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연산군을 폐위시키고 중종을 추대한 중종 반정 때 공을 세운 사람에게 내린 훈호.

1506년(중종 1) 중종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은 즉위 직후 자신을 도와 왕위에 오르게 해 준 신하들을 표창하였는데, 모두 4 등급으로 나누어 표창하였다.

1등 공신은 8명으로 박원종· 성희안·유순정을 비롯하여 유자광·신윤무·박영문·장정· 홍경주 등이고, 공신의 숫자는 추가된 사람 수까지 합쳐 모두 117명이나 되었다.

이 공신의 수는 조선 전기 역대 공신의 수에 비해 상당히 많은 것이며, 선정된 공신의 성격도 친척과 인척이 많아 친족 집단의 연맹체와 같았다. 또한, 공신 집단의 허구성이 컸을 뿐만 아니라, 연산군 때의 총신이나 적어도 반정 당시 연산군을 모시고 있던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절의면에서나 명분에 있어서나 비공신 계열에 대한 우월성 등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정국 공신들은 조광조 등 신진 사류파 학자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이 때문에 여러 차례의 옥사를 거쳐 많은 인물이 삭훈을 당하였다. 특히, 1519년에는 심정 등 76명이나 되는 사람의 훈호가 삭제되는 수난을 겪었다.

삭훈은 공신 세력의 존립 명분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훈구 세력에 대한 사람파 세력의 잠정적 승리라는 역사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삭훈은 훈구파가 주동이 되어 일어난 기묘사화의 원인이 되었고, 사화 후 곧 복적으로 환원되었다.

따라서 반정에 가담하여 성공한 이들은 한 시대를 움직이는 정치적 주도 세력으로서의 세도를 누렸다. 그 중에서도 공신의 중추를 담당하였던 세력은 공신 집단의 구심점이 약화되면서 집단 자체가 분해 상태에까지 이른 1513년(중종 8)까지 의정부를 장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