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피곤한 기녀(妓女)의 무심한 수심가(愁心歌)와 함께 빗겨 들려라.
12
내려다보면 아래엔 희게도 번득이는 강물,
13
밤은 나의 위에도 있으며, 아래에도 있어,
17
해죽해죽 웃으며 흐르는 강(江)물에 씻기우는
18
강(江) 두던에는 새 봄의 기운(氣運)이 안개같이 어리울 때,
19
“나를 생각하라”고, 그대는 속삭이고 갔어라.
21
늦어가는 소녀(少女)의 나물 광주리에서 웃으며,
22
꿈을 잃은 늙은이의 가슴을 덮어 비추일 때,
23
“나를 생각하라”고, 그대는 속삭이고 갔어라.
24
악조(樂調)의 고운 꿈길이 두 번 보드라운 바람을 따라,
25
저멀리 먼 바다를 건너 새 방향(芳香)을 놓는 이 때,
26
“나를 생각하라”신 그대는 찾기조차 바이 없어라.
27
밤이면 밤마다, 날이면 날마다 노래 부르며,
28
물결의 기억(記憶)이 흰 모래밭을 숨어드는 이 때,
29
“나를 생각하라”신 그대는 찾기조차 바이 없어라.
32
썩 깊은 악곡(樂曲)에도 오히려 ‘외로움’은
33
쉬지 않고 삼가는 발소리로 머릿속을 오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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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는 그대를 잃은 옛 조기(調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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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스럽게도 자취도 없이 쓰러져 없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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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지나간 ‘맘’을 붙잡고 흐득이나니,
43
설은 기억의 곡조는 죽을 줄도 모르는가.
45
혼자서 능라도(綾羅島)의 물가 두던에 누웠노라면
46
흰 물결은 소리도 없이 구비구비 흘러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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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맑은 하늘, 끝없는 저 곳에는,
48
흰구름이 고요도 하게 무리무리 떠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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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世上)은 물이런가, 구름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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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서울, 환락의 평양을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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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라도(綾羅島)에는 새움을 돋히는 실버드나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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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라, 모란봉(牧丹峯) 가의 소나무 아래에는
59
삼가는 듯이 소근거리는 모란꽃 같은 말이
60
애인과 애인의 입술로 숨어 헤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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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제비도 옛길을 안 잊고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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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첫 삼짇날은 인세(人世)뿐만이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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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라, 공중에도 떠도는 애인의 첫 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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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다, 인생은 기억, 기억은 잔회(殘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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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도 괴롭히며, 이리도 아프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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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지고, 겨울 와서 해조차 바뀌는 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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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도 없는 수풀 속에서 옛 깃을 찾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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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이며 도는 소조(小鳥)와 같이 맘이 볶이기는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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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대는 내 곁을 떠나 잊지 않으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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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날의 옛 곡조가 노래하기는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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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도 병적(病的)의 연약한 손가락이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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