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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사를 통해 본 여성의 비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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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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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를 통해 본 여성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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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은 여성의 비극사(悲劇史)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겠다. 문학의 역사가 비롯한 그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명작으로 그 어느 것을 논할 것 없이 모두가 주인공(主人公)이건 부주인공(副主人公)이건 여성이 취급되지 않은 작품이 없고, 또 여성이 취급된 작품이면 거의가 모두 비극으로 그 생애를 마치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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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많은 작품의 여성 비극사를 이제 여기서 일일이 따져 소상히 발가볼 지면이 없지만, 우리의 입에서 항상 회자되고 있는 작품만을 위선 되는대로 몇 개 헤집어 보더라도 그것은 그 어떠한 부분에 있어서나마 잔인할 만큼 여성의 비극적 생애를 그려 놓고야 넘어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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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을, 두루, 스무닷새 동안은 하얀 춘나무꽃을, 그리고 남은 닷새 동안은 빨간 춘나무 꽃을 손에다 들고 손님을 만나야 하는 매소부(賣笑婦)의 신세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 사랑의 보금자리를 틀지 못하고 순정에 타는 사랑의 불꽃으로 말미암아 드디어는 지병(持病)의 악화를 초래하게 되어, 피를 토하면서 한쪽으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연방 불러가며 세상을 떠나가는 「춘희(椿姬)」(뒤마作[작])의 ‘마르그리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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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행복은 육욕(肉慾)의 쾌락에 있는 것이라는 자유 사상을 가지고 ‘사루진’이라는 사내에게 몸을 맡겼다가 임신을 하게 된 것이 도리어 ‘사루진’의 미움을 사게 되어 버림을 아니 받을 수 없게 되는 가련한 「사아닌」(아르즈이봐세브 作[작])의‘리이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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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있는 여자로서 딴 사내와 관계를 맺으므로 빚을 낸 것이, 거듭되는 밀회(密會)에 자꾸만 들어가게 되어 무거워진 빚으로 말미암아 드디어는 가산 차압(家産差押)의 통보를 받고 절망 끝에 음독 자살을 피치 못하게 되는 「보바리 부인」(플로베르 作[작])의‘엠마’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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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정을 느낄 수 없는 사내의 청혼을 거역하므로 칼을 맞고 죽는「카르멘」(메로메 作[작])의‘카르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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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녀의 순결을 빼앗기고 사랑하는 애인과는 결혼을 못 하게 되고 드디어는 마음에 없는 사내와 결혼을 하게 되므로 사랑을 위하여 남편을 살해하고 사형대(死刑臺)의 이슬로 화하는 「테스」(하디作[작])의‘테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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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자신의 영원한 삶을 위하여 애인마저 유혹하다가 마치 원수나처럼 머리칼을 손에다 감아 쥐고 절벽으로 끌고 올라가 푸른 물결이 출렁거리는 아드리아의 바다 속으로 굴러 떨어져 최후를 마치게 되는 「죽음의 승리」 (다눈치오 作[작])의‘이포리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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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도 순결하기 때문에 유혹에 지지 않으려고 음독 자살을 한「아타라루네」(샤트부 리안 作[작])의‘루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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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뱅이 남편을 두었기 때문에 파산(破産)을 하고 절망과 고독 속에서 굶어 죽은 「주막(酒幕)」(졸라 作[작])의‘지엘베에즈’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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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심정(心情) 문제도 냉정한 실험 관찰(實驗觀察)에 의하여 처리하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정 교사로 둔 젊은 여자를 연애의 실험 연구의 상대로 택하고 유혹하므로 절망 끝에 자살을 하게 되는 「제자(弟子)」(부울재 作[작])의‘샤르롯테’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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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기 때문에 인간의 취급을 받지 못하고 한낱 남편의 노리갯감으로 밖에 취급이 되지 않음을 통절히 느끼고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떠나서 남편도 가정도 아이들도 깡그리 버리고 정처 없는 길을 떠나야 하는 「인형의 집」(입센 作[작])의‘노라’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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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서 제일가는 어여쁜 용모를 가지고 젊어서 미망인이 되어, 뭇 사내들의 유혹에 윤락의 길을 밟고 마을의 심판 징벌(審判懲罰)을 받게 되었으나 유혹할 때와는 너무도 냉정하게 한 마디의 변호도 받지 못하게 되는 가련한 젊은 미모 「농민(農民)」(레이몬드 作[작])의‘야그나’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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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세계 문학이 말하는 여성은 온갖 면으로 비극 속에서 비극으로 그 생애를 마쳤다. 살기를 위하여 발버둥친다는 것이 결국은 비극의 초래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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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짊어지고 나온 피할 수 없는 운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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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생이 모두 비극의 연속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나 여자에게 이런 불행이 더하게 되는 것은 그 무엇 때문일까. 이 불행을 설명해 주는 너무도 유명한 작품으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나 위고의 「레미제라블」같은 것이 있음을 우리는 잘 아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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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란 한번 결혼을 하면 그 결혼에 실패를 하더라도 그냥 그대로 인생을 이런 불행 속에서 한숨만을 지우며 지내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 그 운명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남자에게서 받은 상처가 그것만 하더라도 깊은데, 또 다른 상처가 그 몸을 아프게 하고 또 다른 상처가 그 위에까지 덮쳐, 지워버릴래야 지워 버릴 수 없는 깊은 상흔(傷痕)이 점점 더 깊어만 들어가, 드디어는 아름다운 미모(美貌)도 순정(純情)도 모두 잃어 가문(家門)마저 깡그리 불행하게 되는 「여자의 일생」의‘장느’의 일생은 너무도 불행한 일생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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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느’ 는 열두 살에 수도원으로 들어가 속세(俗世)와는 완전히 담을 쌓은 그 담 안에서 순결 무구하게 자라나다가 열일곱 살을 맞는 오늘, 생기가 발랄하게 행복에의 꿈을 한아름 안고 부모의 슬하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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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나선 ‘장느’ 의 시야에는, 줄기차게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이 순탄한 구름을 헤치고 나타나며 바다를 건너고 들을 건너서 울창한 숲 사이로 마치 물살이나처럼 쏘아 와서는 퍼지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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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충만한 ‘장느’ 의 가슴 속은 미칠 듯이 설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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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태양(太陽)! 내 아침이 밝았구나! 내 생활은 오늘부터 시작이 되누나! 내 희망의 날이 밝았구나!” 하고‘장느’는 태양을 가슴에다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여 아침 햇볕으로 가득 찬 허공을 향하여 두 팔을 벌려 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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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느’ 는 지금 이 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온갖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희망에 찬 새 생활의 첫걸음을 내디디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앞으로 가져야 할 연애와 결혼과 그런 희망에 빛날 새 생활의 아름다운 꿈 속에서 밤이면 밤마다 장차 앞으로 사랑할 애인의 모습을 눈앞에다 그려 보며 너무나 행복스러움에 잠도 이루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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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복이 계속되는 동안, 이 꿈의 실현은 드디어‘장느’를 찾아왔다. 청년 자작(子爵)‘줄리앙’을 만나게 되어 교제가 시작된 것이, 어느 사이에 벌써 그들은 서로가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사이가 되어, 약혼의 즐거운 꿈에 취해 볼 겨를도 없이 결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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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느’ 는 결혼이라는 것이 남녀 관계에 있어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통 모르고 있었다. ‘장느’ 는 이 현실과는 너무나 먼 낭만적인 꿈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한없이 아름답던 이 꿈은 결혼 첫날밤에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장느’는 이렇게도 무참히 한 순간 동안에 사라지고 마는 행복에의 환멸을 느끼며 마음의 밑바닥까지 스며드는 절망 속에서 혼자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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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그이의 아내가 되었다는 표였구나! 이것이! 이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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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여자는 남편의 아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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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의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남편 ‘줄리앙’의 태도는 일변하였다. 그는 벌써 결혼 전과 같이‘장느’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밤에는 딴 방에서 잠을 잘 뿐 아니라, 황금에까지 마음은 들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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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느’ 는 이것이 견딜 수 없는 불만이었다. 이것은 꿈 속에서 그려 보던 결혼 생활과는 너무도 간격이 심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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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것만에 그쳤으면 그대로 견디어는 낼 것이, 좀더 무서운 현실에 ‘장느’ 는 부대끼지 않아서는 안 되는 몸이었다. 유모(乳母)의 딸 ‘로잘리’ 를 ‘장느’ 는 시녀(侍女)로 데리고 있었는데, 이 ‘로잘리’ 가 요즘 와서는 웬일인지 원기가 통 없어 보이며 그러면서도 몸은 아주 소중히 가지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것은 임신중이었던 것이다. ‘로잘리’는 드디어 해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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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느’ 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으냐고 남편과 상의를 하였다. 사생아를 낳은 계집이니 돈푼이나 집어 주어서 내보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남편은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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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느’ 는 남편의 의견과는 반대로 그 상대자인 남자가 누구인지를 찾아서 결혼을 시켜 주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주장을 하였다. 그러면서 ‘로잘리’ 더러 그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이름을 대라고 하였으나 ‘로잘리’ 는 그저 눈물을 짜낼 뿐 이름을 대려고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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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장느’ 는 갑자기 오한이 나서 이를 떡떡 갈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심장의 고동이 너무 심하여 이러다가는 죽지나 않을까 공포 속에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로잘리’ 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을 직접 자기가 가서 깨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고 괴로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남편의 침실로 뛰어갔다. 아! 이것이 무슨 일이랴, ‘장느’의 눈앞에 벌어진 것은 불이 식어 가는 난로 옆 침대 위에 남편 ‘줄리앙’ 과 시녀 ‘로잘리’ 가 가지런히 누워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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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뜻밖의 일이라, ‘장느’ 는 이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밖으로 뛰어 나갔다. 순정 무구한 ‘장느’ 에게는 현실의 이 사실이 너무나 추하고 가혹하게 생각되었다. ‘로잘리’ 가 낳은 자식이라니! 아니, 이두 사람의 관계가 자기와의 결혼 이전부터 계속이 되어 오고 있던 사실을 알았을 때 ‘장느’ 는 너무도 기가 막혀 울래야 눈에서도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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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자기에게 대한 사랑이 인제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장느’ 는 당연히 자기의 몸을 남편에게 깨끗하게 빼어내려고 하였다. 그러나 자기의 뱃속에서도 이미 ‘줄리앙’ 의 씨가 ‘로잘리’ 의 그것과 같이 배태 되고 있음을 알았을 때, 인제는 언짢으나 좋으나 그대로 살아가야 하는 길밖에 도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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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이 되었다. 세상 밖에 나오는 아이의 첫울음 소리를 듣고, ‘장느’는 그 순간,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하던 그 어떤 행복감을 느꼈다. 마음도 몸도 심신이 온통 해방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기쁨에 모든 괴로움은 연기처럼 일시에 사라지고 삶의 즐거움이 용솟음을 치며 넘쳐 흘렀다. ‘장느’의 머릿속에는 다만 새로운 희망에 부푸는 한 가지 생각이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자식 ‘포올’에 대한 앞날의 희망이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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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앙’ 과 ‘장느’ 는 내외라고는 하지만 한 지붕 밑에 살면서도 서로가 별실을 택하고 딴 세계에서 살았다. ‘장느’ 는 규방(閨房)의 문을 굳이 닫고 열지 않았다. 물론 ‘장느’ 는 마음의 문까지도 닫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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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느’ 는 또 하나의 자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였다. 그러자면 오랫동안 끊었던 남편과의 동거(同居) 생활을 부활시키지 않아서는 안 되었다. 이러한 간절한 생각을 참을 길이 없어서 다시 남편에게 가까이하려고 하였으나, 남편은 ‘장느’ 의 이러한 마음을 털끝만치도 알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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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하나의 자식을 얻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장느’ 는 이길 길이 없어서 모든 것을 다 참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소원을 이루고 난 ‘장느’ 는 또 다시 규방의 문을 굳이 닫고 남편을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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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는 동안에 남편은 또 하나의 새로운 정부(情婦)를 맞아가지고 연정을 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런 것쯤은 ‘장느’ 의 마음을 괴롭히는 아무것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남편으로서는 그런 일쯤은 한낱 예사로운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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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동을 내탐한 그 정부의 아버지는 ‘줄리앙’ 과 아내와의 밀회 장소를 습격하여 드디어 두 사람을 그냥 낭떠러지에서 굴리어 떨어쳐 죽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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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여읜 ‘장느’ 는 다만 하나인 아들 ‘포올’ 을 유일한 희망으로 그날그날을 살아갔다. 그렇게도 또 하나의 자식이 두고 싶어, 모든 것을 다 참고 뱃속에 넣었던 두 번째의 회임은 겹쳐서 막다드는 놀라움에 부닥쳐 이미 유산(流産)이 되었던 것이므로 ‘장느’ 는 다만 하나인 ‘포올’ 을 위하여 전력을 기울였다. ‘포올’ 은 ‘장느’ 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에 다시없는 귀여운 존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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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귀여움만 받고 길리우는 ‘포올’ 은 모든 것에 있어, 제 세상처럼 저만을 위한 고집쟁이가 되어 갔다. 학교엘 보냈으나 그까짓 귀찮은 공부보다는 놀기만을 좋아했다. 그래도 어렸을 때에는 이런 고집이 귀여운 맛이나 있었지, 커 가면서까지 이러한 고집을 버리지 못하고 사람을 사람으로까지 대하려고 하지 않는 은둔한 고집쟁이가 되어 감을 볼 때에, 어머니로서의 ‘장느’ 는 슬픈 한숨을 아니 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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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포올’ 은 학교를 도중에 집어던지고 어떤 여자와 배가 맞아, 어머니를 버리고 집을 나갔다. 온갖 정성을 오직 아들 ‘포올’에게 바치고 살아오던 한 가닥 희망조차 ‘장느’에게서 빼앗아 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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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간 ‘포올’은 돈을 보내 주지 않으면 죽는다고 연달아 편지만을 띄웠다. 그러는가 하면 편지는 올 때마다 그 액수가 무지무지하게도 늘었다. 처음에는 몇 십 프랑이던 것이 몇 백 프랑으로 늘고, 또 몇 만 프랑으로 늘어나며 자꾸만 올라갔다. 자식에게는 언제나 약한 것이 어머니라, 자식의 이런 명령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구해서 보내 주어야 하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이렇게 얼마를 계속하는 동안에 이 집 가문(家門)의 유서 깊던 굉장한 재산은 태반이나 기울어 졌다. ‘장느’ 의 머리에는 백발이 성성하게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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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포올’ 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그저 무심한 편지만을 이따금씩 띄워 보내면서 돈을 청구하는 것이 그의 하여야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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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않아도 연령이 있는 데다 이렇게 괴로움만이 일생을 두고 연달아 부닥치는 ‘장느’ 는 죽기 전에 오직 하나인 귀여운 자식을 만나 보기나 하려고 ‘포올’ 을 찾아 파리로 떠났다. 그러나 ‘포올’ 은 그 주소에서는 이미 도망을 치고 만 때였다. 파리의 천지는 너무도 넓었다. 어디 가서 아들을 찾아야 하는 것인가, 아득한 거리를 헤매다 헤매다 한번 만나나 보고 죽으리라던 그리운, 그리운 아들 ‘포올’ 은 그림자도 대해 보지 못하고 ‘장느’ 는 슬픔만을 가슴에다 고스란히 안은 채, 그러지 않아도 더해만 가는 백발을, 뼈에 사무치는 고뇌로 한 오리 두 오리 하얗게 물을 들여 가며 되돌아오지 않아서는 안 되는 신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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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장느’ 를 죽이지는 않았다. 죽음으로써 그 비극을 끝내지 아니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아들을 “그래도?” 하고 기다리게 만들어, 한껏 애를 태우게 하므로 좀더 절실하게 비극적인 생애를 이 여자로 하여금 맛보게 하였다. 그리하여 죽음보다도 더 비극적인 생애를 마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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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불행이, 태반은 연애와 결혼에서 오는 것이 현실이듯이, 이 작품의 ‘장느’ 의 불행도 연애와 결혼에서 왔거니와, 현실의 반영이 문학 작품이라면 문학 작품이 여성의 비극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소치일 것이다. 위에서 간단히 보아 온 세계적으로 저명한 여러 작품들이 취급한 여성의 비극은 대부분이 죽음으로써 자아내는 정도였으나, 이 작품은 어느 가정에서나 있을 수 있는 한 가정을 끌어나 놓고 그 비극의 소재를 가차 없이 발가 보여준 것으로, ‘팡띠느’ 라는 여직공이 자식을 위하여 머리칼을 베어 팔고, 이를 뽑아 팔고도 구할 길이 없어서 정조마저 팔지 않아서는 안 되는 고초 속에서 어머니들의 생애를 살아간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같이 세계 문학사상(文學史上) 대표적인 한 여성의 비극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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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 그리고 귀여운 자식, 이것이 비극의 씨가 되는 것임을 볼 때에, 이 피할 수 없는 길을 아니 걸을 수 없는 여성은 운명적으로 비극을 짊어지고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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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여원(女苑)》
【원문】문학사를 통해 본 여성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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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