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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업전(林慶業傳) ◈

해설본문 
1
화설, 대명 숭정(大明 崇禎) 말에 조선국 충청도 충주(忠州) 단월 땅에 한 사람이 있으니 성은 임(林)이요 이름은 경업(慶業)이라.
 
2
어려서부터 학업을 힘쓰더니, 일찍 부친을 여의자 자모를 지효로 섬기고 형제 우애하며, 농업을 힘쓰더니 종족 향당이 칭찬하더라.
 
3
경업의 위인이 관후하여 사람을 사랑하고 매양 이르되,
 
4
"남자가 세상에 나매 마땅히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임금을 섬겨 이름을 죽백(竹帛)에 드리울지니. 어찌 속절없이 초목같이 썩으리오."하더라.
 
5
이러구러 십여 세 되매, 밤이면 병서를 읽고 낮이면 무예와 말 달리기를 일삼더라.
 
6
무오년(戊午年)에 이르러 나이 십팔 세라.
 
7
과거 기별을 듣고 경사에 올라와 무과 장원하여 즉시 전옥주부 출륙하니, 어사하신 계화 청삼에 알맞게 종을 거느리고 대로상으로 행하니, 도로 관광자가 그 위풍을 칭찬 않는 이 없더라.
 
8
삼 일 유가를 마친 후에 조정에 말미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가 모친께 뵈오니, 부인이 옛일을 추감하여 일희일비하여 인리 친척을 모아 즐긴 후에 모친께 하직하고 직사에 나아갔더라.
 
9
삼 년 만에 백마강만호(白馬江萬戶)를 하여 임소에 도임한 후로 백성을 사랑하여 농업을 권하며 무예를 가르치니, 이로부터 백마강 선치하는 소문이 조정에 미쳤더라.
 
10
차시 우의정 원두표(元斗杓) 탑전(榻前)에 주왈,
 
11
"신이 듣사온즉 천마산성(天磨山城)은 방어 중지라. 성첩이 퇴락하여 형용이 없다 하오니, 재주 있는 사람을 보내어 수보함이 마땅할까 하나이다."
 
12
상 왈,
 
13
"그런 사람을 경이 천거하라."
 
14
우의정이 다시 주하되,
 
15
"백마강만호 임경업(林慶業)이 족히 그 소임을 당하리로소이다."
 
16
상이 즉시 경업으로 천마산성 중군(中軍)을 제수하시니라.
 
17
경업이 유지를 받잡고 진졸을 호궤할새, 모든 진졸이 각각 주찬을 갖추어 드리는지라.
 
18
경업이 친히 잔을 잡고 왈,
 
19
"내 너희에게 은혜를 끼친 바 없거늘, 너희 등이 나를 이같이 위로하니, 내 한잔 술로 정을 표하노라."
 
20
하고 잔을 들어 권하니, 모든 진솔이 잔을 받고 사례 왈,
 
21
"소졸 등이 부모 같은 장수를 일조에 원별(遠別)을 당하오니 적자가 자모를 잃음 같도소이다."
 
22
하고 멀리 나와 하직하더라.
 
23
경업(慶業)이 경성에 올라와 이조판서를 본대, 판서 왈,
 
24
"그대의 아름다운 말이 조정에 들리매, 내 우상과 의논하여 탑전에 아뢴 바라."
 
25
하거늘 경업이 배사 왈,
 
26
"소인 같은 용재를 나라에 천거하와 높은 벼슬을 하이시니 황감무지하여이다."
 
27
하고 인하여 입궐 사은하온 후에 우의정께 뵈온대, 우상 왈,
 
28
"들은즉 그대 재주 만호에 오래 둠이 아까운 고로 조정에 천거한 바니, 바삐 내려가 성역(城役)을 시속히 성공하라."
 
29
하거늘 경업이 배사 왈,
 
30
"소인 같은 인사로 중임을 능히 감당치 못할까 하나이다."
 
31
하고 인하여 하직하더라.
 
32
천마산성에 도임한 후에 성첩을 돌아보니, 졸연히 수축하기 어려운지라. 즉시 장계하여 정군을 발하여 성역함을 청함대, 상이 즉시 병조에 하사하사 건장한 군사를 택출하여 보내시니라.
 
33
이때 경업이 군사와 백성을 거스려 성역을 할새, 소를 잡으며 술을 빚어 매일 호궤하며, 친히 잔을 권하여 왈,
 
34
"내 나라 명을 받자와 성역을 시작하니, 너희는 힘을 다하여 부지런히 하라."
 
35
하고 백마를 잡아 피를 마셔 맹세하고, 다시 잔을 잡아 왈,
 
36
"나는 여 등의 힘을 빌려 나라 은혜를 갚고자 하노라."
 
37
하고 춥고 더우며 괴롭고 기쁨을 극진히 염려하니 모든 군졸이 불승감격하여 제 일같이 진심하는지라.
 
38
일일은 중군이 친히 돌을 지고 군사 중에 섞여 올새, 역군 등이 쉬거늘 중군이 또한 쉬더니, 한 역군이 이르되,
 
39
"우리 그만 쉬고 어서 가자. 중군이 알세라."
 
40
중군이 소왈,
 
41
"임 장군(林將軍)도 쉬니 관계하랴."
 
42
한대 역군 등이 그 소리를 듣고 일시에 놀라 돌아보며 하는 말이,
 
43
"더욱 감격하니 어서 가자."
 
44
하거늘 중군이 그 말을 듣고,
 
45
"더 쉬어 가자."
 
46
한즉 역군 등이 일시에 일어나 가니라.
 
47
차후로 이렇듯 진심하매, 불일 성시하여 일 년 만에 필역하되, 한곳도 허수함이 없는지라.
 
48
군사를 호궤하여 상급하여 이르되,
 
49
"너희 힘을 입어 나라 일을 무사 필역(畢役)하니 못내 기꺼 하노라."
 
50
하니 역군 등이 배사 왈,
 
51
"소인 등이 부모 같은 장군님의 덕택으로 일 명도 상한 군사 없삽고, 또 상급이 후하시니 돌아가오나 그 은덕을 오매불망이로소이다."
 
52
하더라.
 
53
중군이 즉시 필역 장계를 올린대, 상이 장계를 보시고 기특히 여기사 가자(加資)를 돋우시고 그 재주를 못내 칭찬하시더라. 차시는 갑자년 팔 월이라.
 
54
남경(南京) 동지사(冬至使)를 보내실새, 수천 리의 수로가 험하매, 상이 근심하사 조신 중에서 택용하사 이시백(李時白)으로 상사(上使)를 정하시고,
 
55
"군관을 무예 가진 사람으로 뽑으라."
 
56
하시니 이시백이 임경업(林慶業)을 계청한대, 임 장군이 상사의 전령을 듣고 즉시 상경하여 상사를 보니, 상사가 반겨 왈,
 
57
"나라가 날로 상사를 하이시고 군관을 택용하라 하시매 그대를 계청하였으니, 그대 뜻에 어떠하뇨."
 
58
경업이 대왈,
 
59
"소인 같은 용렬한 것을 계청하시니 감축 무지하여이다."
 
60
하고 인하여 사신 일행이 떠날새, 부모 처자를 이별하매 슬픔을 머금고 승선 발행하여 남경에 무사 득달하니, 이때는 갑자년 추구 월이라.
 
61
호국(胡國)이 강남(江南)에 조공하더니, 가달(可達)이 강성하여 호국을 침범하거늘, 호왕이 강남에 사신을 보내어 구원병을 청하니 황제 호국에 보낼 장수를 가릴새, 접반사(接伴使) 황자명(皇子明)이 경업의 위인이 비상함을 주달한대, 황제 들으시고 즉시 경업을 명초(命招)하사 왈,
 
62
"이제 조정이 경의 재주를 천거하매 경으로 구원장을 삼아 호국에 보내어 가달을 치려 하나니, 경은 모로미 한번 호국에 나아가 가달을 파하여 이름을 삼국에 빛냄이 어떠하뇨."
 
63
경업이 복지 주왈,
 
64
"소신이 본디 도략이 없사오니 중임을 어찌 당하오며, 하물며 타국지신(他國之臣)으로 거려지신이오니, 장졸 등이 신의 호령을 좇지 아니하오면 대사를 그릇하여 천명을 욕되게 할까 저어하나이다."
 
65
상이 대희하사 상방 참마검을 주시며 왈,
 
66
"제장 중에 군령을 어긴 자가 있거든 선참후계(先斬後啓)하라."
 
67
하시고 경업을 배하여 도총 병마 대원수를 삼으시고, 조선 사신을 상사하시니라. 이때 경업의 나이 이십오 세라.
 
68
사은 퇴장하여 교장에 나와 제장 군마를 연습할새, 경업이 융복을 정제하고 장대에 높이 앉아 손에 상방검(尙方劍)을 들고 하령 왈,
 
69
"군중은 사정이 없나니, 군법을 어기는 자는 참하리니 후회함이 없게 하라."
 
70
하니 장졸이 청령하매 군중이 엄숙하더라.
 
71
차시 경업이 천자께 하직하온대, 상이 술을 주어 위유하시니, 경업이 황은을 감축(感祝)하더라. 물러와 상사를 보니 상사가 떠남을 심히 슬퍼하거늘, 경업이 안색을 화히 하여 오라,
 
72
"화복이 수에 있고 인명이 재천하니, 조선과 대국이 다르오나 막비왕토(莫非王土)요 솔토지민(率土之民)이 막비왕신(莫非王臣)이라 하니, 어찌 죽기를 사양하리이까."
 
73
하고 인하여 하직하니, 상사가 결연하여 입공 반사함을 천만 당부하더라.
 
74
만조 백관이 성 밖에 나와 전별할새, 경업이 상사와 백관을 이별하고 행군하여 혹구에 이르니, 노정(路程)이 삼천칠백 리라.
 
75
호왕이 구원장이 옴을 듣고 성 밖 십 리에 나와 영접하여 친히 잔을 들어 관대하고, 벼슬을 대사마 대원수를 하이니라.
 
76
경업이 벼슬을 받으며 양국 인수를 두 줄로 차고 황금 보신갑에 봉투구를 제껴 쓰고 청룡검을 비껴 들고, 천리 대완마를 타고 대장군을 거느려 산곡에 다다라 진세를 베풀더라.
 
77
가달의 진세를 바라보니 철갑 입은 장수가 무수하고 빛난 기치와 날랜 창검이 햇빛을 가리웠으니, 그 형세 가장 웅위하되, 다만 항오(行伍) 혼란한지라.
 
78
경업이 대희하여 제장을 불러 각각 계교를 가르쳐 군사를 나누어 여러 입구를 지키우고, 경업이 진전에 나와 요무양위(耀武揚威)하여 싸움을 돋우니, 가달이 진문을 크게 열고 일시에 내달아 꾸짖어 왈,
 
79
"너희 전일에 여러 번 패하여 갔거늘, 너는 어떤 사람이완데, 감히 접전코자 하는다. 속절없이 무죄한 군사만 죽이지 말고, 빨리 항복하여 잔명을 보존하라."
 
80
하거늘 경업이 응성 대매 왈,
 
81
"나는 조선국 장수 임경업이러니, 대국에 사신으로 왔다가 청병 대장으로 왔거니와, 너희 아직 무지한 말을 말고 승부를 결하라."
 
82
가달이 대로 왈,
 
83
"너에게 십 내나 더한 장수가 오히려 죽으며 항복하였거늘, 무명 소장이 감히 큰 말을 하는다."
 
84
하고 모든 장수가 일시에 달려드는지라.
 
85
경업이 맞아 싸워 수합이 못하여 선봉장 둘을 베고 진을 깨쳐 들어가며, 사면 복병이 일시에 내달아 짓치는지라.
 
86
가달의 장수 죽채(竹采)가 두 장수의 죽음을 보고 장창을 들어 경업을 에워싸고 치니, 경업이 혹전 혹후하여 도적을 유인하여 산곡중으로 들어가더라.
 
87
문득 일성포향(一聲砲響)에 사면 복병이 내달아 시살하니, 적장이 황겁하여 진을 거두고자 하나 난군 중에 헤어져 대병에 죽은 바 되어 주검이 뫼 같은지라.
 
88
죽채 여러 장수를 다 죽이고 황망히 에운 데를 헤쳐 죽도록 싸우며 달아나거늘, 경업이 좌우 충돌하여 대매 왈,
 
89
"개 같은 도적은 닫지 마라. 어찌 두 번 북 치기를 기다리리오."
 
90
하고 말을 채쳐 칼을 두루니, 죽채의 머리 마하에 내려지고 남은 군사가 죽은 자 불가승수(不可勝數)라.
 
91
경업이 군사를 지휘하여 남은 군사를 사로잡고 군기와 마필을 거두어 돌아오니라.
 
 
92
차설, 가달이 죽채의 죽음을 보고 감히 싸울 마음이 없어 패잔군을 거느려 달아나는지라.
 
93
경업이 대군을 몰아 따르니, 가달이 능히 대적지 못하여 사로잡힌 바가 된지라.
 
94
경업이 돌아와 장대에 높이 앉고,
 
95
"가달을 원문(轅門) 밖에 밀어내어 참하라."
 
96
하니 가달이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울며 살기를 빌거늘, 경업이 꾸짖어 왈,
 
97
"네 어찌 무고히 기병하여 인국(隣國)을 침노하는다."
 
98
가달이 꿇어 왈,
 
99
"장군은 소장의 잔명(殘命)을 빌리시면 다시는 두 마음을 두지 아니하리이다."
 
100
하거늘 경업이 군사를 분부하여 맨 것을 끄르고 경계 왈,
 
101
"인명을 아껴서 용서하나니, 차후로는 이심(二心)을 먹지 말라."
 
102
가달이 머리를 조아려 사례하고 쥐 숨듯 본국으로 돌아가니, 호국 장졸이 임 장군의 관후한 덕을 못내 칭송하더라.
 
103
경업이 데려온 장수와 군사가 하나도 상한 자가 없으니, 호국에 임장군을 위하여 만세불망비(萬世不忘碑)를 무쇠로 만들어 세우니, 이름이 제국에 진동하더라.
 
104
인하여 경업이 환군하여 남군으로 돌아갈새, 호왕이 수십 리 밖에 나와 전송하며 잔을 들어 사례 왈,
 
105
"장군의 위덕(威德)으로 가달을 쳐 파하고 아국을 진정하여 주시니, 하해 같은 은혜를 어찌 만분지일(萬分之一)인들 갚을 바를 도모하리오."
 
106
하고 금은 채단 수십 수레를 주며 왈,
 
107
"이것이 약소하나 지극한 정을 표하나니, 장군은 물리치지 말라."
 
108
경업이 사양치 아니하고 받아 모든 장졸들에게 나누어 주며 왈,
 
109
"내 너희 힘을 입어 대공을 세워 이름이 양국에 빛나거니와, 여 등은 공이 없으므로 이 소소지물(小小之物)로써 정을 표하나니라."
 
110
하니 장졸이 가로되,
 
111
"아 등이 군명을 받자와 타국에 들어와 이 땅 귀신이 아니 되옵기는 장군의 위력이어늘, 도리어 상급을 받자오니 감축하여이다."
 
112
하고 백배 칭사하더라.
 
113
이때 천자가 경업을 호국에 보내시고 주야 염려하사 소식을 기다리시더니, 경업의 승첩(勝捷)한 계문(啓文)을 보시고 대희하사 왈,
 
114
"조선에 어찌 이런 명장이 있을 줄 뜻하였으리오."
 
115
하시더라.
 
116
경업이 돌아와 복명(復命)하온대, 천자가 반기사 상빈례로 대접하시고 가라사대,
 
117
"경이 만리 타국에 들어왔거늘, 의외로 호국에 보내고 염려 무궁하더니, 이제 승첩하고 돌아오니 어찌 기쁨을 측량하리오."
 
118
하시고 설연 관대하시니, 경업이 황은을 사은 숙배하더라.
 
119
퇴조(退朝)하고 상사를 본대, 상사가 황망히 경업의 손을 잡고 왈,
 
120
"그대로 더불어 타국에 들어와 수이 돌아감을 바라더니, 천만 의외 황명으로 타국 전장에 보내고 내두사(來頭事)를 예탁지 못하매 염려함이 간절하더니, 하늘이 도우사 만리 밖에 성공하여 이름을 삼국에 진동하니, 기쁘고 다행함을 다 어찌 기록하리오."
 
121
하며 동반 하졸 등이 또한 하례하더라.
 
122
세월이 여루하여 기사년 사 월이 되매, 중국에 들어온 지 이미 육 년이라, 돌아감을 주달한대, 천자가 사신을 인견하사 왈,
 
123
"경 등이 짐의 나라에 들어와 대공을 세워 아름다운 이름을 타국에 빛내니 어찌 기특치 아니하리오."
 
124
하시고 친히 옥배(玉杯)를 잡아 주시며 왈,
 
125
"이 술이 첫째는 사례하는 술이요, 둘째는 전별하는 술이니, 나라가 비록 다르나 뜻은 한가지라. 어찌 결연(結緣)치 아니하리오."
 
126
경업이 황감하여 잔을 받잡고 부복 주왈,
 
127
"소신이 미천하온 재질로 중국에 들어와 외람히 벼슬을 받잡고, 또 이렇듯 성은을 입사오니, 황공 감축하와 아뢰올 바를 아지 못하리로다."
 
128
천자 그 충의를 기특히 여기시더라.
 
129
사신이 황제께 하직하고 물러나와 황자명(皇子明)을 보고 이별을 고하니, 자명이 주찬을 갖추어 사신을 접대하고 경업의 손을 잡고 떠나는 정회(情懷) 연련(戀戀)하여 슬퍼하며 후일에 다시 봄을 기약하고 멀리 나와 전송하더라.
 
130
사신이 나올새 먼저 장계를 올리되, 경업(慶業)이 호국 청병장으로 천조(天朝)에 벼슬을 하여 도원수 되어 서번 가달을 쳐 승첩하고 나오는 연유를 계달하였더라.
 
131
상이 장계를 보고 왈,
 
132
"이는 천고에 드문 일이라."
 
133
하시고 못내 기특히 여기시더라.
 
134
사신이 경성(京城)에 이르매, 만조 백관이 나와 맞아 반기며 장안 백성들이 경업의 일을 서로 전하여 칭찬 않을 이 없더라.
 
135
사신이 궐내에 들어와서 복명을 한즉, 상이 반기시어 왈,
 
136
"만리 원로에 무사 회환(回還)하니 다행하기 측량없고, 경으로 인하여 임경업을 타국 전장에 보내어 승첩하니 조선의 빛남이 또한 적지 아니하오."
 
137
하시고,
 
138
"경업을 추천하라."
 
139
하시니라.
 
140
차시는 신미년(辛未年) 춘삼월이라. 영의정 김자점(金自點)이 흉계를 감추어 역모(逆謀)를 품었으되 경업의 지용(智勇)을 두려하여 감히 반심을 발하지 못하더라.
 
141
이때 호왕(胡王)이 가달을 쳐 항복받고 삼만 병을 거느려 압록강(鴨綠江)에 와서 조선 형세를 살피거늘, 의주(義州)부윤이 대경하여 이 뜻으로 장계한지라.
 
142
상이 장계를 보시고 놀라사 문무 백관을 모으시고 가라사대,
 
143
"이제 호병이 아국을 엿본다 하니 어찌하리오."
 
144
제신이 아뢰되,
 
145
"임경업의 이름이 호국에 진동하였사오니, 이 사람을 보내어 도적을 막음이 마땅할까 하나이다."
 
146
상이 의윤하사 즉시 경업으로 의주부윤 겸 방어사(義州府尹兼防禦使)를 하이시고 김자점으로 도원수(都元帥)를 하이시니, 경업이 사은 숙배하고 내려가 도임하니라.
 
147
호국 장졸이 경업이 의주부윤으로 내려옴을 듣고 놀라지 않는 이 없으니, 이는 경업이 가달을 쳐 항복받으며 위엄이 삼국에 진동하고 용맹이 출범한 연고라. 혼비백산하여 군을 거두어 달아나더라.
 
148
경업이 도임한 후로 군정을 살피고 사졸(士卒)들을 연습하더라.
 
149
호장이 가다가 도로 와 경업의 허실을 알고자 하여 압록강에 와 엿보는지라. 경업이 대로하여 토병(土兵)을 호령하여 일진을 엄살(掩殺)하고,
 
150
"되놈을 잡아들이라."
 
151
하고 명하니, 군사가 되놈을 결박하여 들이거늘, 경업이 대질 왈,
 
152
"내 연전에 너희 나라에 가 가달을 쳐 파하고 호국 사직을 보전하였으니, 그 은덕을 마땅히 만세 불망할 것이어늘, 도리어 천조를 배반하고 아국을 침범코자 하니 너희 같은 무리를 죽여 분을 씻을 것이로되, 십분 용서하여 돌려보내나니, 빨리 돌아가 본토를 지키고 다시 외람된 뜻을 내지 말라."
 
153
하고 끌어내치니라.
 
154
되놈이 쥐 숨듯 돌아가 제 대장과 군졸을 보고 수말을 이르니, 장졸들이 대로 왈,
 
155
"임경업이 공교한 말로 아국을 능욕하여 군심을 혹케 하니, 맹세코 경업을 죽여 오늘날 한을 씻으리라."
 
156
병마 중 정예(精銳)한 군사를 뽑아 칠천을 거느려 압록강에 이르러 강을 사이하고 진세를 베풀고 외쳐 왈,
 
157
"조선국 의주부윤 임경업 필부는 어찌 간사한 말로 나의 군심을 요동케 하느뇨. 너의 재주 있거든 나의 철퇴를 대적하고, 불연즉 항복하여 죽기를 면하라."
 
158
하는지라.
 
159
경업이 대로하여 급히 배를 타고 물을 건너 말게 올라 청룡검을 비껴 들고 호진(胡陣)에 달려들어 무인지경(無人之境)같이 좌충우돌(左衝右突)하니, 적장의 머리 추풍낙엽같이 떨어지더라.
 
160
적장이 저당치 못하여 급히 달아날새, 서로 짓밟히며 물에 빠져 죽은 자가 불가승수(不可勝數)러라.
 
161
경업이 필마 단창으로 적진을 파하고 본진으로 돌아와 승전고(勝戰鼓)를 울리며 군사를 호궤할새, 군졸이 일시에 하례하며 즐기는 소리가 진동하더라.
 
162
명일 평명(平明)에 강변에 가 바라보니 적군의 주검이 뫼같이 쌓이고 피 흘러 내가 되었는지라.
 
163
다시 적병이 돌아가 호왕을 보고 패한 연유를 고하니, 호왕이 듣고 대로하여 다시 기병하여 원수 갚음을 의논하더라.
 
164
경업이 관중에 들어와 승전한 연유를 장계한대, 상이 보시고 크게 기꺼하신 중 후일에 염려하시나 조신 등은 안연 부동하여 국사를 근심할 이 없으니 가장 한심하더라.
 
165
이때 호왕이 경업에게 패한 후로 분기를 참지 못하여, 다시 제장을 모아 의논 왈,
 
166
"예서 의주가 길이 얼마나 하뇨."
 
167
좌우 대왈,
 
168
"열하루 길이니, 한편은 강 수풀이요 압록강을 격하였으니 월강하여 마군으로 대적한즉 수만 군졸이 둔취할 곳이 없고, 또한 군사가 패한즉 한갓 죽을 따름이니 기이한 계교를 내어 경업을 멀리 파한후에 군사를 나아감이 좋을까 하나이다."
 
169
호왕이 옳이 여겨 용골대(龍骨大)로 선봉을 삼고 왈,
 
170
"너는 수만 군을 거느려 가만히 황하수(黃河水)를 건너 동해로 돌아 주야 배도하여 가면 조선이 미처 기병치 못할 것이오. 의주서 아지 못하니 왕도(王道)를 엄습하면 어찌 항복받기를 근심하며, 대사를 성공하면 경업을 사로잡지 못하리오."
 
171
용골대 청령하고 군마를 조발(早發)할새, 호왕께 하직한대, 호왕 왈,
 
172
"그대 이번에 가매 반드시 조선을 항복받아 나의 위엄을 빛내고 대공을 세워 수이 반사(班師)함을 바라노라."
 
173
용골대 청령하고 승선 발행하니라.
 
174
경업이 호병을 파한 후에 사졸을 조련(調練)하여 후일을 방비하되, 조정에서는 호병을 파한 후에 의기 양양하여 태평가를 부르고 대비함이 없더니, 국운이 불행하여 의외 불의지변(不意之變)을 당한지라.
 
175
철갑 입은 오랑캐 동대문으로 물밀듯이 들어와 백성을 사래하고 성중을 노략하니 도성 만민이 물 끓듯 곡성이 진동하며, 부자․형제․부모․노소 서로 실신하여 살기를 도모하니, 그 형상이 참혹하더라.
 
176
이런 망극한 때를 당하여 조정에 막을 사람이 없고, 종사의 위태함이 경각 사이에 있는지라.
 
177
상이 망극하사 시위 조신 육칠 인을 데리시고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피난하실새, 급히 강변에 이르사 배를 타시매 백성들이 뱃전을 잡고 통곡하며 물에 빠져 죽는 자가 무수하니, 그 형상은 차마 보지 못할러라.
 
178
왕대비와 세자 대군 삼형제는 강화로 가시고, 남은 백성은 호적에게 어육이 되니라.
 
179
도원수 김자점(金自點)은 이런 난세를 당하였으되, 한 계교를 베풀지 못하더라.
 
180
호군이 강화로 들어가되, 강화유수 김경징(金慶徵)은 좋은 군기를 고중에 넣어 두고 술만 먹고 누웠으니, 도적이 스스로 들어가 왕대비(王大妃)와 세자 대군을 잡아다가 송파(松坡) 벌에 유진(留陣)하고, 세자 대군을 구류하고 외쳐 왈,
 
181
"수이 항복하지 아니하면 왕대비와 세자 대군이 무사치 못하리라."
 
182
하는 소리 천지 진동하더라.
 
183
이때 상이 모든 대신과 군졸을 거느리고 외로운 성에 겹겹이 싸이사 용루가 비오듯하시더라.
 
184
김자점은 도적을 물리칠 계교가 없어 태연 부동하던 차에 도적의 북소리에 놀라 진을 잃고 군사를 무수히 죽이고 산성 밖에 결진하니, 군량은 탕진하여 사세 위급한대, 도적이 외쳐 왈,
 
185
"종시 항복 아니하면 우리는 예서 과동하여 여름 지어 먹고 있다가 항복을 받고 가려니와, 너희 무엇을 먹고 살려 하는다. 수이 나와 항복하라."
 
186
하고 한(汗)이 봉에 올라 산성을 굽어보며 외치는 소리 진동하더라.
 
187
상이 들으시고 앙천 통곡 왈,
 
188
"안에는 양장이 없고 밖에는 강적이 있으니 외로운 산성을 어찌 보전하며, 또한 양식이 진하였으니 이는 하늘이 과인을 망케 하심이라."
 
189
하시고 대신으로 더불어 항복하심을 의논하신대, 제신이 주왈,
 
190
"왕대비와 세자 대군이 다 호진중에 계시니 국가에 이런 망극한 일이 어디 있사오리까. 빨리 항복하사 왕대비와 세자 대군을 구하시며 종사를 보전하심이 마땅할까 하나이다."
 
191
하거늘 일 인이 출반 주왈,
 
192
"옛말에 일렀으되 영위계구(寧爲鷄口)언정 물위우후(勿爲牛後)라 하였사오니, 어찌 이적에게 무릎을 꿇어 욕을 당하리이까. 죽기를 무릅써 성을 지키오면 임경업이 이 소식을 듣고 마땅히 달려와 호적을 파하고 적장을 항복받은 후, 성상이 자연히 욕을 면하시리이다."
 
193
하거늘 상 왈,
 
194
"길이 막혀 인적을 통치 못하니 경업이 어찌 알리오. 목전 사세 여차하니, 아무리 생각하여도 항복할밖에 다른 묘책이 없으니, 경 등은 다시 말 말라."
 
195
하시고 앙천 통곡하시니, 산천 초목이 다 슬퍼하더라.
 
196
병자 십이 월 이십 일에 상이 항서(降書)를 닦아 보내시니, 그 망극함을 어찌 측량하리오.
 
197
용골대 송파강에 결진하고 승전고를 울리며 교만이 자심하더라. 승전비를 세워 비양하며 왕대비와 중궁은 보내고, 세자 대군은 잡아 북경(北京)으로 가려 하더라.
 
198
상이 경성에 올라오사 각 도에 강화한 유지를 내려오시니라.
 
199
이때 임경업이 의주에 있어 이런 변란을 전혀 모르고 군사만 연습하더니, 천만 몽외에 유지(諭旨)를 받자와 본즉 용골대(龍骨大) 황해수를 건너 함경도로 들어올새, 봉화 지킨 군사를 죽이고 임의로 봉화를 들어 나아오매, 도성이 불의지변을 당한지라.
 
200
경업이 통곡 왈,
 
201
"내 충성을 다하여 나라 은혜를 갚고자 하더니, 어찌 이런 망극한 일이 있을 줄 알리오."
 
202
하고 군사를 정제하여 호병 오기를 기다리러라.
 
203
호장이 조선 국왕의 항서와 세자 대군을 볼모로 잡아 들어갈새, 세자 대군이 내전에 들어가 하직한대, 중전(中殿)이 세자 대군의 손을 잡으시고 눈물을 흘려 서로 잡아 떠나지 못하는지라.
 
204
상이 세자 대군을 나오라 하사 용루를 흘려 왈,
 
205
"과인의 박덕함을 하늘이 밉게 여기사 이 지경을 당하게 되니, 누를 원망하며 누를 한하리오. 너희는 만리 타국에 몸을 보호하여 잘 가 있어라."
 
206
하시며 손을 차마 놓지 못하시거늘, 대군이 감루 오열하여 주왈,
 
207
"전하, 슬퍼하심이 무익하시고, 신 등이 또한 무죄히 가오니 설마 어이하리까. 복원 전하는 만수 무강하소서."
 
208
상이 슬퍼하심을 마지아니하시고 학사 이영(李影)을 부르사 왈,
 
209
"경의 충성을 아나니, 세자 대군과 한가지로 보호하여 잘 다녀오라."
 
210
하시니 세자 대군은 천안을 하직하시고 나오시며 망극하심이 비할 데 없는지라. 한 걸음에 세 번이나 엎더지며 눈물이 진하여 피 되니, 그 경상은 차마 못 볼러라.
 
211
내전에 들어가매, 대비와 중전이 방성 대곡 왈,
 
212
"너희들 하루만 못 보아도 삼추 같더니, 이제 만리 타국에 보내고 그리워 어찌하며, 하일 하시에 생환 고국하여 모자 조선이 즐기리오."
 
213
하시고 통곡하시니, 좌우 시녀 또한 일시에 비읍하더라.
 
214
대군이 주왈,
 
215
"명천이 무심치 아니하시니, 수이 돌아와 부모를 뵈오리니, 복원 낭랑은 만수 무강하시고 불효 등을 생각지 말으소서."
 
216
하더라.
 
217
인하여 하직하고 궐문을 나서매, 장안 백성 등이 또한 울며 따르니, 길이 막히고 곡성이 처량하매 일월이 무광하여 슬픔을 돕더라.
 
218
용골대 세자 대군을 앞세우고 모화관(慕華館)으로조차 홍제원(弘濟院)을 지나 고양(高陽)․파주(坡州)․임진강(臨津江)을 건너니 강수가 느끼는 듯하더라.
 
219
개성부(開城府) 청석(靑石) 고개에 이르니 산세 험준한지라. 봉산(鳳山) 동선령(洞仙嶺)에 다다르니 수목이 총집한데, 영상에 동선관(洞仙館)을 지어 관액을 삼아 있고, 황주(黃州) 월파루(月坡樓)를 지나 평양(平壤)에 이르니 이곳은 해동 제일 강산이라.
 
220
대동 일면에 대동강(大洞江)이 띠 두른 듯하고 이십 리 장림(長林)에 춘색이 가려한데, 부벽루(浮碧樓)와 연광정(鍊光亭)은 강수에 임하였으니 촉처감창(觸處感愴)이라. 세자 대군이 군친을 사모하고 타국을 향하는 심사가 가장 슬프더라.
 
221
이때는 정축 삼 월이라. 열읍을 지나 의주 지경에 이르렀더라.
 
222
차시 임경업이 밤이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낮이면 높은 데 올라 호적의 옴을 기다리더라.
 
223
문득 바라본즉 호병이 승전고를 울리며 세자 대군을 앞세우고 의기양양하여 나아오거늘, 경업이 분기 대발하여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소리하여 왈,
 
224
"이 도적을 편갑(片甲)도 돌려 보내지 말고 무찌르리라."
 
225
하고 갑주(甲冑)하고 말에 올라 큰 칼 들고 나가며 중군에 분부하여,
 
226
"군사를 거느려 뒤를 따르라."
 
227
하더라.
 
228
호장이 정제히 나아오는지라. 경업이 노기 충천하여 맞아 내달아 칼을 드는 곳에 호장의 머리를 베어 내리치고, 진중을 짓쳐 들어가 좌충우돌하여 호병을 베기를 무인지경같이 하니, 호병이 황겁하여 각각 헤어져 목숨을 도모하여 달아나고, 남은 군사는 아무리 할 줄 모라 죽는 자가 무수하더라.
 
229
호장이 상혼낙담(喪魂落膽)하여 십 리를 물러 진을 치고, 패잔군을 모아 의논 왈,
 
230
"경업은 용맹하니 장차 어찌하리오."
 
231
하더니 문득 생각하되,
 
232
‘경업은 충신이라. 이제 조선왕의 항서와 전교한 공문을 내어 뵈면 반드시 귀순하리라.’
 
233
하고 진문에 니와 외쳐 왈,
 
234
"임 장군은 나아와 조선왕의 전지(傳旨)를 받아 보라."
 
235
경업이 의아하여 대매 왈,
 
236
"네 감히 나를 속이려 하는다."
 
237
용골대 군사로 하여금 문서를 전하니, 경업이 문서를 받자와 보고 앙천 탄식하는지라.
 
238
"너의 국왕이 항복하고 세자 대군을 볼모로 잡아 가거늘, 네 어찌 감히 왕명을 항거하여 역신이 되고자 하느뇨."
 
239
하고 만단 개유하거늘, 경업이 하교를 보았는지라. 하릴없어 환도(環刀)를 집에 꽂고 호진에 통하고 들어가 세자 대군을 뵈옵고 실성 통곡하더라.
 
240
세자 대군이 경업의 손을 잡고 유체 왈,
 
241
"국운이 불행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거니와, 바라건대 장군은 진심하여 우리 등을 구하여 다시 부왕을 뵈옵게 하라."
 
242
경업 왈,
 
243
"신이 이 기미를 알았으면 몸이 전장에 죽사온들 이런 망극하온 일을 당하리이까. 신의 몸이 만 번 죽사와도 아깝지 아니하오니, 복원 전하는 슬픔을 관억(寬抑)하시고 행차하시면, 신이 진충갈력하여 호국을 멸하고 돌아오시게 하오리다."
 
244
세자 대군 왈,
 
245
"우리 목숨이 장군에게 달렸으니, 병자년 원수를 갚고 오늘 말을 잊지 말자."
 
246
경업 왈,
 
247
"신이 비록 무재하오나 명대로 하오리이다."
 
248
하고 하직할새, 경업이 용골대더러 왈,
 
249
"내 감히 군명을 항거치 못하여 너를 살려 보내거니와, 세자 대군을 수이 돌아오시게 하되 만일 무슨 일이 있으면 너희를 무찌르리라."
 
250
용골대(龍骨大) 본국에 돌아가 조선 항복받던 일과 세자 대군 볼모 잡은 말과 의주 와서 임경업(林慶業)에게 패한 연유를 고하니, 호왕이 대로 왈,
 
251
"제 어찌 대국 군사를 살해하리오."
 
252
하고 깊이 한하더라.
 
253
제국을 항복받으매 남경(南京)을 통일코자 하여 먼저 피섬을 치려할새, 경업을 죽이고자 하여 조선에 청병하는 글월을 보내니 하였으되,
 
 
254
이제 먼저 피섬을 치고 남경을 통합코자 하나 남경 군사가 용맹한지라, 임경업의 지용을 보았으니, 경업으로 대장을 삼고 정예한 군사 삼천과 철기를 빌리면 대국 군마와 통합하여 피섬을 치고자하나니, 빨리 거행하라.
 
 
255
하였거늘 상이 패문을 보시고 탄식 왈,
 
256
"병화를 갓 지내고 이렇듯 보채임을 보니, 백성이 어찌 안돈하리오."
 
257
하시고,
 
258
"조정에 의논하라."
 
259
하시더라.
 
260
김자점(金自點)이 주왈,
 
261
"사세 여차하오니 시행 아니치 못하리이다."
 
262
상이 즉시 철기 삼천을 별택하시고 의주부윤 임경업으로 대장을 삼아 호국에 보낼새, 경업을 인견하사 왈,
 
263
"경은 북경(北京)에 들어가 사세를 보아 주선하여 세자 대군을 구하라."
 
264
하시는지라.
 
265
경업이 복부 수명하고 북경으로 향하니, 자점이 헤아리되,
 
266
"경업이 이번 가매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
 
267
하여 마음에 못내 기꺼하여 기탄할 바 없이 백사를 총찰하니, 조정이 아연 실망하더라.
 
268
경업이 분함을 참고 군마를 거느리고 호진에 이르니, 호왕이 왈,
 
269
"장군으로 더불어 합병하여 피섬을 치고, 인하여 남경을 치고자 하는 고로 특별히 장군을 청한 바이니, 장군은 모로미 사양치 말고 진심하라."
 
270
하고 군사를 발하여 보내려 하니, 경업이 하릴없어 탄식하고 가려 하니라.
 
271
이때 피섬 지킨 장수는 황자명(皇子明)이라. 경업이 전일을 생각하며 진퇴유곡이라. 재삼 생각하다가 한 계교를 얻고 즉시 격서를 만들어 피섬에 전하니 하였으되,
 
 
272
조선국 임경업은 글월을 닦아 황노야(皇老爺) 휘하에 올리나니, 별후 소식이 격절하매 주야 사모함이 측량없사오니, 소장은 국운이 불행하와 의외 호란을 만나 사세 위급하매 아직 항복하여 후일을 기다리더니, 이제 호왕이 피섬을 치고 삼국을 침범코자 하여 소장을 우리 국왕께 청하였으므로 이곳에 왔사오니, 사세 난처하와 먼저 통하나니 복망 노야는 아직 굴하여 거짓 항복하고, 추후 소장과 협력하여 호국을 쳐 멸하여 원수를 갚고자 하나니, 노야는 익히 생각하소서.
 
 
273
황자명이 격서를 보고 일변 기꺼하며 일변 놀라 즉시 답서를 닦아 보내니 하였으되,
 
 
274
천만 의외 친필을 보고 못내 기쁘며, 기별한 말을 그대로 하려니와 어느 때 만나 대사를 의논하리오. 대저 장군은 삼가고 비밀히 주선하여 성공함을 바라노라.
 
 
275
경업이 자명의 답서를 보고 탄식함을 마지아니하더라.
 
276
명일에 행군하여 나아가 금고를 울리고 진을 굳이 차며, 말에 올라 좌수에 청룡검을 잡고 우수에 죽절 강철을 잡아 내달으며 대매 왈,
 
277
"여 등이 조선국 대장군 임경업을 모르는다. 너희 어찌 날과 승부를 다투고자 하는다. 일찍 항복하여 살기를 도모하라."
 
278
하니 대명 장졸이 이왕 경업의 이름을 알았는지라. 스스로 낙담상혼하여 한 번도 싸우지 아니하고 성문을 열어 항복하더라. 경업이 성 내에 들어가 황자명을 보고 크게 반기며 진두에서 서로 말하고 돌아왔더라.
 
279
차야에 경업이 자명의 진에 이르러 서로 술 먹고 말하되, 병자년 원수를 이르며 분기를 참지 못하여 왈,
 
280
"우리 양국이 동심 합력하여……."
 
281
호국을 치기를 언약하더라.
 
282
본진에 돌아와 피섬 항복받은 문서를 호장을 주어 보내고 군사를 거느려 바로 조선을 나와 입궐 복병하고 피섬 항복받은 사연을 아뢴대, 상이 칭찬하시고 호위 대장을 겸찰하이시다.
 
283
이때 호장이 돌아가 호왕을 보고 피섬 항복받은 문장을 드리고 왈,
 
284
"경업이 처음 한가지로 남경을 치자 하더니, 진전을 임하여 아조 군사를 무수히 죽이고 도리어 제가 선봉이 되어 성하에 이르러 한 번 호령하매 피섬 지킨 장수와 황자명(皇子明)이 싸우지 아니하고 문득 기를 눕히고 항복한 후에 섬에 들어가 말하고 나와 군사를 바로 조선으로 가는 일이 괴이하고, 황자명의 용맹으로 한 번도 접전치 아니하고 문득 투항하니, 그 일이 가장 수상하더이다."
 
285
하거늘 호왕이 또한 의심하여 출전 갔던 장수를 불러 물으니 답왈,
 
286
"경업이 출전하니 용병을 강잉(强仍)하여하니, 이는 무슨 흉계 있더이다."
 
287
하는지라.
 
288
호왕이 듣고 대로하여 급히 사자를 조선에 보내어 왈,
 
289
"경업이 피섬을 쳐 항복받음이 분명치 아니하고, 또한 명을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 돌아갔으니 문죄코자 하매, 이제 급히 잡아 보내라."
 
290
하였거늘 상이 들으시고 대경하사 조정을 모으시고 의논하사 왈,
 
291
"경업은 과인의 수족이라. 이제 만리 타국에 잡혀 보냄이 차마 못할바요. 사자를 그저 돌려보내면 후환이 될 터이니 경 등은 무슨 묘책이 있느뇨."
 
292
자점(自點)이 곁에 있다가 생각하되,
 
293
‘경업을 두면 후환이 되리라.’
 
294
하고 주왈,
 
295
"이제 경업이 피섬을 항복받았사오나 명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스스로 돌아왔으니, 그 죄 적지 아니하온지라. 문죄코자 함이 고이치 아니하나니, 잡아 보냄이 마땅할까 하나이다."
 
296
상이 들으시고 마지못하시어 경업을 패초(牌招)하사 위로 왈,
 
297
"경의 충성은 일국이 아는 바이라. 타국에 가 수고하고 왔거늘, 또 호국 사신이 와 데려가려 하니, 과인의 마음이 슬프고 결연하나 마지못하여 보내나니 부디 좋이 다녀오라."
 
298
하신대 경업이 생각하되,
 
299
‘내 이제 가면 필연 죽을 것이요, 내 죽으면 병자년 원수를 뉘가 갚으리오.’
 
300
하며 슬퍼하더라.
 
301
왕명을 봉승하여 집에 돌아와 모친께 뵈옵고 그 사연을 고하니 부인이 대경하여 왈,
 
302
"네 일찍 입신함을 즐기더니, 오늘날 이 지경을 당하니 어찌 망극치 아니하리오."
 
303
하니 경업이 위로하고, 인하여 하직하고 부인과 다섯 아들을 불러 이르되,
 
304
"나는 몸을 국가에 처하여 부모를 봉양치 못하다가 이제 만리 타국에 들어가매 사생을 모를지라. 모친께 봉양함을 극진히 하여 나의 있을 때와 같이 하라."
 
305
하고 통곡 이별한 후에 궐내에 들어가 하직 숙배하온대, 상이 탄식 왈,
 
306
"경이 만리 탁구에 가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케 하심이니 장차 어찌하리오."
 
307
경업이 주왈,
 
308
"신이 호국을 멸하고 세자와 대군을 모셔 올까 주야로 원이옵더니, 이제 도리어 잡혀 가오니 일후사(日後事)를 예탁지 못하오매 가장 망극하도소이다."
 
309
상이 기특히 여기사 잔을 잡아 위로하시니, 경업이 쌍수로 어주를 받자와 먹고 하직하고 나오니, 이때는 무인년 이 월이라.
 
310
경업이 사신과 한가지로 발행하여 여러 날 만에 평안도(平安道) 의주 압록강에 다다라 탄식 왈,
 
311
"남자가 세상에 처하여 마음을 펴지 못하고 어찌 남의 손에 죽으리오."
 
312
이날 밤 사경에 단검을 품고 도망하여 낮이면 산중에 숨고 밤이면 행하여 충청도 속리산(俗離山)에 이르니, 층암절벽(層巖絶壁)에 한 암자가 있더라.
 
313
속객이 없고 중 서넛이 있어 경업을 보고 괴이히 여기거늘, 경업 왈,
 
314
"나는 난시를 당하여 부모 처자를 다 잃고 마음을 둘 데 없어 중이 되고자 하여 왔나니, 원컨대 선사는 머리를 깎아 달라."
 
315
하니 중들이 괴이히 여겨 삭발할 이 없는지라.
 
316
경업이 간절히 청한대 그제야 독보(獨步)라 하는 중이 삭발하여 주는지라.
 
317
경업이 중이 되어 낮에는 산중에 들고 밤이면 절에 머물러 종적을 감추매, 독보가 그 연고를 묻거늘, 경업 왈,
 
318
"서로 묻지 말고 전하지 말라. 자연 알 때가 있으리라."
 
319
하더라.
 
320
이때 호국 사자 경업을 잃고 아무리 찾고자 한들 어찌 종적을 알리오. 하릴없이 돌아 들어가 호왕께 이 사연을 고하니, 호왕이 대로하여,
 
321
"부디 경업을 잡아라."
 
322
하더라.
 
323
이러구러 일 월이 여류하매 경업이 남경으로 들어갈 뜻을 두어 전선을 만들어 가지고 용산․마포 주인을 잘 사귀어 이르되,
 
324
"소승은 충청도 보은 속리산 절 시주하옵는 회주이러니, 연안 ․백천 땅에 시주한 쌀 오백 석이오니, 큰 배 한 척을 얻고 격군 삼십 명을 얻어 주면 짐을 반만 주리라."
 
325
하니 주인이 이 말을 듣고 허락하는지라.
 
326
경업이 절에 돌아와 독보를 달래어 짐을 지우고 경강(京江) 주인의 집으로 오니, 선척과 격군을 준비하였는지라.
 
327
경업이 택일 행선할새, 황해도를 지나 평안도를 향하거늘, 격군 등이 왈,
 
328
"우리를 속여 어디로 가려 하느뇨."
 
329
경업이 그제야 짐을 풀어 갑주를 내어 입고 칼을 들고 선두에 나서며 호령 왈,
 
330
"조선국 대장군 임경업을 모르는다. 남경으로 들어가 내 소원이 있으니, 아무 말도 말고 바삐 가자."
 
331
하니 격군 등이 즐겨 아니하는지라.
 
332
경업 왈,
 
333
"세자와 대군을 모시러 가나니, 너희 등은 내 영대로 좇으라."
 
334
한대 격군 등이 황망히 응낙 왈,
 
335
"소인 등이 부모와 처자를 모르게 왔사오니, 그것이 사정에 절박하여이다."
 
336
경업이 대로 왈,
 
337
"여 등이 내 명을 어긴다면 참하리라."
 
338
하고 성화같이 행선하여 남경으로 향할새, 격군 등이 고향을 생각하고 슬퍼하거늘, 경업이 위로 왈,
 
339
"너희 등이 나의 말을 좇으면 공이 적지 아니하리라."
 
340
일 삭 만에 남경 지경에 당하여 큰 섬에 다다라 배를 대고 내리니, 섬 지킨 관원이 도적이라고 잡아 가두고 왈,
 
341
"이곳은 피난하는 해중형이니, 황 노야께 보하여 처분대로 하리라."
 
342
하더라.
 
343
황자명이 보함을 듣고 경업이 왔을 줄 알고 기특히 여겨 즉시 청하여다가 서로 반기더라.
 
344
찾아온 사연을 천자께 주문한대, 천자가 경업을 부르시고 기꺼하사 왈,
 
345
"이별한 후 잊을 날이 없더니, 금일이 무슨 날이완데 만나 보니 그 기쁨을 어찌 측량하며, 그 사이 세사가 번복하여 호국에 패한 바 되고, 조선이 또 패했다 하니 어찌 불행치 않으리오."
 
346
하시고 들어온 사연을 물으시는지라.
 
347
경업이 주왈,
 
348
"나라가 불행함은 소신의 불충이로소이다."
 
349
전후수말을 아뢰니 황제 왈,
 
350
"그대의 충성은 만고에 드무니라."
 
351
하시고,
 
352
"황자명과 의논하여 호국을 멸하여 양국 원수를 갚으리라."
 
353
하시고 안무사(按撫使)를 배하시는지라.
 
354
경업이 사은하고 황자명과 의논하여 호국을 치려 하더라.
 
355
차시 호국이 점점 강성하여 남경을 침노하거늘, 천자가 황자명으로 병을 발하여 치라 하신대, 자명이 경업과 의논 왈,
 
356
"이 땅은 중지라. 경이 떠나지 말고 내 기별대로 하라."
 
357
하고 행군하니라.
 
358
경업이 데려온 독보란 중이 피섬에서 흥리하는 오랑캐를 사귀어 이르되,
 
359
"우리 장군 임경업이 남경에 들어와 군을 거느려 북경을 쳐 병자년 원수를 갚으려 하나니, 너희 경업을 잡으려 하거든 내게 천금을 주면 잡아 주리라."
 
360
하는지라.
 
361
호인이 급히 돌아가 호왕께 고한대, 호왕이 대경하여 천금을 주며 왈,
 
362
"성사하거든 천금을 더 주리라."
 
363
그놈이 받아 가지고 돌아와 독보를 주고 호왕의 말을 전하거늘, 독보가 천금을 받고 꾀를 내어 한 군사를 사귀어 금을 주고 자명의 편지를 위조하여,
 
364
"임 장군께 드리라."
 
365
하니 군사놈이 금을 받고 봉서를 가져다가 장군께 드린대, 경업이 떼어 보니 하였으되,
 
366
‘도적의 형세가 급하여 살을 맞고 패하였으니, 장군은 급히 와서 구하라.’
 
367
하였더라. 경업이 의혹하여 점복하여 본즉 자명이 무사하고 승전할 패어늘, 그 군사놈을 잡아들여 장문하니, 그놈이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독보에게 미루는지라.
 
368
경업이 독보를 잡아들여 죄상을 묻고
 
369
"내어 베라."
 
370
하니 본국 사람 등이 독보의 죄상을 모르고 달려들어 붙들고 슬피 우는지라.
 
371
경업이 관후한 마음에 죽이지 아니하고 놓아 주니라.
 
372
십여 일 후에 독보가 또 편지를 만들어 군사로 하여금 임 장군께 드리니, 그 글에 하였으되,
 
373
‘향자 회답이 없으니 어인 일이며, 지금 위급하였으니 바삐 오라.’
 
374
경업이 의심 아니하고 제장을 명하여 채를 지키우고. 인하여 독보와 한가지로 행선하여 만경창파(萬頃蒼波)로 내려갈새 독보가 가만히 호인에게 통하니라.
 
375
경업이 배를 재촉하여 가다가 바라보니, 뜸을 덮은 선천이 무수히 내려오는지라. 경업의 의심하여 문왈,
 
376
"오는 배 무슨 배뇨."
 
377
독보가 왈,
 
378
"상고선(商賈扇)인가 하나이다."
 
379
하고,
 
380
"배를 상고선 사이로 매라."
 
381
하더라.
 
382
이날 밤 삼경 즈음에 문득 함성이 대진하거늘, 경업이 놀라 잠을 깨어 보니 무수한 호선(胡船)이 에워싸고 사면으로 대호 왈,
 
383
"자욱을 기다린 지 오랜지라. 바삐 항복하여 죽기를 면하라."
 
384
경업이 대로하여 독보를 찾으니 이미 간데없는지라. 불승분노하여 망지소조(罔知所措)라.
 
385
호병이 철통같이 싸고,
 
386
"잡아라."
 
387
하는 소리 진동하거늘, 경업이 대로하여 용력을 다하여 대적코자 하나 망망대해에 다만 단검으로 무수한 호병을 어찌 대적하리오. 전선에 뛰어올라 좌우 충돌하여 호병을 무수히 죽이고 피코자 하더니, 기력이 점점 시진한지라. 아무리 용맹한들 천수(天數)를 어찌 도망하리오.
 
388
필경 호인에게 잡히니, 호병이 배를 재촉하여 북경 지경에 다다르매, 호왕이 대희하여 삼십 리에 창검을 벌려 세우고 경업을 잡아들여 꾸짖는지라.
 
389
경업이 조금도 겁함이 없이 도리어 대질 왈,
 
390
"무도한 오랑캐놈아. 내 비록 잡혀 왔으나 너희들 보기를 초개같이 아나니. 죽이려 하거든 더디지 말라."
 
391
하니 호왕이 대로 왈,
 
392
"병자년에 네 나라를 항복받고 돌아오거늘, 네 어찌 내 군사를 죽이며 네 청병으로 왔을 제 내 군사를 해하였기로 문죄코자 하여 사자로 잡아 오거늘, 네 도망하여 남경에 들어감은 무슨 뜻이뇨."
 
393
경업이 소리 질러 왈,
 
394
"내 나라를 위하여 원수를 갚고자 하거늘, 너의 간계로 우리 임금을 겁박하고 세자와 대군을 잡아가니, 그 분통함을 어찌 참으리오. 시고로 네 장졸을 다 죽이려 하다가 왕명으로 인하여 용서하였거늘, 네 갈수록 교만하여 피섬을 치려할 제 네게 부린 바가 되니, 왕명이 지중하기로 마지못하여 왔으나 네 군사를 남기지 아니하려 하다가 십분 참고 그저 돌아왔거늘, 네 어찌 몹쓸 마음을 먹어 나를 해하려하기로, 잡혀 오다가 중로에서 도망하여 남경으로 들어가 동심하여 북경을 쳐 네 머리를 베어 종묘에 제하고 세자와 대군을 모셔 오려 하더니 이는 천지 망아(亡我)라. 어찌 죽기를 아끼리오. 속히 죽여 나의 충의를 나타내라."
 
395
하니 호왕이 대로 왈,
 
396
"네 명이 내게 달렸거늘, 종시 굴치 아니하난다. 네가 항복하면 왕을 봉하리라."
 
397
경업 왈,
 
398
"병자년에 우리 주상이 종사를 위하여 네게 항복하여 계시거니와. 내 어찌 목숨을 위하여 너에게 항복하리오."
 
399
호왕이 대로하여 무사를 명하여,
 
400
"내어 베라."
 
401
경업이 대질 왈,
 
 
402
"내 명은 하늘에 있거니와 네 머리는 십보지내(十步之內)에 있느니라."
 
403
하고 안색을 불변하여 무사를 보고,
 
404
"바삐 죽이라."
 
405
하는지라.
 
406
호왕이 경업의 강직함을 보고 탄복하여 맨 것을 끄르고, 손을 이끌어 올려 앉히고 왈,
 
407
"장군이 내게는 역신이나 조선에는 충신이라. 내 어찌 충절을 해하리오. 장군의 원대로 즉시 세자와 대군을 놓았다."
 
408
하거늘 세자와 대군이 기꺼하사 궁문 밖에 나와 기다리시더라.
 
409
경업이 나아와 울며 절한대, 세자와 대군이 경업의 손을 잡고 한가지로 들어와 호왕을 보니 호왕 왈,
 
410
"경 등을 임경업이 불고생사하고 구하여 돌아가려 하기로 내 경업의 충절을 감동하여 경 등을 보내나니, 각각 원대로 이르면 내 정을 표하리라."
 
411
하거늘 세자는 금은(金銀)을 구하고 대군은 조선에서 잡혀온 인물(人物)을 청하여 수이 돌아감을 원하니 호왕이,
 
412
"각각 원대로 하라."
 
413
하고 대군을 기특히 여기더라.
 
414
경업이 세자 대군을 모셔 나와 하직하거늘, 세자와 대군이 울며 왈,
 
415
"장군의 대덕으로 고국에 돌아가거니와 장군을 두고 가니 가는 길이 어두운지라.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바라건대 장군은 수이 돌아옴을 도모하라."
 
416
하신대 경업이 대왈,
 
417
"하늘이 도우사 세자와 대군이 본국에 돌아가시니 불승만행이오나 모시고 가지 못하오니 그 창연하옴을 어찌 측량하리이까."
 
418
세자가 왈,
 
419
"장군과 동행치 못하니 결연함이 비할 데 없는지라. 중로에서 기다릴 것이니 속히 돌아올 도리를 주선하라."
 
420
경업이 탄식 왈,
 
421
"바라건대 지체치 말으시고 바삐 가시면 신도 불구에 돌아갈 것이니 염려 말으소서."
 
422
세자와 대군이 경업을 이별하여 발행하여 백두산(白頭山) 아래 이르러 조선을 바라보니 낙루 차탄 왈,
 
423
"임 장군이 아니던들 우리 어찌 고국에 돌아오리오. 슬프다. 임 장군은 우리를 위하여 만리 타국에 죽기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우리를 돌려보내되, 장군은 돌아오지 못하니 어찌 슬프지 아니하리오. 명천이 도우사 수이 돌아오게 하소서."
 
424
하더라.
 
 
425
각설, 황자명(皇子明)이 서로 진을 지키우고 싸워 승부를 결치 못하더니, 경업이 북경에 잡혀 갔단 말을 듣고 대경하여 왈,
 
426
"어찌 하늘이 대명(大明)을 이다지 망케 하는고."
 
427
하며 탄식함을 마지 아니하더라.
 
428
이때 호왕이 경업을 머물게 두고 미색과 풍악을 주어 마음을 즐겁게 하고 상빈례로 대접하되, 조금도 마음을 변치 아니하고 호왕더러 이르되,
 
429
"내 이리된 것이 다 독보의 흉계니, 독보를 죽여 한을 풀리라."
 
430
한대 호왕이 또한 독보를 불측히 여겨,
 
431
"잡아들여 죽이라."
 
432
하더라.
 
 
433
각설, 세자와 대군이 돌아오시는 패문이 들어오니, 상이 들으시고 도승지를 보내사,
 
434
"무슨 사연을 먼저 계달(啓達)하라."
 
435
하시다.
 
436
세자와 대군이 모든 백성을 거느려 임진강(臨津江)을 건너실새 사관 승지 마주 와 현알하여 반기며, 인하여 전교를 전하되,
 
437
"어찌하여 돌아오며, 북경에서 무엇을 가져오는가에 자세 알아 먼저 계달하라 하시더이다."
 
438
한대 세자와 대군이 승지를 보시고 슬퍼하시며 양전 문안을 하온 후에 이르되, 임 장군이 잡혀 가다가 도망하여 남경에 들어가 황자명(皇子明)과 더불어 북경을 항복받고자 하던 사연과, 독보의 간계로 북경에 잡혀 가 호왕과 힐란하던 일과, 임 장군의 덕으로 세자와 대군이 놓여 오는 곡절과, 세자와 대군의 구청하던 일과, 임 장군은 호왕이 즐겨 놓지 아니하는 곡절을 낱낱이 이르더라.
 
439
승지 그대로 계달한대, 상이 보시고 불승 환희하시며 경업을 못내 칭찬하시고, 세자의 구청함을 불평히 여기시더라.
 
440
세자와 대군이 도성에 가까이 오실새, 만조 백관과 장안 백성 등이 나아와 맞아 반기며 임 장군의 충의를 칭송 않을 이 없더라.
 
441
세자와 대군이 급히 궐내에 들어가 대전께 뵈온대, 상이 반기사 왈,
 
442
"너희들은 무사히 돌아왔거니와 경업은 언제나 오리오."
 
443
하시고 탄식 비상하시며 또 가라사대,
 
444
"세자는 무슨 탐욕으로 금은을 구하여 온다."
 
445
하시고 벼룻돌을 내쳐 치시고, 둘째 대군으로 세자를 봉하시니라. 이때는 을유년이러라.
 
446
이적에 호왕의 딸 숙모공주(淑慕公主)가 있으니 천하 절색이라. 부마를 가리더니, 호왕이 경업(慶業)을 유의하여 공주더러 이르더라.
 
447
공주가 상 보기를 잘하는지라. 경업의 상을 보게 하고 내전으로 청하거늘, 경업이 부마에 뽑힐까 저어하여 목화(木靴)속에 솜을 넣어 키 세 치를 돋우고 들어갔더니, 공주가 엿보고 왈,
 
448
"들어오는 걸음은 사자 모양이요, 나가는 걸음은 범의 형용이니 짐짓 영웅이로되, 다만 키가 세 치 더하니 애달프다."
 
449
하는지라,
 
450
호왕이 마음에 서운하나 그와 방불한 자는 없는지라.
 
451
이에 장군더러 왈,
 
452
"장군이 부마 되어 부귀를 누림이 어떠하뇨."
 
453
장군이 사례 왈,
 
454
"어찌 이런 말씀을 하시느뇨. 지극 황공하오며 하물며 조강지처 있사오니 존명을 받들지 못하리이다."
 
455
호왕이 재삼 권유하되 경업이 죽기로써 좇지 아니하니, 호왕이 결연하여 하더라.
 
456
경업이 돌아감을 청한대, 호왕이 유예 미결하거늘, 제신이 주왈,
 
457
"절개 높고 충의 중한 사람을 두어 무익하고 보내어도 해로움이 없사오니, 의로써 보내면 조선 또한 의로써 섬길 것이니 보냄이 마땅하나이다."
 
458
호왕이 종기언(從其言)하여 설연 관대하고 예물을 갖추어 보낼새, 의주까지 호송하니라.
 
459
이때 김자점의 위세 조정에 진동한지라.
 
460
경업(慶業)의 돌아오는 패문이 왔거늘, 자점이 해오되,
 
461
"경업이 돌아오면 나의 계교가 이루지 못하리라."
 
462
하고 상께 주왈,
 
463
"경업은 반신이라. 황명을 거역하고 도망하여 남경에 들어가 우리 조선을 치고자 하다가 하늘이 무심치 아니하사 북경에 잡힌 바가 되어, 제 계교를 이루지 못하매 하릴없이 세자의 대군을 청하여 보내어 되쫓아 나오니, 어찌 이런 대역(大逆)을 그저 두리이까."
 
464
상이 대경 왈,
 
465
"무슨 연고로 만고 충신을 해하려 하는다. 경업이 비록 과인을 해롭게 하여도 아무라도 해치지 못하리라.‘
 
466
하시고 자점을 엄책하자,
 
467
"나가라."
 
468
하시니라.
 
469
자점이 나와 동류(同類)와 의논 왈,
 
470
"경업이 의주 오거든 역적으로 잡아 오라."
 
471
하더라.
 
472
이때 경업이 데려갔던 격군과 호국 사신을 데리고 의주에 이르니, 사자 와 이르되,
 
473
"장군이 반한다 하여 역률(逆律)로 잡아 오라 하신다."
 
474
하고 칼을 씌우며 재촉하는지라,
 
475
의주 백성 등이 울며 왈,
 
476
"우리 장군이 만리 타국에서 이제야 돌아오거늘, 무슨 연고로 잡아가는고."
 
477
하거늘 경업 왈,
 
478
"모든 백성은 나의 형상을 보고 놀라지 말라. 나는 무죄히 잡혀 가노라."
 
479
하니 남녀 노소 없이 아무 연고인 줄 모르고 슬퍼하더라.
 
480
경업이 샛별령에 다다라 전일을 생각하고 격군을 불러 왈,
 
481
"너희 등이 부모 처자를 이별하고 만리 타국에 갔다가 무사히 회환하매, 너희 은혜를 만분의 일이나 갚고자 하더니, 시운이 불행하여 죽게 되매 다시 보기 어려우니, 여 등은 각각 돌아가 좋이 있으라."
 
482
격군 등이 울며 왈,
 
483
"아무 연고인 줄 모르거니와 장군의 충성이 하늘에 사무쳤으니 설마 어떠하리오. 과히 슬퍼 말으소서."
 
484
하며 차마 떠나지 못하더라.
 
485
경업이 삼각산(三角山)을 바라보고 슬퍼 왈,
 
486
"대장부가 세상에 처하여 평생 지기를 이루지 못하고 애매히 죽게되나 뉘라서 신원을 하여 주리오."
 
487
하고 통곡하니, 산천 초목이 위하여 슬퍼하더라.
 
488
경업의 오는 선문이 나라에 이르니, 상이 기꺼하사 승지로 하여금 위유 왈,
 
489
"경이 무사히 돌아오매 기쁘고 다행하여 즉시 보고 싶되, 원로 구치하여 왔으니 잘 쉬고 명일로 입시하라."
 
490
하신대 승지 자점을 두려하여 하교를 전치 못한지라.
 
491
경업이 생각하되,
 
492
‘나라가 친림하시면 내 죽어도 한이 없을 것이요. 세자와 대군이 나의 일을 알아 계신가 모르고 계신가.’
 
493
하여 주야 번민하여 목이 말라 물을 구하되 옥졸이 주지 아니하니, 이는 자점의 흉계로 전옥 상하 소속에게 분부한 연고이러라.
 
494
경업이 형상을 보고 탄식하여 왈,
 
495
"옥졸 등이 또한 밉게 여기니, 이는 번번이 하늘이 나를 죽게 하심이니 누를 한하리오."
 
496
하더라.
 
497
익일에 상이 전좌하시고 승전빗[承傳色] 환자를 보내어 경업을 부르시니, 그 환자가 또한 자점의 동류라 죽을 줄을 알아 주저하더라.
 
498
이때 마침 전옥 관원이 경업의 애매함을 불쌍히 여겨 경업더러 일러 가로되,
 
499
"장군을 역적으로 잡아 전옥에 가둠이 다 자점의 모계니, 그대는 잘 주선하여 누명을 벗게 하라."
 
500
하는지라.
 
501
경업이 그제야 자점의 흉계인 줄 알고 불승 통한하여 바로 몸을 날려 입궐하더라.
 
502
주상을 뵈옵고 관을 벗고 청죄하온대, 상이 경업을 보시고 반기사 친히 붙들려 하시다가 문득 청죄함을 보시고 대경 왈,
 
503
"경이 만리 타국에 갔다가 이제 돌아오매 반가운 마음을 진정치 못하나 원로 구치함을 아껴 금일이야 서로 보매 새로운 마음이 측량치 못하거든 청죄란 말이 무슨 일이뇨. 자세히 이르라."
 
504
"신이 무신년에 북경에 잡혀 가옵다가 중간 도망한 죄는 만사무석이오나, 대명과 동심하와 호국을 쳐 호왕을 베어 병자년 원수를 갚고 세자와 대군을 모셔오고자 하더니, 의주서부터 잡아 올리라 하고 목에 칼을 씌우고 올라오오니, 아무 연고인 줄 모르와 망극하옴을 이기지 못하옵더니, 오늘날 다시 천안을 뵈오니 이제 죽사와도 한이 없사옵니다."
 
505
상이 들으시고 대경하사 조신더러,
 
506
"알아 들이라."
 
507
하시니라.
 
508
자점이 하릴없어 기망치 못하여 들어와 주왈,
 
509
"경업이 역적이옵기로 잡아 가두어 품달(稟達)코자 하였나이다."
 
510
하거늘 경업이 고성 대매 왈,
 
511
"이 몹쓸 역적아, 네 벼슬이 높고 국록이 족하거늘, 무엇이 부족하여 찬역할 마음을 두어 나를 해코자 하느뇨."
 
512
자점이 묵묵 무언이어늘. 상이 진노 왈,
 
513
"경업은 삼국에 유명한 장수요, 또한 천고 충신이라. 너희놈이 무슨 뜻으로 죽이려 하는다. 이는 반드시 부동을 꾀함이라."
 
514
하시고,
 
515
"자점과 함께 참예한 자를 금부에 가두고 경업을 물리치라."
516
하시다.
 
517
자점이 일어 나오다가 경업의 나옴을 보고 무사 분부하여,
 
518
"치라."
 
519
하니 무사들이 무수 난타하여 거의 죽게 되매, 전옥에 가두고 자점은 금부로 가니라.
 
520
좌의정 원두표와 우의정 이시백 등이 이런 변이 있을 줄 알고 참예치 아니하였더니, 자점이 경업을 죽이려 하는 줄 짐작하고 경업의 일을 아뢰온지라.
 
521
대군이 대경 왈,
 
522
"아지 못하였나니, 임 장군이 어제 입성하여 어디 있느뇨."
 
523
조신 등이 대왈,
 
524
"신 등도 그곳을 모르나이다."
 
525
대군이 입시하여 임 장군의 일을 묻자온대, 상이 수말을 자세히 이르시니라.
 
526
대군이 주왈,
 
527
"충신을 모해하는 자는 역적이 분명하오니 국문하소서."
 
528
하고 인하여 장군의 하처(下處)로 나오려 하니 상 왈,
 
529
"명일 서로 보라."
 
530
하신대 대군이 그 밤을 달아 고대하더라.
 
531
경업이 난장을 맞고 옥중에 갇혀 있다가 이날 밤 삼경에 졸하니, 시년이 사십육 세요, 기축 일 월 이십육 일일러라.
 
532
전옥 관원이 이 사연을 조정에 보하니 자점 왈,
 
533
"경업의 시신을 내어다가 제 하처에 두고, 기망한 말이 무수하며 죄 있을까 하여 자결한 일로 아뢰라."
 
534
하니 관원이 그대로 상달하더라.
 
535
세자 대군이 경업의 영구에 나가고자 하시되, 조정이 간하매 가시지 못하시고 더욱 슬퍼하사 왈,
 
536
"슬프다. 임 장군이여, 그리다가 다시 못 보고 속절없이 영결할 줄 어찌 알았으리오."
 
537
하시고 상이 입으시던 용포와 금은을 후히 주사,
 
538
"왕례로 장사하라."
 
539
하시고 세자와 대군이 비단 의복을 벗어,
 
540
"염습(殮襲)에 쓰라."
 
541
하시고 서로 만나 보지 못한 정회를 글로 지어,
 
542
"관에 넣으라."
 
543
하시다.
 
544
이때 임 장군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고향에 미치매, 자손․친척들이 그 기별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동생 삼형제와 아들 삼형제 등이 급히 경성에 이르니, 이미 죽었는지라.
 
545
일행이 시체를 붙들고 천지를 부르짖어 통곡하니, 행인도 낙루치 않을 이 없더라.
 
546
상이 승지를 보내어 위문하시고, 대군이 친히 나아가 조문하시며 예관(禮官)을 보내사,
 
547
"삼 년 제사를 받들라."
 
548
하시니라.
 
549
자점이 경업을 모함한 죄로 제주에 안치하시고, 동류 등은 삼수․갑산․진도․거제․흑산도․금갑도에 정배하시다.
 
550
자점이 반심을 품은 지 오래다가 절도에 안치하매 더욱 앙앙하여 불의지심이 나타나는지라.
 
551
우의정 이시백이 자점의 소위를 상달한대, 상이 대경하사 금부도사를 보내사 잡아다가 엄형 국문 후에 가두었더라.
 
552
이날 밤에 일몽을 얻으니, 경업이 나아와 주왈,
 
553
"흉적 자점이 소신을 박살하고 찬혁할 꾀를 품어 일이 되어 가노니 바삐 죽이소서."
 
554
하고 울며 가거늘, 놀라 깨달으시니 경업이 앞에 있는 듯한지라. 슬픔을 이기지 못하시더라.
 
555
날이 밝으매 자점을 올려 엄형 국문하시니, 자점이 복초하여 전후 역심을 품은 일과 경업을 모해한 일을 지지 승복하는지라.
 
556
상이 대로하사,
 
557
"자점의 삼족을 다 내어 저잣거리에 능지처참하라."
 
558
하시고,
 
559
"그 동류를 다 논죄하라."
 
560
하시며 경업의 자식 등을 불러 하교 왈,
 
561
"여부가 자결한 줄로 알았더니, 여부가 꿈에 와 이르기를 자점의 해를 입어 죽었다 하기로 흉적을 내어 주나니, 너희는 임의로 보수하라."
 
562
하시니라.
 
563
그 자식들이 백배 사은하고 나와 대성 통곡 왈,
 
564
"이놈 자점아, 너와 무슨 불공대천지수(不共戴天之讎)로 만리 타국에 가 명을 겨우 보전하여 세자 대군을 모셔와 국사에 진충갈력(盡忠竭力)하거늘, 네 이렇듯 참소하여 모함하는다."
 
565
하고 장군의 영위를 배설하고 비수를 들어 자점의 배를 갈라 오장을 끊고 간을 내어 놓고, 축문 지어 임공 영위에 고하더라.
 
566
다시 칼을 들어 흉적을 점점이 저며 씹으며, 흉적의 남은 시신을 장안 백성 등이 점점이 저미고 깎아 맛보며 뼈를 돌로 짓이겨 꾸짖더라.
 
567
이날 밤에 상이 전전 불평하시더니, 비몽사몽간에 임 장군이 홍포관대에 학을 타고 들어와 상께 사배 왈,
 
568
"신의 원사함을 신원치 못하고 원수를 갚지 못할까 하옵더니, 오늘날 전하의 대덕으로 신의 원수를 갚아 주시고 역적을 소멸하시니, 신이 비로소 눈을 감을지라. 복원 전하는 만수 무강하소서."
 
569
하고 통곡하여 나아가거늘, 상이 깨달으사 탄식 왈,
 
570
"과인이 불명하여 주석지신을 죽였으니, 어찌 통탄치 아니하리오."
 
571
하시고 경업의 집을 정문하시고 달내[達川]에 서원을 세워 장군의 화상을 모셔 혈식(血食) 천추하게 하시더라.
 
572
그 동생을 부르사 벼슬을 주시니, 굳이 사양하고 받지 아니하는지라. 이․병조에 하교하사,
 
573
"경업의 자손을 대대로 각별 중용하라."
 
574
하시고 어필(御筆)로 그 뜻을 써 경업의 동생과 아들을 불러 주시니라.
 
575
이 후에 경업의 처 이씨(李氏), 장군의 죽음을 듣고 통곡 왈,
 
576
"장군이 천조(天朝)에 명장이 되었으니, 내 어찌 열녀 아니 되리오."
 
577
하고 자결하거늘, 상이 들으시고,
 
578
"그 집에 정문하라."
 
579
하시고 달내 서원에 열녀비를 세우니라.
 
580
이 적에 경업의 동생과 자손 등이 그 부형의 행적을 대강 기록하여 세상에 전하고, 공명에 뜻이 없어 송림간에 들어 농업을 힘써 세상을 잊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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