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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수집(屑穗集) ◈
◇ 동태(凍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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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2. ~7.
계용묵
1
설수집(屑穗集)
 
2
동태(凍太)
 
 
3
아니 아니 하면서 몇 잔 더 더 들었다고는 하나, 약주 되반을 셋이서 나누고 이렇게 다리가 휘청거려 보기는 처음이다. 지푸라기로 지느러미 짬을 뀌어 손가락에다 감아 쥔 두 마리의 동태가 휘청거리는 걸음 따라 손 끝에서 곤두춤을 춘다.
 
4
달마다 월급날이면 한 잔씩 하는 것이 통례였고 아무리 군색해도 가족을 위하여 소고기 한 근씩은 사들고 들어갈 줄을 알던 것이, 오늘의 월급봉투는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월급으로는 그달그달을 살아갈 수가 없는 살림에, 이 봄에는 아이놈이 국민학교엘 들어간다, 입학금이니 교과서니, 이것저것 치다꺼리가 눈에 차지도 않는 것이, 사만 환의 봉급에서 삼만여 환이나 가불을 월초에 하였던 데다가 사원의 가족사망 위문금이니, 결혼 축하금이니 하는 것들을 제하고 나온 봉투는 얄팍하게 앞뒤가 착 달라 붙은 것이 손맛에서부터 마음이 선뜻하였다. 세어 볼 것도 없이 이천팔백오십 환밖에 들어 있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5
‘이걸 가지고 다섯 식구가 한 달을 살아야 한다!’
 
6
받아 든 봉투를 그는 넣으려고도 아니하고 그냥 들고 앉아서 눈을 내려 깔았다.
 
7
언제라고 예산을 세우고 살림을 하여 본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만 환도 못 되는 이 봉투로 한 달을 살아가야 한다는 데는, 애초부터 절약이니 무어니 하고 생각해 볼 성질도 못 되었다. 예산 없는 생활이라, 따져 보면 못 살 것 같다가도 그래도 어떻게 꾸리어져 나가게 되는지 기적적으로 한달을 넘어가고 또 한 달을 넘어가고 해서 그 한 해를 넘기어 오곤 했으나. 이제부터는 이런 기적조차도 딱 스톱이 되고 말 것 같았다.
 
8
오는 달 열흘만 되면 그 뒤에는 또 어찌 되든 가불을 할 셈치더라도 남은 이달을 채우고 그 열흘까지 보름 동안은 살아가야 할 것이 막연하였다.
 
9
그러나 묘책이 있을 리 없다. 결론은 역시 기적을 바라고 되는대로 살아 갈 도리밖에 없다. 발 잔등에 떨어진 불부터 또 꺼 가며 보자, 내일 아침 양식이 없으니 천구백 환 정도는 우선 떼어 쌀 닷 되는 들여 놓아야 이달은 살겠고. 또 전차비가 있어야 출근을 할 테니,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는 걸어간다 치더라도 보름 동안에 열다섯 장 칠백오십 환은 가져야 한다. 이천팔백오십 환에서 이천육백오십 환을 제하고 나니 남는다는 게 또 돈 이백 환, 약주 한 잔도 친구들과 나눌 여유가 없다. 이런 때면 제법 술꾼이나처럼 비위가 동하는 약주, 내가 언제 이렇게 술 맛을 알았던가 스스로 쓴 침을 삼키며 앉았다가 퇴근 시간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 밀려 나왔던 것이, 봉투들은 제대로 다들 골라서도 그래도 월급날 섭섭하지 않느냐고 농담이 되어, 셋이 어울려 술집으로 들어가 남의 술로나마 울적한 마음을 다소 풀기는 하였으나, 월급날이면 잊어 본 일 없던 가족을 위한 소고기 한 근 생각이 간절도 하였다. 그래도 자기는 어쩌다가 오늘 저녁처럼 이렇게 밀려다니게 되면 빈대떡이나 곰탕 그릇이 생기게 되는 때가 있지만 집에 파묻혀 있는 가족들은 날이면 날마다 그날을 그날처럼 까야 하는 게 김치조각 뿐이다. 동태국이라도 한 끼 끓여 먹여야 하겠다. 술집에서 나오자 종점 시장으로 들어가 동태 두 마리를 사서 들었던 것이다.
 
 
10
청산도 절로 절로
11
녹수도 절로 절로
 
 
12
여전히 휘청거리는 다리에 진정을 얻지 못하고 중얼중얼 미아리고개를 비틀거리며 추어 오른다.
 
13
별안간 휙 하고 모진 바람이 옆에서 일어난다. 그와 동시에 무엇이 몸을 스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손이 허전하다. 내려다보니 손에는 동태가 없었다.
 
14
“어렵쇼.”
 
15
술에 젖은 게슴츠레한 눈에 힘을 주어 뜨고 고개를 제껴 앞을 내다보았다. 한 대의 지프차가 저만치나 앞에서 질풍같이 내닫고 있었다.
 
16
“어렵쇼, 동탤!”
【원문】동태(凍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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