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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록 (西槎錄) ◈
◇ 1902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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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 7
이종응(李鍾應)
1
5월 1일 (3. 24) 맑음
2
유찬 공사가 내방해서 우리와 함께 하루밤을 자고 이튿날 배에 올라 작별했다. 우리 일행은 대소 의복이 갖추어지지 못했고, 떠날 선기(船期) 날자가 정해져 있어서 요코하마에는 18일간 체류했다. 이날 대궐로 떠난다는 전보를 쳤다.
 
3
5월 2일 (3. 25) 흐림
4
오전 12시에 영국선 ‘암푸라쉬 호’에 승선, 태평양을 항행하려 하는데 선상에서 군악이 울렸다. 서양 풍속에는 저녁 식사를 중히 여기고 있어서 만찬(晩餐) 때 이같이 군악을 울린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8시에 풍랑이 크게 일어나서 배가 심하게 요동했다. 선상의 여객은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고, 어떤 사람은 뱃멀미로 구토하는 등 이 또한 볼만한 장관이었다.
 
5
5월 3일 (3. 26) 흐림
6
풍랑은 어제와 같이 심했다. 영국 해리(海里)로 380리를 항행했다.
 
7
5월 4일 (3. 27) 맑음
8
계속 풍랑이 일어났다. 대양(大洋)의 수력(水力)이 너무 세기 때문에 바람이 없어도 물결이 저절로 일어났다. 363리를 항행했다.
 
9
5월 5일 (3. 28) 흐림
10
파도와 물결은 어제와 같았다. 오전 11시에 눈이 조금 내렸다. 361리를 항행했다.
 
11
5월 6일 (3. 29) 흐림
12
풍랑은 그치지 않고 일어났다. 359리를 항행했다.
 
13
5월 7일 (3. 30) 흐림
14
풍랑은 조금 멎었으나 비가 오다가 바람이 불다 했다. 기후가 몹시 차가워졌다. 362리를 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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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4. 1) 흐림
16
풍랑이 또 일어났다. 351리를 항행했다.
 
17
5월 9일 (4. 2) 흐림
18
풍랑은 어제와 같았다. 함장 마세을(馬細乙)이 와서 일기의 춥고 더움을 물어보고 타루 상으로 올라갔다. 서양인의 유희(遊戱)를 보니 치고 박고 신음하는 힘드는 놀이였다. 341리를 항행했다.
 
19
5월 10일 (4. 3) 흐림
20
풍랑이 조금 가라 앉았다. 대양을 바라보니 과연 “관어해자(觀於海者)”라 할만하다. 오후 4시에 갑자기 방울 소리가 몇 번 울리더니 배안이 시끄러워졌다. 듣자하니 배안에서 실수로 화재가 발생했다 한다. 크게 놀라 선루에 올라 보았더니 수백명의 선원(船格)들이 제각기 수통과 불끄는 소방도구와 사다리를 들고 나와 상하로 분주하게 왕래하면서 불을 끄고 있었다. 선루 위에서 부는 호각 소리의 변동에 따라 불끄는 소방연습은 끝났다. 사람들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이것은 진짜 불이 난 것이 아니고 평상시에 화재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경계(警戒) 소방연습이라고 말했다. 대개 그 규모의 주밀함이 이와 같다.
 
21
5월 11일 (4. 4) 아침에 안개, 저녁에 맑음
22
바람이 자고 물결이 평온했다. 359리를 항행했다.
 
23
5월 12일 (4. 5) 맑음
24
바다 물빛이 먹물처럼 검푸렀게 보였다. 뱃길은 평온했다. 357리를 항행했다.
 
25
5월 13일 (4. 6) 맑음
 
26
5월 14일 (4. 7) 아침에 비, 저녁에 맑음
27
요코하마에서 출항한후 가 없는 대해(無邊大海) 가운데서 13일간 지냈다. 오전 7시에 빅토리아(빅도리, Victoria, 캐나다 밴쿠버 섬에 위치한 항구) 항에 도착해서 비로소 육지를 보았다. 비록 이국 땅이지만 눈이 활짝 열리는 것 같다. 빅토리아 항의 군의관(軍醫官)이 배에 올라 와서 선객(船客)들을 조사했다. 오전 11시에 윤선을 타고 다시 캐나다(加拿多, Canada)로 향해 출항, 밴쿠버항에 도착했다. 밴쿠버(房口堡, Vancouver) 항은 호구(戶口)가 많고 시장이 웅성해서 굉장한 규모를 이루 다 기록하기 어렵다. 오후 4시에 여관에 들어가 하룻밤을 쉬었다.
 
28
5월 15일 (4. 8)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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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大內)로 도착을 아뢰는 전보를 치고 집에도 편지를 보냈다. 오후 2시에 기차를 타고 퀘벡(歸伯, Quebec) 항을 향해 가다가 베이커(核峙, Baker) 산에 도착했다. 이곳은 산마루가 지극히 높아서 기차선로가 밴쿠버항으로부터 베이커산 까지 지형에 따라 꾸불 꾸불 뻗어 있다. 혹은 산을 돌아 계곡을 껴안기도 하고, 혹은 강을 따라 철교를 건느기도 하고, 혹은 구름다리와 축대를 넘기도 하며, 혹은 산을 뚫어 터널을 통과해서 수천리를 달리고 있었다. 인공(人工)과 물력(物力)의 조화가 아닌가. 하늘은 강산을 만들고, 사람은 철로를 만들었다고 말할 만 하다.
 
30
베이커산 아래에 이르러보니 무수한 산봉우리가 어지럽게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우뚝 솟아 있고, 흰 구름이 산 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진귀하고 아름다운 나무와 기화요초들이 황홀한 빛을 발해 눈에 가득하다. 위에는 청산녹수요 아래는 백설같은 어름물이니 과연 비상한 풍경이로다. 혹은 계곡물소리는 잔잔하게, 새소리는 앵앵 들리니 실로 점입가경이로다. 절벽상으로부터 폭포수가 나는듯이 내리치고, 이골 물 저골 물이 한데 합쳐 탕탕 부딪치면서 절벽과 병풍석을 넘쳐 흐른 물이 얼마나 되는지 모를 지경이다. 종일토록 이 황홀한 자연풍광에 매혹되어 박수갈채로 환호성을 얼마나 질렀는지 모를 지경이고, 실로 졸필(拙筆)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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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베이커 산마루에 도착하니 이곳 지형은 항구보다 해발 5420여척(尺)이나 높다 한다. 물은 산꼭대기에서 동서로 나뉘어 흐르는데,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한다. 베이커산을 통과한 후부터는 평원 광야가 수천리 뻗어 있었고, 여러 정거장을 지나면서 농촌 마을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 목장이 있어서 소 말 양떼가 흩어져 풀을 뜯고 있었다. 밭을 갈아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이곳 풍속은 말로 밭을 가는데, 말 한마리에 멍에를 하기도 하고 혹은 두마리 말을 멍에해서 밭을 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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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4. 10)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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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4. 11)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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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에 위니펙(위이, Winnipeg) 정거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한가하게 거리를 거닐었다. 집들은 부유하고 물산이 풍족하여 밴쿠버와 견줄만 했다. 밴쿠버항으로부터 거리는 1826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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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4. 12)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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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에 밴쿠버항으로부터 동쪽으로 2천여리 가니 큰 호수가 있었다. 호수 이름은 슈피리어(쓔별리아, Superior)호라 한다. 호수는 끝없이 넓어서 큰 바다와 같다. 능히 윤선도 항행할 수 있으니 세계 제일 큰 호수이다. 물맛은 달고 좋으며, 산위의 바위 빛깔은 모두 홍자색(紅紫色)이다. 우리나라 이수(里數)로 따진다면 호수의 길이가 1천여리요, 넓이(廣)가 5백리라 한다. 무릇 이 호수와 같은 것이 셋 있으니 이를 3대 호수(大池)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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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4. 13)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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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하루에 영국 이수로 4백여리 이상 달렸다. 우리는 기차안에서 6일간 숙식했다. 오늘 오전 12시에 하차해서 여관(이름 모름)에 투숙, 급히 아침식사했다. 오후 3시에 토론토(Toronto) 정거장에 도착해서 여관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일행 네사람은 마차를 타고 시가 큰 도로로 나갔다. 수많은 시정(市井)에는 고층 건물이 즐비했고 인물이 풍부했다. 인구는 22만에 이르고 각급 학교는 수십개나 되어 그 수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오후 4시에 기차를 타고 나이애가라(나야거리, Niagara)정거장에 도착해서 기차안에서 또 하루밤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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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4. 14)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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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에 우리 네 사람은 마차를 타고 캐나다(美國界)의 장관인 나이애가라(馬蹄) 폭포로 갔다. 이곳은 바로 영국과 미국 두 나라의 경계 지대로서 땅은 미국 땅이지만 앞서 기술한 3대호수로부터 흘러 내려오다가 합류해서 이 폭포로 쏟아진다는 것이다. 물길의 원천지는 천여리이고 수세는 호대(浩大)하다. 이곳 물길은 좁고 양쪽 언덕 석벽의 넓이는 수십간에 지나지 아니하고 지형의 생김새가 말발굽 모양같다 해서 폭포이름을 ‘마제(馬蹄)'라 일컫고 있다. 석벽이 홀연히 깍아지른 듯 가파른 절벽이 백여장(丈) 서 있었으니, 물길이 절벽에 걸린 듯이 쏟아져 내려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하다. 물길의 기세가 서로 격돌해서 물빛은 혹은 푸르게 혹은 붉게 빛을 발해서 수백개의 무지개가 걸린 듯하다. 폭포 아래 푸른 강물 위에는 흰 눈 같은 물보라가 공중에 가득하니 실로 천하 장관이다. 강위에는 4-5개의 철교가 완연하게 걸쳐 있는데 마치 긴 무지개가 물을 마시는 듯하다. 강 양쪽 언덕을 따라 철로가 있고 전차가 왕래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크고 작은 윤선을 타고 강을 오르내리기도 하고, 강 양쪽 도로에는 마차 행렬이 줄을 잇고 있어서 하루 유람객 수가 수천명이 될 것 같다. 강 남쪽 언덕에는 수십층 높은 누각(樓閣)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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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네 사람은 이 높은 누각에 올라 난간에 의지하여 내려다보니 공중에 흐릿한 기운(風烟)이 눈에 가득차서 잠시나마 하늘끝 만리 타국에 유람하는 고통을 잊게 했다. 이윽고 누각 주인이 상하 우의(雨具) 네벌을 가지고 와서 입으라 한다. 우리는 그 뜻을 알지 못하고 받아서 입었다. 주인이 앞장 서서 우리를 안내하여 강 언덕에 이르니 한칸 철옥(鐵屋)이 있었다. 주인이 우리 일행에게 들어가기를 청하기에 들어갔더니 철옥안에서 갑자기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고 철옥은 지하로 수십길(丈)을 내려가더니 멈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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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먼저 나가서 우리에게 나오라고 청하기에 나가보니 칠흑같은 동굴이었다. 우리는 지하 동굴 가운데로 백여보 따라가다가 햇빛이 들어오는 곳을 바라보니 갑자기 머리위에서 수만개의 천둥치는 굉음이 울리고 눈보라 같은 물보라가 어지러히 흩어져 사람의 이목을 깜짝 놀라게 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니 우리는 저 폭포수 석벽 아래에 서 있었다. 겁이 나서 우리는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곧 발길을 돌려 밖으로 나와 서로 마주보니 진흙탕에서 싸우던 짐승처럼 보였다. 대개 주인이 안내하던 길은 바로 폭포수 남쪽 언덕에서 굴을 파서 터널 길을 만들어 폭포수로 통하게 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의관을 정제하고 강을 따라 수십보를 내려가니 사진관이 있었다. 우리 네 사람은 폭포수를 배경으로 앉아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돌아와서 기차를 타고 퀘벡항으로 돌아 왔다. [영국 사행(使行)에서 돌아와서 복명(復命)한 후 이 기록은 국사(國史)에 기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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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4. 15)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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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에 몬트리올(원토리, Montreal) 정거장에 도착해서 철로회사 여관에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우리 네 사람은 마차를 타고 시가지를 유람했는데, 이곳 인구는 30만이라 한다. 이날 밤에 연극장(戱臺)에서 연극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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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4. 16) 흐리고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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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4. 17) 맑다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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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에 다시 기차를 타고 7시에 퀘벡항에 도착, 여관에 들아가 하룻밤을 잤다. 이 항구의 인구는 30여만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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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4. 18)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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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에 마차를 타고 유람하다가 항구의 서쪽 18리 지점에 이르니 폭포수가 있었다. 폭포수가 내려오는 석벽은 3층으로 되어 있어서 볼만했다. 물빛이 누렇기에 토인에게 물어보니 이 강물 상류지대에 탄석(炭石)이 많아서 물빛이 황색이라 한다. 폭포 곁에 동물 우리(獸圈)가 있었다. 소 네마리가 있는데 들소(野牛)라고 했다. 체구가 장대하고 몸 전체가 검은 털이고 뿔 길이가 몇 척이나 되고, 머리로부터 목과 턱아래에 이르기 까지 어지럽게 긴 털로 덮혀 있어서 매우 흉악하고 사납게 보였다. 사람을 보고 성이 나서 코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는 우뢰소리 같았다. 이곳 토인에게 물어보니 성질이 흉악하고 사나우며 힘이 아주 세어서 이따금 사람을 해치는 일이 있으므로 들소 종자(種子)를 멸하고 네 마리만 가두어 기른다는 것이다.
50
이 항구의 동서에는 돈대(墩臺)와 옛 성첩(城堞)이 있고 그 위에는 대포 10문을 설치해 놓고 있다. 일찍이 영․미 양국간에 전쟁이 일어난 곳이라 해서 전쟁기념 유적지로 보존한다는 것이다. 오후 8시에 장차 대서양을 건너가기 위하여 영국 윤선 「누미리아 호」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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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4. 19) 흐리고 비
 
52
5월 27일 (4. 20) 안개
53
250리를 항행했다.
 
54
5월 28일 (4. 21) 안개
55
짙은 안개가 사방에 꽉 끼었다. 항행시 짙은 안개가 끼면 화통(火桶)에서 자주 뱃고동 소리를 내어서 물밑 암초를 피하고 왕래하는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예방한다고 한다. 250리를 항행했다.
 
56
5월 29일 (4. 22) 짙은 안개
57
270리를 항행했다.
 
58
5월 30일 (4. 23) 짙은 안개
59
251리를 항행했다.
 
60
5월 31일 (4. 24) 짙은 안개
61
280리를 항행했다.
 

 
62
15) 『孟子』 卷 13, 盡心 上. “孟子曰 孔子 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 故觀於海者 難爲水”. 맹자가 이르기를 “공자께서 동산에 올라가 보고 노나라를 작게 여기시고 태산에 올라가 보고 천하를 작게 여기셨다. 그런고로 바다를 보는 자에게는 물이라 말하기 어렵도다.”라고 하였다.
63
16) 오대호(Great Lakes) 북아메리카 중부의 큰 호수군. 슈피리어, 미시간, 휴런, 이리, 온타리오호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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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여기서 鐵屋이란 곧 엘리베이터를 가리키고 있다.
65
18) 영미(英美)전쟁(1812-1814).
【원문】19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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