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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미년 3월 1일 ◈
◇ 제 3 막 (1919년 2월 초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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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
함세덕
1
기미년 3월 1일(전 5막)
 
2
제 3 막
 
 
3
최린 (崔麟 ; 보성고교 교장, 43세)
4
최남선 (崔南善 ; 新文館[신문관] 主宰[주재], 31세)
5
송진우 (宋鎭禹 ; 중앙고보 교장, 31세)
6
현상윤 (玄相允 ; 중앙고보 교사, 28세)
7
리승훈 (李昇薰 ; 기독교 장로파 장로, 56세)
8
함태영 (咸台永 ; 남대문교회 장로, 48세)
9
리갑성 (李甲成 ; 세부란쓰병원 사무원, 34세)
10
강기덕 (康基德 ; 보성법률전문학교 학생, 31세)
11
김원벽 (金元璧 ; 연희전문학교 학생, 27세)
12
한위건 (韓偉鍵 ; 의학전문학교 학생)
13
손병희 (孫秉熙 ; 천도교 교주, 60세)
14
권동진 (權東鎭 ; 천도교 道師[도사], 60세)
15
오세창 (吳世昌 ; 천도교 道師[도사], 57세)
16
최린의 처(妻)
17
봉래 (蓬來 ; 崔麟[최린]의 딸)
 
 
18
1919년 2월 초순
19
최린(崔麟)의 집
 
 
20
이 극은 사실에 있어선 중앙고보 숙직실, 가회정(嘉會町) 손병희 저(邸), 최린의 집의 3개처에서 2월 1일부터 15일경에 걸쳐 분산적으로 있었던 일을 작극(作劇)의 편의상, 최린의 집을 무대로 하고 시간과 장소를 일치케 한 것이다.
21
최린은 천도교 간부로, 보성고보 교장으로 보성법률전문의 교수를 겸임했고, 생활은 흡족지도 않았거니와, 부족지도 않았다. 무대에 사용되는 곳은 그의 서재이다.
22
막이 오르면 최린과 중앙고보 교사로 그의 제자였던 현상윤, 마주앉어 바둑을 두고 있다.
 
 
23
최 린   현군두 제법 수가 늘었는걸?
 
24
현상윤   원, 선생님두.
 
25
최 린   현군이 나한테 배든 때가 4학년 때든가?
 
26
현상윤   네.
 
27
최 린   그때 아마 현군이 전학해왔었지? 아차차, 이거 꽉 맥혔구나.
 
28
현상윤   오산학교 3학년에서 중앙으루 옮겼었드랬지요.
 
29
최 린   책상에 앉인 현군이 어제 같은데, 벌써 그 학교 선생이 됐으니……. 세상에 무서운 거 무서운 거 해두 성장하는 것하구 청년밖에 무서운 건 없어.
 
30
현상윤   저야 일홈이 선생이지 참 베락 선생이지요.
 
31
최 린   언제든지 시대는 청년의 거야. 이번 일만 하드래두 그렇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발표에 감격지 않은 사람이야 없었지만, 실천으루 제일 몬저 들고 나선 건 동경 유학생들이니까. 그리구 그 다음이 여기 학생들이구.
 
32
현상윤   그럼, 우린 제일 꼴진 셈이게요?
 
33
최 린   시초에 있어선 꼴찌지. 사실 군이 첨 그 안을 가지구 왔을 땐 난 여간 부끄럽지 않았네. 사회인으루 학생들에게 이런 큰 일을 앞질렸다는 게, 소위 조선서 제일 몬저 동경 유학을 댄겨왔다는 나로서는 참말이지 잔귀치 않을 수 없었구.
 
34
현상윤   그런데 이번 일에 제가 참 묘하게 생각되는 건 학생측들하구 우리들 하는 일이 기차의 레 - 루같이 조꼼도 비꼬이거나 뒤틀리지 않고 똑같이 병행해나간다는 겁니다.
 
35
최 린   그건 조선 사람들의 자유 독립에 대한 갈망이 똑같기 때문이겠지.
 
36
현상윤   그것보담두 우리들도 청년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37
최 린   이 사람아, 내가 올해 마흔셋인데?
 
38
현상윤   청년이란 비약하고 발전할려는 패기로 따질 것이지 연령으로 따질 건 아닙니다.
 
39
최 린   그야 물론이지.
 
40
현상윤   그런데 선생님은 사회측 사회측 하시지만, 실지에 있어선 학생측들하고 맞먹구 있습니다. 송진우 씨가 서른 하나지요. 최남선 씨가 서른 하나지요, 전 스물여덟이지요. 그런데 학생측은 강기덕 씨가 최남선ㆍ송진우씨 하구 동갑이구 연전 김원벽 군이 나하구 동갑이거든요.
 
41
최 린   요샌 학생 나이가 선생보담 으레 많게 마련이니까. 하하하. 그런데 얘기가 레 - 루 밖으로 나갔네. 지금 말한 학생들하구 우리들 일이 레 - 루처럼 병행해 나간다는건?
 
42
현상윤   민족 대표 선거 말입니다. 방식이 동일할 뿐더러 선거한 인물이 허다 못 해 한상룡이꺼지 똑같습니다.
 
43
최 린   그건 기적인데? 허지만 이게 기적이 아니고 엄연히 있을 수 있는 실제인 것은 그들과 우리가 독립을 희구하는 맘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일세. 이 민족 대푠, 보통학교 훈도들더러 뽑으래도 똑같을 것이고, 세부란쓰의 간호부들더러 뽑으라고 해도 똑같을 것일세. 전조선이 일본놈의 철쇠에서 해방코저 하는 염원이 절실히 일치하고 있는 한 표시야. 그런데 어떻게 귀족들 교섭은 한 모양인가?
 
44
현상윤   어제 한위건 군을 만났는데, 찾아갔다 면회거절을 당했다드군요.
 
45
최 린   으응? 원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아마 예의 취직 알선이나 학비 보조 부탁하러 오는 고학생들인 줄 안 모양이겠지……하하하.
 
 
46
이때 최린의 처 들어온다.
 
 
47
린의 처  저, 웬 학생 두 분이 현선생을 찾으시는데요.
 
48
현상윤   들오라구 해주십쇼.
 
 
49
강기덕, 한위건 들어온다.
 
 
50
현상윤   (위건에게) 어서 오게.
 
51
최 린   (강에게) 강군 아닌가? 올라들 오게.
 
52
강기덕   (올라오며) 편찮으시다드니 좀 어떠십니까?
 
53
최 린   아즉두 가끔 혈담이 나오네. 그래 학교는 별일 없구?
 
54
강기덕   네.
 
55
최 린   강군 얘긴, 이 현군을 통해서 늘 듣구 있지. 면회갔다 퇴짜맞은 얘기두 들었구…….
 
56
강기덕   (머리를 긁으며) 사실은 그 일 때문에 찾아뵈러 온 겁니다. 선생님께 소개장을 한 장 써주십사구…….
 
57
최 린   나야 면식은 있지만 사람을 소개힐 만한 사인 못 되네. 최남선 씨하구 송진우 씨가 친하니까 그이들한테 얘기해서 얻어주지.
 
58
강기덕   그럼 꼭 좀 부탁합니다.
 
59
현상윤   교섭은?
 
60
한위건   우리 둘이 갈 작정입니다.
 
61
현상윤   그럼 이럭허면 어때? 지금 최남선 씨하구 송진우 씨가 교섭을 갔으니까 그 결과를 봐가지고 하면?
 
62
한위건   그럼 여기서두?
 
63
현상윤   응, 그러니 만일 그분들이 승낙한다면 거기들한테두 응할 것이고, 또 승낙지 않는다면 역시 거기들한테두 응하지 않을 꺼야……. 그러니 우리 결과 봐가지고 하면 고연히 헛걸음 할 필욘 없지 않겠어?
 
64
강기덕   그게 좋겠습니다.
 
65
최 린   사회운동가ㆍ종교가들은?
 
66
강기덕   귀족들 때문에 아직 못 갔습니다.
 
67
한위건   그런데 참, 정주서 리승훈 씨가 오셨다지요?
 
68
최 린   응, 그분두 최남선 씨하구 친하니까 그이가 불러올렸지?
 
69
현상윤   정로식(鄭魯湜)씨 댁에 있는 김도태(金道泰)군을 시켜서 오산학교 경영 문제에 관해서 긴히 의론할 얘기가 있으니 지급 상경하라고 해서 사실은 큰 출자자나 나온 알구 속구 뛰어올라오신 셈이지.
 
70
한위건   김도태라구 어디서 들은 일홈 같은데?
 
71
강기덕   아, 웨 휘문의숙(徽文義塾)에 있지 않어?
 
72
한위건   아, 그 오산학교 졸업한……. 그래, 최남선 씨가 만나 보셨대요?
 
73
현상윤   그인 바뻐서 못 만나구, 송선생께서 대신 만나셨지.
 
74
강기덕   출자주 얘긴 간데 없구 상말루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으루 독립선언 얘기가 쑥 나왔을테니, 여간 놀라시지 않으셨을걸요?
 
75
현상윤   엽서루 해두 넉넉할 얘길, 우정 자기 제자인 김도태 군을 내려보냈기 때문에 편지 받을 때 벌써 즉감적으로 무슨 일 꾸미자구 하는 건 줄 예감하셨답니다.
 
76
최 린   민족자결 문제로 서북선이 지금 그중 저기압 상태에 있으니까…….
 
77
한위건   (강에게) 그것 보게. 그인 편지 한 장이면 당장 뛰어 올라 오실 분이라고 내가 안 그래?
 
 
78
이때 린(麟)의 처 들어온다.
 
 
79
린의 처  정주 오산학교서 오셨다는 분이……?
 
80
최 린   (강ㆍ한에게) 자네들 좋아하는 리승훈 씨가 오셨나보이. (하고 영접차 나간다.)
 
 
81
린의 처, 뒤따라 나간다.
82
이윽고 최린, 리승훈을 안내하고 다시 들어온다.
83
승훈은 본명 인환(仁煥), 6척 장구(長軀)에 음성은 과장을 허(許)한다면 남포 터지는 소리라 할까.
 
 
84
리승훈   (좌중은 불관언(不關焉), 질책조로) 대체 그런 법이 어데 있소? 사람을 불러다 놓고 이리 피하구 저리 피하구 하니?
 
85
최 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연락이 잘못돼서 그런 거겠지요.
 
86
리승훈   연락이 잘못되다니, 그게 무슨 시원치 못한 소리요? 대관절 최남선 씬 요새 최선생하구 더러 만나긴 하시요?
 
87
최 린   더러가 뭡니까? 매일 만나다시피 하구 있습니다. 오늘두 단겨갔습니다. 아마 오래잖아 또 오겠지요.
 
88
리승훈   그런데, 그인 대관절 무슨 이유루 날 올라오라고 해 놓구, 자긴 빳구 송진우 씨만 대신 만나라구 하는 거요?
 
89
최 린   본인이야, 좀 선생이 뵈웁고 싶겠습니까만, 모 - 든 일을 주가 돼서 할려니까, 자연 바뻐서 대신 만나뵙게 한 거겠지요.
 
90
리승훈   아무리 바뿌기로서니 이쪽은 평안두서 차타구 온 사람 아니요?
 
91
최 린   선언문, 기타 작성해야 할 서류가 원체 많으니까…….
 
92
리승훈   무슨 서류가 그렇게 많아서?
 
93
최 린   첫째, 우리가 독립한다는 걸, 세계에 선포하는 선언문을 만들어야 할 게 아닙니까? 둘째, 윌슨 대통령에게 조선독립에 노력을 애끼지 말아 달라는 청원문이지요. 셋째, 국제연맹과 각국 전권대사들한테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평화수립과 국제기구 재편성에 대한 격례문이지요. 넷째, 일본정부와 조선총독부한테 우리가 너희들 제국주의의 지배를 거부하고 독립국가로서 당당히 세계의 오열에 참가한다는 통고문이지요. 이걸 다 혼자서 하자니까 자연 총망해서…….
 
94
리승훈   서류 초안은 송진우 씨 얘기엔 벌써 다 - 끝났다구 합디다. 난 그 후 얘기요.
 
95
최 린   그 훈 귀족들 교섭 댕기느라구…….
 
96
리승훈   그래, 지금 그것 때문에 돌아댕기구 있소?
 
97
최 린   네, 김윤식 씨, 한규철 씨, 윤용구 씨 다 혼자서 댕기구 있습니다.
 
98
리승훈   최남선 씨야 바뻐서 그렇다거니와, 송진우 씬 또 웨 나를 피하는 거요?
 
99
최 린   피하다니요?
 
100
리승훈   첨, 계동정 김성수(金性洙) 씨 집에서 만났을 땐, 난 하나님께서 이 동지를 내게 보내신 줄로 믿구 어떻게 감격했는지 모르오. 그래서 그 길로 돌아와서 사람을 평양ㆍ선천ㆍ정주에 보내서 연락을 하게 하고, 또 여기 남감리교ㆍ북감리교 장로, 감사, 목사들하고도 만나서 의론한 결과, 전부 같이 하자는 승낙을 얻었소.
 
101
최 린   욕 보셨습니다.
 
102
리승훈   그랬는데, 어저께 소격동(昭格洞, 金昇熙[김승희)[방)) 내 숙사에서 그일 만났을 땐 운동에 관해선 통 얘길 안 합디다. 그리구 내가 방식을 물으면 말꼬리를 이리 피하구, 저리 피하구 하는데, 그 태도가 여간 애매하고 모호한 게 아닙디다. 내가 보기엔 첨 만날 때보다, 통 열이 식은 것 같든데, 무슨 내막이 있어서 그렇소?
 
103
최 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 사람이 열이 식구서야 일이 되겠어요?
 
104
리승훈   허느니 내가 그 말이요.
 
105
최 린   그이가 원체가 무뚝뚝하구 교제성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정열이 식었다문야 박영효 씨한텔 갈 리가 있겠어요?
 
106
리승훈   그럼, 박씨한텐 그이가 갔소?
 
107
최 린   네, 지금 이 학생들도 그이하고 최남선 씨 회답을 기둘르고 있는 중입니다.
 
108
리승훈   (비로소 현(玄)과 학생들에게) 내 얘기만 떠들어대서 미안하오.
 
109
강기덕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110
이때 중앙고보 교장 송진우 들어온다.
 
 
111
송진우   (승훈에게) 어떻게 오셨습니까?
 
112
리승훈   당신 열이 식었다구 내가 지금 한바탕 분개를 하든 길이오. 그러나 그게 내 곡핸 것을 알았으니까 사과하겠소.
 
113
송진우   원 별 말씀을…….
 
114
최 린   그래 교섭 결관 어떻게 됐소?
 
115
송진우   (앉으며) 안 됐습니다.
 
116
일 동   (일제히) 그럼 못 하겠다구?
 
117
송진우   네.
 
118
최 린   그냥 덮어놓구 못 하겠다구 합디까?
 
119
송진우   사실은 자기두 민족자결 문제엔 관심을 가지구 있었다구 합니다.
 
120
현상윤   그런데요?
 
121
송진우   그래서 실상은 상해측하구 연락하구 일을 꾸며볼까 하구 있는 중이니까, 상해의 결과를 봐가지고야 참가하겠다구 합디다.
 
122
리승훈   (의아한 듯) 상해의 결과를 봐서라니, 무슨 결과 말이오?
 
123
송진우   6월 28일에 베루사이유 궁전에서 열릴 국제연맹에 상해측에서 조선인 대표를 파견한다는 말이 있고, 또 일방 우리처럼 독립선언과 청원문을 보낸다고도 합니다. 그러니 거기 결과를 봐서 만일 요행히 윌슨과 쿠레만소 -(佛國首相[불국수상)), 로이드 쪼 - 지(英國首相[영국수상))가 조선에도 민족자결의 실시를 주장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 참가하겠다는 거지요.
 
124
리승훈   땅 짚구 헤엄치자는 격이구료?
 
125
송진우   그렇지요. 그래 전 우린 우리대로 일을 진행시켰다가, 나종에 상해측하구 합작하면 되지 않겠냐구 했드니, 자긴 결괄 못 보곤 참가할 수 없다구 굳이 그러시드군요. 그래, 또다시 뵙겠다구 하구 그냥 물러나왔지요.
 
126
현상윤   상해하고 연락이 무슨 기급할 연락이야? 다 - 발뺌할려는 고연한 변명이지.
 
127
강기덕   물론이지요.
 
128
한위건   (강에게 비꼬는 듯이) 그리게 내가 첨부터 박영횬 반대하지 않았나? 김문진 군의 일대 학위논문, 박영효론의 진상은?
 
129
강기덕   낙젤세.
 
 
130
이때 신문관(新文館) 주재자 최남선 들어온다.
 
 
131
최남선   (반가이 승훈에게 달려오며) 오래 기둘르셨습니까?
 
132
리승훈   지금 막 들온 길일세.
 
133
최남선   상경하십사고 해놓구 찾어뵙지두 못해서 뭐라구 사과 말씀 여쭤야 할지…….
 
134
리승훈   직접 우리가 못 만나면 어떻오? 같이 한 목표로 일하고 있으면 그만이지. 그래, 교섭 간 결관?
 
135
송진우   (초조한 듯) 희소식이오? 비소식이오?
 
136
최남선   당신은?
 
137
송진우   (초연히) 난 전연 틀리고 말았소.
 
138
최남선   난 희소식은 희소식이되, 기뿔 희자 희소식이 아니라 희롱할 희자 희소식이요.
 
139
일 동   그럼 그 양반들두 역시?
 
140
최남선   단념할 수밖에 없게 됐소.
 
141
송진우   그 양반들 못 하겠다는 이윤 대체 뭐요?
 
142
최남선   김윤식 씬 왜놈들의 헌병·경찰이 원체 혹독해서, 도무지 그 속에서 항거할 용기가 안 난다구 하고, 한규설 씬 김윤식 씨 거취를 봐가지고 그이가 하면 자기도 따라서 하고, 그이가 못하면 자기도 못 하겠다고 합디다.
 
143
최 린   그럼 윤용구 씬?
 
144
최남선   자긴, 황실은 알되 민족은 모른다구 하니 이런 웃지 못할 희극이 또 있겠습니까? 그러니, 자기더러 황실을 위해 죽자면 지금 당장 덕수궁 댓돌에 골을 바시구 죽어두 한할 께 없지만 님금도 없는 민족을 위해서 웨 피를 흘린단 말이냐구, 오히려 나를 야단 야단하십디다.
 
145
일 동   (어이가 없어 껄껄들 웃는다)
 
146
한위건   (청년다운 의분으로) 그렇게 웃고 말 문제가 아닙니다. 직접 매국한 7족을 위시해서, 봉작하고 나미다낑 받아 처먹은 70명 귀족놈들은 모두 때려죽여야 해요. 김윤식은 80이요, 딴자들은 70 고갤 모두 넘지 안했어요? 살면 얼마나 살겠다구 그 늙은 뼉다귈 웨 이런 크나큰 역사의 창건에 못 바친단 말이야. 아이, 더러운것들…….
 
147
강기덕   윤용구 씨야 황실을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두 죽을 용기가 있다니까 그래두 귀여운 점이 있다구하겠지만, 김윤식 씨, 박영효 씨 등은 이해할 수 없는데……. 조선 사람이 합방 후 10년 동안 왜놈들 탄압 밑에 갖인 학대를 다 받고 그놈들 착취 밑에 북어 뼉다귀같이 말라 비틀어지도록 됐는데, 그래두 저이네들은 일본놈의 보호를 받았고 사회적으로 행세를 했고 고루당 같은 기와 집에서 호의호식으로 오늘까지 떵떵거리고 살아오지 안했습니까? 그러니 미안해서라도 이번 일엔 제일 몬점 참가해야 할 텐데…….
 
148
현상윤   참가했단 어떻게 되겠소. 백작·자작 다 떨치고 천석지기 논 마지기 다 - 뺏기게?
 
149
한위건   좌우간 더런 놈들이오. 어디 얼마나 오래 살고, 얼마나 덩덩거리고 살다 죽나 봅시다. (강기덕에게 질책하듯이) 그리게 내가 뭐랬어? 정치계·귀족계란 다 친일파고 민족 반역자니까 송두리째 빼자고 안 그랬나?
 
150
강기덕   설마가 사람 잡구 말았네. (최린에게)그들에게 단톤, 로베스 피엘의 민족애를 요구하는 건 무리한 청일지 모르나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식의 본능적 애국심은 기대할 수 있을 줄 알았든 것이 제 착각이었습니다.
 
151
최 린   그건 자네네들뿐 아니라 우리들도 마찬가질세.
 
152
리승훈   아무리 생각해두 우린 그이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야. 조선옷 입고, 조선말 하고, 조선땅에서 조선의 피를 받아가지고 살면서 그런 대답들을 할 수가 있을까? 우린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얘기야.
 
153
현상윤   (한(韓)에게) 자네들은 어떡허겠나?
 
154
한위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지요. 우린 그 사람들 네 분만 빼놓구 예정대로 진행시키겠습니다.
 
155
최남선   내가 소개장을 써줄 테니 학생들이 한번 직접 찾어가 보시겠소?
 
156
강기덕   찾어가 보나마나겠지요. 인젠 자기들이 먼저 같이하자고 해두 이쪽에서 거절해버려야겠습니다. 그런 퇴물들을 집어넣고, 우리가 어떻게 민중을 끌고 나갈 수 있겠습니까? (한에게) 그럼 우린 그만 나가봅시다.
 
157
한위건   오히려 그들 노틀 뺏는 게, 청신하게 된 셈일세. (좌중에게)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158
강기덕   안녕히들 계십쇼.
 
159
남은 사람들  살펴들 가시오.
 
 
160
강기덕ㆍ한위건, 밖으로 나간다.
 
 
161
최남선   어떻게들 허실까?
 
162
최 린   어떻허긴 뭘 어떻게 해? 지금 그 학생들 말대로 그 사람들만 빼놓구 진행하는 거지. (승훈에게) 그렇지 않겠습니까?
 
163
리승훈   내야 뭘 아우? 당신들 젊은 청년들 하는 대루 따라 갈 따름이지.
 
164
최남선   허지만 그 사람들 빼구야 민족 대표가 권위가 있겠어요?
 
165
최 린   그야 물론 손색이 있겠지요. 허지만 안 하겠다는데야 강제로 끌고 하겠소?
 
166
최남선   허지만 역시 우리들만으루선 약해서…….
 
167
최 린   그럼, 거기 대신할 사람을 물색해봅시다.
 
168
송진우   딴 사람들이야 요전 다 검토해서 낙제한 사람들 아니에요?
 
169
최 린   그러게 말이요. 해외엔 정치계를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흥개호(興凱湖)에 리종호(李鐘浩), 안창호(安昌浩), 리갑(李甲), 리동휘(李東輝), 상해(上海)에 리동녕(李東寧), 여운형(呂運亨), 그리고 재작년(1917) 8월에 서전(瑞典) 스툭홀무에서 열린 만국사회당대회(萬國社會黨大會)에 조선 대표로 참석하고 현재 손문(孫文)씨의 절대 신임을 받고 있는 신규식(申奎植 ; 일명 申檉[신정)), 북경(北京)에 신채호(申采浩), 천진(天津)에 김규식(金奎植), 미국에 서재필(徐載弼)·리승만(李承晩), 서간도에 리시영(李始榮), 북간도에 리범윤(李範允)ㆍ홍범식(洪範植) 씨 등이 있지만 도장을 맡을 수가 있소?
 
170
최남선   도장이야 설혹 맡는다 하드라도 그렇게 분산돼서야 집단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지요.
 
171
최 린   그리게 말이요. (송에게)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172
송진우   역시 좀더 생각해가지고 신중히 하는 게 졸 것 같습니다.
 
173
최 린   신중이야 이 이상 더 어떻게 신중히 하겠소?
 
174
송진우   사실 듣구 보니까 그 사람들 얘기하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175
최 린   (약간 흥분하며) 일리가 있다니?
 
176
송진우   김윤식 씨 말대로 일본놈의 경찰이 원체 지독하니까 섣불리 했다간 성사도 못하고 고연히 희생만 당하지 않을까요?
 
177
최 린   그건 이미 각오지사가 아니요? 그리구 일본경찰이 독일경찰하구 세계에서 제일 우수하고 혹독하다는 거야 우리가 지금 새삼스럽게 안 거요, 어디?
 
178
송진우   …….
 
179
최남선   그것보담두 난 거사도 못 하고 사전에 발각이 날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딴 거야 두려울 것 없지만.
 
180
최 린   발각이야 날 턱이 있겠소. 우리들 계획을 아는 사람이란 외부에선 오늘 거절한 그네 사람밖에 더 있소?
 
181
최남선   오다가 생각하니까 그이들한테 고연히 얘기한 것 같습니다. 아까 그 한위건이 말마따나 귀족이란 전부 친일파고, 또 현재 총독부에서 보호를 하고 있으니까 언제 어느 연줄로 헌병놈들한테 우리들 일을 찔러 바칠지두 몰를 거에요.
 
182
최 린   그건 상말에 도적이 제 방구에 놀란다는 거요.
 
183
최남선   그럴 줄 알았드면 내가 교섭가지 않는 걸 고연히…….
 
184
최 린   후회하시오?
 
185
최남선   후회랄 꺼야 없지만…….
 
186
최 린   현군은 어떻게 생각하나?
 
187
현상윤   저야 현재 중앙학교에 봉직코 있는니만치 교장하시는 대로 따라갈 따름이지요.
 
188
송진우   무슨 일이든지 시초가 좋아야 끝이 좋은 법인데……. 이건 제 삼십 평생의 경험으루 비춰봐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시초부터 기둥될 인물이 쑥 빠져서야…….
 
189
최 린   (그의 팔을 붙들며) 송선생, 그건 우리 조선 민족의 가장 결점인 사대주의의 관념이요. 내 자신부터도 그 봉건적 인습에 사로잽혀 있소. 우리가 아까 그학생 말처럼 첨부터 그들을 제외하고 시작지 않은 게 잘못이요. 그보다 더 잘못은 그들을 기대하고 의지한 것이요. 그들은 살면 몇 살이나 살겠소. 이미 칠순과 팔순은 넘은 인생의 골동이 아니요? 그들은 노쇠했고 우리는 펄펄 뛰고 있소. 그들의 의욕은 마비됐고 침잠됐고 무기력하고, 모 - 든 것에 권태하고 억겁합니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는 싱싱하고 꿋꿋하고 늘 새시대에 대한 의욕과 혁명적 정열에 용솟음치고 있소. 그들의 앞에는 캄캄하고 협잡한 묘결이 있을 따름이지만, 우리 청년들 앞엔 드넓은 벌판과 청청한 궁창이 있지 않소? 그뿐 아니라 자유와 독립을 위해서라면 물도 불도 헤아리지 않고 뛰어들려는 학생들이 있소. 그들 한 사람의 젊은 학생들은 실로 김윤식 외 3인의 명사보다 날 뿐 아니라 나아가 고의 순준하는 만 명의 인물보다 훌륭한 병사일 것이요. 그들 청년을 믿고 기왕 시작한 일이니까 끝까지 끌고 나가십시다.
 
190
송진우   글쎄요.
 
191
최 린   자고로 동서를 물론하고 희생에는 늙은 양보다 어린 양을 값있게 생각하오. 그들은 늙은 양이요. 우리는 펄펄 뛰는 신선한 피를 지니고 있는 어린 양이요. 제사에 어린 양이 효력이 있다면 이 우리 민족의 제전엔 청년들의 희생이 가장 귀할 것이오. 우리는 젯상 우에 놓인 어린 양이 됩시다. 조선의 행복은 크나큰 희생을 필요로 하고 있소. 또한 가장 귀하고 신선한 청년의 제물을 필요로 하고 있소.
 
192
송진우   그야 최선생께서 말씀 안 하시드래도 십분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애끼고 사랑하고 이 민족의 간성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는 선생 말마따나 고의순준하게 됩니다. 저는 최선생도 아시다시피 현재 600명의 중학생들의 장래를 맡아 가지고 있습니다. 제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직접 간접으로 이 애들한테 울려집니다. 우리가 만일 이번 일에 실패한다면 내 한 몸이야 희생 되드래두 한할 께 없지만 학교가 폐교가 되어 600명 학생이 노두에 나오게 되면 교장된 자로서 그 책임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므로 좀더 신중히 생각해서 행동코저 합니다.
 
193
최 린   그러니 생각할 여유를 달라는 말이시오?
 
194
송진우   네.
 
195
최 린   그럼 현군은?
 
196
현상윤   전 그저 송교장 하시는 대로…….
 
197
최 린   최선생은 어떡허시겠소?
 
198
최남선   난 첨부터 최선생한테두 얘기했지만 그저 문필가로서, 학자로서 일생을 마치고 싶으니까…….
 
199
최 린   그럼 최선생도 빠지시겠단 말씀이요?
 
200
최남선   무슨 말씀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십니까? 나야 빳겠다는 게 아니라 정치운동에 가담해서 혁명가로서 서는 것보다 그저 문필가로서, 일개 학자로서 입신코 싶으니까…….
 
201
최 린   그건 누구보담두 내가 잘 알고 있지 않소?
 
202
최남선   그러니 서류를 작성한다든가 선언문을 기초한다든가 하는 건 전적으로 내가 담당하되 실제에 있어 민족 대표에 가담하는 것만은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203
최 린   허지만 독립선언문을 당신 손으로 써놓구서 민족 대표에 일홈을 뺐다구 빠질 수야 있겠소?
 
204
최남선   그야 내가 썼드래두 표면엔…….
 
205
최 린   그거야 좋도록 합시다. 내가 썼다구 해두 좋구 또 우리 천도교에서 누가 썼다구 해두 될 테니까……. 다만 최남선 씨 빳구선, 이번 일이 선언문 기타 문서 중심의 운동인 만치 절대로 곤란할 것 같소.
 
206
최남선   내가 맡은 책임만은 끝까지 이행할 결의니까 그 점은 염려마십쇼.
 
207
리승훈   (이때까지의 침묵을 깨트리고 그 소위 남포 터지는 한 소래로 노호(怒號)한다) 좋소. 다 - 들 빠지시오. 다 - 들 빠지시오. 시골서 불러온 이 리승훈이만 냄겨놓고 다 - 들 빠지시오.
 
208
최남선   선생님, 전 전적으로 빳는다는 게 아니라 지금 말씀한 것처럼 내막에 있어선 일을 전부 보되 서명에만…….
 
209
리승훈   당신 졸 대로 하시구료? 당신이 이럴랴고 나를 정주서 불러 올렸소?
 
210
최남선   …….
 
211
리승훈   당신이 나를 안 만나구 (송을 가리키며) 저이더러 만나게 했을 때, 내 속으로 벌써 이럴 줄 알았소.
 
212
최남선   선생님, 그것만은 맹서코 제가 바뻐서…….
 
213
리승훈   말 마시오.
 
214
최남선   …….
 
215
리승훈   송진우 씨가 나한테 일에 관해서 자꾸 피하는 이유도 지금 생각하니 알겠소.
 
216
송진우   그건 전연 선생님의 억측이십니다.
 
217
리승훈   당신도 말 마시오. 당신들도 청년이요? 그렇다고 난 당신들을 힐책하는 것도 비난하는 것도 아모 것도 아니요. 다만 웨 사람을 불러올려놓고 언약을 어기냐 말이요?
 
218
최남선·송진우  …….
 
219
리승훈   처음 편지 말마따나 출자주에 관한 이야기라면 난 화도 안내고 두말 없이 다수굿이 내려가겠소. 나한테 총리대신을 시켜줄 테니 올라오라고 했었드래두 안 됐으니 그냥 돌아가겠소. 만석지기 논밭을 줄테니 올라오라고 했었드래두 안주는 이상 두말 없이 내려가겠소. 어여쁜 색시를 천거해준다고 했었드래두 언약을 어겼다고 탓할 것 없이 나는 그냥 내려가겠소. 허지만 그게 다 - 아니고 조선의 자주독립을 하자고 올라오라고 했기 때문에 나는 이대로 그냥 내려가진 못하겠단 말이요. 내가 자나깨나 궁리하든, 어떡허면 남북 삼천리에 이르는 우리 땅에서 저 왜놈들을 몰아 내쫓을 수 있을까? 어떡허면 사천 년 역사에 영원히 찍힌 오점을 다시 씻을 수 있을까? 어떡허면 그놈들의 착취와 탄압 밑에 우는 우리 이천만 동족의 얼골에 웃음을 볼 수 있을까? 이걸 당신들이 의론하자고 약속했기 때문에 나는 이대로 그냥 어슬렁어슬렁 내려가진 못하겠소.
 
220
최남선·송진우  …….
 
221
리승훈   (격하야 말끝은 통곡으로 변하며) 당신들은 나를 바람을 맞춰놨소. 시골에 들앉은 처녀 가슴에다 불을 질러 놨단 말이오. 어떡헐 테요? 나는 이대로 고향엔 못 돌아 가겠소.(하고 소래를 높여 통곡한다)
 
222
최 린   리선생님, 너머 심뇌치 마십쇼.
 
223
리승훈   (눈물을 닦으며) 추태를 부렸소. 용서하시오. (일어나며) 돌아가겠소.
 
224
일 동   (그를 바라본다)
 
225
리승훈   그러나 난 정주 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요. 내 숙사로 돌아가겠소. 그래서 기왕 난 바람이니 끝까지 한 번 싸워보겠소. 우리 기독교끼리만이라도 끝까지 그놈들과 싸워 보겠소. 싸워보겠소가 아니라 싸우겠소. 전조선의 기독교도가 응치 않는다면 우리 서북선 평양ㆍ선천ㆍ정주의 기독교도만으로서라도 하겠소. 그것도 안 된다면 나 혼자서라도 선언문을 들고 국제연맹에 뛰어갈 작정이오. (하고 뒤도 아니 돌아 보고 나가버린다)
 
226
최남선   (“선생님 선생님.”하고 쫓아가다가 다시 돌아오며) 난 뭐 빳겠다는 게 아니라…….
 
227
송진우   나도 뭐 언제 빳겠댔소? 좀더 신중히 생각해가지고 하자는거지. (현상윤에게) 가서 김성수 군 하고도 의론해서 다시 오십시다.
 
228
최남선   같이 나가십시다. 리선생이 그렇게 화내실 일이 못되는 데……. (린에게) 리선생님한텐 좀 쫓아가봐야겠소.
 
229
최 린   그럼 그 선언문 날 주구 가시오.
 
230
최남선   (안가슴에서 서류 뭉탱이를 내주며) 갔다가 곧 올 텐데요, 뭐.
 
231
송진우   그럼 또 보십시다.
 
232
현상윤   안녕히 계십쇼. 이따가라두 또 들르겠습니다.
 
 
233
최남선ㆍ송진우ㆍ현상윤 ,나간다.
234
혼자 남은 최린의 눈에서는 눈물이 스르르 볼로 흐른다. 그의 딸 봉래(7 세) 달려온다.
 
 
235
봉 래   아빠, 아저씨들 다 갔어?
 
236
최 린   응, 갔단다.
 
237
봉 래   (부(父)의 눈물을 발견하고) 으응. 그런데 아빠 웨 울어? 아빠 울면 난 싫여.
 
238
최 린   (급히 눈물을 닦으며) 울긴, 아빠가 웨 우니?
 
239
봉 래   그런데 웨 눈물이 나왔어? 아빠가 뭐 하자고 그랬는데 지금 그 아저씨들이 안 한다구 해서 그렇지? 난 다 알아, 그렇지 아빠?
 
240
최 린   아니야, 눈에 티가 들어가서 그래.
 
241
봉 래   뭘, 거짓말. 엊그저께 천도교 아저씨들도 모두 아빠가 뭐 하자구 그랬는데 안 한다구 했다구 밤에 울구서 뭐. 난 아빠가 엄마한테 얘기하는 거 자는 척하구 다 들은걸.
 
242
최 린   …….
 
243
봉 래   아빠, 그런데 아빠가 하자는 게 뭐유?
 
244
최 린   그건 알아서 뭘 하게?
 
245
봉 래   웨, 봉래가 알믄 못쑤?
 
246
최 린   꼭 알구 싶으냐?
 
247
봉 래   응.
 
248
최 린   (딸을 무릎 우에 올려논 후) 아빤 저 - 벽장 속에 든 조선 나라 기 있지?
 
249
봉 래   응. 경찰서에서 못 달게 해서 처넣둔 태극기 말이지?
 
250
최 린   응. 그 태극길 말이야. 아빤 그 기를 단오날, 팔월 추석날, 또 정월 설날, 이런 봉래 꼬까 입는 명절날 우리 대문깐에다 걸두룩 하자구 그랬어.
 
251
봉 래   그러구 또 리태왕 초상날.
 
252
최 린   (뜨금하야) 리태왕 초상날?
 
253
봉 래   응. 어저께 두부집 할아버지가 그러셨어. 조선나라 님금님이 돌아가셨으니까 조선나라 깃대에다 껌정 흥겊을 달어야만 된다구. 그런데 학교선 모두 히노마루 깃대에다 달라구 하지 않수?
 
254
최 린   (격하야 딸을 꼭 끼어안는다.)
 
255
봉 래   그런데 아빠. 그 아저씨들은 태극기 다는 걸 싫다구 그러우?
 
256
최 린   그런 게 아니라 그아저씨들은 조곰 뒀다가 달자구 그러셨어.
 
257
봉 래   그럼 아빠. 두부집 할아버지더러 하자구 하면 되지 않어. 그 할아버진 지금 곧 하자구 그럴 꺼야.
 
 
258
이때 천도교 교주 손병희, 동(同) 도사 권동진, 동(同) 오세창 들어온다. 봉래, “할아버지”하고 손(孫)에게로 달려가 매달린다.
 
 
259
최 린   어떻게 이렇게 나오셨습니까? 봉래 넌 나가 두부집 할아버지하구 놀아라. (하고 1전 끄내준다)
 
260
봉 래   응. (하고 받아가지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261
손병희   (앉으며) 어째 그리 풀이 하나도 없소? 교섭이 실패로 돌아간 게구료?
 
262
최 린   네, 김윤식 씬 일본 경찰이 너무 독해서 될 것 같지가 않다구 하구, 한규설 씬 김윤식 씨 거취를 봐서 하겠다구 하구, 윤용구 씬 황실을 위해서 해두 민족을 위해선 못 하겠다구 하구.
 
263
손병희   그럼, 박영횬?
 
264
최 린   그인 상해의 결과를 봐가지고 가담하겠다고 피하드랍니다.
 
265
권동진   우리도 그럴 줄 알았소.
 
266
오세창   그럴 줄 알았드면 학부대신 리용직(李容稙) 씨나 한번 만나볼 껄 그랬지.
 
267
손병희   그인 별 거 있겠소? 그래 최남선이, 송진우들은?
 
268
최 린   교섭 갔다 오드니 그만 풀이 죽어가지고 못 하겠다구들 그러는군요.
 
269
손병희   뭐, 못 하겠다구?
 
270
권동진   자기들이 허자구 말 내놓구서 나가자빠지면 어떡허구?
 
271
오세창   그리게 말이요? 다 - 허기로 발표하구 기독교측에서 사람까지 불러올려왔다면서?
 
272
최 린   그래서 리승훈 씨가 펄펄 뛰다가 갔었습니다. 다른 건 다 고사하구라도 동경 유학생들과 여기 학생측들한테 대할 면목이 없겠습니다.
 
273
손병희   그래 선언선…….
 
274
최 린   그건 두고 갔습니다. (하고 내준다)
 
275
손병희   (받아서 말없이 펴 읽는다)
 
276
최 린   문서 기초라든지 기타 서류작성 일체에 관해선 종전대로 끝까지 협력하되, 자긴 역시 문필가로서 입신코저 하는 사람이니까 연명에만은 빼달라는 겁니다.
 
277
오세창   그래두 결국 빳는 건 빳는 거지.
 
278
손병희   그래 당신은 어떡했으면 좋겠소?
 
279
최 린   사실은 그래서 지금 교주님 댁으로 올라가 뵐려구 하든 참입니다.
 
280
손병희   (선언서를 권, 오에게 돌리며) 다 - 빠지라구 하슈. 우리 천도교에서 단독으루 합시다.
 
281
최 린   (소생(蘇生)한듯) 그럼?
 
282
손병희   그게 말썽두 없구 편하겠소. 명령 계통도 일률적으로 될 수 있고 각계 각층을 망라하는 것보다 더 강력할 꺼요. (권ㆍ오에게) 어떻소? 그럭허는 게.
 
283
권동진   그게 좋겠소. 도중에서 허네 안 허네 소리가 나올 리도 없구.
 
284
오세창   교주님 말씀대루 우리 천도교에서 합시다. 현재 있는 전선 교도 100만 명이면 전민족의 십육분지 일 아니요? 넉넉히 우리끼리 단독으로 할 수 있소.
 
285
권동진   그렇소. 참 아닐 말로 100만 명 신도 일홈이면 나라도 팔아먹을 수 있다지 않소?
 
286
오세창   실지에 팔아먹었지. 매국노 송병준·리용구 놈이 대동일진회 백만 교도 일홈으로서라 하고, 총리대신 리완용이 놈하구 왜놈 통감 이등박문이 놈한테 진언설 내가지고 한일합방을 하지 않았소.
 
287
최 린   우리가 백만 신도를 가지고 있는 건 절대 강점입니다. 일본 놈의 무단정치로 조선에 회나 단체란 한 개만 남고 해산 해체 당한 데 있어, 우리 천도교만은 전선적으로 조직을 가지고 있으니까 우리끼리만도 능히 할 수 있을 겁니다.
 
288
손병희   그야 우리 천도교 중에서도 또 더러는 반대하는 사람 두 있을 테지만 끄트머리 가서는 우리 넷이서만이라두 할 결심으로 나갑시다.
 
289
권·오 양인  옳은 말씀이시오.
 
290
손병희   천도교 교주치고 아룻묵에서 죽은 사람 있소? 교조(敎祖) 최제우(崔濟愚) 선생께선 대구에서 목을 잘리시어 용담수(龍潭水)에 수장을 당하셨고, 제2교주 최시형(崔時亨) 선생께선 동학당(東學黨) 난리에 체포되시어 서울 옥에서 교살(絞殺)당하시지 안하셨소? 사실은 나두 그때 죽을 목숨이지만 상해루 일본으루 망명해서 천행으루 오늘 살아 있는 거요. 내가 산들 내 팔자에 방바닥에서 죽기를 바랄 수 있겠소? 나는 기왕 그때 죽은 목숨이니 조곰도 두려울 께 없소,
 
291
오세창   교주님이야 지금두 동학 봉기(蜂起) 때 혈기 그대루시지요.
 
292
손병희   그때두 양반놈들의 학대에 참다 참다 못해서 일어난 거에요. 지금 우리가 이 민족운동을 일으킬려는 것두 일본놈들 학대와 탄압과 착취에 참다 참다 못해서 일어나는 거요.
 
293
권동진   아마 사회정세도 그때하고 지금하고 똑같을 걸요?
 
294
손병희   꼭 같구 말구. 일이란 늘 민심의 기미를 잘 보촉해가지고 일으켜야 하는 법이요. 당시 농민계급들의 양반놈들과 탐관오리들에 대한 증오와 원차의 소리는 남선일대에 충만했었소. 그래서 모두들 어느 구석에서든지 일이 터지기만을 고대 고대하고 있었든 거요. 그러든 때라 우리가 전봉준이하고 고부에서 들고 일어나자 불과 수일내에 전라도서 10만 명이 몽둥이와 괭이를 들고 몰려들었었소. 우리가 전주로 진군하자 연도의 웅꾼들이 일제히 가담했고 경상도ㆍ강원도ㆍ경기도ㆍ충청도 각지의 방방곡곡에서 농민들이 관가와 양반을 뚜드려 부시기 시작했든 거요. 내가 시세를 관변하건대, 민심의 동향이 그 임시와 똑같소. 해내ㆍ해외를 물론하고 도시와 농어산촌을 막론하고 어느 구석에서 일이 터지기만 기대리고 있는 상태요. 종기로 치면 만창이란 말이요. 그러니 바늘만 갔다대도 터지게 되였소. 우리의 힘이라는 건 극히 미약한 것이요. 강력한 건 이 민중의 힘이요. 그러니 우리 지도자가 그들 민심의 기미를 잘 보촉만 하면 만사는 기계적으로 제절로 진행케 될 것이요.
 
295
최 린   우리에게 백만 교도가 있는 것과, 사회정세가 국제상으론 민족자결주의에 대한 민족의 반항심이 일촉즉발의 상태에 있는 것이 우리로서 손쉽게 거사를 할 수 있는 큰 강점이지만, 우리 천도교엔 크나큰 한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296
손병희   약점이라니?
 
297
최 린   그것 때문에 사회정세가 우리들의 봉기를 기대리고 있으되 실지에 있어 까닥하면 민중이 아니 따라올지도 모릅니다.
 
298
손병희   (초조한 듯) 그 약점이 대체 뭐요?
 
299
최 린   우리 천도교 자체에 대한 불신임과 손선생님의 사생활에 대한 세간의 비난입니다.
 
300
손병희   (약간 노기를 뿜은 어조로)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오.
 
301
최 린   우리 천도교를 사회의 일부에선 아즉도 친일적으로 곡해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302
손병희   뭐 친일적? 그럼 내가 친일파란 말이요?
 
303
최 린   그런 게 아니라 매국적 역할을 한 대동일진회가 우리 천도교의 전신인 동학(東學)의 분신이므로 일부에서는 대동일진회와 우리를 동일 계통으로 곡해하고 있단 말입니다. 그리고 대동일진회를 동학으로서 조직케 한 분이 손선생님이시기 때문에 단순한 민중은 손선생님을…….
 
304
손병희   그야 리용구 놈한테 내가 동학을 맽겼든 건 천추에 남을 한이오. 허지만 내가 동경 있을 그 당시의 리용구는 친일파가 아니라 과격한 친로파(親露派)였소. 나는 그래서 그놈한테 조선에 나가서 동학을 중심으로 회를 조직하되 표면으로는 친일적 색채를 띠우고 내면으로는 동학의 보지를 확립하라고 하고 그에게 동힉 인솔의 전권을 주었든 거요. 그랬는데 그놈이 나와의 언약을 어기고 송병준이 놈과 결탁하야 정말로 친일을 표방하고 심지언 한일합방을 창론했든 거요.
 
305
권동진   그랬기 때문에 손선생님께서 동경서 나오시자 곧 리용구ㆍ송병준이 놈을 우리 동학에서 내쫓이지 않았습니까?
 
306
오세창   그렇지요. 그래서 우린 천도교라 개명하구 저희놈들은 따로 시천교(侍天敎)를 만들구 확실히 갈라섰는데, 그게 어찌 자매 단체가 될 수 있단 말이요?
 
307
손병희   그건 그렇거니와 내 사생활에 대해서 비난하는 이유는 뭔가?
 
308
최 린   (약간 주저하다가) 선생님의 생활이 너무도 호화로우시기 때문입니다. 가회동 저택이 경복궁 같다느니……. 우이동 별장이 수십만 원 나간다느니……. 일본서 사들인 쌍두(雙頭) 마차만 타구 댕기신다느니……. 또 거기다 셋째 사모님 (제3부인 朱山月[주산월), 27세)께 대한 풍설 등……. 결국 말하면 선생님의 생활이 왕자 부럽지 않으시다는 것입니다.
 
309
오세창   남이야 아무렇게 살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일까?
 
310
최 린   선생님의 100만 원이 넘으시는 재산이 다 성미(誠米), 즉 삼백만 신도들의 혈간의 결정인 의연금이라구…… 해서 그러는 겁니다. 물론 이런 것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 때문에 선생님께 대한 신뢰가…….
 
311
손병희   그러니 우리가 단독으로 해선 민중이 따라오지 않을꺼란 말인가?
 
312
최 린   네.
 
313
손병희   (비통해지며) 그럼 나만 빠지면 되겠나?
 
314
최 린   선생님이 빠지시구야 교도들이 움직이겠습니까?
 
315
손병희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316
최 린   기독교하고 합작을 하시지요.
 
317
일 동   기독교하구?
 
318
최 린   네, 그게 이번 일을 전민족적으로 강력케 전개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또 한편 우리 천도교에 대한 비난과 불신뢰의 바람을 막을 수도 있는 길일 줄 압니다.
 
319
손병희   허지만 기독교에서 응할지 안 할지 모르지 않겠나?
 
320
최 린   조곰 아까 최남선 씨가 리승훈 씨 댁으로 쫓아올라갔는데 아마 합을 권하러 간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 하자고만 하면 그분은 당장 응하실 것입니다.
 
321
권동진   기독교도 한 50만 될걸?
 
322
최 린   훨씬 넘을 껍니다.
 
323
손병희   (권ㆍ오에게) 두 분 의향은 어떻소?
 
324
권·오 양인  좋겠습니다.
 
325
손병희   그럼 만사는 최린이가 맡아서 잘 조처하게.
 
326
최 린   네.
 
327
손병희   (권ㆍ오에게) 그럼 우린 올라가서 지방에 사람들 내려보내구 교도들을 결속하야 준비들 해나갑시다.
 
328
권·오 양인  그러시지요.
 
329
최 린   그럼 같이 나가시지요.
 
 
330
최린, 오 - 바 - 를 입고 3인과 함께 나간다. 무대 잠시 공허. 이윽고 리승훈과 최남선과 이야기하며 최린 되돌아온다. 뒤따라 남대문교회당 교사 함태영.
 
 
331
리승훈   그럼 지금 나가신 이가 바루 교주님이시요?
 
332
최 린   네.
 
333
리승훈   잘 자셔서 그런지 풍채가 좋소. 그래, 천도굔 어떡허기로 했소?
 
334
최 린   단독으루라두 하기루 했습니다.
 
335
리승훈   그렇다면 기왕 당신들과 우리가 중심이 돼서 할려는거니 합작하면 어떻겠소? 최남선 씨도 우리집엘 쫓아와서 그걸 자꾸 주장합니다. 그래서 우리 둘이 대표로 왔소.
 
336
함태영   (인사하며) 함태영입니다.
 
337
최 린   최린입니다. (승훈에게) 사실은 저희들도 합작 얘기가 나와서 제가 댁으로 올라갈려든 참입니다.
 
338
리승훈   최남선 씨 말이 불교도 넣으면 좋겠다구 하는데 댁에선 어떻겠소?
 
339
최 린   사실은 한용운(韓龍雲) 씨한테 우리 계획을 얘기했드니 자기들도 꼭 가담케 해달라구 했습니다. 역시 이 일이 전민족적인 일이니만치 종파를 가리지 말고 대동단결로 나갔으면 좋을까 합니다.
 
340
리승훈   나두 그 말엔 절대 동감이요. 그럼 천도교, 불교, 우리 기독교, 세 단체에서 각각 대표자를 뽑아서 민족 대표를 삼고 독립을 선언키로 합시다.
 
341
최 린   선언할 날짜는?
 
342
리승훈   3월 1일이 좋겠소.
 
343
최 린   3월 1일이요?
 
344
리승훈   3월 3일에 고 리태황의 국상이 거행될 테니까 각 지방에서 참관자가 모여들 꺼요. 이 군중을 선동합시다. 그리고 이날은 또 각 지방 방방곡곡에서 일제히 국상식이 거행될 테니, 서울과 지방이 동일 동시각에 행동을 개시할 수 있을 꺼요.
 
345
최 린   3월 1일이면 삼일이군요. 천시(天時), 지리(地理), 인사(人事)의 삼위일체……. (무릎을 치며) 아주 길일입니다.
 
346
최남선   국가구성의 3요소인 주권과 민족과 강토의 삼위일체도 되지 않겠습니까?
 
347
함태영   우리 기독교 신자로선 성부·성자·성신의 삼위일체 성신으로도 됩니다.
 
348
최 린   삼일 -. (다시 한번 무릎을 치며) 길일입니다. 아주 참 잘 잡으신 날짭니다.
 
349
함태영   그런데 천도교엔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350
최 린   일본놈이 그걸 두게 합니까? 약간 감춰뒀든 거 다 몰수당했지요.
 
351
함태영   우리, 무기 사용만은 절대루 말기루 하십시다.
 
352
리승훈   헐래야 헐 수나 있겠소.
 
353
함태영   그런데 이 운동방식 말입니다. 우리가 독립을 선언하노라 하고 일본과 정면 충돌을 할 께 아니라 역시 독립탄원서를 내서 한번 청원을 해보면 어떨까요?
 
354
최 린   탄원이야 민족자결은 아니지요.
 
355
리승훈   나 원, 이렇게 겁많은 이는 보길 첨일세. 우리가 우리의 독립을 당당히 선포하는데 탄원이란 무슨 비겁한 짓이요?
 
356
함태영   그럼 선언을 하되 어데까지든지 무저항주의로 나가십시다. ‘칼을 들지 말라. 너희가 너희 칼에 스스로 망하리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357
리승훈   그야 우리가 무기가 없는 이상 비폭력주의로 나가는 수밖에 없겠지요. (최린에게) 그런데 최선생께 챙피한 말 하나 할께 있소.
 
358
최 린   무슨 말씀이신데요?
 
359
리승훈   우리에게 운동자금이 한푼도 없소. 뿐만 아니라 서명 할 사람은 죽을 각오 해야 할 테니까, 그들 유가족의 생계도 도와줘야 하겠구…….
 
360
최 린   대강 얼마 가량이면?
 
361
리승훈   한 3천 원 가지면 되겠지요.
 
362
최 린   그건 염려마십쇼. 한 5천 원까진 보조해디릴 수 있을 껍니다. 손선생님께 여쭈어 내일까지 전해디리지요.
 
363
리승훈   고맙소.
 
 
364
이때 돌연 고막을 찢는 듯한 총성 1발, 계속하야 2발, 3발, 이어서 날카로운 호적(呼笛) 소래 삐 - 삐 - 하고 이쪽 저쪽에서 교차한다.
 
 
365
함태영   무슨 일일까요?
 
366
최남선   해외에서 누가 들왔다 잽힌 게 아닐까요?
 
 
367
이때 최린의 처, 급히 들어온다.
 
 
368
린의 처  (공포에 떨며) 지금 바로 요 앞에서 웬 학생이 헌병놈들 총에 직사했어요.
 
369
최 린   (불길한 예감이 홱 들며) 학생이?
 
370
린의 처  네, 동경 유학생이라나 봐요. 주머니 속에 독립선언문을 넣구 나오다가 정거장에서 추격을 당했다는군요.
 
 
371
이때 김원벽(金元璧), 달려들어온다. 일동, 이 불의의 입자(入者)에게 놀란다.
 
 
372
김원벽   승낙도 없이 무단히 들어와 죄송합니다. 전 강기덕·한위건 부탁을 받은 연희전문 김원벽입니다. 신문엔 게재가 금지됐습니다만 지난 9일날 동경서 그만 터지고 말았습니다.
 
373
일 동   그럼?
 
374
김원벽   네. 최팔용(崔八鏞), 리광수(李光洙), 송계백(宋繼白), 서춘(徐椿), 최근우(崔謹愚), 김철수(金喆壽), 백관수(白寬洙), 리종근(李琮根), 윤창석(尹昌錫), 김도연(金度演), 장덕수(張德秀) 등이 간다(神田[신전]) 기독교청년회관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참집한 남녀 유학생들과 만세를 고창하며 시가로 시위행렬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팔용 이하 대표자들이 독립청원서와 결의문을 귀중량 의원, 각국 대ㆍ공사, 동경내 각 신문사에다 제출하고 그 길로 경시청으로 몰려가서 즉시 독립의 단판을 했다구 합니다.
 
375
리승훈   그럼 기여쿠 터지구 말았구료? (하고 감격하야 일동의 손목을 잡는다)
 
376
최 린   역시 조선에도 피가 있군요?
 
377
김원벽   리광수, 장덕수는 상해로 탈주하고 최팔용 외 주모잔 체포당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도망하야 나오다가 하관과 부산서 거의 다 잽혔다구 합니다. 오늘도 경성역에서 두 사람이 잽혔고 댁의 문전에서 달아나다 한 사람이 무참히 왜놈 총에 죽었습니다.
 
378
일 동   그럼 지금 죽은 그 학생이?
 
379
김원벽   네,헌병대에선 일제히 요시찰원의 가택수색을 개시했으니 주의들 하십쇼. 우리들은 전부 하숙을 옮기고 몸을 피했습니다. 그럼 안녕히들 계십쇼. (하고 질주해 나간다)
 
380
리승훈   제1차로 동경서 터졌소. 제2차는 오는 3월 1일에 우리가 터트리고. 방방곡곡에서 우리가 함께 연락한 것도 아니요, 계획한 것도 아니지만 보지도 듣지도 못하든 사람이 제3차, 4차, 5차로 나설 것이오. 그리하야 최후의 일인 최후의 일각까지 다 함께 우리 의사를 발표할 것이요. 그러니 우리 다시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합작을 굳게 약속하십시다. (하고 최린의 손을 잡는다)
 
381
최 린   (그의 손등에 다시 손을 얹고) 약속하겠습니다.
【원문】제 3 막 (1919년 2월 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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