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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달 자는 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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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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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달 자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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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6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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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레를 탄 고운 햇빛이 나무 가지마다 가득 하였읍니다. 아침을 찬미하는 자연의 처녀(새)들이 노래를 시작 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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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엔 정말 고운 달을 보았다오. 씻은듯이 푸른 하늘에 심장형의 고운 반달 ── 검은 머리를 풀어헤친 만수송음(萬樹松陰)에는 은달이 재주를 넘고요. 청옥을 깔아놓은 넓은 하늘에는 금별이 졸음을 졸고요. 그리고 쉴 사이없이 흘러가는 밤 빛에 고개숙인 풀위에는 옥구슬이 맺혔읍니다. 흰 달 흐르는 긴 숲사이로 지팡이를 끌고 외로이 흘러갈때, 내 마음에는 자유 하나만이 저달같이 고요히 비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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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어제 밤은 모두 야단 이었읍니다. 달빛에 취해서들요. 여기서도 노래. 저기서도 노래. S寺[사] 일대는 웃고 떠들고 야단하는 환락의 천지가 되었답니다. 물과 언덕과 바위마다 속삭이는 그 모양. 나는 그러한 S寺[사]는 보기가 싫어요. 그러나 우리님 만은 언제 오실는지. 아, 보고 싶어……. 팔목에 당신의 이름을 또 새기고 들여다 봅니다. 그리고 저번에는 유의 이름을 내 팔목에 새겼다가 누구에게 핀잔을 받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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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寺[사]에 온 후 주의되는 것이 많이 었었어요. 나의 작품을 읽고 나를 숭배한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온답니다. 그리고 선생이라고 야단 들이지요. 어제는 평양서 왔다는 한, 임, 정, 세 여자들이 내가 여기에 있다는 말을 듣고, 평소에 보기를 원했다고찾아 왔었읍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부끄러워요. 어서 몸이 튼튼해서 많이 배워야 하겠어요. 그리고 가장 젊잖은 듯이 선생님 행동을 하기에 매우 힘이 드는구려. 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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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寺[사]는 지금 한장 혼잡한 때입니다. 여관마다 집이란 집은 꼭꼭 찼읍니다. 절에까지 손님으로, 빈 방이 없는 모양입니다. 거의 모두 애인 동지들이 재미나게 속삭이며 다닙니다. 애 인이 없다면 배알이 틀리고 눈물이 저절로 날듯 합니다. 그러나 내게도 별같은 내 자유가 있다고 생각할때마다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읍니다. 지금 바라보니 백합 뭉치같은 구름 덩이가 둥실둥실 남쪽으로 갑니다. 그리고 매미가 몹시 울고 물소리가 하품을 하고요. 나는 나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밤마다 꿈을타고 당신께 간답니다. 그리고 오는길에 당신의 행복과 기쁨을 빌어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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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당신 편지 받은 후, 편지하겠다고 했지만 사랑하는 나의 사람이니까 그럴 수 없어요. 매일 할려고 해요. 나의 마음을 다하여…… 나는 사람 의 참된 사랑을 당신위에 심어 보려니까. 그러면 내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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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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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은달 자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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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달 자는 밤에 [제목]
 
  노자영(盧子泳) [저자]
 
  1939년 [발표]
 
  서한문(書翰文)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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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3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