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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聲討文 (성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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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신채호
1
우리 2천만 형제자매에 향하여 이승만(李承晩)·정한경(鄭翰景) 등 대미 위임통치 청원(對美委任統治請願) 및 매국·매족의 청원을 제출한 사실을 들어서 그 죄를 성토하노라.
 
2
이(李) 등의 해 청원 제출은 곧 4252년 3월경 아국 독립운동 발발(勃發)과 동시하여 세계의 대전이 종결되자 평화회의(平和會議)가 개설되고, 따라서 민족자결(民族自決)의 성랑(聲浪)이 높았도다. 이에 각 민족이 자유대로 ① 고유의 독립을 잃은 민족은 다시 그 독립을 회복하며, ② 갑국(甲國)의 소유로 을국(乙國)에 빼앗기었던 토지는 다시 갑국으로 돌리며, ③ 양 강국간 피차 쟁탈되는 지방은 그 지방 거민(居民)의 의사에 의하여 통치의 주권을 자택(自擇)하게 하며, ④ 오직 덕(德)·오(奧)·토(土)의 각 식민지는 그 주국(主國)이 난수(亂首)의 책벌(責罰)로 이를 몰수하여 협약국에 위탁 통치한 바 되었도다.
 
3
이상 ① ② ③항 및 민족자결 문제에 의하여 구주(歐洲) 내 수십개 신독립국과 신변경(新變更)한 몇개 지방이 있는 이외에 실행되지 못한 곳이 더 많거니와 당초에는 각 강국들도 다 그와 같이 떠들었으며 허다 망국민족(亡國民族)들은 이와 같이 되기를 빌었도다.
 
4
5천년 독립의 고국(古國)으로 무리한 만국(蠻國)의 병탄(倂呑)을 받아 10년 혈전을 계속하여 온 우리 조선도 이 사조(思潮)에 응하여 더욱 분발할 새, 내지(內地)는 물론이요, 중령(中領)의 조선인도 독립을 부르며, 아령(俄領)의 조선인도 독립을 부르며, 미령(美領)의 조선인도 독립을 부르며, 일본 동경의 조선 유학생도 독립을 부를새, 더욱 미령의 동포들은 국민회(國民會)의 주동으로 각처 향응(響應)하여 노동소득의 혈한전(血汗錢)을 거두어 평화회의에 조선독립 문제를 제출하기 위하여 대표를 뽑아 빠리에 보낼새, 이(李)와 정(鄭) 등이 그 뽑힌 바 되어 발정(發程)하다가 여행권의 난득(難得)으로 중로에서 체류할새, 저들이 합병 10년 일인의 식민지 된 통한을 잊었던가. 독립을 위하여 검(劍)에 총(銃)에 악형에 죽은 선충선열(先忠先烈)이 계심을 몰랐던가. 조선을 자래(自來) 독립국이 아닌 줄로 생각하였던가. 거연히 위임통치 청원서 및 조선의 미국 식민지 되어지이다 하는 요구를 미국정부에 제출하여 매국·매족의 행동을 감행하였도다.
 
5
독립이란 금에서 일보를 물러서면 합병 적괴의 이완용(李完用)이 되거나, 정합방론자(政合邦論者)의 송병준(宋秉晙)이 되거나, 자치운동의 민원식(閔元植)이 되어, 화국(禍國)의 요얼(妖孼)이 병작하리니, 독립의 대방(大防)을 위하여 이·정 등을 주토(誅討)치 아니할 수 없으며, 방관자의 안중에는 조선이 이미 멸망하였다 할지라도 조선인의 심중에는 영원 독립의 조선이 있어, 일본뿐 아니라 곧 세계 하국(何國)을 물론하고 우리 조선에 향하여 무례를 가하거든 검으로나 총으로나 아니면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라도 혈전(血戰)함이 조선민족의 정신이니, 만일 이 정신이 없이 친일자는 일본에, 친미자는 미국에, 친영자나 친아자는 영국이나 아국(俄國)에 노예 됨을 원한다 하면, 조선민족은 생생세세(生生世世) 노예의 일도(一道)에 윤회되리니, 독립의 정신을 위하여 이·정 등을 주토(誅討) 아니할 수 없으며, 우리 전도는 전국 2천만의 요구가 ‘독립뿐’이란 혈(血)과 누(淚)의 규호(叫呼)로 안으론 동포의 성력(誠力)을 단합하며, 밖으론 열국의 동정을 박득(博得)함에 있거늘, 이제 위임통치의 사론(邪論)을 용허하면 기로(岐路)를 열어 동포를 미혹케 할 뿐 아니라, 또 골계모순(滑稽矛盾)으로써 외국인에게 보이어 조선민족의 진의가 어디 있는가를 회의케 하리니, 독립운동의 전도를 위하여 이·정 등을 주토 아니할 수 없도다.
 
6
위임통치 청원에 대하여 재미 국민회 중앙총회장 안창호(安昌浩)는 동의든지 묵인이든지 해회(該會)의 주간자로서 이·정 등을 대표로 보내어 해청원을 올리었으니, 그 죄책도 또한 용서할 수 없으며, 상해 의정원이 소위 임시정부를 조직할 때에, 앞서 전파된 위임통치 청원 운운의 설을 이 등과 사감 있는 자의 주출(做出)이라 하여 철저히 사핵(査核)하지 않고 이승만을 국무총리로 추정함도 천만의 경거(輕擧)이거니와 제2차 소위 각원(閣員)을 개조할 때에는 환하게 해 청원의 제출이 사실임을 알았는데, 마침내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거한 죄는 더 중대하며, 특파대사 김규식(金奎植)이 구주로부터 돌아와 “조선 사람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어찌하여 위임통치 청원자 이승만을 대통령에 임하였느냐.”하는 각국 인사의 반문에 아무 회답할 말이 없었다 하여, 만방에 등소(騰笑)된 실상을 전하거늘, 그래도 이(李)는 존대(尊戴)하였다 하여 그 범죄의 탄핵은 없으며, 그 청원의 취소시킬 의사도 없이, 오직 옹호의 책획(策劃)함에 열중하는 의정원이나 각원이란 모모들의 그 심리를 알지 못하겠도다.
 
7
혹왈, 이승만의 위임통치 청원은 자치운동의 민원식과 같이 철저한 주장이 아니고 다만 때의 미오(迷誤)인 고로, 이(李)도 지금에는 이 일을 옳은 줄로 자처함이 아니니 구태여 추죄(追罪)할 것이 없다 하나, 그럴진대 저들이 즉시 미국 정부에 향하여, 그 청원의 취소를 성명하고 국인에게 향하여 망작(妄作)의 죄를 사(謝)하여 써 만분의 일이라도 자속(自贖)의 도를 구함이 가하거늘, 이제 십수(十手)의 지점(持點)을 불고하고 엄연히 상해에 와서 소위 대통령의 명의(名義)로 오히려 여론을 농락하려 하니, 이는 화심(禍心)을 포장(包藏)한 역적이 아니면 구차용록(苟且庸碌)의 비부(鄙夫)이다. 역적이나 비부를 가차(假借)하여 국민의 명예를 오욕(汚屋)하면 또한 가통(可痛)하지 아니한가.
 
8
당초에는 해 청원이 제출 여부·접수 여부가 모두 모호암매(模糊暗昧)의 중에 있으므로 본인 등도 의려(疑慮)만 포(抱)할 뿐이요, 나아가 주토(誅討)의 거(擧)을 펴지 못하였더니, 오늘 와서는 사실의 전부가 폭로되어 우리 국민이라고는 용인하지 못하겠도다.
 
9
이에 제일 이 등의 죄상을 선포하여 후래자를 위하여 경징(警懲)의 의(義)를 소화(昭華)하며, 제이 미국정부에 향하여 2천만을 대표하였다 말함은 이승만·정한경 등은 무자(誣自)이니, 해 청원은 곧 이승만·정한경 등 1,2 개인의 자작이요, 우리 국민의 여지(與知)할 바 아니라 하여, 그 청원의 무효됨을 성명하기로 결의하고, 위의 성토문을 발하여 원근의 동성(同聲)으로 전도의 공제(共濟)를 바라노라.
 
10
기원 4254년 4월 19일
 
11
강경문(姜卿文) 고광인(高光寅) 기 운(奇 雲) 김주병(金周炳)
12
김세준(金世畯) 김재희(金在禧) 김원봉(金元鳳) 김창숙(金昌淑)
13
김맹여(金孟汝) 김대호(金大浩) 김 갑(金 甲) 김세상(金世相)
14
김병식(金炳植) 김 탁(金 鐸) 김창근(金昌根) 김자언(金子言)
15
남공선(南公善) 도 경(都 經) 이대근(李大根) 이성파(李聲波)
16
이극로(李克魯) 이강준(李康峻) 이 춘(李 春) 이기○(李起○)
17
임대주(林大柱) 박건병(朴建秉) 박용각(朴容珏) 박기중(朴基重)
18
방한태(方漢泰) 배달무(裵達武) 배 환(裵 煥) 서백양(徐白羊)
19
서왈보(徐曰甫) 손학해(孫學海) 송 호(宋 虎) 신채호(申采浩)
20
신달모(申達模) 안여경(安如磬) 오기찬(吳基燦) 오성륜(吳成崙)
21
윤태제(尹太濟) 장원갱(張元坑) 장건상(張建相) 전홍승(全鴻陞)
22
정인교(鄭寅敎) 조 준(趙 俊) 조진원(趙鎭元) 조 정(趙 鼎)
23
송 철(宋 哲) 최용덕(崔用德) 최 묵(崔 默) 최윤명(崔允明)
24
하 학(河 鶴) 한 흥(韓 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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