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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약산으로 진달래 구경을 왔읍니다. 올때 한번 찾아 뵈옵는다는 것이 바빠서 뵈옵지못하고 왔다오. 약산동대의 진달래는 정말 좋습니다. 滿地紅[만지홍], 滿地赤[만지적] ─ 동대에 가는길이 모두 꽃이요, 불이요. 정열이구려. 천주사(天柱寺)부터 동대로 오르는 길에는 송림이 드문드문 벌려 있고, 그 사이에는 몇 천주의 몇만주의 진달래가 동대가 좁다는듯 피어 있읍니다. 실상 진달래는 촌가에 숨어 혼자 정열만 태우는 처녀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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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민요를 한번 불러 보았읍니다. 진달래 꽃밭을 헤엄치듯이 밟고, 만지고, 헤치며 올라가면 높은 정상에는 반석이 있고, 그 너머로 약산의 허리를 핥으며 구룡강이 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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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나 묵객이 한번 찾을만한 곳입니다. 나는 옛날의 적지 아니한 동경을 가지고 이 산위에서 명상의 나날을 보냈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고 날이가는 동안에 내 마음에 동산을 달리던 어여쁜 토끼는 벌써 어디로 가버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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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성형, 저는 며칠동안 동대로 구룡강가로 명상의 산보나 하며 놀다 가렵니다. 사진은 몇장 찍었읍니다. 형께서 가지고 갈 것은 다만 그것 뿐입니다. 부디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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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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