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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주의(東洋主義)에 대한 비평(批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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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 8. 8, 10
신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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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主義[동양주의]에 대한 批評[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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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주의자(東洋主義者)는 무엇인가. 동양 제국이 일치단결하여 서력(西力)의 동점(東漸)함을 막는다 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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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를 제창한 자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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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나라를 그르친 자이니, 그들이 4천년 조국을 들어서 구거(鳩居)에 바치며, 2천만 형제를 몰아서 노적(奴籍)에 들이밀매 이 세상에 차마 설 면목이 없는 고로 이러한 말을 억지로 만들어내어, 위로 하늘을 속이며 아래로 사람을 속이어 현재는 동서ㆍ황백(黃白) 두 인종의 경쟁시대라고 말한다. 동양이 흥하면 서양이 망하고 서양이 흥하면 동양이 망하여 그 세력이 양립하지 못할 것이니, 오늘날 동양에 태어난 자는 나라와 나라가 서로 합하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맺어서 서양에 대항할 때이니, 그런즉 우리들이 나라를 팔아서 서양 사람에게 주었어도 이것이 죄이거니와 지금은 그렇지도 아니하여 판 자도 동양인이요, 산 자도 동양인이니, 비유컨대 초(楚)나라 활을 초나라가 얻은 것인데 우리가 무슨 죄가 있으리요 하며 이 뜻으로 스스로 해설하며, 이 뜻으로 스스로 변호함이니, 이른바 동양주의가 처음으로 이들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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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외국인에게 아첨하는 자이니, 국세(國勢)가 벌써 이 지경에 이르러 전국의 각 권리가 다 외국인의 수중에 떨어지매 앞서 말한 방혜곡경(旁蹊曲徑)ㆍ승영구구(蠅營狗苟)의 무리가 한 자리 관작(官爵)을 목마르게 생각하며 몇원 월급을 고대하고 꿈꾸는데, 이를 구하여 얻는 방법은 오직 외국인에게 아첨을 떨 뿐인 것이다. 이에 온갖 방법과 계책을 내어 그의 한번 찡그리고 웃음을 구할새, 금전을 바치면 그가 기뻐하나 그 기쁨이 오히려 작으며, 진기한 보배를 주면 그가 기뻐하나 그 기쁨이 오히려 엷고, 그가 크게 기뻐할 바는 오직 대한(大韓) 전국의 국혼(國魂)을 벗겨 없애는 일이 그것이다. 이를 능히 벗겨 없애는 자가 있으면 그가 그 손을 잡으며 그 입술을 입맞추고 노래하여 이를 맞이하고 춤추며 절할 것이다. 그러므로 일반 노예배들이 이 뜻을 알아차리고 각기 기계(奇計)를 내어 자기 나라의 국혼을 벗겨 없애고자 하지만, 다만 직접적으로 사람을 향하여 너의 나라를 잊고 외국을 섬기라 하며, 너의 조국을 등지고 외국을 떠받들라 하면 무지한 아이들도 반드시 칼을 빼어들고 분기(奮起)할 것이니, 이렇게 하면 또한 헛되이 힘만 쓰고 공이 없을 것인지라, 아아, 저 노예 무리가 그 마심(魔心)을 다하여 동양주의라 일컫는 마설(魔說)을 꾸며내어 우리가 일본에 뺨을 맞으면 성낼 것이나 그가 우리를 이끌어 말하되, 동양은 일가(一家)니 네가 성내지 말라 하며, 우리가 일본에게 피를 빨리면 원통하지만 그들이 우리를 속이어 말하되 황인종은 같은 인종이니 너희가 원통해하지 말라 하여, 밝고 밝게 국민을 몰아 국가주의를 잊고 동양주의에 취하게 하니 동양주의가 이들에게 굳어진 것이다.
 
6
셋째로, 혼돈한 무식자이니, 이들은 원래 독립한 주견(主見)이 없고 다만 물결 따라 생애를 즐기는 자이다. 세태가 푸른 안경을 쓰면 나도 푸른 안경을 쓰고, 세태가 누른 안경을 쓰면 나도 누른 안경을 써서 일어나고 앉는데 다른 사람의 팔을 의지하고, 시비(是非)에 딴 사람의 말을 따르고, 딴 사람이 옛것을 고수하면 나도 옛것을 고수하며, 딴 사람이 개화(開化)하면 나도 개화하여 시세(時世)에 따라 옮기던 자로, 우연히 오늘날을 당하여 정부당(政府黨)과 일진회(一進會) 및 유세단(遊說團)의 꾀는 농락과 일본인의 농락 중에서 동양주의설(東洋主義說)을 얻어듣고 이 말을 믿고 이리저리 떠들어대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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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와 같이 동양주의를 부르짖자 일본인이 그 소리에 화답하며, 그들이 이와 같이 동양주의를 펼치매 일본인이 공의(共議)를 주(註)하여 화답함이 날마다 그치지 않으매, 한 나라 2천만 무교육의 인민이 빠르게 이 마설에 빠져들어, 동양에 있는 나라면 적국도 우리나라로 보며, 동양에 있는 종족이면 원수의 종족도 우리 종족으로 인식하는 자가 점점 생기는 것이다.
 
8
혹 말하기를, 우리의 몸뚱이가 이 국토에 태어난 까닭으로 애국의 뜻이 있으며, 우리의 혈통을 이 국민에게 물려받은 까닭으로 애족(愛族)의 뜻이 비로소 있는 것이니, 이 뜻을 미루어 생각하라. 우리가 동양의 황인종이 되었은즉 같은 아시아주의 같은 황인종을 사랑하는 뜻이 없음은 옳지 않으며, 또 이 나라는 동양의 한 나라라 동양이 모두 망하면 이 나라도 따라서 망할 것이니, 동양을 사랑하지 않음이 어찌 옳으리요. 아 슬프다, 그대여 내 말을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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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람이 있는데 다른 날에 금성(金星)ㆍ수성(水星) 등의 세계와 통상(通商)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인즉 전지구 인류가 사해일가(四海一家)의 주의를 부르짖어 병력을 훈련하여 저 세계의 침략해옴을 막으며, 인민을 길러 저 세계의 세력과 경쟁한다 하여 황ㆍ백을 고루 사랑하며 동서를 한눈으로 보면 어떠하오? 그 말은 옳지 않다. 현재 국가경쟁이 더욱더 왕성하여 잠시라도 퇴보하면 호랑이에게 물려 씹히며 조금이라도 미약하면 매발톱에 긁혀 죽게 되니 어찌 이 사해일가를 이루지 못한 천만년 후의 일로 어리석은 꿈을 꾸어 현재의 대세를 반항하리요. 그런즉 오늘날 폴란드에 한 인종이 나와서 입으로 서양주의를 외치고 붓으로 서양주의를 그려 망국의 슬픔을 잊고 서양의 단결만 꾀하면 어떠하오? 그것은 옳지 않다. 자기 집의 형제ㆍ처자가 얽어맴을 당하며, 자기 집의 조상이나 부모가 매맞는 치욕을 받고 수천년 전래하던 일가 권속을 살해하는 악독한 도적이 그 마을 안에 있다면, 일가 권속의 고통은 구휼하지 않고 한 마을의 화락만 바라며, 악독한 도적의 물리침은 꾀하지 않고 한 마을의 단결만 도모할 것인가.
 
10
슬프다, 한 마을이 단결하여 우리 집의 화를 구해 준다면 이를 추구함이 옳거니와 오늘날의 경우는 그렇지 아니하여 한 마을의 단결 여부가 우리 집의 흥망에 무관하거늘 헛되이 악독한 도적의 뒤를 따라서 이를 공의(共議)하면 어찌 노예의 어리석음이 아니리요.
 
11
이로 미루어 보면, 한국인이 이 열국 경쟁시대에 국가주의를 제창하지 않고 동양주의를 꿈꾸면 이는 오늘날 시대의 인물로 미래 다른 별나라 세계와의 경쟁을 근심하는 자와 다름없으며, 또한 이 비경(悲境) 중에서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날 도리는 생각지 않고 동양주의를 기대면 이것은 폴란드인이 서양주의를 말하는 것과 다름없느니라.
 
12
하물며 국가는 주인이요 동양주의는 손님이거늘, 오늘날 동양주의 제창자를 살펴보건대 동양이 주인되고 국가가 손님이 되어 나라의 흥망은 하늘 밖에 놔두고 오직 동양을 이같이 지키려 하니, 슬프다, 어찌 그 우미(愚迷)함이 여기에 이르렀는가. 그런즉 한국이 영구히 망하며 한족(韓族)이 영구히 멸망하여도 다만 이 국토가 황인종에게만 귀속되면 이를 낙관(樂觀)이라 함이 옳을까. 아, 옳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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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또 일컫되, 저 동양주의를 외치는 자도 진실로 동양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 주의를 이용하여 국가를 구하고자 함이라 하나, 우리가 보건대 한국인이 동양주의를 이용하여 국가를 구하는 자는 없고 외국인이 동양주의를 이용하여 국혼(國魂)을 찬탈하는 자가 있으니 경계하며 삼갈 것이다.
 
 
14
〈大韓每日申報[대한매일신보] 1909. 8. 8ㆍ10〉
【원문】동양주의(東洋主義)에 대한 비평(批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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