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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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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비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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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경찰관 스코비는 제2차세계대전 중 아프리카 서안에 있는 영국 식민지에 근무하고 있었다. 연령은 15년 전부터 경찰 생활을 하여 45, 46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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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 아내와 결혼하기 직전 가톨릭교도로 개종하였고, 부임 이래 전형적인 그의 경찰관으로서 생활은 토인에게서도 존경을 받게 되고, 여하한 물적 유혹에도 떨어진 일이 없는 그의 공정무사한 인격은 상관의 신용을 얻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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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떤 일련의 사건이 지금까지의 그의 생활과 정도(正道)에서 벗어나게 한다. 물론 상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스코비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죄를 범한 것과 다름이 없다. 경찰관으로서의 스코비가 암취인(暗取人)의 왕자인 유세프로부터 200파운드를 빌린 것인데, 그 돈은 동서생활(同棲生活)을 계속할 수 없는, 이미 애정이 사라진 아내를 여행시키기 위한 여비로서 쓴다. 유세프는 어떤 이해관계로서가 아니고, 그의 극단적인 청렴성과 인간성에 반하여 빌려주었을 뿐이다. 그 다음의 도덕상의 실책은 포르투갈선의 선장이 그 당시의 교전국인 독일에 사는 딸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을 검사 발견한 후에도 이를 고발하지 않고 단지 소각한 일이다. 이것은 영국 경찰관으로서 직책상 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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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일어난 일은 기선이 난파되었을 때 헬렌이라는 젊은 여자를 구했다. 신혼(新婚)한 그의 남편은 그때에 죽고, 헬렌은 병원에 입원시켰다. 여러 차례 문병하는 동안 스코비는 헬렌이 절수(切手)(우표 ─ 편집자) 수집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스코비는 자기도 절수를 모아다주었다. 그는 여자의 아름다움이나 강한 것에 대처해서는 아무 감정도 갖지 않았으나, 만일 자기가 이 여자를 돌보아주지 않으면 냉담한 사회에서 아무 의지할 수 없는 헬렌을 볼 때마다 깊은 동정과 애정을 느끼게 되고, 어느 틈에 연애관계에 들어가고 말았다. 아내나 헬렌에 대한 마음에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것이 있고, 이것은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이며, 자신의 감정의 비극을 자각하였다. 여행에서 아내가 돌아오고, 헬렌으로부터는 사랑의 고백을 쓴 편지를 받은 스코비는 사태의 복잡과 그가 잘못하여 이끈 두 여성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 그리고 자기의 존재가 이 두 여성에게 불행과 절망 이외에는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자살하는 길 ─ 가톨릭교에서는 자살도 죄이긴 하나 ─ 을 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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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결행의 밤 ─ 스코비는 헬렌을 찾아갔으나, 마침 나가고 없으므로 조지 6세(영국의 왕, 1895~1952)를 그린 절수 위에 ‘아이 러브 유’라고 쓰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평상과 다름없이 저녁을 들었다. 그리고 아내가 자기의 죽음을 사전에 알아채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영국에 가서 전원생활을 하자는 말을 하고, 어두운 밤중 그 전부터 모아두었던 치사량 칼모틴을 한꺼번에 마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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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영국의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 『사건의 핵심The Heart of the Matter』에 나오는 주인공 스코비의 자살의 내막이다. 세속적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순결한 혼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경찰관이나 가톨릭의 전통 속에 존재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스코비는 직면하여야 할 모든 유혹과도 용감히 싸웠고, 그는 인간으로서, 더욱이 경찰관으로서 성실하였고, 책임 있는 일을 하였을 뿐이나, 매수(枚數)의 제한을 받아 나는 그가 ‘성실하고도 인간으로서의 타당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거의 다 옮길 수 없으나, 이 소설의 최후 페이지에는 신부(神父)와 그의 아내와의 의미깊은 대화가 있다. 스코비와 같이 잘못한 짓을 한 남자를 평하기엔 좀 이상할지 모르나, 내가 본 데서는 그는 참으로 신(神)을 사랑하였다. 그의 아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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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랑하였던 것은 그 아무도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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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개인의 내적 고민과 심리의 갈등에 애쓰는 여러 경찰관에게 스코비의 비극을 이야기해 준다. 이것은 문학이나 종교의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움직이는 사회에 흔히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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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가면』(근역서재, 1982)
【원문】스코비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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