먹고, 달려올 줄 내 알았었노라.
336
(守門將[수문장]을 보고) 이놈을 갖다 살은 여호를, 창자는 가마귀를 각기 먹이고, 목은 비어 성문에 매어달라.
 
337
[왕]     그리고, 그길로 저놈의 관가를 엄습하야, 불을 질러 삼족을 멸하라.
 
338
任子[임자]    (귀신이 웃는 듯한 처참한 소리로) 하하하하하, 내, 내, 내 집식구가, 이 입때, 서울에, 있을 줄 아, 아시나이까.
 
 
339
重臣[중신]들 ‘저놈이, 저 죽일 놈이 성상께’, ‘내라고 하는 것 보아’ 등등 떠든다. 守門將[수문장] 임자의 목덜미를 붙들고 끌고 대청을 돌아 나간다.
 
 
340
任子[임자]    (끌려가며) 류, 류, 륭아, 네놈 모, 목숨도, 궁문을 나서기 저, 전에, 어, 어,없어질테니, 사, 사, 三途川(삼도천)에서, 다, 다시 마, 만나자. (王[왕]을 보고) 화, 황천길에, 마즈막, 하, 하, 한마듸, 해듸리거니와, 저, 저, 정말, 보, 보, 보위를, 여, 역모한 노, 노, 놈은, 서, 서, 성상의 아, 아들, 泰[태]요.
 
341
[왕]     무엇이야? 泰[태]라고?
 
342
任子[임자]    거짓말인가, 사, 사, 상영에게, 물어보소서. (대청 뒤를 다 돌때 숨이 끊어진다)
 
343
[왕]     태를 불르라.
 
344
[륭]     부왕마마, 저런 놈은 지옥길에, 선량한 사람을 한 사람씩 꼭 끌고 갈려 하는 것이외다.
 
345
[왕]     그럼 그 소래가 허맹한 소리란 말인고?
 
346
[륭]     저렇게 죽는 놈이, 무슨 소리인들 못 하겠나이까?
 
347
文思[문사]    (泰[태]를 변호할려는 隆[륭]에게 반박적으로) 숙부, 임자의 말은……
 
348
[륭]     (눈으로 말을 막으며) 문사도, 나의 형님을 의심하노? 저놈의 말을 곧이 듣고?
 
349
文思[문사]    (수그러지며) 아니오. 나는 큰 숙부께서, 그러실 리가 없다고 할랴고 했었오.
 
350
[륭]     그렇하면 당하다.
 
351
[왕]     (눈을 감으시며) 그놈이, 꿈에 보이면 어찌할고?
 
352
[륭]     저놈이 어떻게 물샐 틈없이 간계를 꾸며 놓았삽는지, 신은 오늘까지 궁성을 떠나지 못했었나이다. 궁을 비고 나가면, 곧 謀叛[모반]을 하야, 부왕마마의 옥좌에 뛰어오를 것이오, 궁을 지키자니, 저놈의 밀고로, 적은 시시각각 왕궁에 가까워오니, 안도 서도 못하고 몸부림만 치고 있었나이다. 그렇지 않았든들, 다리가 좀 상했기로 신 홀로 편한히 누워 있었겠나이까?
 
 
353
이 수라통에 詩奈羅[시나라] 다시 독을 탄 술을 隆[륭]의 잔에 딴다.
 
 
354
[왕]     그놈이, 널 보고 궁문을 나가기 전에 죽을꺼라 하였으니, 刺客[자객]을 풀어놓지나 안했을는지 마음이 편치않다.
 
355
詩奈羅[시나라]   (떨리는 소리로) 그건, 그놈의 고연한 저주하는 소리이니다.
 
356
[륭]     (술잔을 들며) 이잔에다 그놈이 독약을 쳤다면 모르겠사오나, 어마마마께서, 손수 부어주신 술이 오니, 독이 들었을 리도 만무하옵는데, 궁을 떠나기 전에 제놈이 신을 어찌 죽이겠나이까?
 
 
357
[륭], 웃으며, 술잔을 입에다 대려할때, ‘마마 그술을 마시지 마옵소서’ 하고 槿香[근향]이가 규환을 친다. 詩奈羅[시나라] 얼굴빛이 파랗게 질린다. 隆[륭], 칼을 빼어 끝을 술잔에 담그고, 빛을 본다. 칼빛이 흐려지는 것을 보고, 毒[독]을 친것을 알자 詩奈羅[시나라]를 노려본다.
 
 
358
[왕]     (펄펄 뛰시면서) 오, 누가 여기다 독을 쳤노?
 
359
詩奈羅[시나라]   (단념한 듯이) 신첩이외다.
 
360
[왕]     공주가?
 
361
詩奈羅[시나라]   네! 대군, 그 술잔을 나에게 주오.
 
 
362
[륭]의 술잔을 빼앗어 마시려고 한다. 隆[륭], 詩奈羅[시나라]를 뿌리치고, 술을 階下[계하]에 버린다.
 
 
363
[륭]     (詩奈羅[시나라]의 무릎에 꿇어 앉어) 어마마마, 이것이 어마마마의 본의에서 하신 일이 아닐 줄 믿나이다.
 
364
詩奈羅[시나라]   (울며) 본의가 아니라면, 어떻게 만좌의 눈을 피해 독을 탓으리오? 대군, 나를 백관들 앞에서 더 오래 서지않게 해주오. 어서 그칼로 내 목을 버여주오. 나도 신라의 왕족이어니 떳떳히 죽겠오.
 
 
365
이때 守門將[수문장], 任子[임자]머리를 창끝에 끼어들고 들어와 엎데고.
 
 
366
守門將[수문장]   상감마마, 지금 신라왕이 보낸 사신이 國書[국서]를 가지고 왔다하나이다.
 
367
[왕]     국서를?
 
368
守門將[수문장]   예, 그놈들을 성문 앞에서, 골을 바셔죽이리이까? 입궐케 하리이까?
 
369
[왕]     (한참 생각하시더니) 입궐케 하라.
 
 
370
守門將[수문장] ‘예’하고 나간다.
 
371
[간]
 
372
무장한 신라사신 세사람 들어와, 階下[계하]에 부복하고, 國書[국서]를 王[왕]께 바친다.
 
 
373
[왕]     (겉봉을 뜯으시고 읽으시며)
374
하하하하, 반월성 기와짱 한조각이라도, 후세에 남기고 싶거든, 미리 항복을 하라고 하하하하 (大笑[대소]하신다) 이게 너희 왕 김춘수의 직필이냐?
 
375
新羅使臣[신라사신]  아니오.
 
376
[왕]     그렇겠노라. 신라왕이, 이렇게 젖내나는 소리를 했을 리 만무할테지. (隆[륭]을 보시고) 시나라를 돌려보내지 않거나, 항복을 안하면, 장안의 인고기로 회를 쳐서, 술을 먹겠다 했구나. 하하하하하…… (다 읽으시고 國書[국서]를 隆[륭]에게 주시며 使臣[사신]들을 보시고)
377
너희들, 가서 왕께 여쭈라. 당돌한 국서에는 분노의 역(域)을 넘어 고소를 금치 못하나, 측은히 생각하야 시나라는 돌려보내니, 사자성을 향하야 치하의 절을 하라고.
 
378
詩奈羅[시나라]   상감마마, 신첩은 아니 따라가겠나이다.
 
379
[왕]     가슴에 칼을 품은, 그런 앙큼한 소리는 이제 그만 하라.
 
380
詩奈羅[시나라]   마마, 신첩은 오날 비로서, 이 궁궐을 떠나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이라는 것을 알았나이다.
 
381
[왕]     떠나기 싫음직도 하리라. 네 후궁을 지을 때, 초석과 주목을 어데서 패온 줄을 알았는가? 모두 네 고국의 취향을 내기위해, 신라의 국경에서 가져왔노라. 삼천명 역사들이 무거운 돌과 나무를 끄을고, 산과 골짝을 지날때, 짐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아는고?
 
382
詩奈羅[시나라]   마마, 후궁에 대한 애착이 아니외다.
 
383
[왕]     날이 날마다, 배푼 연회와, 가지가지 역사가 너하나를 기쁘게 할려 함이었거늘, 이제 돌아보니, 짐은 네가 백제의 국고를 말리려고 하는 간계에 넘어갔었고나.
 
384
詩奈羅[시나라]   마마, 그말씀은 천지신명께 맹서하되 애매하오이다.
 
385
[륭]     어마마마, 부왕말씀대로, 사신을 따라 고국으로 가소서. 신은 뭐라 아뢸말씀이 없나이다.
 
 
386
[막] 뒤에서 뿔호각소리, 북을 둥둥 울리는 소리. 병사들의 떠드는 소리. 늙은將守[장수] 들어와 엎드린다.
 
 
387
늙은將守[장수]   상영의 병사들을 나열해 놓았나이다. 모두 삼백 칠십 팔명이었나이다.
 
 
388
刑獄營將[형옥영장] 들어와 엎드리고,
 
 
389
刑獄營將[형옥영장]  왕자마마, 죄수들에게 연설을 하실 필요가 없나이다.
 
390
[륭]     그럼, 다같이 따르겠다드냐?
 
391
隆刑獄營將[륭형옥영장]  예, 솔선해 따르겠다하옵니다.
 
 
392
[륭], 늙은將守[장수]와 刑獄營將[형옥영장]과 함께 右邊[우변]으로 나간다. 王[왕]과 文思[문사] 諸臣[제신]들 뒤따른다. 幕[막] 뒤에서 북 소리, 뿔 호각, 소라등을 부는 소리 한층 요란이 들린다.
393
무대에는 대청에 詩奈羅[시나라]와, 池塘[지당]에 宮女[궁녀]와 階下[계하]에 使臣[사신]만 남는다.
 
394
[간]
 
395
[륭]이 兵師[병사]들의 閲兵[열병]을 하나보다. 宮女[궁녀]들 池塘[지당]으로 모여들어, 정원 한쪽을 밀치락거리고 떠들며 웅자를 바라본다.
 
 
396
使臣一[사신일]   (詩奈羅[시나라]에게) 공주마마, 가사이다.
 
397
詩奈羅[시나라]   잠깐만 있으라.
 
 
398
시나라 대청 뒤로 내려가, 隆[륭]의 나라 쪽을 한참 바라본 후, ‘륭대군, 이 모후는, 저승에서 대군의 승전의 나팔소리를 들으리다.’ 하고, 한마디 남기고, 가슴에서 칼을 끄내 입에다 거꾸로 물고, 연못 속으로 뛰어든다. 풍덩소리에, 궁녀들과 사신들은 놀라 돌아보며, ‘마마’ 하고 뛰어간다.
 
 
399
― 幕[막]
【원문】제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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