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구하면 주지 못할 것이 없는 ‘우주’의 저자(著者)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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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팔배 하면 팔십팔 되게 하시는 전능자(全能者)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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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 죄인이 장에 갔다가, ‘우정’이란 괴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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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잔으로 사서 죄인의 소유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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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은 오늘은 술 한 잔 값이 없어 그것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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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비옵나니, 잃어버린 ‘우정’이란 그 괴물을
19
아무쪼록 다시 찾아서 죄인의 것을 만들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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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면 주지 못할 것이 없는 ‘우주’의 저자시여.
24
임금 알을 벗겨 조각조각 나오던 솜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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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일변하여 지구는 쓸 데 없이 돌아가게 되며,
32
이전에는 한 방울이 성자(聖者)의 말과 같은
33
그만큼의 가치가 있던 눈물이 갑자기 낙저(落低)되어,
34
그때부터는 눈물 한 방울에 오전(五錢)도 못 가게 되었습니다.
36
여보세요, 어찌 나를 꽉 껴안았느냐고 말씀입니까?
37
내가 그대를 꽉 껴안기는 미(美) 때문이었습니다,
39
만은 그 미는 도망가고 그대의 육체만 남았습니다.
40
여보세요, 어찌 내 얼굴을 뚫어지도록 보느냐고 말씀입니까?
41
내가 그대의 얼굴을 뚫어지도록 보기는 미소 때문이었습니다,
43
만은 그 미소는 쓰러지고 그대의 입술만 남았습니다.
44
여보세요, 어찌 내 잠을 깨웠느냐고 말씀입니까?
45
내가 그대의 잠을 깨우기는 꿈 때문이었습니다.
47
만은 그 꿈은 간 곳 없고 그대의 잠만 깨었습니다.
48
여보세요, 어찌 탐스럽게 나를 보느냐고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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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것이 하나 있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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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게다 그대의 맘을 부내에 넣어 내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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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운 담뱃내보다도 더 쉽게 스러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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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기운 있게 인생의 길을 밟는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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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과 맘과는 한 번조차 맞은 적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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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늦은 봄날의 꽃도 지는 이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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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가득한 그대의 얼굴을 혼자 보며 웃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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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의 예복과 ‘법률’의 갓을 묘하게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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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이기(利己)’ 탈춤 회장(會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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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잘 추어야 합니다, 서툴어 넘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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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행복의 명부(名簿)’에서는 이름을 여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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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입장권인 인생권을 얻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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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分)만 잃으면, 한 분만큼의 행복의 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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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게 됩니다, 선(善)은 빨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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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빨리 춥시다, 좋다 좋다, 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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