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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미년 3월 1일 ◈
◇ 제 4 막 (1919년 2월 28일 야(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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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
함세덕
1
기미년 3월 1일(전 5막)
 
2
제 4 막
 
 
3
사이풀 (美人[미인] 聖花女學校[성화여학교] 敎長[교장])
4
다와라 (俵[표]) 소위(헌병, 경무총감부 고등계 주임)
5
손규철 (孫圭鐵 ; 형사)
6
리승훈 (李昇薰 ; 기독교 대표)
7
리필주 (李弼柱 ; 기독교 서명자)
8
리명룡 (李明龍 ; 기독교 서명자)
9
신석구 (申錫九 ; 기독교 서명자)
10
신홍식 (申洪植 ; 기독교 서명자)
11
최성모 (崔聖模 ; 기독교 서명자)
12
박동완 (朴東完 ; 기독교 서명자)
13
오하영 (吳夏泳 ; 기독교 서명자)
14
박희도 (朴熙道 ; 기독교 서명자)
15
리갑성 (李甲成 ; 기독교 서명자)
16
김창준 (金昌俊 ; 기독교 서명자)
17
리명룡의 노부(老父)
18
김창준의 처
19
리갑성의 노모
20
함태영 (咸台永 ; 남대문교회 목사)
21
최 린 (崔麟 ; 천도교 서명자)
22
강기덕 (康基德 ; 普專[보전]대표)
23
한위건 (韓偉鍵 ; 醫專[의전]대표)
24
김원벽 (金元璧 ; 延專[연전] 대표)
25
최순천 (崔順天 ; 聖花女學校[성화여학교] 교사)
26
한창환 (韓昌桓 ; 普專生[보전생])
27
김문진 (金文軫 ; 世專[세전]대표)
28
손소복 (孫召福 ; 聖花女學校[성화여학교] 생도)
 
 
29
1919년 2월 28일 야(夜)
30
사이풀의 집
 
 
31
사실엔 있어선 기독교 대표 16인의 서명은 노량진 산중의 어느 교인의 집에서, 학교측의 전문학교 대표들의 회합은 승동(勝洞) 예배당에서, 중학교 회합은 정동(貞洞) 예배당에서 각각 했었다, 그러나 이것도 작극의 편의상 미인(美人) 선교사 사이풀의 집을 무대로 하고 한데 얼기로 하였다.
32
무대는 독신자 사이풀의 질소(質素)한 거실로, 정면에 아 - 치형의 문이 있고 비로 - 드의 커 - 탠이 느러워 있으며 그 우에 회개실(悔改室)이라 적혀 있다. 책장에는 기독교는 물론이요. 문화 각 방면에 이르는 기천(幾千) 권의 양서와 한쪽으로 조선판 본 불전(佛典)들.
33
피아노, 조선병풍, 유화, 묵화, 석상, 조선가면 등은 고도한 다방면의 취미를 대언하되, 어느 곳에든지 조선에 대한 무한한 애착의 표정을 볼 수 있다. 유화는 따뷘치의 〈최후의 만찬〉이요, 석상은 〈수난의 기독상(基督像)〉이다. 좌변은 식당으로, 우변은 침실로 연하게 되는 양, 만취한 고등주임 다와라(俵[표]) 소위와 손규철, 좌변 식당에서 사이풀이 따라나온다.
 
 
34
다와라 소위  ‘요히마시다. 요히마시다. 혼도니 고고로요꾸 요히마시다. 손꿍, 브도오슈 낭떼 하지매대 논다로오.’ 〔취했습니다. 취했습니다. 아주 잘 취했습니다. 손군 포도주란 첨 먹었지?〕
 
35
손규철   ‘하.’〔네〕
 
36
사이풀   그 포도주 일천팔백오십 년제입니다.
 
37
다와라 소위  (감심(感心)하며) ‘호 -’〔그래요!〕 ‘이이 사께데스나.’ 〔참 좋은 술인데요〕 (창변(窓邊)으로 가며) 사이푸루상, 동경은 지금쯤 매조꽃이 만개일 껍니다. 창밖엔 꾀꼬리가 울꺼구. 그런데 여긴 눈이 오구 있군요,
 
38
사이풀   다와라상, 일본 노래 하나 들려주십쇼.
 
39
다와라 소위  전 노래하군 아주 인연이 없습니다. 손꿍, 어때? 나대신 하나 불러봐.
 
40
손규철   (비굴하게 웃으며) 헤헤헤, 전 평생 노래라군 불러 본 적이 없습니다.
 
41
다와라소위  그래두 귀루 들은 건 있겠지?
 
42
손규철   (애원하듯이) 노래만은 용서해주십쇼. 바른 대로 말이지 노래라군 어머니 뱃속에서 떨어져서부터 이적까지…….
 
43
다와라 소위  (돌연 악을 쓰며) 상관의 명령에 복종치 않을 테냐?
 
44
손규철   (질겁을 하야) 하, 하겠습니다. (눈치를 살피며) 모두 넘어 들은 곡조지만 뭐든지 지적해주시면…….
 
45
사이풀   조선 학생들이 늘 길로 부르고 댕기는 〈한양아 한양아〉노래가 좋겠습니다.
 
46
다와라 소위  참 그게 좋겠군.
 
47
손규철   그럼, (기척하고 혼신의 용기를 다하야 쥐어짜는 듯한 성운(聲韻)으로 부른다)
 
48
       한강물은 쉬지 않고
49
       흐른다. 한양아
50
       남산우에 송백들은
51
       사시로 푸르다.
52
       청청한 산림 새로
53
       드리는 바람소리
54
       널 부르는 열성이다.
55
       한양아 한양아
56
       널 부르는 열성이다.
 
57
       한양아 (작자·작곡자 不明[불명])
 
 
58
최후의 행은 고음(高音)이라 그야말로 돼지 멱따는 소리다. 다와라 소위, 배를 붙들고 폭소한다.
 
 
59
사이풀   (면구하야) 참 좋은 노래였습니다.
 
 
60
이때 멀 - 리서 거리를 지나가며 학생들이 부르는 같은 노래가 규철의 노래와 더불어 점점 가까이 들리드니, 다시금 눈 나리는 밤거리의 정적 속에 멀 - 리 사라진다.
 
 
61
다와라 소위  (귀를 기울이고 듣더니)‘이야나 우다데스나.’ 〔께름직한 노랜데요〕 죠 - 센징들은 어째 모두들 저런 슬픈 곡조만 좋아할까요?
 
62
사이풀   정신상 희망과 기쁨이 없는 탓이겠지요?
 
63
손규철   아니에요. 천성이 망종으로 돼먹어서 할 수가 없어요.
 
64
다와라 소위  그눔의 한양구야 한양구야를 듣구 있으니까 모처럼 잘 취했든 흥이 일시에 깨지는걸. 에이, 망할 자식들.
 
65
손규철   (추종하야 아첨(阿諂)하며) 그럴 걸 웨 저더러 불르라구 하셨습니까. 그 자식들이 웨 행길로 밤이면 그 노랠 불르고 댕기는데요? 일본 사람한테 빼앗긴 서울을 다시 찾도록 결속하자구 외치구 댕기는 거에요.
 
66
다와라 소위  손꿍, 내일부터 한양구야 노래부르는 자식들은 모주리 잡아 디려라.
 
67
손규철   네,
 
68
사이풀   그 노래 그렇게 나뿐…….
 
69
다와라 소위  (말을 막으며) 아닙니다. 아주 우리 일본 사람들을 증오하고 원차하는 노랩니다. 오늘 과조 - 도노〔課長[과장]님〕께서 저 노랠 못 들으셨기 망정이지 들으셨드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70
사이풀   오늘 마에다〔前田[전전] 대좌께서 못 오신 거 참으로 섭섭합니다. 이번에 그분 신세 대단 많이 졌습니다.
 
71
다와라 소위  사이푸루상 아니면 행현이 외 열두 명은 최하 10년은 갈 때 없었지요.
 
72
사이풀   다와라상과 손형사의 각별한 후의에두 이 사이풀 다시금 이 자리에서 치하말씀 디립니다.
 
73
손규철   본인들도 이번에 혼이 났으니까 다신 그따우 짓 못 하겠지요.
 
74
사이풀   그애들 마에다 대좌 말씀대로 전부 퇴학시켰습니다. 행현인 바누질 배가지고 시집가겠다고 했습니다.
 
75
다와라 소위  잘 생각했지요.
 
76
사이풀   다와라상, 가시는 길에 포도주 한 병 과장께 전해주시겠습니까?
 
77
다와라 소위  그러지요.
 
78
사이풀   그럼 지하실에 가서 가지고 오겠습니다. (하고 식당쪽으로 나간다.)
 
79
손규철   (주저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어) 그런데 슈닌도노, 저…… 저……..
 
80
다와라 소위  뭐야?
 
81
손규철   저…… 제 승급은 언제나……?
 
82
다와라 소위  승급? 웨 넌 사람이 옹졸하냐? 올라갈 때 되면 어련히 올라 갈라구.
 
83
손규철   허지만 하야시상은 작년에 들어와가지구 벌써 세번짼데…… 전 한 번두…….
 
84
다와라 소위  하야시꿍은 하야시꿍이구 넌 너야. 남이야 어떻든간에 넌 너대로 소처럼 묵묵히 일만 해. 충실히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에겐 반드시 거기에 상응한 보수가 있는 법이야. 우에선 다 보고 듣는 눈이 있으니까…….
 
85
손규철   저야 이런 말씀 어쭙고 싶지 않지만 집에서 어린 것들 하구 살 수가 없다구 바가질 긁으니까……. 딸년은 딸년대루 스파일 해줘두 생기는 게 없다구 쫑쫑거리구…….
 
86
다와라 소위  좀더 참으라구 해라. 오를 땐 한꺼번에 뭉청 오를 테니. 그리구 자리두 부장으루 그야말루 삼단도비(三段쟘푸) 껑충 뛸거구…….
 
87
손규철   저야 그날을 손꼽아 기둘르구 있지만 집에 것들은 그걸 믿질 않기 때문에…….
 
88
다와라 소위  손꿍, 손꿍이 그렇게 조급히 승급이 하구 싶거든 경무총감부가 벌컥 뒤집힐 데가라〔공〕를 올리면 되지 않냐? 손꿍, 수완을 한번 나타내 봐.
 
89
손규철   …….
 
90
다와라 소위  독립선언 할려는 음모단을 잡아내란 말이야. 그럼 승급이나 부장 문제가 아니라 부귀영화가 모두 손꿍 것일 테니…….
 
91
손규철   그래서 저두 밤잠을 못 자구 헤매구 있습니다만 당최 단서를 잡을 수가 없군요.
 
 
92
사이풀, 깨끗한 색지에 포도주를 싸들고 들어온다.
 
 
93
사이풀   오래 기둘르셨습니다. (탐지할려는 듯) 그런데 또 무슨 사건이 생겼습니까?
 
94
다오라 소위  네. 독립선언을 할려는 음모가 있습니다.
 
95
사이풀   (일부러 경악한 듯) 그럼 요전 그 동경 유학생들처럼 말입니까?
 
96
다와라 소위  네.
 
97
손규철   서북친목회 학생놈들이 계획을 하구 있는 게 분명한 것이, 하숙을 모주리 옮겼습니다. 보전 강기덕이, 연전 김원벽이, 의전 한위건이, 그외 각 학교 학생회 대표자들이 거의 함경도, 평안도 출신 학생들인데 지난 15일경부터 일제히 하숙을 옮기구 어데루 숨어들 버렸습니다.
 
98
다와라 소위  학생뿐 아니라 천도교도 낌새가 있어.
 
99
사이풀   허만 거기야 종교단체 아닙니까?
 
100
다와라 소위  표면은 그렇지만 출발부터가 종교보다 정치성을 더 표방한 단쳅니다. 요전엔 장부를 압수해다가 혹 수상한 지출이 있나 하구 샅샅이 조사해봤드니 지방으로 도사(道師)들을 파견한 출장비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산학교 교주 리승훈한테 오천 원을 지불 한 것이 있습니다.
 
101
사이풀   리승훈 씨한테요?
 
102
다와라 소위  네. 자기들은 그 학교를 인계하야 경영하기루 했다구 하지만 리승훈인 사내총독 암살계획자였든 만큼 단순히 경영권 위양의 선금이라구만은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손군하구 둘이서 마에다 과장에게 여쭈어 천도교 총검속을 하시자구 했드니 과장은 승낙하셨는데 경무총감인 사령관 각하께서 천도굔 절대로 염려없다고 손대지 말라고 하셔서 부득이 중지했었지요.
 
103
손규철   총검속만 하면 당장 계획이 드러나는 것을……. 이런 건 못하게 하시구 수완만 보이라구 하시니 제가 죽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 요새 혹 리승훈씨 만나시지 못했습니까?
 
104
사이풀   그 장로님 경성 오셨단 소린 들었지만 한 번도 만나진 못했습니다. 아마 시골로 다시 내려가신 게지요.
 
105
손규철   정주 헌병대루 수배를 해봤는데 상경한 후 한번두 안 내려왔다구 합니다. 천도교에서 받은 돈이 독립운동자금인 게 분명한 것이 기독교에서두 지방으루 전도사ㆍ목사들이 상당히 많이들 내려간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06
사이풀   그건 나는 초문입니다.
 
107
손규철   교장께서는 외국인이시니까 물론 몰르시겠지요. 지방 경찰서의 보고에 의하면 천도교ㆍ기독교뿐만 아니라, 방학도 아닌데 전문학교ㆍ중학교 학생들이 어제 오늘 상당히 많이들 내려왔다구 합니다. 무슨 음모가 있는것만은 확실한 사실인데 통 단서를 잡을 수가 없군요. 기독교 리승훈이하고 강기덕이, 김원벽ㆍ한위건 세 학생놈만 잡아도 사건의 윤곽은 드러날 텐데…….
 
108
다와라 소위  기왕 천도굔 총감 각하께서 손대지 말라구 하시니까 할 수 없지만 내일은 천도교 인쇄소만이라도 형사대로 습격해볼 작정입니다.
 
109
사이풀   그럼 그 수송동에 있는 보성사(普成社)말입니까?
 
110
다와라 소위  손꿍이 은밀히 그 동내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어저께 그저께 이틀 동안 공장에 불은 꺼졌는데 밤새 무얼 박어내는지 덜그락 덜그락 인쇄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드라구 합니다.
 
111
손규철   슈닌도노, 내일까지 갈 것 없이 비상소집해가지구 아주 지금 가십시다.
 
112
다와라 소위  지금?
 
113
손규철   네, 그래서 공장장 리종일(李鍾一)이를 잡아다 족쳐보십시다.
 
114
다와라 소위  (얼골을 찡그리며) 모처럼 이렇게 유쾌한 기분이 됐는데 또 고문을 하잔 말이냐? 내일 하자, 내일 해. 오늘은 가서 오래간만에 에펜네 볼기짝이라두 두들겨주구…….
 
115
손규철   허지만 그 자식들 밤일 한 게 독립선언설 찍어낸 거라면?
 
116
다와라 소위  그렇다구 설마 내일 아침에 독립선언하겠냐? (사이풀에게) 이거 고연히 즈이 얘기만 해서 미안합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117
사이풀   좀더 노시다 가십쇼.
 
118
다와라 소위  많이 놀았습니다. 또 포도주, 과장께 전해야 할테니까…….
 
119
사이풀   그럼 과장께 오늘 못 오신 것 여간 섭섭히 생각코 있지 않드라고 말해주십쇼.
 
120
다와라 소위  ‘하, 데와 고래데.’〔네, 그럼 이만〕 (하고 거수경례 한다)
 
121
손규철   아주 잘 놀구 갑니다.
 
 
122
양인(兩人) 앞서 나가니 사이풀 뒤따른다. 기도실의 문이 열리고 커 - 탠이 허치며 리승훈ㆍ함태영ㆍ리필주ㆍ신홍식ㆍ신석구ㆍ최승모ㆍ오하영ㆍ박희도, 나온다. 기도실내에는 촛불이 깜박이고 있다. 이윽고 사이풀, 그들을 바래고 다시 들어온다.
 
 
123
리승훈   갔습니까?
 
124
사이풀   두 사람 다 만취해가지고 갔습니다. 오늘은 집에 가서 푹 쉬겠다구 하니 오늘밤은 절대로 안심하고 서명들 하십쇼.
 
125
리필주   난 그 녀석이 보성사 습격하자고 할 때, 간이 콩만해졌소. 리갑성이가 김성국(金成國)이란 세전 학생들 더리고 선언서를 찾으러 갔는데, 그 녀석들이 거길 습격한다면 어떡헐 뻔 했소?
 
126
사이풀   나 오늘 죄 많이 졌습니다. 계명에 말리시는 술을 권하고…….
 
127
리승훈   고난에 우는 우리 조선 사람들을 위해서 하신 일이니 주님께서도 용서해주실 껍니다.
 
128
사이풀   도장 찍으실 분은 다 - 들 오셨습니까?
 
129
리승훈   아즉 네 사람이 덜 왔습니다.
 
130
사이풀   그럼 난 파수 겸 응접실에 나가 있겠습니다. 이 방은 지금부터 여러분의 방입니다. 내 이 누추한 방이 조선독립을 선언하시는 여러분의 최후의 서명을 하는 방이 된다는 것은 이 사이풀의 무한한 영광입니다. 주님께서 이 방을 빌려드리라고 명령하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무슨 일이 있거든 불러주십시요. (하고 밖으로 나간다)
 
131
신홍식   나머지 사람들은 어찌된 일일까?
 
132
리승훈   원, 이렇게 시간관념들이 없어서야 큰일을 어떻게 한담. 헌병대 녀석들이 와서 주인하고 술 먹구 놀구 가도록 안 오니 이게 몇 시간이야.
 
133
오하영   가족들하구 작별이 용이치 않은 거겠지요. 에펜네, 자식들이 울구 매달리는 데야 아무리 맘을 독하게 먹어두 역시 동요하게 되니까요.
 
134
함태영   그게 인간이겠지요. 오늘 우리가 도장을 찍는 것은 우리가 우리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것이 아니요? 난 아시는 바와 같이 고등법원의 판사를 여러 해 지내봤지만 사형을 언도받는 죄수치고 동요치 않는 사람은 못 보았습니다.
 
135
신석구   어째 목석이 아닌 이상 동요칠 않겠소. 바른 대로 말이지 여기 우리들 가운데 오늘 이 자리에 불안과 공포감이 없다는 사람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136
함태영   이번 우리 독립선언은 일본 국체를 전복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일본 천황이 도장을 찍은 한일합방을 부인하고 일본 천황이 친임한 총독정치를 거부하는 것이니 즉 일본 헌법을 뒤엎는 것입니다. 그러니 법적으로 봐선 내란죄로 몰리게 되는 것입니다.
 
137
신홍식   내란죄면 으레 사형 아니요?
 
138
함태영   그야 물론이지요. 그러니 우리가 독립을 선언치 않고 탄원을 한다면 법적으론 아무 저촉되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
 
139
리승훈   탄원이란 자결의 본의에 어그러진대도 그러시네. 민족자결이란 여론에 호흡해서 우리가 우리 힘으로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질려는데 탄원이란 무슨 비겁한 것이란 말이요? 우리가 10년 동안 그 놈들한테 압제받은 것도 참으로 굴욕인데, 이제 또다시 그놈들한테 독립을 좀 시켜달라고 애걸을 해야 옳단 말이요.
 
140
함태영   애걸하군 의미가 달르지요.
 
141
리승훈   글자만 달렀지 뜻이야 마찬가지지 뭐요? 설사 또 다르면 지금 와서 변경하게 됐소? 독립을 선언하기로 하고 지난 일에 국제연맹에 각국 전권대사에게 보낼 격례문과 윌슨 대통령에게 보낼 이견서를 가지고 현순(玄楯) 목사님께서 안동(安東) 경유로 상해로 떠나시지 않았소? 지금쯤은 도착돼서 영문과 기타 각국 국어로 번역을 끝마추고 파리로 갈 사람을 상해측과 절충코 있을 것입니다.
 
142
함태영   안세황(安世煌 ; 平壤基督敎書院會[평양기독교서원회) 총무, 32세) 씨가 무사히 동경에 닿았는지?
 
143
리승훈   참 깜박 잊었소. 오늘 아침에 인편으로 편지가 왔습니다. 무사히 도착해서 숙소를 와세다대학 근처에다 정하고, 천도교에서 파견한 림규(林圭 ; 早大[조대) 출신, 56세)씨하구 둘이서 귀중량의원(貴衆兩議院)에 제출할 서류도 다 완료됐다구 합디다.
 
144
신홍식   요전 림규 씨가 떠나기 전에 선언문 번역한 걸 읽어 봤는데, 참 일본말도 거까지 가면 문사 뺌치겠습디다.
 
145
리승훈   그러니 상해측은 국제연맹 개최일만, 동경선 또 내일만 기대리구 있는데 지금 와서 탄원으로 변경할 수 있겠소? 천도교선 보성사서 이틀밤을 새고 선언서를 이만 일천 매를 찍어왔는데, 그걸 어떻게 다시 탄원서로 고치겠소?
 
146
함태영   누가 지금 탄원으로 변경하자는 겁니까? 탄원으로 하면은 사형은 면한다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게지. 리장로님은 너무두 과격하시니까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단 말이야.
 
147
리승훈   당신은 처음부터 탄원주의 아니요? 오늘 새삼스럽게 했어야 지나가는 말이지 그렇지 않어도 학생들은 투쟁으로 나가자는 걸 비폭력 무저항의 주의로 나가자구 해서 따지구 보면 나약한 방식인데 거기다 또 어떻게 탄원까지 한단 말이요? 원, 웨 이리 기독굔 말이 많은지 천도굔 일이 착착 진행되는데 우린 갑론 을론 뭐 한번 순조롭게 결정된 것이 없소. 오늘 이렇게 도장들 찍으려 나온 게 난 기적인 줄 아오.
 
148
함태영   …….
 
149
리필주   (공기를 전환할려고) 그런데 웨 이렇게들 늦일꼬?
 
150
신석구   이렇게 시간이 있을 줄 알았드면 막내눔이나 한 번 더 안아주고 오는 것을…….
 
151
오하영   허느니 내가 그말이요. 이렇게 시간이 있을 줄 알았드면 작년에 입학한 막내눔이 밤낮 사달라구 졸르든 그 가죽 챙모자나 하나 사주고 올 껄 그랬소.
 
152
신홍식   난 평양 떠날 때 식구들하고 변변히 얘기두 못 하구 나와서……. 아버님께 마지막 절이나 하구 오는 것을…….
 
153
리승훈   (소래를 지르며) 또 그 부모니 처자니 하는 소리들이요? 일체 가족에게 대한 미련은 얘기치 않기로 약조치 않았소? 아직 도장들을 찍은 건 아니니까 빠질려거든 지금들 빠지슈. 찍기 전엔 빠질 수 있으니까……. 찍어 놓고 후회들 할 께 아니라 빠질 사람은 지금들 아주 빠지슈.
 
154
신홍식   장로님은 사람을 말두 못 하게 하신단 말이야. 시간이 있으니까 가족들이 생각난단 말이지 누가 빳겠댔습니까? 입 가지구 그런 말두 못 한대서야.
 
155
리승훈   우리 입에서 자유와 독립과 죽음 이외 무슨 말이 또 있단 말이요. 집을 한 번 나온 이상 내일 오후 두 시 빠고다 공원에서 선언서를 낭독하고 단두대에 목이 잘릴 때까진 절대로 가정에 대한 이야긴 우리 말기로 합시다. 사람이란 나약한 동물이라 언제든지 시험에 빠지고 마는 법이요.
 
 
156
이때 사이풀이 들어온다.
 
 
157
사이풀   리명룡 장로님, 선천서 아버님께서 올라오셨습니다.
 
158
리명룡   저희 아버님이요?
 
159
사이풀   네. 이리 모시고 올까요?
 
160
리명룡   제가 나가지요.
 
161
리승훈   (나갈려는 리명룡을 붙들며) 여기서 만나십쇼. 혼자 만나시면 자연 또 마음에 잡념이 들어갑니다. (사이풀에게) 미안하시지만 이리 안내해주십쇼.
 
 
162
사이풀, 다시 밖으로 나가드니 리명룡의 부친을 안내해주고 다시 나간다. 박눌(朴訥)한 농민이다.
 
 
163
리명룡   (달려가며) 아버님, 어떻게 여기 있는 줄 아시구……?
 
164
명룡의 부  차에서 내리는 길루 정동 예배당을 찾아갔드니 리필주 목사님 부인께서…….
 
165
리필주   그럼, 저희 집에 들러오시는 길입니까?
 
166
명룡의 부  네, 댁에서두 중학생들이 뫼서 야단들입디다. (명룡에게 옷 보재기를 내주며) 안 메누리애가 새루 지었다구 감옥에 갈 때 바꿔 입으라구 하드라. 그러니 이게 바루 네 수의(壽衣)다. 헌옷은 벗어 날 다구.
 
167
리명룡   그대루 두시고 가십쇼.
 
168
명룡의 부  농사일은 네 안해하구 나하구 메누리하구 셋이서 그저 해나갈 테니, 뒷걱정은 조금도 말고 죽어라. 내가 못 죽는 걸 네가 죽어주니 애비된 자로서 부끄럽고 미안하다. 오늘은 집에 아니 돌아오냐?
 
169
리명룡   네. 헌병들이 위험해서 오늘은 모두들 집에서 안 자고 내일 바로 탑동공원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170
명룡의 부  그럼, 헌옷은 어떡헐까?
 
171
리명룡   이따가 정동 예배당에 벗어놀 테니 내일 아침에 오셔서 찾어가십쇼.
 
172
명룡의 부  그럼 그럭허마 -. (일동에게) 내가 이 애 애빕니다. 안 올라올려구 했으나 집에서들 가까운 변호사한테 물어봤다나요. 그랬드니 아무래두 사형이 될 꺼라구 했다구 하면서 아주 올라가서 묵구 있다가 시체를 찾어가지고 오라고 해서…….
 
173
일 동   …….
 
174
리승훈   한꺼번에 다 들어가는 게 아니구, 제2차, 제3차로 일을 일으킬 사람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선천으로 연락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때까지 비용 들여 체류하실 것 없이 내려가십쇼.
 
175
명룡의 부  그럼 집행당하는 날은……?
 
176
리승훈   네. 사람이 내려가든지 전볼 치든지 할 겁니다.
 
177
명룡의 부  (아들에게) 그럼 난 그대로 내려가랴?
 
178
리명룡   네…….
 
179
명룡의 부  그런데 우리 선천이야 여러분 목사님께서 준비들하구 계시지만 딴 데도 다 연락들 있었습니까.
 
180
리승훈   네. 원산 방면엔 정춘수 씨, 경상남도엔 리갑성 씨, 전라도엔 김필순 씨, 충청도엔 김세화 씨가, 서선엔 오상근 씨가 각각 연락을 하고 오셨습니다.
 
181
명룡의 부  그럼 여러분들 부디 성사하시오.
 
182
일 동   안녕히 가십쇼.
 
 
183
명룡의 부(父), 나가다 눈물이 확 쏟아져 나올려는 걸 억지로 참고 나간다.
 
 
184
리승훈   자, 기도실로들 들어가십시다.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는 잡념이 드는 법이요. 나머지 세 사람이 올 때까지 들어가 기도를 합시다. 주님께서 겟세만 산상에서 삼일 기도를 올리시고 폰대오 빌라드의 손에 골고다에서 십자가를 등에 지시든 때같이……. (하고 일동을 최촉(催促)하야 기도실로 들어간다)
 
 
185
이윽고 기도실에서 나즉이 흘러 나오는 찬미가(讚美歌).
 
186
       날빛보다 더 밝은 천당
187
       믿는 거 서로 멀리 뵈네.
188
       있을 곳 예비하신 구주
189
       우리들을 기대리시네.
190
       며칠 후 며칠 후
191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192
       며칠 후 며칠 후
193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
 
194
찬미가가 시작될 때 갓난애를 업은 신혼의 안해와 김창준 들어온다.
 
 
195
김창준   벌써들 오셨나 보우. 세 시간이나 기둘르시게 해서……. 그럼 그만 돌아가보우…….
 
196
창준의 처  (고개를 숙인 채) 네…….
 
197
김창준   우리의 뜻대로 독립이 되는 날이면 일동이 감옥에서 만세를 부르고 살아 돌아오는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사형당하는 것, 앞으로 닥쳐올 운명은 두 길밖엔 없소.
 
198
창준의 처  두 길이 아니라 한 길이예요. 우린 반드시 독립할 것이예요. 전 그걸 믿어요. 전 그날을 예기하구 둘이서 손꼽아 기둘를 테야요.
 
199
김창준   그럼 당신두 정말로 독립이 될 것 같소?
 
200
창준의 처  거짓말이라도 그렇게 믿어야지 그렇지 않구야 어떻게 기나긴 세월을 살아나가겠어요? (하고 눈물이 어린다)
 
201
김창준   (그의 등에 손을 얹으며) 거짓말이라도 믿어야 할 게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믿읍시다 우리. 난 지금 이 방에 들어설 때까지도 독립이 될지 안 될지를 회의했었소. 그러나 그것은 내가 믿음이 약한 탓이었소. 구하라 또한 주실 것이오, 찾아보아라 또한 만날 것이요, 두드리라 또한 열어주실 것이라 하셨소. 뿐만 아니라 아비된 이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배암을 주며……알을 달라 하는데 전갈을 주랴 하셨소. 우리 불쌍한 조선민족이 자유와 해방을 주시라 하는데 하나님께서 죽음과 멸망을 주시겠소? 그리고 또 칼로 치는 자는 칼로 망하리라 하셨소. 일본은 저희놈들의 칼에 스스롤 망할 것이오. 아 -, 내가 웨 이런 좋은 말씀을 잊었었든가……?
 
202
창준의 처  …….
 
203
김창준   내가 죽더라도, 향국(香國)이 만은 잘 키워 우리가 독립이 못 되는 경우엔 그에게 대신 시키시요. 그러나 독립이 안되면 나는 온 - 갖 예수님의 말씀과 하누님의 존재를 믿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그땐 향국이에게 성경 대신 칼을 주시요. (하고 어린애 볼에다 입을 맞춘 후) 그럼 그만 돌아가 보시요.
 
204
창준의 처  네……. (하고 무어라 말을 할랴니 목이 메여 나오질 않고 참았던 울음만이 터진 수도같이 쏟아져 나온다.) 그럼, 안녕히 다녀오세요. (하고 마지막 일별(一瞥)을 던지고 나간다)
 
 
205
창준, 가슴을 부둥켜쥐고 기도실로 도망하는 듯 달려들어간다. 엇기어, 울며 매달리는 노모를 달래며 리갑성 들어 온다. 그는 한 손에 큰 꾸레미를 오 - 바로 싸서 들었다.
 
 
206
리갑성   글쎄 그만 울구 인제 돌아가세요. 남 부끄럽게 이게 뭐예요?
 
207
갑성의 노모  글쎄 얘야, 다른 사람들은 다 빳는데 너만 중뿔나게 도장을 찍구 사형을 당할 게 뭐란 말이냐?
 
208
리갑성   빳긴 누가 빠졌다구 그러세요? 저 찬송가 안 들리세요? 모두들 나만 기둘르구 계시는 거예요.
 
209
갑성의 노모  오상근(吳祥根) 목사님두, 김필순 목사님두, 오기순 감리사님두, 김지환(金智換) 전도사님두 다들 빠지셨다드라. 첨엔 잔체집 먼 일가처럼 나두 나두 하구 나서시드니 막상 도장 찍는 마당엔 모두들 꽁무닐 빼시구 빠지셨다지 않냐?
 
210
리갑성   누가 그래요?
 
211
갑성의 노모  누가 그러긴, 어젯밤에 네가 네입으로 안 그랬냐? 약은 사람은 다들 빳구 너같은 어리석은 사람들만 열여섯 명이 남았다구 화를 내면서 - 네 입으루 안 그랬냐?
 
212
리갑성   (답변이 쿡 맥힌다)
 
213
갑성의 노모  더군다나 함태영(咸台永) 목사님은 제일 몬저 나서서 하시자구 하셨다면서?
 
214
리갑성   함태영 씬 빠진 게 아니라 제2차로 찍기로 했어요. 33인이 잽혀가구 나서 운동이 중단돼서야 쓰겠어요?
 
215
갑성의 노모  그건 다 구실이야. 이번에 안 찍는 사람은 둘째 번에두 안 찍구 셋째 번에두 안 찍을 께다. 두구 봐라. 내 말이 거짓말인가?
 
216
리갑성   그 사람들이 찍긴 안 찍건 어머니가 무슨 아랑곳이에요?
 
217
갑성의 노모  내가 열달 배를 앓구 너를 났는데 웨 아랑곳을 못 한단 말이냐? 네가 번연히 독립두 안 될 일에다 애꾸진 목숨을 바치는 걸 내가 보구 어떻게 가만 있을 수 있겠냐?
 
218
리갑성   이번 일은 도장 찍는 사람만이 하는 일이 아니래두 그러시네. 우리 뒤엔 펄펄 뛰는 학생들이 있어요. 각 전문학교ㆍ중학교, 30여 학교 생도들이 있어요. 우린 도장 찍구 그냥 붙들려갈 방침이지만 그 학생들은 실지루 만세를 불르구 헌병놈 숭굼놈들하구 싸울 거예요.
 
219
갑성의 노모  (기울으며) 그럼 학생들이?
 
220
리갑성   네, 거짓말인가 내일 오후 두 시에 탑동공원에 나와 보세요. 서울의 학생이란 학생이 다 모일 테니. 우리가 식을 끝 마추는 대로 독립만셀 불르고 서울시내를 돌아다닐 꺼예요.
 
221
갑성의 노모  그럼 학생들은 학생들대루 딴 곳에서 도장을 찍구 있냐?
 
222
리갑성   학생들은 도장 찍는 대신 실지루 만셀 부르기루 돼 있대두 그러시네. 그것 때문에 전문학교 학생들은 승동 예배당에서, 중학교 학생들은 정동 예배당에서 각각 대표자들이 뫼서 지금 의론을 하구 있어요. 오래잖아 이 인쇄물 찾으러 모두들 이리로 올 꺼예요.
 
223
갑성의 노모  그게 뭔데?
 
224
리갑성   이게 독립선언서예요. 학생들은 직접 전 서울 시내에 다 뿌리고 시민들을 선동해서 헌병대, 경찰서를 뚜드려 부실 꺼예요. 그러니 그까짓 몇 명 빳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225
갑성의 노모  (비로소 고개를 끄덕인다)
 
226
리갑성   그러니 오늘은 돌아가 주무시고 내일 어머니도 탑동공원으로 나오세요. 벽장에 처넣둔 그 태극기 드시구……. 그래서 내가 끌려가구 없드래두 학생들 뒤만 따라댕기시면서 만세 만세 조선독립만세 하고 불르세요. 어머니가 만세 불르시면 단박에 독립이 될 꺼예요.
 
227
갑성의 노모  (별안간 일체의 회의가 사라진 듯 경소(輕笑)가 돌며) 그럼 내일 두 시에 공원으로 나가마. (하고 아들을 끼어안은 후 만족하야 나간다)
 
 
228
모(母)를 보내고 난 그의 가슴에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숨어들어 머리를 움켜쥐고 기도실로 들어가려할 때 세례수를 든 리승훈을 선두로 일행이 나온다.
 
 
229
리승훈   (일동에게) 다들 모였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서명하기로 하겠습니다.
 
 
230
함태영만 열외로 따로 서고 나머지 일동은 일렬로 그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231
리승훈   (세례수를 한손에 들고) 내가 성부ㆍ성자ㆍ성신의 삼위일체 성신을 대신하야 우리 열여섯 명이 기독교를 대표하고 또 천도교ㆍ불교의 열일곱 동지와 더불어 외람하게도 조선 민족을 대표하야 우리 조선이 독립국가이며 우리 조선 민족이 자주민임을 세계에 선포하는 독립선언문에 서명할 것을 주님의 성수(聖水)로 맹서케 하노라.
 
 
232
하고 무순(無順)으로 세례를 하니 세례를 받은 사람은 하나씩 일어서서, 함태영이 책상 우에 펴놓은 선언문에 서명하고 날인한다. 리필주·김창준·신홍식·신석구·박동완·최승모·리명룡·오하영·박희도·리갑성이 끝나자,
 
 
233
리승훈   원산에 계신 정춘수(鄭春洙) 목사님, 선천의 량전백(梁甸伯), 류여대(劉如大), 김병조(金秉祚) 목사님, 평양의 길선주(吉善宙) 목사님의 다섯 분은 본인이 도장을 맡었습니다. 리필주 목사님, 그분들을 대표해서 서명 해주십쇼. (하고 도장을 다섯 개 끄내준다)
 
 
234
리필주, 나아가 대신 서명하니 뒤이어 리승훈, 자기의 서명을 한다. 함태영은 한 편에 묵(默)히 서 있을 뿐. 이때, 최린 들어 온다.
 
 
235
리승훈   어서 오시오.
 
236
최 린   어떻게 서명은 끝마추셨습니까?
 
237
리승훈   지금 막 손을 뗀 참이오. 그런데 댁에선?
 
238
최 린   저흰 그저께 다 찍었습니다. 그런데 요전에두 말씀 여쭸지만 33인의 연명 순서 말입니다, 교회에 가서 의론해봤습니다만 역시 첫머리엔 손병희 선생님을 써주셔야만 되겠습니다.
 
239
리갑성   그건 천도교 생각만 하구 하시는 말씀이지요. 연명자 수효에 있어서두 댁에보다 우리가 한 사람 더 하구, 또 학생들과 합작을 하게 한 것두 우리 기독교 아닙니까?
 
240
최 린   그야 그렇지만 전국적 신도 수효로 봐선 우리가 압도적으루 다수 아닙니까? 뿐만 아니라 기독굔 아무래두 외국의 종교이고 우리 천도굔 조선에서 개종한 교이니 만치…….
 
241
리승훈   연명순서에 우리가 종교의 발상질 따질 필요야 있겠소? 난 요전에두 말했지만 첫머리니 끝이니 할 것 없이 다 같이 평등으로 하기로 하고 무순으로 했으면 좋을 것 같소.
 
242
최 린   저두 무순주의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가나다순을 주장했었습니다만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측의 서명하신분들은 거개가 육십을 넘으신 감감한 고로들이시라 33인의 대표자 될 첫머리를 역시 희망하십니다.
 
243
리승훈   정 그렇다면 첫머리엔 손병희 씨를 쓰두룩 하시구료,
 
244
최 린   감사합니다.
 
245
리필주   그건 안 될 말씀이오. 다 같이 목숨을 바치고 찍는 도장인데 누굴 앞에 찍고 누굴 나중에 찍구 한단 말이요?
 
246
리승훈   우리가 양보하십시다. 우리가 운동자금으로 오천 원을 얻어온 것만 해요 천도교의 신셀 진 게 아니요?
 
247
리필주   그야 그렇지만…….
 
248
리승훈   (최린에게) 그 대신 둘째 번과 셋째 번은 우리 기독굘 주시오. 우린 장로교하고 감리교하고 두 교회가 합쳐 있으니까.
 
249
최 린   그야 물론이지요. 그럼 손병희 씨 댁으로 올라들 가시지요. 조촐한 음식이나마 준비해놓고 모두들 기대리고 계시니 33 인의 초대면 인사겸, 최후의 만찬으로…….
 
250
리승훈   (일동에게) 그럼 올라들 가십시다. 그래서 천도교·불교측 서명한 분들 얼골이나 알아두십시다.
 
251
리갑성   학생들이 선언서를 찾으러 올 텐데요.
 
252
최 린   가는 길에 승동 예배당에다 주고 가십시다 그려.
 
 
253
이때 한위건·최순천 들어온다.
 
 
254
한위건   선언문 찾으러 왔습니다.
 
255
리갑성   이때껏 기둘르다 안 와서 예배당으로 가지고 나갈려고 하든 참이오.
 
256
최 린   그런데 강기덕 군은?
 
257
최순천   몰려댕기면 위험하니까 나눠서 나왔습니다. 김원벽 씨하구 곧 오겠지요.
 
258
리승훈   그래, 학생측들 준빈 다 됐소?
 
259
한위건   네, 중학교는 내일 아침 조회시간을, 여학굔 점심시간을 이용하야 전광석화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조회시간엔 으레 학생들이 집합한 후에야 교장과 선생들이 들어오니까 직원들이 강당으로 들오기 전에 문을 닫아버리고 그 학교 대표가 등단해서 우리들의 계획을 연설하고 이 선언설 배포한 후 그 길로 빠고다 공원으로 행진 해오기로 했습니다.
 
260
최순천   여학교들은 점심시간에 선생들이 교실 나가는 길로 낭하(廊下)에 파수를 세우고 대표자가 각 반으로 돌아 단기며 우리들의 계획을 전하고 선언문을 배포한 후 공원으로 인솔코 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승화여학교 사이풀 교장 선생님과 의론해서 내일 오전중에 3일날 거행할 리태왕 국상식의 예습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예습이 끝나는 대로 올라가서 선언에 관한 얘길하고 그들의 궐기를 구하야 공원으로 데리고 갈 작정입니다.
 
261
최 린   보전과 연전과 그리구 중앙학교는 교직원들이 내일 일을 다들 알구 있으니까 공공연하게 해도 괜찮을걸.
 
262
한위건   네. 허지만 학생들 중에두 스파이가 많으니까요.
 
263
리승훈   허지만 시민들의 동원은?
 
264
최순천   시민들은 주로 여학생들을 동원키로 했습니다. 그래서 안국동, 동대문, 종로, 광화문, 구리개, 마포의 요소요소에 선언문과 태극기를 들고 있다가 오후 두 시가 땅 치는 대로 일제히 통행인들에게 배포하고, 우리들이 공원에서 만세를 불르고 행길로 나오는 대로 즉시 시민들과 함께 가담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중학생들은 집집으로 단기며 뿌리고 전신주 벽에다 붙이기로 했습니다.
 
265
한위건   그리고 내일, 선생님들이 들어가시고 나면 이번에 연락 못한 학생들을 총동원시켜 제2차를 3월 5일 남대문 정거장 앞에서 일으킬 작정입니다.
 
266
일 동   5일날?
 
267
최순천   네. 그러니 3월 1일은 선생님들 날이고 3월 5일은 저희 학생들 날이 되겠습니다.
 
268
일 동   (격하야) 고맙소.
 
269
한위건   그래서 내일 빠고다 공원의 대표는 강기덕·김원벽, 그리고 세전 김문진(金文軫)군, 의전 김포기(金炮璣)군, 전수학교 김성득(金性得)군이 되고 이 사람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체포되게 될 테니까 3월 5일의 남대문 정거장은 저하구 이 최순천씨하구 그리구 보전 한창환(韓昌桓)군, 세전 리용설(李容卨)군, 전수학교 윤자영(尹磁瑛)군이 대표가 돼서 일으키기로 했습니다.
 
270
리승훈   수고들 했소. 우리가 이 운동을 계획한 지 시일로 만 석달, 지역적으로 중앙과 지방을 일괄한 전체에 걸쳤지만 오늘까지 탄로가 안 난 게 기적이요. 이건 반드시 하날이 우리 독립을 도우시고 있는 표시이요. 그러나 결코 방념하거나 경계를 늦춰선 안되오. 최후의 오 분간이 가장 중하오. 최후의 한 층을 남기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오늘밤을 무사히 넘기두룩 하기 바라오.
 
271
한위건   염려마십쇼.
 
 
272
이때 강기덕·김원벽 들어온다. 강은 붕대로 머리를 감았다.
 
 
273
최 린   (놀라며) 강군, 그 머린?
 
274
강기덕   형사놈들 피하랴 세부란쓰에 가짜로 입원하구 있느라구 그냥 처맨 겁니다. 그런데 선생님께 한 가지 여쭤볼 말씀이 있습니다. 리선생님두 계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75
리승훈   (서명자들에게) 그럼 앞서들 나가시오.
 
 
276
함태영과 서명자들 나간다.
 
 
277
최 린   무슨 얘긴가?
 
278
강기덕   대체 저희들은 누굴 위해서 이번 독립선언을 하려는 것입니까?
 
279
리승훈   여보,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소리요? 그야 물론 우리 조선 민족을 위해서지 누굴 위해서겠소?
 
280
강기덕   조선 민족에두 여러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조 오백년 부패한 정치로 나라를 망친 리왕과 그의 일가 족속들이 있고, 직접 매국노인 70명의 귀족이 있지 않습니까?
 
281
최 린   그야 물론이지.
 
282
강기덕   우리가 독립을 하드래도 다시금 그 리왕이 나와서 시아버지, 며느리 싸홈을 되풀이하고 어여뿐 궁녀들과 더불어 애욕치정을 일삼고 왕위쟁탈로 비린내 나는 살육전을 연출하며, 수렴 안에 공자왈 맹자왈을 외이게 된다면 우리의 독립은 그 의의를 다했다 할 수 있겠습니까?
 
283
김원벽   우리가 이번 일을 일으킬려고 했을 때 제일 몬저 반박한 자식은 귀족놈들이예요. 그런데 우리가 나라를 찾아 놓드래도 일하는 사람 따로 있고 먹는 사람 따로 있다고 그놈들이 썩 시침 떼구 다시 나타나서 의연 권력을 잡고 다시금 그 봉건적 정치를 반복한다면 우리의 해방 자유는 이제나 다름없이 될 것입니다.
 
284
한위건   귀족보담두 더 우리가 타도해야 하고 증오해야 할 것은 현 리왕을 비롯한 황실이야.
 
285
최 린   그러니 구체적으로 말하면?
 
286
강기덕   독립이 왕정의 복벽을 의미한다면 그들 특권계급을 제외한 농민과 서민은 현재 일본놈들에게 당하고 있는 착취와 압제와 구속을 그들 임금과 귀족들에게 바뀌어 당할 따름이니 조곰도 자주 독립이랄 게 없단 말입니다.
 
287
최순천   저희가 독립을 하고 있든 합방 이전에도 농민과 서민들은 역시 기아에 울고 양반놈들의 위협에 습복했고, 조선을 어떻게 끌고 나갈까의 문제엔 일체 언권이 없었으니까요.
 
288
리승훈   그러니 군들이 희구하는 국가의 주권은?
 
289
강기덕   세계 선진제국을 본받아 절대로 우리 인민의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290
한위건   그리고 정치계의 대표자는 우리가 우리 손으로 선거한 사람이고 우리의 내일을 대변할 인물이어야 할 것입니다.
 
291
리승훈   (격하야 그들의 손을 잡고) 고마우이. 역시 새시대의 물결은 군들 젊은이에게 제일 몬저 부듲히게 마련인가 보구료. 나도 군들과 같이 절대 민주주의자일세. 그리고 우리 기독교 서명자들두 다 자네들과 같은 뜻일세.
 
292
최 린   강군, 그러나 지금 그 문젤 전면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하는 건 곤란할 줄 아네. 나두 절대 공화정치주의지만 우리 천도교엔 노인들이 많으셔서 아직도 왕정의 복벽을 희구하고 있으시네. 합방 후 10년밖에 안 된 오늘날 그들 신사조에 뒤떨어진 노인들께 일종의 봉건적 잔재의 청소를 요구하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293
리승훈   그건 비단 노인들뿐이겠소? 현재 서울에 국상 참배온 수십 만 지방 사람들이 다 왕정을 그리는 증거요. 서울 시민의 태반이 아즉도 봉건적 관념을 가지고 있을거요.
 
294
김원벽   그렇다구 우린 지금 공화정치의 수립만을 위해 싸우시자는 건 아닙니다.
 
295
강기덕   선생님들만이라두 고루한 관념을 가지셨다면 앞으로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 청산해주십사는 것입니다.
 
296
리승훈   그건 자네들 노파심일세. 우리도 자네들과 같이 새시대의 정신만은 늘 호흡하고 있으니까, 우리 지금 그 말은 가슴 속에 고대로 간직해두기로 하세. 지금 우리가 왕정복벽이니 공화국의 수립이니 하면 민족 분열을 초래하야 강력한 투쟁을 못 하게 될 걸세. 그러니 투쟁목적은 한 곳에다 집중하세. 즉 그 목표를, 타도 일본의 한 곳에다 두잔 말일세. 그래서 독립이 되거든 그때 가서 우리가 바라는 정부를 세우도록 하세.
 
297
한위건   그때 가서 또 님금이 나선다면요?
 
298
리승훈   그땐 노서아나 불란서의 백성이 왕과 귀족을 구축하듯 조선에서 몰아내버리면 그만 아닌가?
 
299
강기덕   알겠습니다. 선생님들이 그런 생각만 가져주신다면 저희들은 일체를 선생님들께 맡기고 명령에 복종하며 목숨을 내던질 수 있습니다.
 
300
리승훈   (린에게) 그럼 나가보십시다.
 
 
301
일동이 막 나가려 할 때, 문이 획 열리며 손소복 달려들어온다
 
 
302
손소복   빨리들 피하세요. 아버지가 지금 이리로 오세요.
 
303
학생들   (소스라치듯) 느 아버지가?
 
304
손소복   네, 강선생님 뒤를 밟아서 오셨든 거에요.
 
305
리승훈   쟤 아버지가 누군데?
 
306
최순천   손규철 형삽니다.
 
307
리승훈   그럼 바루?
 
 
308
일동, 문을 차고 나가려 할 때 손규철 쑥 들어서며 문앞에 턱 막아선다. 일동,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뒤따라 난처한 표정의 사이풀.
 
 
309
손규철   (잔인하게 웃으며) 헤헤헤. 어디로돌 도망갔나 했드니 여기서 내가 오길 기둘르구들 있었군. (사이풀에게) 이럴려구 나를 술을 멕였소? 헤헤헤.
 
310
사이풀   그런 건 아닙니다.
 
311
손규철   천도교, 기독교, 학생 각 대표들이 일당에 모여서 무슨 계획이요? (하고 최순천의 손에서 선언서 꾸러미를 잡아챈다) 이건 뭐요. (손규철이 꾸러미를 끌르려 할 때 한위건, 최후의 각오를 하고 그에게 덤벼들어 탈환할려고 하니 손규철 날쌔게 피스톨을 꺼내 겨누며 귀성(鬼聲) 같은 소래로 웃는다) 헤헤헤. 미안하지만 헌병대까지 가야겠네.
 
312
손소복   (학생들 앞에 가 막아서며) 아버지, 이분들을 잡아서 어떡 허실려는 거에요?
 
313
손규철   (돌연 분노에 찬 소래로 규환을 친다) 이년, 비키지 못 하겠냐?
 
314
손소복   아버지, 그 총 놓으세요. 이분들은 조선독립을 위해 싸우구 계시는 분들이예요. 아버지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그리고 온 조선 사람들을 위해서 싸우구 계시는 분들이예요. 무슨 죄가 있다구 이분들을 죽일려구 총뿌리를 겨누시는 거예요?
 
315
손규철   빨리 비켜, 이년아. 넌 이 애비 편이냐? 저 학생놈들 편이냐?
 
316
손소복   아버지 편도 아니고 이분들 편도 아니에요. 일천육백만 조선 사람의 편이에요.
 
317
손규철   이년아. 너를 낳고 너를 길러준 이 애비보담 아무 상관없는 저자들이 네겐 더 중요하단 말이냐? 저놈을 잡으면 부장과 승급이 문제가 아니라 부귀영화가 다 내거라고 주임께서 말씀하셨다. 어서 가서 헌병대에 가서 응원을 청해가지구 오너라.
 
318
손소복   난 이 이상 그런 개짓은 할 수 없어요.
 
319
손규철   뭐, 할 수 없어?
 
320
손소복   네. 이분들을 잡으면 부장을 시켜주구 승급을 시켜준다는 건 또 그놈들이 아버질 이용할려는 거에요. 아버지, 인젠 그만 속구 이 총 이리 내세요. (하고 달려들어 부(父)의 손에서 총을 뺏을려고 한다.)
 
 
321
이 통에 한위건, 날쌔게 덤벼들어 양인이 붙들고 뒹굴고 격투하다가, 손규철이 방아쇠를 잡아댕기는 찰나, 탄환은 소복의 발목에 가 들어맞는다. 소복, 그 자리에 쓰러진다. 손규철이도 이때만은 당황하야 딸을 일으키려 할 때, 학생들 그의 손에서 총을 뺏고 그를 묶어버린다. 학생들, 소복을 둘러업고 도어를 차고 나간다.
 
 
322
손규철   (묶인채) 소복아, 소복아, (사이풀에게) 나를 빨리 끌러주시오.
 
323
사이풀   미안합니다. 내일 아침까지만 고생해주십쇼. (하고 다시 들어간다)
 
 
324
손규철이 발버둥치는 얼골에 용암(溶暗).
 
325
― 막 ―
【원문】제 4 막 (1919년 2월 28일 야(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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