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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심덕(尹心悳) 정사(情死)에 관하여 ◈

해설본문  1926.9
이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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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과 윤심덕양에 대한 나의 지식은 가장 박약하다. 그러므로 그 둘의 자살한 원이 어떠하였으며 어떠한 동기가 그들로 하여금 자살을 결심케 하였는지도 자세히 알 수 없다. 다만 신문지상으로 보도되는 그것만으로 보아 어느 정도까지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생각에는 신문 그 물건이 말하는 그것과 같은 원인이나 동기가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갔다면 끌리어가는 그들의 평일의 사상에 대하여 좀더 생각할 여지가 없었던가는 느낌도 없지도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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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과 물론 한번도 면식이 없고 다만 군의 춘원군에 대한 박문이 수산(水山)이란 아호로 조선지광에 발표되었을 때에 나는 그 글은 통하여 수산은 김우진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내가 조선일보 학예란에서 군의 최후논문이라 할 만한 〈신극운동의 첫길〉이란 논문을 취급하면서 군의 조선현실에 대하여도 비교적 치밀한 관찰력과 비평안을 가지고 있는 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었다. 론은 군을 이상의 사람이란 것도 현실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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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윤심덕양을 알기는 그가 우리 조선사회에 문제의 인물인 그것만치 오래이다. 그의 동경 유학시대에 서로 낯은 익었으나 인사 같은 것은 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요 얼마전 양이 토월회 배우로 들어가서 온 세상이 한참 떠들 때에 토월회 악옥(樂屋)에서 분장 중인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이게 얼마만이요’ 뜻밖에 인사말을 하였다. 이것이 동기가 되어 그를 그의 성문(聲聞)과 면분을 다 알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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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람에 대하여서 나의 지식은 다만 이뿐인 까닭에 그들의 자살한 사건에 대한 나의 관찰도 비교적 심각미(深刻美)와 동정을 발견치 못할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수산군은 모르거니와 윤심덕양을 직면하였을 때에 내가 받은 인상으로 말하면 ‘저 여자는 언제든지 한번 끔찍한 일을 해서 세상에 소동을 일으키고 말 것이야’이란 예감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러하다고 그 어떠한 남자를 데리고 정사를 하리라는 그러한 구체적 사실을 미리 생각해 본 적은 물론 없었다. 다만 막연히 ‘큰 일을 한번 저지를 것!’이라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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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요 얼마전에 내가 전주에서 윤심덕양이 청년문사와 정사하였다는 보도를 신문지상으로 볼 때에 문득 느낀 것은 ‘그가 필경 일을 저지르고 말았군’하는 것과 그 청년문사가 가엽다는 것이었었다. 다만 예지하였던 사건이 돌발 할 때에 누구든지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쇼크’를 받았을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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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자살사건에 대하여 ‘쇼크’ 이외에 그것을 인생사회의 한 엄숙한 사실로서의 비판을 내릴 때에 그 사실 자체를 따라 얼마든지 죽음직한 죽음과 하지않은 죽음이 물론 있을 것이다마는 살아 있는 보통 사람편으로 보면 어떠한 경우를 물론하고 자살이나 정사를 한다는 것이 종교상으로 보든지 도덕상으로 보든지 많은 경우에 죄악이요 퇴영이요 비겁이라 하겠고 죽은 그 자신으로 말하면 환희요 해탈이요 구원인 것이다. 항상 이러나 서로 다른 처지에서 이 자살이나 정사 같은 것을 비판하게 되는 까닭에 어느 때에든지 사람의 죽음에 견해가 어느 정도까지에는 다르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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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두 사람의 소위 정사라 할는지 공모자살이라 할는지 이름은 어떻든지 간에 두 사람이 한 때 한 장소에서 죽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여 말하기 전에 소위 사람의 자살이란 것에 대하여 잠깐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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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것은 죽은 그 사람밖에는 경험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자살하기로 결심하였다는 것은 필경 한 결심한 그 사람 밖에는 심리의 진상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자살할 결심을 하여보지 못하고 또는 죽어보지 못한 제삼자가 그 죽음에 대하여 이러하니저러하니 하고 그 동기와 원인을 알려고 애를 쓰며 또는 분명히 그러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국은 천문학자나 철학자가 우주의 현상을 의논하는 것이나 조금도 다름 없을 것 이다. 정당한 관찰과 추리가 없는 것은 아니로되 추리는 어디까지 추리요 관찰은 어디까지든지 관찰이다. 자기 자신의 체험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자살이란 것을 철학적으로 생각할 때에다만 생각할 뿐 이것도 자유의사의 한 발동으로 볼 수가 있다. 사는 것도 자유의사이요 또한 죽는 것도 자유의사이다. 자기가 소유한 생명이니까, 자기의 의사대로 어떻게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슨 까닭으로 자살을 하는가? 간단히 말하면 사는 것이 고통이니까 더 잘 편하게 살기 위해서 죽는 것이라고 할 수 도 있다. 즉 사람이란 것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생활의식이 가장 높은 정도까지에 팽배하고 가장 굳센 힘으로 고조될 때에 도리어 죽음의 길을 밟게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김우진군이 가장 숭배하는 유도무랑(有島武郞) 씨(신문지상에서 보도한 것을 다만 볼 뿐이요 실상은 숭배를 하였는지 나는 모르는 바이나 그러하였다 하니 인용하는 것이다)의 어느 작품 가운데에 ‘생활의 고조(高潮)가 사랑에 있고 사랑의 고조는 죽음에 있다’고 하였으니까 혹은 김우진군이 윤심덕양의 죽음을 이러한 데에다 붙여놓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어쨌든 이 자살이란 것은 생이란 것을 부인하는 데에 도리어 생이란 것을 더 큰 의미에서 현실의 생활이 참 생활이 아닌 것인 그것만큼 참 생활과 또 의미 있는 생활을 동경함이라 할 수 있다. 결국은 말하면 현실의 생활에서 가장 비통한 것을 버리고 미지(未知)의 나라에 동경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도 역시 우리들의 관찰이요 해석이요 그 사람들의 죽음을 결정하는 순간의 참 심리는 모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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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견지에서 두 사람의 자살을 관찰할 때에는 자기의 행위를 자기들의 최선으로 알고 결정한 것인즉 제삼자로서는 그들의 죽음을 우리 생활에 있어서 한 엄숙한 사실로 볼 뿐이다. 우리가 만일 사회생활에 있어서 소위 재래의 인습이나 도덕관념을 떠나서 이 두 사람의 죽음의 가치를 판단한다면 여기에는 비로소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한 말로 말하면 그들의 죽음은 가치없는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극단의 이기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생활에 있어서 공동으로 지고 있는 생활도덕의 현대적 책임을 배반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동정있는 말을 그들에게 한다면 좀더 생각해 볼 여지가 없었던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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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윤심덕양의 죽음이란 것을 그가 죽음을 결심하고 최후에 불렀다는 ‘사의 예찬’이란 것을 통하여 보면 그 동기가 우리의 산 사람으로 보아서는(그에게는 가장 참된 일이라하겠지만 얼마나 천박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죽음에 대하여 옅고 깊은 의미가 별로 따로 없겠지만은 그는 다만 죽기 위하여 죽었을 뿐이다. 한갓 세상을 저주하였을 뿐이다. 막연하게 허무하다 하였을 뿐이다. 이 세상이 참으로 허무하고 또한 저주할 만하였다면 윤으로도 그 허무한 것과 저주함직한 것을 뵈여줄 다른 도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죽음의 찬미’로만 그의 의사를 표시 않고도 되었을 것이다. 나는 생각건대 그가 ‘죽음의 찬미’를 짓고 또는 그것을, 부르고 눈물을 흘렸을 때까지도 그는 우리 보통사람이 가지는 생의 의식을 가졌던 것이다. 그 이후의 것은 우리의 모르는 바이다. 우리 보통사람으로 보면 그들의 의식은 벌써 변태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변태니 나쁜 것이요 상태(常態)니 좋은 것이라 하는 그러한 가치를 말하고자는 아니한다. 지금껏 나에게 한 의문으로 남아 있는 것은 김우진군이 가장 현실과 타협하던 군의 최근 논문으로 보아 자살이다. 그는 가장 분투적이었다. 감상주의(感傷主義)나 인도주의적(人道主義的) 색채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군은 죽었다. 어쨌든 의문의 하나이다. 결국 큰 일을 저지르고야 말 윤심덕양의 길동무가 되고 말 것이랴 또는 남성에게 복수하랴는 그의 원수의 대표로 선택됨이었드냐 참으로 모를 일이다. -8월24일 조(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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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여성》 제4권 제9호, 19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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