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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수집(屑穗集) ◈
◇ 단식(斷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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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2. ~7.
계용묵
1
설수집(屑穗集)
 
2
단식(斷食)
 
 
3
오늘 아침은 어쩐지 박군의 안색이 매우 좋지 않은 것 같기에 어디 몸이 편치 않으냐구 물었더니, 그저
 
4
“아닙니다.”
 
5
하고 말을 피하려고 한다.
 
6
원래 책임관념이 센 박군이라, 일을 쉬기가 미안해서 불편한 몸을 억지로 참고 지탱을 해 가며 사무상을 지키고 앉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정말 몸이 불편하면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 편히 좀 쉬라고 하였더니
 
7
“녜, 뭐 괜찮을 거에요.”
 
8
하고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긍정은 하면서도 그대로 앉아서 뙤고 있던 주판알만 그냥 뙤고 있었다.
 
9
“괜치않을 거라니 감긴가?”
 
10
“아녜요. 저 저 단식을 좀 합니다.”
 
11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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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놀랐다. 4·19 이후 데모와 단식이 각 기관에서 한참 성히 유행을 하고 있는 차제라, 혹시 우리 회사에도 무슨 그런 무엇이 싹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짐짓 염려스럽기도 해서
 
13
“단식! 단식은 왜?”
 
14
하고 박군의 태도부터 살피었더니,
 
15
“녜, 뭐 제 집안 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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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원기라고는 한푼어치도 없는 것 같은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1·4 후퇴 때 정주서 아버지 어머니 누이동생, 그리고 저까지 네 식구가 월남을 하다가 해주에 와서 한참 월남민이 밀리어 쏟아지는 바람에 그만 어디서 어떻게 되었는지 아버지를 분비통에 잃어버리고 찾다찾다 못해서 하는 수 없이 그냥 세 식구만이 월남을 한 이후, 어머니는 아버지가 생존에 계신지, 계시다면 부디 몸 평안히 계시다가 기회가 있는 대로 넘어오시도록 하라고, 이래 7, 8년을 하루같이 기도를 드려 오던 것인데, 요즘 와서는 남북통일론이 신문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보시고는, 어서 남북 통일이 되게 하여 달라고, 그리하여 하루바삐 남편을 만나게 하여 달라고 이번에는 아버지의 생신날을 기하여 2, 3일 전부터 단식 기도를 한다는 말을 덧붙이고 나서, 그렇지 않아도 건강하지 못한 늙은 몸으로 장사를 하는 어머니가 사흘씩이나 단식을 하고 나니 맥이 한푼어치도 없이 즐거 돌아가실 것만 같아 단식을 중지하시라고 아무리 권해도 들으시지를 않아, 그러면 어머니의 단식을 중지하기까지 자기도 단식을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어머니의 단식 중지를 위한 단식을 자기도 어제 아침부터 시작했노라는 것이다.
 
17
말이 쉽지 장시일의 단식이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남편을 위한 아내로서의 단식이나, 어머니를 위한 자식으로서의 단식이나 이것이 모두 그 성의만은 무던하다 아니 할 수 없으나, 나는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른다. 무어라고 대꾸할 수도 없어서,
 
18
“그래, 그렇다면 어서 돌아가 쉬게. 굶어서 어떻게 일을 보나. 어서 돌아가게.”
 
19
하고 퇴근을 권하였더니
 
20
“아닙니다. 사흘씩이나 굶으신 어머니도 매일같이 장에 나가서 장사를 하시면서 단식을 하고 계십니다. 저라고 일을 쉬면서 단식을 하겠습니까. 배가 아파서 그러지 그까짓 견디면 꽤 견디겠지요. 다섯 끼를 굶었더니 아마 회가 동하나 보지요. 회충산이나 이제 한 봉 사다 먹겠습니다.”
 
21
하고 박군은 또 예기 없는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22
‘단식을 하면서 배가 아프니 회충산을 먹는다!’
 
23
순간 나는 그의 단식의 의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식으로 위해서 오는 복통을 약으로 치료하면서 단식을 하여야 하는 단식! 어머니를 위한 그의 단식이 무던하게 생각되던 조금 전에 그를 대하던 나의 감정은 나도 모르게 얄미움으로 돌변해 옴을 어찌하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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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 회충산을 먹어! 그게 무슨 단식인가?”
 
25
하고 제결에 한마디 내 쏘았더니
 
26
“회충산쯤이야 괜치않지 않아요? 유명한 정치인들은 뭐 엥걸 주사를 맞으면서 꿀단지를 옆에다 놓구 단식들을 하였다는데요.”
【원문】단식(斷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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