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기미년 3월 1일 ◈
◇ 제 5 막 (1919년 3월 1일) ◇
카탈로그   목차 (총 : 5권)     이전 5권 ▶마지막
1946
함세덕
1
기미년 3월 1일(전 5막)
 
2
제 5 막
 
 
3
손병희 (孫秉熙 ; 천도교 교주, 60세)
4
권동진 (權東鎭 ; 천도교 道師[도사], 60세)
5
오세창 (吳世昌 ; 천도교 道師[도사], 57세)
6
최 린 (崔麟 ; 普成高普[보성고보] 교장, 43세)
7
기타 천도교 서명자 11명
8
김완규 (金完圭 ; 44세)   권병덕 (權秉悳 ; 53세)
9
라용환 (羅龍煥 ; 57세)   라인협 (羅仁協 ; 49세)
10
량한묵 (梁漢默 ; 未詳[미상])   리종훈 (李鍾勳 ; 65세)
11
리종일 (李鍾一 ; 63세)   림례환 (林禮煥 ; 53세)
12
박준승 (朴準承 ; 55세)   홍병기 (洪秉箕 ; 52세)
13
홍기조 (洪基兆 ; 56세)
14
리승훈 (李昇薰 ; 五山學校[오산학교] 校主[교주], 56세)
15
리필주 (李弼柱 ; 정동 예배당 목사, 52세)
16
량전백 (梁甸伯 ; 선천 장로교 목사, 51세)
17
리갑성 (李甲成 ; 세부란쓰 병원 사무원, 34세)
18
박희도 (朴熙道 ; 기독교청년간사, 31세)
19
기타 기독교 서명자 7명
20
김창준 (金昌俊 ; 31세)   리명룡 (李明龍 ; 48세)
21
박동완 (朴東完 ; 35세)   신홍식 (申洪植 ; 47세)
22
신석구 (申錫九 ; 45세)   오화영 (吳華永 ; 41세)
23
최성모 (崔聖模 ; 47세)
24
한용운 (韓龍雲 ; 僧[승], 42세)
25
백용성 (白龍雲 ; 僧[승], 57세)
26
강기덕 (康基德 ; 普性法律專門[보성법률전문] 학생, 31세)
27
한위건 (韓偉鍵 ; 醫學專門[의학전문] 학생)
28
김원벽 (金元璧 ; 延禧專門[연희전문] 학생, 27세)
29
최순천 (崔順天 ; 聖花女學校[성화여학교] 교사)
30
정향현 (鄭香峴 ; 성화여학교 3년생)
31
손소복 (孫召福 ; 성화여학교 3년생)
32
마에다 (前田[전전]) 헌병대좌(警務總監部[경무총감부] 高等警察課長[고등경찰과장])
33
다와라가와 (俵河[표하]) 헌병소위(경무총감부 고등주임)
34
손규철 (孫圭鐵 ; 경무총감부 형사)
35
명월관 주인
36
기타 ― 기생, 뽀 - 이, 인력거꾼, 헌병, 순사, 형사, 남녀학생 다수.
 
 
37
1919년 3월 1일
38
명월관(明月館) 지점(舊[구] 太華館[태화관])
 
 
39
요리점 명월관 지점내의 후원에 면한 별실, 아담하고 청아한 방이다. 실내엔 연상(宴床)을 가운데 하고 손병희 이하 32인 중 4인이 흠(欠)한 29인이 정좌해 있다. 그러나 정면 미닫이는 닫히여 실내는 보이지 않는다. 뽀 - 이들이 요리를 날르고 있으며 기생들이 왔다갔다 한다. 명월관 주인, 창황히 달려와 문을 여니 최린, 실내에서 마루로 나온다.
 
 
40
명월관 주인  최선생님, 오늘 무슨 일이 있습니까?
 
41
최 린   일이 무슨 일이 있겠소? 그저 오래간만에 한번 회식하자는 게지.
 
42
명월관 주인  단순히 연회뿐이시지요?
 
43
최 린   암.
 
44
명월관 주인  그런데 오늘은 뵙지 못하던 분들두 많이 계신 듯한데……?
 
45
최 린   사실은 오늘 종교계 친목횔 하자고 묀 거요. 천도교·기독교·불교 다 같은 종교인데 이때까지 너무도 서로 몰교섭이라 서로 얼골들이라도 알고 지내자고 우리 천도교에서 한턱 내시는 거요.
 
46
명월관 주인  어저께 교주님께서도 그러시드군요. 친구 몇 사람하고 점심을 먹으러 갈 테니 방 하나 준비하라구요. 그리고 이번 손님들은 귀중한 손님들이시니까 특별대접으로 한번 요리 수완을 보여달라구 하시기에 우정 쿡쿠를 딴 데 가서 불러까지 왔습니다.
 
47
최 린   요린 그만하면 과연 진수성찬입니다.
 
48
명월관 주인  원, 농담의 말씀을……. 부끄럽습니다.
 
49
최 린   그런데 어디 우리한테 미심한 점이 있소?
 
50
명월관 주인  아닙니다. 오늘은 교주님 이하 모두들 목욕을 하셨는지 말끔하시고 또 머리들을 일제히 깎으셔서 말입니다.
 
51
최 린   초면의 손님들이라 실례 안 될려고 모두들 신경을 쓴 탓이겠지요. 나두 그통에 오래간만에 목욕하고 이발 한 번 했소.
 
52
명월관 주인  옷들도 모두 새옷을 입으셨고……. 지금 안에선 권번 애들 하구 뽀 - 이들이 웅성거리고 야단들이랍니다. 밤낮 동정 끝에 때가 조르르 끼어 있는 권도사님도 오늘은 새 동정이시고 량도사님도 보선, 토수, 속샤쓰까지 전부 빨아 입으신 걸 보면 무슨 일이 반드시 있을 꺼라구 지레 겁들을 먹구 야단입니다. 그래서 제가 좀 여쭤볼려구…….
 
53
최 린   절대 별 일 없으니 조곰두 걱정들 말라구 하슈. (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54
이때 기생 한 사람 낭하(廊下)로 달려온다.
 
 
55
기 생   아버지, 큰일 났습니다.
 
56
명월관 주인  아 - 니 웨.
 
57
기 생   빠고다 공원에 학생들이 수만 명이 웅성거리고 있어요.
 
58
명월관 주인  학생들이?
 
59
기 생   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전문학교·중학교·관립학교·사립학교, 아무튼 경성에 있는 학교의 생도란 생돈 전부 모였나 봐요. 인력걸 타고 오는데 지나올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종로서부터 걸어온 걸요.
 
60
명월관 주인  무슨 일일까?
 
61
기 생   아마 필경 무슨 난리를 일으킬려나 봐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산(因山) 구경 올라온 시골사람들이 종로 양편에 꽉 늘어서서 순사들이 나와서 지금 물을 뿌리고 총을 대고 가라고 악들을 쓰는데도 까닥두 안 하구들 있군요.
 
62
명월관 주인  그래, 무슨 기색은 없든?
 
63
기 생   가만히 보니까 남학생들 모자 속에다 양복 주머니에다 태극길 감췄구 여학생들은 저고리 소매에다 모두들 접어서 수건처럼 넣드군요 글쎄.
 
64
명월관 주인  그럼 만세들을 부를려는 게 아닌가?
 
65
기 생   모두들 무얼 기대리는지 시계들만 자꾸 끄내보구 섰어요.
 
66
명월관 주인  시계를?
 
67
기 생   네.
 
68
명월관 주인  이 방 손님들도 음식은 하나토 안 자시고 아까부터 자구 시계만 쳐다보구들 계시다구 게월이석건 모두들 모두들 이상하다구 그랬는데…….
 
69
기 생   그래, 누구 누구 들어갔어요?
 
70
명월관 주인  긴히 얘기할 일이 있으니까 너희들 화대는 내되 시중할 필요는 없다구 해서 아무두 안 들어갔다. 그래 모두들 틀어져 가지구 사무실에서 화투를 치구 있다.
 
 
71
이때 멀 - 리서 고막을 깨트는 요란한 싸이렌 소래. 군용 오 - 트바이의 질주하는 소리.
 
 
72
명월관 주인  무슨 소릴까?
 
73
기 생   헌병대 오 - 트바이 소리지 뭐에요? 아마 빠고다 공원을 둘러싸나 보군요. 어서 빨리 빨리들 먹구 가라시지요. 그리구 우리두 문 닫읍시다.
 
74
명월관 주인  응. (방문을 살며시 열고) 다 - 들 오셨는지요?
 
75
최 린   (다시 나오며) 한 분 덜 오셨어. 선천서 올라오시는 목사님이라 서툴르실 테니까 나가계시다 들어오시는 대로 안내해 주시오. 그리고 여긴 걱정들 말구 들어가 딴 손님들이나 접대하시오. (하고 다시 들어간다)
 
 
76
싸이렌 소래는 점점 요란해지며 뒤에서 뒤에서 연속해 들려온다. 어린 기생, 종종 걸음으로 달려온다.
 
 
77
어린 기생  아버지, 나 갈테야.
 
78
명월관 주인  손님 안 받구 가면 어떡허냐?
 
79
어린 기생  그래두. 인력거꾼이 그러는데 지금 무장한 경관대가 수십 명 오 - 트바일 타구 달려와서 빠고다 공원을 삥 둘러쌌대. 그리구 거기다 형사대, 기마순사, 헌병들이 그뒤를 두 겹, 세 겹으루 똬리를 틀 듯 둘러쌌구. 나갈려면 지금 나가야지, 조곰 있으면 보신각(普信閣)부터 동대문 사인 기마순사 때문에 못 댕길 꺼라구 그래.
 
80
기 생   (방문에다 귀를 대보고) 기도들을 하구 있나? 쥐죽은 듯 소리가 없으니…….
 
 
81
이때 현관에서, “고안나이” 하는 뽀 - 이의 튀는 듯한 소래.
 
 
82
어린 기생  (“네 -”하고 달려간다)
 
83
명월관 주인, 기생 갑, 뒤따라 나간다. 싸이렌 소래 점점 고조한다. 어린 기생, 량전백을 안내하고 다시 들어온다.
 
 
84
어린 기생  이 방입니다.
 
85
량전백   고맙소.
 
86
어린 기생  종로에, 사람들 못 댕기게 하지 않어요?
 
87
량전백   그럽디다. 그래서 난 뒷길루 돌아서 왔소.
 
 
88
어린 기생, 불안하야 급히 나간다. 량전백, 방문을 연다. 동시에 정면 미닫이는 좌우로 전부 열리고 병풍을 걷히여 주안상을 가운데 놓고 좌우로 늘어앉은 28인.
 
 
89
리승훈   (일어나 그를 맞으며) 지금 차에 내리셨소?
 
90
량전백   늦어서 미안하오.
 
91
손병희   어서 앉으십쇼.
 
92
량전백   감사합니다. (하고 리승훈 옆에 앉는다)
 
93
리필주   그래, 준빈 다 - 해놓시구?
 
94
량전백   예. 우리 선천은 김병조(金秉祚) 목사님께서, 그리구 평양은 길선주(吉善宙) 목사님, 류여대(劉如大) 목사님께서 각기 전부 준빌 해놓시고 오후 두 시만 기대리고 있으십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지 못하시는 걸 여간 유감으루 생각지 않는다고들 하시며 여러분께 안부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95
리승훈   길선주(吉善宙) 목사님께선 앞을 못 보시니 우리 서명한 33인의 얼골도 보시지 못하고 얼마나 답답하시겠소?
 
96
량전백   여러분의 얼골을 본 쩍도 없고 또 보지도 못하지만, 당신의 가슴속엔 여러분들 얼골이 당신이 선언문에 찍으신 도장같이 꽉 찍혀 있다구 하시며, 평양 정거장까지 나오셔서 서울의 성공을 빌어주셨소.
 
97
최 린   그래 집 찾기 곤란은 안 당하셨어요?
 
98
량전백   어데서 어떻게 알았는지 성화여학교 댕기는 선천여자들이 경성역에 인력거를 불러가지고 나왔습디다. 손목을 붙잡고 그냥들 우는데 나도 눈물이 나서 혼났소. 보신각 앞에 이르자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각 학교 남녀 학생들이 일제히 나를 보고 절을 하는데, 내가 그들에게 절을 받을 무엇이 있나 생각하니 부끄럽습니다. 아마 자기들끼리 내가 도장 찍은 사람인 걸 이야기했나 부지요?
 
99
권동진   우리도 가회정서 예까지 오면서 줄곧 아지도 못하는 학생들 한테 절을 받았습니다. 첨엔 딴 사람한테 하는 건가 하고 여러 번 주위를 돌아다봤으나 아무래두 우리한테 하는 것 같기에 답례를 했었지요.
 
100
오세창   빠고다 공원으로 가는 중앙학교·휘문학교·제일고보 학생들이였소. 눈마다 희망과 감격이 찼습디다. 모두가 우리들을 하눌같이 믿는 눈이였고 부디 성공해달라고 부탁하는 눈이였소.
 
101
리승훈   그들의 눈마저 없다면 우리 조선은 얼마나 어둡고 캄캄하겠소? 그들의 눈은 단 하나인 조선의 등불입니다. 그들 젊은이들과 소년 소녀들의 눈에 별이 있는 한, 그들의 눈에 태양이 있는 한 우리가 오늘 단두대의 이슬로 스러지드래도 우리 뒤에는 늘 광명과 희망이 있을 껍니다.
 
102
손병희   난 오늘 집에서 나올 때 에펜네, 자식들 다 불러놓고 마지막 작별을 하고 나왔소. 허지만 정작 대문을 나서다 식구들의 울음 소래를 들으니까 마음이 동요해집디다. 물론 내 자신 수양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그러나 도중에 미지의 남녀 학생들에게 절을 받고 그 신뢰와 감사와 격려를 포함한 수 천 수만의 시선을 전기처럼 받고 나니, 모 - 든 동요가 깨끗이 사라집디다. 오냐, 즉 너희들을 위해서 죽으마, 너희들의 행복을 위해서 죽으마, 너희들 눈에 굴욕과 공포를 없이 해주기 위해 죽으마 하고 속으로 여러 번 외치니,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어집디다. 난 지금 무한히 기뿝니다. 난 지금 이 평정 된 마음으로 고대로 단두대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소.
 
103
리갑성   이번에 학생들이 참 애 많이 썼지요.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여 선언식을 거행할 수 있는 것도 학생들 힘이 많습니다.
 
 
104
이때 옆방에서 열한 시를 치는 시계 소리. 실내는 다시금 고요해지며 죽음같은 정적이 흐를 뿐.
 
 
105
최 린   기독교에선 아직도 한 분 안 오셨는데 아주 안 오시는건지, 또는 조곰 늦더라도 오시는 건지……?
 
106
량전백   (좌중을 돌아보며) 누가 빠지셨는데?
 
107
리필주   남감리교의 정춘수(鄭春洙) 목사께서 아즉 안 오시는군요.
 
108
량전백   댁이 먼가요?
 
109
리갑성   그렇지도 않습니다.
 
110
리승훈   아마 안 올 꺼야. 숫제 기대리지 않는 게 날걸?
 
111
오세창   이 자리에 한 분이라두 빠져서야 쓰겠소? 지방에 계신 세 분이야 헐 수 없이 못 오시겠지만 서울 있는 사람이야…….
 
112
리승훈   첨엔 날뛰다가 도중에 빠진 이가 하두 많으니까 그이두 믿을 순 없어요.
 
113
손병희   그래두 그인 도장을 찍었으니까.
 
114
리갑성   이 마당에 와서 한 사람이 빳는다는 건 우리 기독교 수치뿐 아니라, 33인 대표의 수치요, 나아가 민족 전체의 수치가 될 텐데…….
 
115
최 린   예정대루 천도교 열다섯, 기독교 열다섯, 불교 둘로 32인으로 했으면 깨끗이 전부 모이게 되는 걸, 고연히 기독교에서 한 명 더 내시드니.
 
116
리승훈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었나요? 그이가 본시 겁이 많고 표리가 좀 있는 사람입니다. 수시로 변절을 잘 하고.
 
117
한용운   좀더 기대려봅시다. 카레 - 의 구주(救主) 우스타슈도 삼삐얼처럼 맨 나종에 나타날지 누가 압니까?
 
118
리승훈   카레 - 의 구주라니?
 
119
한용운   불란서 항구를 파괴에서 구한 사람 말입니다. 희생이 될 속죄자 가운데 한 사람이 최후의 시각까지 나타나질 않아서 시민들은 그를 배반자·반역자라고 증오하고 매도 했는데 나종에 그의 자살한 시체가 들것에 눕혀가지고 들왔든 것입니다.
 
120
손병희   역시 소설간 우리하군 달르군.
 
121
오세창   듣구 보니 우리가 경솔했소.
 
 
122
이때 기생 갑, 봉서 한 장을 최린한테 전하고 나간다. 최린은 겉봉을 보드니 “정춘수 씨한테섭니다” 하고 리승훈한테 전한다.
 
 
123
리승훈   (편지를 뜯어 읽어 내려가드니 얼골에 안개가 서린다)
 
124
리갑성   (초조한 듯) 뭐라고 했습니까?
 
125
리승훈   (편지를 리갑성에게 주며 한용운에게) 소설은 현실이 아니구료? 집안 사정이 있어 못 온다구 했소. 내 그럴 줄 알았소.
 
126
손병희   그런데 정목산 기왕 못 오셨거니와 총독부에 통고서 가지고 간 사람은 어떻게 된 거요?
 
127
량전백   누가 가지고 가셨는데요?
 
128
리갑성   강기덕이란 보성전문 학생이 가지고 갔습니다.
 
129
리승훈   각국 영사관엔 누굴 보내셨소?
 
130
리갑성   미국 영사관엔 성화여학교 최순천 선생, 소련 영사관엔 연전 김원벽 군이 각각 가지고 갔습니다.
 
131
손병희   (최린에게) 일본 사람 명사들도 초대했다드니 하나토 안 오니 웬일이요?
 
132
최 린   글쎄요. 아마 겁이 나서 못 오는 게 아닐까요?
 
133
리승훈   고 깝쭉깝쭉하는 청류남명(靑柳南冥)이 하고, 국지겸양(菊池謙讓)이 쯤은 옴직두 할 텐데……. 그래야 또 조선독립 소요사나 조선 지식인에게 고함이라고 《매일신보》에다 대서특서할 께 아닌가?
 
 
134
이때 강기덕·김문진·김원벽 달려온다.
 
 
135
리갑성   (복도를 나오며) 전하셨소?
 
136
강기덕   네, 경무국으로 들어가서 국장 앞에다 즉접 디밀구 나왔습니다.
 
137
최 린   (앉인 채) 그래 뭐라든가?
 
138
강기덕   미처 펴보기 전에 그냥 도망왔지요.
 
139
김원벽   헌병눔들이 선생님들 여기서 뫼시는 줄은 몰르구 조곰 아까한 10여 명 되는 일대가 청년회관으루 뛰어들어갔다구 합니다. 그래서 온통 책상을 뒤엎구, 애맨 도깨비루 회관 사람들만 붙들고 족친 모양이에요.
 
140
최 린   경무국장이 그 통고문 펴보면 우리가 여기 있는 줄 알테니까, 오래잖아 달려들 오겠지.
 
141
강기덕   그런데 아무래두 공원으로 나가셔야겠습니다. 학생들을 만 여 명을 공원에다 뫼놨는데, 이렇게 별안간 시간과 장소를 변경하시면 우리 책임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142
리갑성   그리게 어젯밤에 내가 기덕씨한테 얘기하지 않았소? 부득이 별안간 변경이 됐으니 학생들한테도 그렇게 통지를 해달라구…….
 
143
김원벽   갑성씨께선 그렇게 간단히 말씀하시지만, 그렇게 쉽게 통지가 됩니까? 학교가 하나 둘도 아니고, 전경성 남녀 30여 굔데…….
 
144
김문진   그야 시간만 있다면 전선 연락은 못 하겠어요? 허지만 변경한 얘길 저희가 듣긴 어젯밤 아홉 시경 아닙니까? 그땐 중학교 대표들을 정동(貞洞) 예배당에다 뫄 놓구 독립선언서를 전부 노나준 후였습니다.
 
145
김원벽   우리두 승동(勝洞) 예배당에다 전문학교 대표들을 뫄 놓구 독립선언서를 각각 노나주구 내일 오후까지 빠고다 공원으로 모이라고 하고 헤어진 후에야 그 얘길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연락할래야 할 수가 없었습니다.
 
146
리갑성   사실은 어젯밤 손병희 씨 댁에서 서명한 스물여덟 명이 첨한 좌석에 뫼서 대면인사를 겸해 최후의 별주를 나눴었소. 그때 동석했든 연희전문 수물학 교수 빽커씨가 장소를 딴 곳으로 변경하는 게 좋겠다구 해서 모두들 의론한 결과 명월관으로 변경하기로 의견이 일치됐었소. 그래서 그렇게 밤 늦게야 통질 하게 됐든 거요.
 
147
강기덕   허지만 그건 여러분들의 일방적 편의만 생각코, 혼자들 작정하신 게 아닙니까? 저희들더런 오후 두 시까지 빠고다 공원으로 뫄놓라구 해놓시고 여러분들은 열한시부터 이렇게 요리점에 가 들앉어 계시니 이게 어디 합작이라구 할 수 있겠어요?
 
148
리갑성   요리점에 들앉어 있다니, 우리가 어디 여기 요리 먹으로 온거요? 무슨 말을 그렇게 외지게 하쇼?
 
149
강기덕   첨 대관원 중국요리집에다 박희도 씨가 우릴 불러다 놓고 뭐라구 하셨는데요? 합치면 강하구 흩어지면 약하니, 천도교·기독교하구 합쳐서 행동을 끝까지 같이 하면 꼭 성공할 수 있다구 했습니다. 그리구 또 갑성씬 댁에다 전문학교 대표들을 뫄놓구 뭐라구 하셨습니까? 동경유학생이 실패한 건 조선내 학생들하구 합작지 않구 단독으루 했기 때문이라구 하지 않었습니까?
 
150
리갑성   지금 와서 그 얘길 되풀이하면 뭘 하겠소? 우리가 어디 단독으로 하는 거요? 첨부터 우린 선언식만 할 테니 시위운동은 학생들이 하라고 한 거 아니요?
 
151
강기덕   시윈 우리가 하기로 준비 다 됐으니 선언식은 예정대로 빠고다에 나오셔서 같이 허시잔 말씀입니다.
 
152
김원벽   우린 서명에 참가도 않고 어디까지든지 여러 선생님들의 수족으로서 만족하고 또 이 선언운동의 한 병졸로서 자인합니다. 그러므로 일체를 여러분들께 일임하고 지시와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여왔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너흰 너희끼리 하라는 식으로 내던지시면 여러 선생님을 믿구 일을 했든 저희들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153
리갑성   허지만 33인이 의론해서 결정한 거니 그대로 시행하십시다.
 
154
김문진   우린 그렇겐 못 하겠습니다.
 
155
강기덕   우리가 설혹 그대로 시행하자고 하드래두 지금 모여 있는 학생들이 듣질 않을 껍니다.
 
156
김원벽   사실은 그것 때문에 오늘 아침 총독부하구 영사관에 가기 전에 최선생님 댁으로 뛰어갔었습니다. 가니까 선생님들은 벌써 나가시구 안 계셔서…….
 
157
최 린   조곰만 더 일찍 장소 변경을 통지했어도 이렇게 당황친 않게 되는걸.
 
158
강기덕   그런데 장소를 여기로 작정하신 이윤 대체 뭡니까?
 
159
최 린   식을 조용히 거행하자는 거지. 공원엔 그렇게 학생들이 운집해 있으니 다감한 청년들이 무슨 소란을 일으킬지 아나? 뿐만 아니라 종로엔 국상에 참례 온 지방 사람들로 혼잡해 있기 때문에 질서정연하게 거행하기가 곤란할 것 같아서 연전 빽커 교수 말대루 조용한 장소를 택하기로 된 걸세.
 
 
160
이때 정향현·손소복·최순천 달려온다.
 
 
161
정향현   오빠, 빨리 나오세요. 뭘 하구 계시는 거에요.
 
162
손소복   학생들이 모두들 우리끼리 하자고 야단들입니다. 빨리들 나오세요.
 
163
정향현   중앙학교 대표 장기욱(張基郁)이란 학생이 지금 육각당으로 뚸올라가서 선언서를 읽으려는 걸 세전 리용설(李容卨)씨하구 김사국(金思國)씨가 겨우 붙들고 말려 놨어요.
 
164
최순천   이러다간 정말로 난장판이 되겠습니다. 천신만고해서 전교 학생들을 동원시켜놓고 우리 손으로 그들을 오합지졸을 만든다면 이게 무슨 지도자의 수칩니까? (최린에게) 선생님, 밖으로 나가시지요.
 
165
최 린   강군, 강군이 가서 학생들에게 잘 이얘기하게. 그리구 강군이 선언서을 읽구. 강군 말이면 학생들이 무조건하고 따를테니까.
 
166
강기덕   (단념하고) 우리끼리 허는 수밖에 없겠네.
 
167
김원벽   이럴려면 첨부터 우리끼리 했지. 합작할 이유가 뭐야. 다른 학생이 다 들어도 한위건 군이 안 들을 걸세.
 
168
최순천   여기서 이러구 있을 께 아니라 강선생님, 김선생님들 만이래도 빨리 나가보시지요.
 
 
169
강기덕, 밖으로 나간다. 뒤따라 김원벽·김문진·최순천·정향현·손소복 나간다.
 
 
170
리승훈   (최린에게) 역시 학생들 말대루 공원으루 나갑시다. 우리가 나가서 선언하는 것하구 강기덕 군이나 김원벽 군이 하는 것하군 학생들두 쇼크가 달를 꺼요.
 
171
손병희   학생들과의 언약을 우리가 어긴 것 같어 맘이 좋지 않소. 그들이 우리를 그렇게 신뢰하고 기대하는데, 거기에 어그러지게 해서 쓰겠소? 공원이 혼잡하드라도 우리 나가서 하십시다.
 
172
최 린   혼란만 했으면 괜찮지만 학생들 중에 누가 경찰서 폭력단이며, 누가 진정히 선언을 하러 나온 사람인 줄 알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총독부에다간 여기서 선언식을 거행한다고 통고해놓구 일본인 고관(高官)들도 이리로 초청해놓구 이제 와서 공원으로 나가면 그놈들한테 대한 체면과 권위가 뭐겠습니까?
 
173
손병희   그렇기도 하지만 학생들과의 신약을 어긴 게…….
 
 
174
이때 멀 - 리서 오 - 드바이가 질주해오드니 문전에서 딱 정지하는 소래.
 
 
175
최 린   경무총감부 헌병대 오 - 드바이 소립니다.
 
176
리갑성   모두들 오나 보군요.
 
 
177
뒤이어 고막을 깨트는 요란한 싸이렌 소래와 질주해오든 오 - 드바이가 2대, 3대, 4대 연달아 문전에 도착한 소래. 기생, 뽀 - 이들이 낭하를 왔다갔다하는 소래. 패검 소래와 군화 소래가 이쪽을 향해 가까이 오드니 경무총감부 고등경찰과장 마에다 대좌, 부관헌병 1명을 대동하고 들어온다. 동시에 고등주임 다와라 소위에게 인솔된 헌병 일대, 손규철 형사에게 인솔된 형사대, 무장한 순사대 일제히 들어와 건물을 포위한다.
 
 
178
마에다 대좌  (문앞에 선 채) 개이무소 - 깜부노 마에다데스. 〔경무총감부의 마에답니다〕
 
179
일 동   (무언(無言))
 
180
마에다 대좌  보내신 독립선언문과 통고문은 보았습니다. 지금 마침 ‘하세가와 소오도꾸가구가’〔長谷川[장곡천] 총독각하께서〕 도- 교 - 〔東京[동경]에 출장중이시므로 ‘세이무소오깡 가구가’〔정무총감각하께서 읽으시고〕 경무총감부로 전화를 하셔서 가보라구 해서 제가 왔습니다.
 
181
일 동   (무언)
 
182
최 린   그럼 거행하십시다. (하고 한용운을 본다)
 
183
한용운   (일어서서 선언문을 낭독) 우리들은 여기에 우리 조선의 자주독립국임과 조선사람의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만방(萬邦)에 고하야 인류에 평등의 대의를 극명(克明)하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쳐(悟) 민족의 정권을 형유(亨有)케 하고자 한다. 반만년 역사의 권위를 가지고 이를 선언하는 것이고, 이천만 민중의 성충을 합하야 이를 포명(佈明)하는 것이고, 세계 개조(改造)의 대 기운(機運)에 순응 병진(倂進)하기 위하야, 이를 제기(提起)하는 것이니 이는 곧 하날의 명명(明命)이고 시대의 대세라 천하의 누구든지 이를 저지(阻止) 억제치 못할 것이다. 구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의 희생으로 유사 이래 천 년에 처음으로 이민족 겸제(箝制)의 통고를 맛본 지 이에 십 년, 우리 생존권의 학상됨이 무릇 얼마이며 심령상(心靈上) 발전의 장해됨이 무릇 얼마이며, 민족적 존영(尊榮)의 손상됨이 무릇 얼마이랴. 과거의 억배(抑背)를 선창(宣暢)하려면, 현재의 고통을 파탈하려면, 장래의 협위를 억제하려면, 최대 급무가 민족적 독립을 확실케 하는 것이니 이에 이천만이 방촌(方寸)의 칼을 품고 정의의 군병과 인도의 간과(干戈)로서 호원(護援)하야 분투진취하면 무엇을 부시지 못하며, 무슨 뜻인들 이루지 못하랴. 병자수호조약(丙子修好條約) 이래로 시시로 가지가지로 금석맹약(金石盟約)을 삼켰다 하야 일본의 무신을 죄할려는 것도 아니고, 학자는 강단에서, 정객은 실제에서, 우리 조종세업(祖宗世業)을 식민지로 생각코 우리 문화민족을 토매(土昧)인으로 대하야 정복욕의 쾌감을 탐할 뿐이고 우리에게 구원한 사회 기초와 탁월한 민족심리를 무시한다 하야 일본의 소의(小義)를 책할려는 것도 아니니 자기자신을 책려(責勵)하기에 급한 우리가 어느 하가에 남을 원망하랴.
 
184
오늘날 우리의 소임은(所任)은 다만 자기의 건설에 있을 것이지, 남의 파괴에 있는 것은 아니다. 당초에 민족적 요구로서 이루어지지 않은 양국병합의 결과가 필경에 고식적(姑息的)위압과, 차별적 불평과 통계숫자상의 허식(虛飾) 아래 이해상반한 양국 민족간에 영원히 이용할 수 없는 원한의 개천을 날로 구축해가고 있는 실적을 보라. 이 어찌 용단과감으로써 구오(舊誤)를 확정(廓正)하고, 진정한 이해와 동정에 기본한 우호적 신국면을 타개하는 것이 피차간 원화소복(遠禍召福)을 꾀하난 첩경(捷徑)인 것을 명지(明知)해야 하지 않겠느냐. 뿐만 아니라, 동양 안위(安危)의 주축인 사억만 지나인의 일본에 대한 위구(危懼)의 시의(猜疑)를 날로 농후케 하여 그 결과로 동양전국(全局)이 공도동(供倒同)의 비운을 초치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의 조선독립은 조선사람으로 하야금 정당한 생영(生榮)을 이루게 하는 동시에 일본으로 하여금 사로(邪路)에서 나와 동양 지지자인 중책을 오로지 하게 하는 것이고, 지나로 하여금 몽상도 잊지 못할 불안, 공포에서 탈출케 하는 길이니, 이 어찌 구구한 감정상만의 문제이랴.
 
185
아아 - 바야흐로 새로운 천지가 눈 앞에 전개되려고 한다.
 
186
위력시대는 사라지고 도의시대가 올 것이다. 새로운 봄이 세계에 와 만물의 회소(回蘇)를 재촉하고 있다. 천지에 복운(復運)을 걸고, 세계의 조류에 오른 우리들은 아무 주저할 것도 기탄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오 - 즉 우리의 고유한 자유권을 획득하야 행복된 생활을 영위할 따름이다. 우리들은 이에 일제히 일어나자. 천백세(千白歲) 선조의 영혼이 우리를 안으로 도울 것이고, 전세계의 기운이 밖으로 우리를 원호할 것이다. 착수가 곧 성공을 의미할 것이니 눈앞의 광명을 향하야 일로 맥진할진저.
 
187
공약삼장(公約三章)
 
188
1. 오늘 우리들의 이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한 민족적 요구이니 오 - 직 자유적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일주하지 말라. (일동, 따라서 복송한다)
 
189
2. 최후의 일인,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쾌히 발표하라. (일동 복송)
 
190
3. 일체의 행동은 가장 질서를 존중하야 우리의 주장과 태도로 하야금 어데까지든지 공명정대하게 하라. (일동 복송)
 
191
조선 건국 사천이백오십이년 삼월 일일 조선민족 대표.
192
손병희, 길선주, 리필주, 백룡성, 김완규, 김병조, 김창준,
193
권동진, 권병덕, 라용환, 라인협, 량전백, 량한묵, 류여대,
194
리갑성, 리명룡, 리승훈, 리종훈, 리종일, 림례환, 박준승,
195
박희도, 박동완, 신홍식, 신석구, 오세창, 오화영, 정춘수,
196
최성모, 최린, 한용운, 홍병기, 홍기조.
 
 
197
낭독중 노인들 중에는 스스로 감격하야 하얀 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이도 있다. 한용운, 선언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앉는다.
 
 
198
리승훈   (일어서며) 우리가 오늘 선포한 이 시각에 전조선 방방곡곡에서도 일제히 선언식이 거행됐을 겁니다. 지금 우리 선천에선 오늘 참석지 못한 류여대 목사, 김병조 목사께서, 평양엔 길선주 목사께서 지금 읽으시고 있을것입니다. 인천·수원·마산·부산·공주·전주·함흥·원산 일제히 지금 선언서를 읽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똑같은 목표를 향하야 이렇게 한가치·한뜻·한몸으로 나가는 것은 아마 합방 후, 아니 개국 후 오늘이 처음일 것입니다. 이 독립선언서를 비록 최남선 씨가 썼으되, 전국민적 응혈의 상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33인이 대신하야 서명했으되 선언에 쓰인 것과 같이 반만 년 역사의 권위를 장(仗)하야, 우리가 대신 서명한 것이고, 이천만 민중의 성충을 합하야 우리가 대신 포명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에 서명한 것을 조곰이라도 자긍하여도 안 될 것이며 조고마한 우월감을 가져도 벌써 순일치 못하고 무잡치 못하다는것을 잊지 말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독립을 기할 순 없으되 만일을 위하야 우리는 이 자리에서 선언문 가운데의 세 가지 공약 외에 두 가지를 약속 하십시다.
 
199
일 동   (다시 한번 그를 바라본다)
 
200
리승훈   독립이 되는 경우에 우리가 자기 공을 내세우지 말것. 즉 우리가 서명하고 독립을 선언했고 또 이 운동을 계획전개시켰으므로 독립이 됐다는 착각 밑에 명예와 권세를 독점할려는 야망을 갖지 않도록 할 것 말입니다. 이건 내 노파심이겠지만 지금 휘뜩 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얘기하는 겁니다. 세상엔 속된 인간이 너무 많어 후일에 우리가 찬란한 역사를 다시 찾게 될 땐, 서명에 빠진 사람들도 제2차, 제3차를 위해서 빠졌다고 들고 나서지 않는다고 누가 단언하겠습니까? 우린 지금 공원에 모인 학생들처럼 혁명의 한 병졸로, 한 부역꾼으로서 만족하십시다.
 
201
손병희   좋은 말씀이시오.
 
202
리필주   우리가 다 같이 명심해야 할 이얘기요. 너두 나두 대신짜리를 하구 나선다면 오늘 일이 첨부터 불순합니다.
 
203
일 동   (죽은 듯이 무언)
 
204
리승훈   둘째, 우리가 실패할 경우에 우리 입으로 조선을 모른다고 하지 말 것입니다. 베드로가 닭 울기 전 세 번 주를 모른다고 했거늘 우리가 그놈들의 고문과 악형에 못 이겨 세 번, 아니 열 번, 스무 번 조선을 모른다고 안 하리라 누가 단언하겠습니까?
 
205
손병희   적절한 말씀이시오.
 
206
리승훈   우리의 투쟁은 앞으로 독립이 되는 날까지 10년이건 20년이건 계속해 나갑시다. 아까도 말했지만 젊은이와 어린이들 눈에 별과 태양이 있는 한 우리가 거꾸러지드래도 뒤에서 뒤에서 꼬리를 달고 그들의 후속부대가 우리를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최후의 승리까지 돌진치 못하고 도중에 변절하야 총독정치의 협력자가 된다든지, 혹은 일본경찰 앞잽이가 되어 우리 동족의 피를 그들에게 파는 민족의 반역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십시다.
 
207
최 린   그야 물론이지요? 민족의 대표로 서명을 해놓고 중추원의 고문이 된다면 이 무슨 반역이겠습니까?
 
208
박희도   우리 33인 가운데 만일 동족을 적에게 파는 배반자가 후일에 나온다면 우린 그 사람의 이마에다 영원히 씻쳐지지 않을 낙인을 찍어 마땅할 것입니다.
 
209
리승훈   그럼 이 승훈의 두 가지 약속을 천도교는 천신께, 기독교는 주님께, 불교는 부처님께 각기 맘 속으로 맹약하십시다. (하고 눈을 감으니 일동 각기 명묵(冥默)한다)
 
210
손병희   그럼,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하야 축배를 올립시다.
 
 
211
일동, 따라논 잔을 들어 마신다.
 
 
212
마에다 대좌  시기가 오와리마시다나라 개이무소오깜부 마데 고이찌도오 고도오꼬오 내가히마스. 〔식이 끝나셨으면 경무총감부까지 여러분 동행해주시기 바랍니다〕
 
213
손규철   (공손히)사태가 동행하셔야만 하게 됐습니다.
 
214
최 린   더리고 가서 우릴 어떡헐 작정이냐?
 
215
손규철   (마에다 대좌에게 뭐라고 이야기한다)
 
216
마에다 대좌  아까도 말씀한 바와 같이 지금 총독 각하께서 동경에 출장 중이시므로 여러분의 독립선언과 총독통치 거부의 통고에 대해선 무어라 대답할 수 없습니다. 아까 동경으로 전보를 쳤으니까 오래잖아 회전이 올 것입니다. 그때까진 총감부로 일단 동행해 주셔야 하겠습니다.
 
217
리승훈   동행이야 하겠지만 어떻게 더리고 갈 작정이요? 용수를 써가지고 갈 테요, 그냥 묶어만 가지고 갈 테요?
 
218
마에다 대좌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그냥 동행하시지요.
 
219
리승훈   허지만 종로에 사람이 들끓고 있는데 걸어갈 수야 있겠소? 자동차를 가지고 오시요.
 
220
마에다 대좌  (다와라 소위에게) 아이데이루노 나이까. 〔쉬구 있는 거 없냐?〕
 
221
다와라 소위  에, 젬부 빠고다 고오엔니 야리마시다노데 이미 노도고로……. 〔전부 빠고다 공원에 보냈으므로 마침……〕
 
222
마에다 대좌  전화 걸어서 어디 한 서너 대 찾어보라구 하라.
 
223
다와라 소위  하. 〔예〕 (하고 사무실을 향해 나간다)
 
224
리승훈   자동차가 하나토 비지 않도록 헌병을 실어다가 빠고다 공원을 둘러싼 모양인데 그들 죄없는 학생을 어떡헐 작정이요?
 
225
마에다 대좌  소란이 날 듯하므로 우선 포위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통차단에 불과합니다. 동경의 총독각하한테서 회전이 오는 대로 우리의 진압방침도 결정될 것입니다. 그때까진 일체 손을 대지 말라는 헌병사령관의 명령이십니다.
 
226
일 동   …….
 
 
227
이때 돌연 현관쪽이 소요해지며, 파수보는 헌병의 “이깡. 하잇쟈 이깡.” [안돼. 들어갈 수 없어] 하는 노성. “도게, 요 - 지가 아룬다.” [비켜, 할 얘기가 있어] “도강가.” [비키지 못하겠냐] 하는 학생들의 고함. 이윽고 강기덕·한위건·한창환 달려온다. (사실에 있어서 한창환 대신 김경식[金璟植]이란 무식청년이었다 한다)
 
 
228
헌 병   (칼 꽂은 총부리를 대며) 낭가. 〔뭐야?〕
 
229
한위건   (낙뢰하는 소리 같은 노성으로) 난데모 이이쟈나이까. 〔아무 일이면 어때?〕
 
 
230
헌병들, 그들의 살벌한 기세에 눌려 또다시 입을 못 연다.
 
 
231
손규철   (비굴하게) 기덕씨, 어쩔려고 글쎄 공원에다 수만 명 학생을 모아놓고 이놈을 괴롭히십니까?
 
232
한창환   (분노에 찬 소래로) 이 자식아, 넌 가만 있어. 이때까진 느이들 세상이었지만 오늘은 세상이 달러. 밤낮 어제와 오늘이 같을 줄 아느냐?
 
233
손규철   (위압되어 모욕에 대한 반발을 못 하며) 헤헤헤, 세상이 그렇게 하룻밤 새에 바꿔져서 어떡허게요? 헤헤헤. (하고 교활히 웃는다)
 
234
한위건   현재 바꿔진 게 네 눈깔엔 안 뵈니? 이 태화관은 10년 전 리완용이 놈이 이등박문이하구 합방조약문을 기초하든 집이야. 그 집에서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구 있지?
 
235
강기덕   (최린에게) 선생님, 역시 나오셔야겠습니다. 우리 학생들끼리 하자고 하니까 모두들 듣질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들 대표자들더러 인책 사직하라고 날뜁니다.
 
236
최 린   거 참, 난처하게 됐는걸.
 
237
강기덕   학생들과의 언약문제뿐 아니라 이 독립운동 자체로 봐서도, 공원으로 나오셔야겠습니다. 종로 노점상인들을 위시하야 물장수패, 인력거꾼패, 지게꾼패, 의사, 간호부, 관리, 할머니, 아낙네, 여직공 할 것 없이 전 경성의 시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태극기를 들고 모여 있습니다.
 
238
한창환   그것뿐인가요? 지 민중방서 올라온 국상 참관자가 무려 수만 명은 늘어섰을 것입니다.
 
239
강기덕   그러니 빨리들 나오셔서 선언식을 해주십쇼.
 
240
최 린   여기서 벌써 거행했네.
 
241
학생들   (경악하며) 그럼?
 
242
최 린   응, 한용운씨가 낭독하시고 같이 공약을 복송하고 축배를 나눴네. 지금 헌병대에서 자동차를 불르러 갔으니 이젠 따라가는 것이 남어 있을 뿐일세.
 
243
강기덕   그럼 나가서 한번 더 해주십쇼. 절대 저희들 대표들이 책임지고 혼란이 없도록 질서정연하게 하겠습니다.
 
244
한창환   (짜는 듯한 음성으로) 나와서 다시 한번 선언식을 해 주십쇼. 그래서 선생님들 33인이 진두지휘를 해주십쇼.
 
245
리승훈   (그들 앞으로 나오며) 나가세.
 
246
학생들   (격하야) 감사합니다.
 
247
최 린   (승훈의 앞에 막아서며) 지금 나가시면 우리가 기도했든 무저항의 저항이 아니라 폭동의 저항이 되고 맙니다. 이건 우리들의 본의에 어그러질 뿐더러 공약 제3장에 쓰인 일체의 행동은 질서정연하게 하자는 가소에도 상치됩니다.
 
248
리승훈   학생과 민중이 우리처럼 무저항의 저항으로 나간다면 몰를까 아무래두 폭동화되구 말꺼요. 그러니 우리도 밖으로 나갑시다. 그래서 공원에서 다시 한번 그들과 선언식 하구 한창환 군 말대로 진두에 서서 시위합시다. 손선생, 어떠시요.
 
249
손병희   좋겠습니다. 난 첨부터 무저항의 저항이란 반대였었소. 허지만 우리 교 간부들과 여러분들이 무저항으로 나가자구 하므로 헐 수 없이 내 주의를 굽혔던 것입니다.
 
250
리승훈   동학당 봉기 일으킬 때처럼 밖에 나가서 한번 일으킵시다. 잽혀가면 가는 길로 죽을 꺼 아니요. 모두들 나갑시다. (하고 밖으로 나오니 손병희, 리갑성, 량전백 외 수인 따라나오고 나머지 사람은 동(動)치 않는다)
 
251
최 린   (필사적으로 막아서며) 우린 선언이 목적이지 시위나 폭동이 목적은 아닙니다. 폭동은 공약에 적힌 공명정대한 행동은 아닙니다.
 
252
리승훈   운동이 어떻게 우리가 기약한 곳과는 딴 방향으로 가고 있소. 오늘까진 우리가 계획하고 민중을 지도해왔지만, 오늘부턴 민중이 오히려 우리를 끌고 가게 된 것 같소. 그러니 민중 속으로 우리가 들어갑시다.
 
253
손병희   다 - 들 나가십시다.
 
254
최 린   우리가 밖으로 나가려면 치안법 문제까지도 생각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옥외에서 선언하는 것은 법(法)의 경중이 있습니다.
 
255
강기덕   (돌연 그의 팔목을 잡으며) 일천육백만 민족이 그 목숨을 내걸고 사생결단을 하자는 이 마당에 치안법의 중과가 문젭니까? 그렇게 목숨이 아깝다면 애당초에 웨 시작을 했습니까?
 
256
한위건   (양복 포캣트에다 손을 넣고) 빨리 밖으로 나가시지 않으면 육혈포로 쏠 텝니다.
 
257
리승훈   (손에게) 여보, 장솔 변경한 이유가 치안법의 경중을 생각하고 한 거요?
 
258
손병희   그건 전연 초문이요.
 
 
259
이때 헌병 한 사람 달려온다.
 
 
260
헌 병   (마에다 대좌 앞에 기척 경례하고) 호오고구, 지금 빠고다 공원에 이름 모를 학생이 한 사람 육각당으로 뛰어올라가 독립선언서를 낭독하고 있습니다. 낭독이 끝나는 대로 학생들과 민중이 폭동을 일으킬 것 같은데 어찌 했으면 좋겠습니까?
 
261
마에다 대좌  도 - 교 - 에서 아즉도 회전이 안 들왔다. 폭동이 일어나드래도 명령이 있을 때까진 절대로 발검 발포하지 말어라.
 
262
헌 병   하이. (경례하고 다시 달려나간다)
 
263
강기덕   기여쿠 터지고 말았습니다. 들어들 가십쇼. 인전 가도 소용없을 것입니다. 군중은 태갑이 풀린 듯 제대로 행동을 개시하겠지요.
 
 
264
이때, 멀 - 리서 천지가 진동할 듯한 조선독립만세 소래. 강기덕·한창환·한위건, 일제히 양복 포캣트에서 태극기를 끄내들고 “조선독립만세”를 화창(和唱)한다. 리승훈·손병희, 그들을 따라 화창하니 27인이 전부 밖으로 달려나오며 화창한다. 공원에서 부르는 만세성은 점점 충천하고 무대 내의 만세성도 이에 호응하야 점점 고조된다. 기생 한 사람이 “조선독립만세”를 절규하고 달려나오니, 뽀 - 이, 인력거꾼, 손님, 쿸크, 명월관 주인이 만세를 부르며 달려온다.
 
 
265
강기덕   다들 빠고다 공원으로 나가십시다. 그래서 한데 엉켜서 부르십시다.
 
266
기 생   모두들 공원으로 나가자.
 
 
267
기생, 만세를 절규하며 선두에 서니 명월관 주인을 비롯한 인력거꾼, 뽀 -이, 기생들, 따라부르며 뒤따른다. 리승훈·손병희, 자기들도 모르게 손을 쥐고 감격하야 운다. 28인 가운데 서로 이쪽 저쪽에서 벅찬 가슴을 억제치 못하고 울음이 터진다. 이때 성화여학교 학생들 일대와 손소복 달려온다.
 
 
268
손소복   선생님, 군중이 모두들 종로로 나왔습니다. 사과장수할아버지, 부칭개 팔든 할머니, 어린애 업은 아주먼네들, 누구 할 것 없이 전부 만세를 불르고 야단났어요. 보전학생들이 앞에 서고 연전학생들이 그 다음에 서고, 모두 보신각 앞으로 몰려갔어요.
 
269
여학생 갑  빨리나와 앞에 서십쇼.
 
270
리승훈   강군, 빨리 가보게.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네.
 
271
강기덕   안녕히들 계십쇼.
 
272
한위건   그럼 감옥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273
리승훈   그때까지 살려준다면…….
 
 
274
강기덕·한위건·한창환, 급히 소복을 따라나간다.
 
 
275
마에다 대좌  (손규철에게) 이마노 온나와 다시까 기미노 무스매쟈 나갓다까. 〔지금 그 여자는 자네 딸 아닌가?〕
 
276
손규철   헤, 모오시와게 고자이 마셍. 〔네, 죄송합니다〕
 
277
마에다 대좌  고마루네 기미. 〔거 안 되갰는걸〕 이야시꾸모 개이관노 무스매가. 〔적어도 경관의 딸이〕
 
278
손규철   헤, 난또모 모오시와게오 고자이마셍. 〔네, 참말 죄송합니다〕
 
 
279
이때, 현관에 자동차가 정지하는 소래, 다와라 소위 들어온다.
 
 
280
다와라 소위  지도오샤노 요오이가 대끼마시다. 〔자동차가 준비가 됐습니다.〕
 
281
마에다 대좌  차가 왔답니다.
 
282
최 린   그럼 타구들 가십시다.
 
283
리갑성   우리 젊은 사람들은 나종에 타고 연로하신 분들부터…….
 
284
리승훈   (손병희에게) 먼저 타십쇼.
 
285
손병희   (최고령자 리승훈에게) 같이 나가십시다.
 
 
286
손병희·리승훈, 다와라 소위에게 나치(拿致)되어 나간다. 기생들 한 패가 달려오드니 그들 앞에 엎더져 통곡한다. 계속하야 리종일·권동진·오세창의 순으로 29인, 헌병들에게 끌리어나간다. 현관에서 조선독립만세를 부르는 소래.
 
 
287
다와라소위  (들어오며) 기생과 군중들이 자동차에 매달려서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남녀학생들이 자동차에 뛰어 올라 만세를 부르는데 아주 쏴버릴까요.
 
288
마에다대좌  동경서 회전이 올 때까진 절대로 발포치 말어라.
 
289
다와라소위  허지만 그래가지고는 도저히 진압할 수가 없습니다.
 
290
마에다대좌  사령관 각하의 명령이셔.
 
 
291
다와라 소위 다시 나간다. 멀 - 리 시가에서 부르는 만세 소래. 현관에서 학생들이 자동차에 매달려 절규하는 만세 소래. 리승훈이 헌병을 따라나가려할 때 남녀학생 일대와 정향현 뛰어들어온다. 리승훈, 향현의 손목을 잡으니 향현 운다.
 
 
292
정향현   (눈물을 닦고, 순사들에게) 조선 사람이면 당신들도 만세를 부르십쇼. 전시민이 부르는 저 소리가 당신들 귀엔 안 들립니까? 자유와 해방의 노래 소래에 웨 당신들은 고의로 눈을 감고 귀를 막으십니까? 당신들이 만세를 부르면 독립이 됩니다. 반드시 독립이 됩니다. 최후의 일인, 최후의 일각까지 우리의 정당한 의사를 발표합시다. 난 잘 압니다. 당신들 순사들이 누구보다 일본놈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선일차별이 그중 심각한 곳도 당신들 경찰서입니다. 웨 당신들은 당신들의 마음을 속이십니까?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가 오려고 합니다. 일본놈의 지배권은 물러가고 당신들이 그들을 지배하게 될 날이 눈앞에 있습니다. 푸른 하날이 우리 머리 우에 있고 새로운 봄이 우리 눈앞에 있습니다. 자, 어서들 이놈들 헌병놈들 앞에서 당신들의 정당한 의사를 표시하십쇼. 우리 조선독립만세.
 
293
순사들   …….
 
294
정향현   조선독립만세.
 
 
295
순사 갑, 격하야 모자를 벗어 공중에 쳐트리고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니, 다른 순사들 일제히 모자와 칼을 벗어던지고 만세를 부른다.
 
 
296
정향현   (손규철에게) 소복아버지, 소복 아버지도 같이 부르십시다. 소복 아버진 언제까지 저놈들한테 속으실 작정이십니까? 10년 동안이나 속아왔으면 그만이지 앞으로 또 얼마나 이용당할랴고 자기 자신을 청산치 못하십니까? 소복인 잠에서 깨서 승화여학교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소복아버지도 한시 바삐 잠에서 깨십쇼. 그래서 빼앗긴 민권을 찾도록 하십쇼.
 
297
손규철   …….
 
 
298
29인의 최후로 최린이 나가자 헌병 한 사람 달려와 마에다 대좌에게 지편(紙片)을 전한다.
 
 
299
마에다 대좌  (돌연 벌떡 일어나드니, 이때까지의 은인(隱忍)이 일시에 폭발한 듯 포후(砲吼)한다) 뎀뽀 - 가 기다. 〔전보가 왔다〕 버러지 같은 조 - 센징 일천육백만 전부 몰살을 시켜도 국제연맹에선 아무런 항의가 없을 터이니, 즉시 계엄령을 펴고 철저적으로 탄압하라는 고마우신 명령이시다. 만세 부르는 자는 늙은이, 어린애 할 것 없이 씨도 안 남기고 죽여버려라. 제일 몬져 여기 이년부터. (하고 칼을 빼 향현을 내리친다. 향현, 그 자리에 피를 분수같이 뿜고 쓰러진다. 혼신의 힘을 다하야 일어서서 끊어져 가는 소래로 “조선독립만세”를 절규하니 마에다, 둘째번 잔인하게도 칼을 내리친다. 이 광경을 목격한 젊은 전문학교 학생 하나가 격양하야 달려온다)
 
300
학 생   (증오와 분격에 부들부들 떨며) 잘 친다. 신인이 공노하게 잔인하게 쳐라. 네놈들이 고대하든 학생명령이 이제야 내렸나 보구나. 우린 너희 놈들의 칼과 총이 두려워 물러나가진 않을 것이다. 너희 놈들 앞에다 시체로 성을 쌓고 피로 강을 파드라도 우리의 요구를 정당히 표시할 것이다. (돌연 가슴을 허치며) 자, 발포명령이 내렸다니 쏴봐라. 나같은 하잘 것 없는 초개 같은 자도 이만한 결의와 용기는 있다. 자, 쏴라. 너희 놈들 총이 얼마나 잔인하고 너희 놈들 칼이 얼마나 혹독한가 나도 한번 맞어보자.
 
301
마에다 대좌  (포후하며) 우데. 〔쏴라〕
 
 
302
명령이 떨어지자 헌병 하나, 가슴을 향하여 발포한다. 학생 쓰러진다.
 
 
303
학 생   (다시금 일어나며 원차(怨嗟)에 찬 소래로 처절하게 고함한다) 자, 이놈들아. 똑똑히 봐라. 우리가 너희 놈들의 총을 맞어도 우리의 의사는 최후의 일각까지 굴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테니. 조선독립만세.
 
304
마에다 대좌  (광호(狂虎)같이 날뛰며) 이누매. 〔개놈〕 최후의 일각까지 만세를 불러라. 우린 최후의 일각까지 이렇게 처치해줄 테니. (하고 피스톨로 쏜다)
 
 
305
학생, 쓰러져 다시금 반항할랴는 것을 마에다, 구둣발로 질근 질근 내리짓 찧는다. 학생, 최후의 반항을 하려고 꿈틀거리드니 그만 절명한다.
 
 
306
마에다 대좌  (손규철에게) 나니오 마고마고 시데이루까. 하야꾸잇데 오마에노 무스매까라 힛밧데고이 빠가야로오. 〔무얼 어물어물하고 있는 거야? 빨리 가서 느이 딸년부터 잡아오너라. 망할자식〕
 
307
손규철   하이. 〔네〕 (하고 개처럼 밖으로 나간다.)
 
 
308
이때 현관에서 “조선독립만세” 소래.
 
 
309
마에다 대좌  우데 -. 노라이누오 가류요오니 가답빠시까라 우데. 〔쏴라, 개를 잡듯 닥치는 대로 쏴라〕 규환을 치고 밖으로 달려나간다.
 
 
310
명령이 떨어지자 이쪽 저쪽에서 일제히 발포하는 총성, 최순천과 동급생 일동 달려와 향현을 일으킨다.
 
 
311
최순천   향현아, 향현아.
 
312
여학생   선생님, 여기두 웬 학생이……. (하고 남학생의 눈을 감겨준다.)
 
313
향 현   (최후의 눈을 뜨고) 선생님, 우리는……반드시……독……립……할 것입니다. (하고 숨이 끊어진다)
 
 
314
멀 - 리 시가를 진행하는 학생과 시민군중의 진동하는 만세 소래와 이쪽 저쪽에서 난사(亂射)하는 헌병들의 총성. 최순천과 동료들의 울음 속에 막.
 
 
315
✽ 내가 어렸을 때 들은 3․1운동 당시의 남녀학생들의 노래는 흔히 하기(下記)의 노래였다.
 
316
우리의 웃음은 따뜻한 봄바람
317
춘풍을 만난 무궁화 동산
318
우리의 눈물이 떨어질 때마다
319
또다시 소생하는 이천만
320
빛나거라 삼천리 무궁화 동산
321
잘 자라라 이천만의 고려족
【원문】제 5 막 (1919년 3월 1일)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희곡〕
▪ 분류 : 희곡
▪ 최근 3개월 조회수 : 174
- 전체 순위 : 453 위 (2 등급)
- 분류 순위 : 3 위 / 64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기미년 3월 1일 [제목]
 
  함세덕(咸世德) [저자]
 
  1946년 [발표]
 
  희곡(戱曲)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희곡 카탈로그   목차 (총 : 5권)     이전 5권 ▶마지막 한글 
◈ 기미년 3월 1일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