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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력(生命力)의 고갈(枯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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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3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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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命力[생명력]의 枯渴[고갈]
 
2
金초성
 
 
 

1. 예술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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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現今) 조선에서 제일 부족한 것은 무엇이냐? 하고 나는 이상스럽게 의문이 난다. 이 대답을 엇기 전에 나는 인생과 예술이라는 큰 문제에 대해서 잠간 생각해 보겟다. 물론 이 문제는 챰 큰 문제다. 큰 문제임으로 (결코 나는 해결을 어덧다고는 아니하나) 누구의게든지 깁게 생각하느니의게는 근본 문제인 쥴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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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기원(오리진)이니 시원(코 - 스)이니 하고 고고학의 회색방 안에서 책장과 굴출물(掘出物)을 두젹거리는 이가 만타. 더욱이 군대식으로 된 독일인의게 만히 잇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 해서는 기원이니 시원이니 하는 문제는 말지말류(末之末流)의 의의 박게 업는 것인 쥴 안다. 맛치 인생의 기원이니 시원이니 하고 떠드는 것과 갓다. 인생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혹은 예술가적으로 통찰과 해의(解義)가 다 다를 것과 갓히 인간 활동 중에 무엇보다도 표현에 중심(重心)을 둔 예술활동에서는 유희설이엇더니, 모방설이 엇더니 하고 떠드는 것쳐럼 무의미한 일은 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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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스떠에브스키 - 의 〈죄와 벌〉중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살인한 동기를 보면 순연한 개념상의 그것에서 나온 것이다. 살인의 필요보다도 살인해야 하겟다는 개념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 점에 작자의 심리모사적(心理模寫的) 정력을 고려햇슴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이와 갓히 개념으로 엇던 행동이 시작될 때 그 행동이 불순한 것은 물론이고, 그 행동의 결과가 또한 무의미한 것이 되여 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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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셔도 이런 개념을 베려야 한다. 이런 개념적 행동이 시작될 때 질은 미궁으로 끌녀 들어가고 결과는 무의미한 유희에 불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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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 잇서서 예술을 전세기(前世紀) 사람쳐럼 엇던 경지 안에 니취(泥醉)해보려고 생각하는 이는 업슬 쥴 안다. 맛치 어졔는 정원을 장식하기 위하야 식목에 열심이엇으나 오늘 와서는 공업 도시에 공기의 청정을 위해서 프른 입 나무가지가 필요한 것과 갓히, 즉 어졔나 오늘이나 다 갓히 식목과 식물이 필요한 것은 변함이 업지만, 그 요구가 달너지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갓히 예술도 시대 시대에 따러서 제삼자의, 즉 일반 사회의 요구가 변해진다. 이 요구 속에셔 예술가가 생긴다. 예술가의 초월성을 말하느니가 잇지만 공기 속에 사는 , 인간이 공기를 초월할 수 업슴과 갓히 사회의 일인으로서 생활하는 인간이 사회의 마음, 괴테의 ‘Zeitgeist’에서 떠날 수 업다는 것은 누구든지 다 알고 잇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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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시대와 엇더한 필연한 인과를 가졋슴을 여긔서, 이 단순한 사실(事實)에셔 보아야 한다. 문예부흥 시대의 예술은 종교적 중세기의 수뢰(囚牢) 생활에서 탈출한 졂은 사람의 자유로운 기운이 요구햇슬만한 약동, 생기, 정감에서 나왓다. 이런 요구에 응한 그것이 아니랄것보다도 이런 요구 안에셔 자연히 예술이 나왓다. 십팔세기에는 고전적, 전통적 시대에서 규칙, 규범에서 버서나려는 시대인의 요구에 의하야 분방불기(奔放不羈)한 모든 것을 소리쳐서 울고 웃고 하야 대하는 로맨티시슴의 예술이 나왓다. 십구세기 자연과학의 극단한 발달과정 중에셔 죨아, 콩쿠 - ㄹ형제, 플오벨이 나온 것도 이럿다.
 
 
 

2. 시대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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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엇던가? 오늘은 엇던 변혁을 구한다. 엇던 전혀 새로운 세계를 요구한다. 금일 이전에도 소위 유토피아를 요구햇든 것도 (불완전한 인간의 현재 생활의 필연으로) 사실이엿으나, 오늘은 그 요구, 열망의 정도가 다릇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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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념과 상상과 공상과 자만(自滿)을 요구치 안는다. 이것은 맛치 중세기에 잇서서 레오날도 다빈치의게 조선의 유교사상이 불요(不要)한 것 쳐럼 불필요하다. 엇던 경지 속에셔 자연 자만(自滿)하야가지고 도취하려는 요구가 아니다. 깃디린 닭의 둥어리 속 경지가 이니고, 잇는 힘, 잇는 지혜로 다라나며 새 안전한 곳을 챳는 독수리의 긴급한 - 목전에 박절(迫切)해 온 변화다.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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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졔는 다만 신(神)의 위업을 찬미하고 숭배하고 그 외엄(畏嚴)에 업드리고 그 신비를 차즐 뿐이엿다. 즉 종교적이고 시적이엿다. 그러나 오늘은 그 신의게 반항하고 그이의게 의문이나 질문을 하는 대신에 그신의 좌대(座臺)를 업듸려 업고, 내 것을 빼아슬여고, 종교도 과학도 제도도 문예도 다 그 요구와 충동에셔 나오는 요구다.
 
 
 

3. 상대성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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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요구를 개념으로 알 필요는 업다. 그러나 이런 요구가 잇는 것을 통찰할 필요는 잇다. 이곳에 현대의 예술가의 활동의 근거가 잇서야 한다. 이 요구를 보고 제작하는 예술가의게 상대적 의의가 붓는 것은 사실이고 불가피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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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딸아 예술가적 양심이 변해 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대성적 양심이 얼마나 의의 잇는가는 우에 말한 시대 양심을 이해 못한 이의게는 절망적으로 몰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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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 오늘 조선에셔 무엇이 불요하냐 함은 이 요구나 생의 충동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코져 하는 힘이 부족하단 말이다. 알고만 잇슬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코져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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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힘은 물론 근본적으로 문제될 것이지. 하여간 지금은 생명의 고갈이 잇다. 생명의 고갈에는 물이나 밥을 지버너어 쥬어서는 안된다. 엇던 자극과 츙동이를 줘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강단의 연설도 필요하겟지, 교단의 강연도 필요하겟지, 혁명가도 필요하겟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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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까지의 모든 시대 의식의 변화와 시대의 변혁에서 봄과 갓히 가장 단적인 예술가적 자극이 퍽 필요하다. 트로츠키의 말이든가 “엇더한 변화든지 예술적 활동이 수반이 못되면 불가능하다.”하는 말의 뜻이다. 오늘 현재의 조선 예술가들은 엇던가? 생명력의 고갈이 오늘처럼 심한 것은 업다. 아, 생명력의 고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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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에셔, 1926.3.
【원문】생명력(生命力)의 고갈(枯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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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진(金祐鎭) [저자]
 
  192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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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