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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朝鮮)의 특수성(特殊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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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7.12~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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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조선]의 特殊性[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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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년 여름인가 가을에 어떤 조선 영화를 보았는데 거기서 나는 別乾坤[별건곤]에 사는 조선 사람을 보았다. 그들은 조선 사람은 조선 사람인데 조선 사람의 생활도 아니요 서양 사람의 생활도 아닌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생활하는 배경도 조선은 조선이면서도 조선도 아니요 서양 어디 같지도 않았다. 그들은 어찌하여서 그런 생활을 하지 아니치 못하게 된다는 하등의 암시도 그 영화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제작인측의 말과 어떤 팬의 설명을 들으면 우리의 생활이 어찌 됐던지 배경이야 어찌 됐던지 자동차가 나오고 비행기가 나오고 高樓巨閣[고루거각]이 나오고 탐정이 나오고 惡漢[악한]이 나와서 총을 쏘고 칼이 번쩍거리고 절세 미인이 나오고 러브신이 나오고 하면 관중은 끌린다고 한다. 하기는 그도 그럴 듯한 말이었다. 나는 구역이 나는 영화건만 팬들은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질러 써 그를 환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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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을 보고 생각하면 제작자의 관찰이 요소를 짚었다고 할 수 있다. 꿩잡는 것이 매라는 격으로 하여튼 팬을 많이 끌어서 돈만 많이 벌면 제일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결코 문제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작품이 팬을 끈다면 며칠이나 끌며 우리의 생활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또 그것을 즐기는 계급은 어떤 계급이며 그들의 심리는 어떠한 것인가. 이것은 미상불 생각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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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의 손으로 제작된 것이라도 조선을 배경으로 조선인 생활을 취급한 조선 작품이라면 조선의 특수성이 나타나야 하겠거든 하물며 조선 사람의 손으로 지어낸 조선 작품에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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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상은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현하 우리 문단에 나타나는 문예 작품에서도 많이 보게 되는 기현상이다. 그들 작가는 조선인에게 주는 조선작품을 제작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조선 작품을 제작치 못하고 만다. 그것은 그들이 조선의 특수성을 생각지 않고 독자에게 秋波[추파]를 주어서 독자의 흥미만을 끌려는 데서 오게 되는 실패라고 아니 타락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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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들 작가의 작품을 보면 머리에 말한 소위 간판좋은 어떤 조선 영화(조선 영화라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나 별로 틀릴 것이 없다. 그것을 박아서 스크린에 보인다면 그런 영화가 될는지도 모른다. 그들 작품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모두 딴 세상의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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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를 사용하고 조선 의복을 입었으되 그들은 현하 조선인이 받고 있는 사회적 조건 또 그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내적 생활의 현상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다. 그것은 모두 작가의 머릿속에서 꾸며 놓은 로맨틱한 꿈속에서 로맨틱한 눈물을 뿌리고 웃음을 웃고 뛰는 인물들이다. 따라서 그 인물들이 활약하는 무대도 그러하다. 조선은 조선이면서도 조선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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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들 작가는 텁텁하고 음산하고 찌긋찌긋한 현실苦[고] 같은 것은 폐하고 어찌 되었던지 흥미있고 호화롭고 관능적 만족을 與[여]하여 환락의 밝은 그리고 달콤한 꿈이 흐르는 사건만을 늘려서 사상에 아무런 주조가 없는 청춘 남녀와 무식한 군중의 歇價[헐가]한 눈물을 사고 열등 감정을 흔들어서 그들로의 흥미와 만족을 사려고 한다. 이런 종류의 문예품(실상은 문예품도 아니다)은 독약보다도 더한 해독을 독자에게 주는 것이다. 그러한 작품에 취하는 독자는 그 작품에 쓰인 세계를 동경하고 그 주인공들의 생활을 몽상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 독자의 현실은 조금도 그것을 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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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그 작품 중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운명과 같이 어떤 로맨틱한 사건이 생겨서 그를 건져 주고 다시 좋은 세상으로 끌어 줄까 하되 그것도 공상이다. 여기서 그들은 비탄과 우수와 절망과 번뇌를 마지않는다. 어떤 이는 거기서 자살을 꾀하고 어떤 이는 콜랑콜랑 피나 뱉다가 빛나는 생을 빛나게 못 가지고 썩어져 버린다. 이러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느냐. 그것은 더 말치 않아도 明苦觀火[명고관화]로 판단될 일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작품은 작품으로서도 하등의 가치가 없거니와 사회에 큰 해독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그러한 작품을 요구치 않는다. 요구치 않을 뿐만 아니라 일보를 더 進[진]하여 배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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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조선 작품이라 하면 조선의 특수성이 보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조선의 생활이 드러나야 할 것이니 그럼으로써 조선 작품으로서의 면목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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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생활은 어떤 방면으로 보든지 조금도 화려, 명쾌한 맛이 없으므로 현실 그대로를 제재로 취급하기에는 너무도 머릿살이 아프다고 하는 말을 어떤 분에게 들었다. 그렇다. 조선의 생활에 화려하고 명쾌한 맛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거기는 동감이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또는 사상적으로 조선은 일대 수난 시대에 처하여 있다. 그 지긋지긋하고 머릿살 아픈 수난의 현상을 우리는 도처에서 본다. 심하게는 우리네들의 일상생활에서까지 시시각각으로 찾을 수 있다. 그 모든 고통은 우리들의 생활이요 동시에 특수성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이것을 一朝一夕[일조일석]에 벗을 수도 없거니와 무시할 수도 없다. 우리는 이 속에서 장래할 시대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속에서 작품만이 화려 명쾌한 색채를 띠고 나올 리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그 생활을 반영하게 될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그 작품이 화려 명쾌치 못하고 침울 음산할 것은 정한 이치일 것이다. 이러한 것을 생각지 않고 머릿살이 아프다고 조선 작가로 조선의 현실을 무시하고 취하지 않고 화려 명쾌한 것만 찾는다면 그는 애초에 되지도 않을 일이거니와 된다면 현실을 떠나 작자의 머릿속에서 억지로 빚어진 허수아빌 것이다. 또 침울하고 텁텁한 작품은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 하여 위에 말한 영화나 그런 영화적의 작품을 제작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아무 소용도 없는 작품이 되고 독자에게 해독만 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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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작가로서 독자의 흥미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독자의 흥미만 따라간다는 것은 문제다. 독자의 흥미란 대중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도 어느 정도의 수양이 있는 독자면 별문제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독자는 目前[목전]의 관능적 흥미에만 가장 솔깃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이 현실 생활이 동요가 심하여 어디가 어떻게 지접할 줄을 모르고 알 수 없는 공포 중에서 그날그날을 보내게 되는 일반 민중은 목전의 일시적 劣品[열품]한 관능을 자격하는 흥미에 취하여 모든 憂愁思慮[우수사려]를 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사에 맞추기 위하여 작가가 자신을 떨어뜨려 가면서까지 작품을 낸다는 것은 뜻있는 사람으로서는 차마 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작품의 우열은 그 작품의 명암에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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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은 위에도 말하였거니와 그 작품을 산출케 하는 생활의 명암에 따라 작품이 받게 되는 필연적인 현상이요 결코 작품의 우열을 가리게 되는 표준은 아니다. 작품의 우열을 가리게 되는 것은 사회적 조건과 문학적 가치인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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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조선의 작품은 조선의 현실을 무시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을 그러냐 하고 그 속에서 장래할 조선을 찾아서 독자의 앞에 드러내놓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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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비로소 조선의 생활에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원문】조선(朝鮮)의 특수성(特殊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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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해(崔曙海)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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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3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