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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鬼(귀)의 聲(성) ◈
◇ 제 14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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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이인직
1
인간에 새벽 되는 소식을 전하려고 부상(扶桑) 삼백 척(尺)에 꼬끼오 우는 것은 듣기 좋은 수탉 우는 소리라.
 
2
그 소리 한마디에 인간에 있는 닭이 낱낱이 따라 운다.
 
3
아시아 큰 육지에 쑥 내민 반도국이 동편으로 머리를 들고 부상을 바라보고 세상 밝은 기운을 기다리고 있는 백두산이 이리 굼틀 저리 굼틀 삼천리를 내려가다가 중심에 머리를 다시 들어 삼각산 문필봉이 생겼는데, 그 밑에는 황궁 국도(皇宮國都)에 만호 장안이 되었으니 종명정식(鐘鳴鼎食)하는 부귀가가 즐비하게 있는 곳이라. 흥망성쇠가 속하기는 일국(一國)에 그 산 밑이 제일이라.
 
4
전동 사는 김승지는 조상을 잘 떠메고 운수 좋게 잘 지내던 사람이라. 김승지 집 안뜰 아래 구앙문 위에 닭의 홰가 매였는데, 만호 장안에서 꼬끼요 소리가 나면, 김승지 집에서는 암탉이 홰를 톡톡 치며 깩깩 소리가 나니 온 집안에서 암탉 운다고 수군거린다.
 
5
세상에 구기 잘하기로는 남에게 둘째 가지 않던 집이라, 사흘 밤을 암탉 우는 소리를 듣고 이 집이 망하느니 흥하느니 하는 공론이 부산하다.
 
6
부인이 작은돌이를 불러서 우는 암탉을 잡아 없애라 하였는데, 본래 김승지가 재미본다고 묵은 닭 한 쌍을 두었더니, 며칠 전에 시골 마름의 집에서 씨암탉으로 앙바틈하고 맵시 좋은 암탉 한 마리를 가져왔는데, 저녁마다 닭이 오를 때면 묵은 암탉이 햇닭을 어찌 몹시 쪼던지 묵은 닭 한 쌍은 나란히 있고 햇닭은 홰 한구석에 가서 따로 떨어져 자더라.
 
7
하룻밤에는 부인의 영을 듣고 남종여비가 초롱불을 들고 우는 닭을 찾으려고 닭의 홰 밑에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밤중이 다 못 되어 묵은 암탉이 깩깩 운다.
 
8
부인이 미닫이를 열며,
 
9
"이애, 어느 닭이 우느냐."
 
10
계집종들이 일제히 하는 말이,
 
11
"고 못된 묵은 닭이 웁니다. 여보 순돌 아버지, 어서 고 닭을 잡아 없애 버리시오."
 
12
"얘, 그것이 무슨 소리냐. 아무리 날짐승일지라도, 본래 한 쌍으로 있던 묵은 암탉을 왜 없앤단 말이냐. 고 못된 햇암탉 한 마리가 들어오더니 묵은 암탉이 설워서 우나 보다. 네 그 햇암탉을 지금으로 잡아 내려서 모가지를 비틀어 죽여 버려라."
 
13
작은돌이가 햇닭을 잡아 죽이는데 짐승의 소릴지라도 밤중에 닭 잡는 소리같이 쓸쓸한 소리는 없다.
 
14
그 소리 한마디에 온 집안 사람이 소름이 쪽쪽 끼치더니 그 소름이 영험이 있던지 날마다 그 집안 모양이 변하는데 뜻밖의 일이 많이 생기더라.
 
15
유모도 내보내고, 작은돌이는 아무 죄 없이 내쫓고, 전동 집을 팔아서 오막살이 조그마한 집으로 옮기고, 세간 살림은 바싹 졸이는데, 그 획책은 다 점순에게서 나오는 것이라.
 
16
먹을 것이 없어서 군식구를 다 내보내는 것도 아니요, 돈이 귀하여 집을 팔아 졸인 것도 아니라.
 
17
집안에 사람이 많으면 부인과 점순이가 갖은 흉계를 꾸미는 데 눈치채일 사람이 있을까 염려하여 그리하는 것이다.
 
18
가령 사람이 법석법석하는 일국 정부(一國政府)에서는 손가락 하나를 꼼짝 하여도 그 소문이 전봇줄을 타고 삽시간에 천하 각국으로 건너가고, 두세 식구 사는 오막살이 가난뱅이 집에서는 그 속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밤쥐와 낮새가 말 전주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 많은 법이라.
 
19
점순이가 서방을 떼어 버리고 자식은 남 맡겨 기르고 제 몸은 춘천집에 가서 있는데, 물쓰듯 하는 돈은 부인이 길어 댄다.
 
20
김승지는 점순이 같은 충비는 천지개벽 이후에 처음 난 줄 알고, 춘천집은 점순이가 없으면 하루라도 못 견딜 줄로 안다.
 
21
김승지의 부인은 흉계가 생기더니 투기하던 마음을 주리 참듯 참고 있는데, 김승지는 그 부인이 마음이나 변하여 투기를 아니하는 줄로 알고 있으나 원래 그 부인에게 쥐어 지낸 사람이라. 도동을 가려면 죄수의 특사 내리듯이 그 부인에게 허락받기 전에 감히 제 마음대로 가지는 못하는 모양이더라.
 
22
침모는 본래 바느질 품으로 앞 못 보는 늙은 어머니를 벌어 먹이더니, 전동서 나온 후에 남의 옷가지나 맡아 짓는다 하여도 추운 겨울에 식량을 이을 수가 없어서 대단히 어렵던 차에 춘천집이 산후에 몸도 성치 못한 중에, 또 춘천집이 침모에게 어찌 친절히 굴던지 그럭저럭하다가 춘천집에서 바느질가지나 하고 그 집에 눌러 있으니, 주머니 세간이 쌈지로 들어간 것같이 전동 김승지 집에 있던 침모가 도동 춘천집 침모가 되었더라.
 
23
침모가 전동 있을 때는 부인의 생강짜 서슬에 어찌 조심이 되던지 부인 보는 때는 김승지 앞에 바로 서지도 못하였더니, 춘천집은 부인의 성품과 어찌 그리 소양지판으로 다르던지 김승지가 침모를 보고 무슨 실없는 소리를 하든지 춘천집은 들은 체도 아니한다.
 
24
침모가 본래 고정한 여편네 마음이러니 김승지의 부인이 남더러 백판 애매한 말을 지어내서 김승지가 침모와 상관이나 있는 듯이 야단을 친 후에, 침모가 도동서 김승지를 보고 어찌 분하던지 김승지더러 푸념을 하느라고 말문이 열리더니, 그 후에는 무슨 말이든지 허물없이 함부로 나오는 모양이라.
 
25
아무 죄 없이 애매한 말 듣던 일이 분한 생각이 들었더니 그 애매한 말이 중매가 되었던지 김승지가 그 말을 들썩거리며 실없는 말 시작하더니 연분이 참 잘생겼더라. 못나고 빙충맞은 위인이 계집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김승지라.
 
26
춘천집이 홀연히 병이 들어 여러 날 정신없는 중으로 지내는데, 그때는 김승지가 그 부인에게 수유나 얻었던지 춘천집의 병을 보러 밤낮 없이 오더니 침모와 새 정이 생겼더라.
 
27
온 집이 다 몰라도 눈치 빠른 점순이는 벌써 알고 침모에게 긴하게 보이려고 눈치는 아는 체하고 일은 쓸어덮는 체하고 별 요악을 다 부리니, 침모가 본래 고약한 사람은 아니나 제 신세에 관계되는 일이 있는 고로 자연히 점순이와 창자를 맞대이고 지내는데, 춘천집은 점점 고단한 사람이 되었더라.
【원문】제 1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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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의 성(鬼--聲) [제목]
 
  이인직(李人稙) [저자]
 
  1906년 [발표]
 
  신소설(新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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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