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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녀(李永女) ◈
◇ 제2막 (1925년 초춘(初春)) 오후(午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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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김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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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幕[제이막]
 
 
2
관에 갓가운 姜永元[강영원]의 집, 行廊[행랑]방. 主人[주인]은 府協議員[부협의원]이고, 木花時節[목화시절]이 되면 뒤심잇는 資本[자본], 運動力[운동력]잇는 手段[수단]으로 數三年間[수삼년간] 엄쳥나게 버러오다가 至今[지금]은 滿足[만족]과 飽滿[포만]의 絶頂[절정]에 잇는 中[중]이다. (木花[목화] 販賣[판매]에도 內容[내용] 아는 이는 密字[밀자] 빼고 그이의 成功[성공]을 생각 안느니가 업다) 돈 쟐 벌고, 따라서 府協議員[부협의원]이 되고, 道評議員[도평의원] 運動[운동]까지 하엿스나 去年[거년]에 落選[낙선]된 뒤로붓허는 府內[부내] 엇던 種類[종류]의 사람들이 次時[차시]에는 當選[당선]될 터닛가 미리 參事[참사]라고 하쟈고 姜參事[강참사] 姜參事[강참사]로 通用[통용]되는 中[중]이다. 道評議員[도평의원]에 落選[낙선]된 原因[원인]은 品行[품행]이 滿點[만점]이 못된 結果[결과]로 當局[당국]에서 튼 모양이엿다. 그래서 期於[기어]히 道[도]를 爲[위]해서 힘 쓸테닛가, 힘 쓸 義務[의무]가 잇스닛가, 不可不[불가불] 道評議員[도평의원]을 하여야 하겟고, 그러쟈면 品行[품행]을 곳쳐야 하겟다고 當局[당국]에 非公式[비공식]으로 斷言[단언]까지 하엿다고 한다. 그 뒤붓허는 과연 品行[품행]이 곳쳐졋다. (져거도 社會上[사회상]으로) 그래서 미리 參事號[참사호]를 올닌 이들은 次期當選[차기당선]은 疑心[의심]업다고 安心[안심]하고 滿足[만족]하고 喜悅[희열]하고 그 끗헤 그네들 品行[품행]까지 곳쳐지는 것 갓헛다. 그러나 그 曲節[곡절]을 알니는 萬無[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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姜參事[강참사]의 집 압헤 行廊[행랑]이 길게 잇다. 네 식구가 살님하게 되엿다. 맨 쳣집은 近村[근촌]에서 온 三十內外[삼십내외]의 夫妻[부처]. 문간지기 노릇하기에 適當[적당]할 만콤 날삽고, 약고, 눈빠르다(鄭仁範[정인범]과 仁範[인범]이네). 主人[주인] 밋해셔 벌서 十餘年[십여년] 사러 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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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재 집은 靈岩[영암]서 온 한갑이 다 지낸 老婆[노파]. 식구가 하나만 되는데다가 졂어셔 全州[전주] 料理[요리]집으로 도러다니든 德[덕]으로 飮食[음식] 맨드는 솜씨가 끔즉하여서 이 行廊[행랑]에들 資格[자격]을 어덧다 (졈돌이 할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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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는 三十五歲[삼십오세] 되는 人力車[인력거]꾼이다. 主人[주인]의 出入[출입]이 잇스면 드러가서 無料[무료]로 끌어쥬고, 그 틈틈으로는 거리로 나가셔 港內[항내] 所聞[소문]이란 所聞[소문]은 모도 蒐集[수집]해 놋는 要物[요물]. 길거리에서, 船艙[선창]가에셔, 남의 店房[점방]에셔, 또는 熱心[열심]으로 靑年會[청년회] 演說[연설] 마당에셔 귀동냥으로 모아둔 知識[지식]과 判斷[판단]으로 졔법 自己[자기]만의 意見[의견]과 主張[주장]을 가지게 되엿다. 갓흔 말이라도 用語[용어]가 新聞[신문] 一面[일면]에 나는 新語[신어]일 것 갓흐면 危險思想[위험사상]으로 치는 이들이 만타. 그이도 姜參事[강참사]의 눈 박게 나기 始作[시작]하여 무슨 탈만 잇스면 곳 쬭겨 나갈 모양이다. 키가 짤막하고, 마듸가 굴고, 널음 펀펀한 얼굴에는 쥭은깨가 갓득하다. 三十歲[삼십세] 넘은 그 妻[처]도 얼굴에 쥭은깨가 自己[자기] 남便[편]의게 지지 안을 만콤 갓득하다. 두리 사이에 잇다금 쌈이 이러나지만, 남들은 「쥭은깨 싸움」이라고 하지만 實狀[실상]인즉 性格[성격]의 差異[차이]에서 이러나는 것에 不過[불과]하다. (車琪一[차기일]과 기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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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끗헤 房[방]은 이 行廊[행랑] 中[중]에셔 第一[제일] 크고 넓고 집다웁게 된 곳이다. 右便[우편]으로 안房[방]. 그 엽헤 퇴마루. 그 左便[좌편]으로 大廳[대청] 한 間[간]. 그 안은 거는房[방]. 이곳 져곳, 구석에 날근 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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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는 名色[명색]만의 菜田[채전]이 잇다. 去年[거년] 가을에 警察署長[경찰서장]의 紹介[소개]로 李永女[이영녀]가 드러와 잇다. 密賣淫[밀매음]으로 三十日[삼십일]동안 拘留[구류] 當[당]햇다가 意外[의외]에 警察署長[경찰서장]이 職業紹介[직업소개]해쥰다고 하고 付託[부탁]바드니가 이 집 主人[주인] 姜參事[강참사]이엿다. 姜參事[강참사]는 깃겁게 慈善心[자선심]을 發揮[발휘]해서 불너 듸려서 自己[자기]가 經營[경영]하는 棉花工場[면화공장] 工女[공녀]로 周旋[주선]해 쥬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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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봄. 따뜻한 날 夕陽[석양]. 오른便[편] 陽地[양지]쬭에는 졈돌이 할멈, 琪一[기일]네, 仁範[인범]이네, 琪一[기일]이가 졔각기 포˙ ―˙스˙ 를 가지고 모여 안졋다. 明順[명순]이가 안房[방]에 드러 안져서 바누질 흉내 내고 잇다가 나와서 거는房[방]으로 드러가셔 物品[물품]을 챠져 가지고 간다. 잇다금 박게서 이약이하는 것을 귀 기울녀 듯기도 하다가 或[혹]은 갓치 웃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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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일네  네기듯 왜 내는당가. 친한 체 하고 불너드릴 는 엇전 맘이고 내칠나고 할 난 엇전 맘이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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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범이네  앗다 내 집 두고 내 맘대로 허는 데 엇전 상관이여. 已往[이왕] 功勞[공로]나 잇지 마러야 사람 道理[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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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돌이할멈  앗다, 인범이네 말이 올치 안타난 거시 아니라도 사람 心[심]보가 그래서 쓴당가. 암만 돈 잇고 富貴[부귀]랄 누린다기로 제 욕心[심]대로만 하는 데가 어대 잇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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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할멈은 그런 소리만  하시요. 官九[관구] 어매가 틀닌 일이지, 그 괴로운 工場[공장] 일을 고만 두게 하고 댁에 드러가서 잇스라는데 안 그럴 거시 며시랑가. 되려 고마운 일이지. 나 것트면 情[정]이든 書房[서방]이라도 내뻐리고 當場[당장]에 드러가겟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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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一[기일]  (소리랄 버럭 지르며) 이거시 다 무슨 멍텅구리 소리여. 돈 잇는 놈은 머 하눌서 러젓당가. 엉터리 업는 도적년을 맨들어서 監獄[감옥] 속으로 내는 거시 도로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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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자네는  그거시 무슨 소링가. 내 것 주고  맞는 셈이지. 돈 모는 것도 제 이고, 못 모는 것도 제 못난 타시지. 고년시리 요새 人心[인심]은 툭하면 돈 잇는 이 욕들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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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주먹을 내밀며) 흥 이 막사리! 이 世上[세상]이 엇던 世上[세상]인지 알기나 알고? 돈 벌나면 다 남 못할 지슬 허고 나서 되는 法[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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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仲裁[중재]하듯이) 괜시리, 쥬근깨 사움이나 내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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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 우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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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自己[자기] 妻[처]는 못 본 체하고) 그만헌 눈치야 官九[관구] 어매는 고만두고 官九[관구]라도 알 거시지. 요새 참사 이 눈치를 보소들. 허다 허다 헐 수 업서서 한번 얼너 보는 수작이지. 아무리 無[무]식 허고 돈 업고 힘업는 人生[인생]이라고 그런 辱[욕]을 當[당]한단 말이구만? (쌍을 흐리며) 그 헌 배창자 속에도 황金[금] 갓튼 덩어리가 하나 잡북 등 거시지! 에 더러워!(자慢[만]심이 잇드시) 그러다가는 道參事[도참사]ㄴ지 묵덩인지 내좃도 못할 거시다. 新聞[신문]에 또 한 番[번]만 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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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空[공]집에다가 空[공]밥 먹고 잇스면서 恩惠[은혜]푸리로 라도 식키는 데로 할 일이지, 그거시 무슨 다구업는 맘씨랑가. (外面[외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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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오라, 할멈이 오라! 그 前[전]에 해 오든 生覺[생각]을 해보면 굿테여 고집 씰 거시 업서라우. 男便[남편]은 그 前[전]에 업든 잭기질지 느러가지고 량식을 파라 오기는커녕 쌀독가지 내다 파라 먹지 안소. 그래노니 색기 工夫[공부]는커녕 개도 못 시길 일이지. 씨기는 대로 말을 잘 듯거나 그러챤으면 색기 學敎[학교]를 안 다니게 해야 오를 일이지 그게 무슨 고집이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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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그도 그럿치, 三十年[삼십년] 사라도 고만 五十年[오십년] 사라도 고만, 다 形便[형편]에 라서 사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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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정말이여 나 것트면 조컷다고 씨기는 대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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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흥, 할멈 것트니는 百名[백명]이 잇서도 도라볼 놈은 天下[천하]에 업슬테니 더 늘거 지지나 마시요. 속 업는 늑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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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실적 男便[남편]을 처다보고 웃는다) 씨잘 대 업는 소리 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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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외야 너도 늘것다고 학가배 겁나서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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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만둬 나 갓튼 醜物[추물]이야, 늙든 마든 무슨 걱정이여. 안 그럿소, 할멈? 할매만콤 나도 늙것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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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올치,  비트러 는 소리만 해라. 망할 둑거비. 혼 나갈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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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지랄하지. 그랑 官九[관구] 어메보고만 착하다고 하능만? 갈보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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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女[영녀], 머리에 식커먹케 된 털수건을 쓰고, 손에는 手巾[수건]에 싼 변도를 들고 들어온다. 衣服[의복]은 오래 안 라 때에 저럿다. 手巾[수건]을 벗는다. 그 젼보다 더 수척하엿다. 그러나 勞動[노동]을 하여서 그런지 얼굴에 潤采[윤채]가 나고 커 ― 다란 두 눈은 더 어엽부게 사람의 눈을 는다. 마로에 걸타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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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오늘 퍽 일직이도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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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明順[명순]이가 일어나 그 어머니가 주는 手巾[수건]과 변도보를 가지고 안방으로 드러간다) 그래 자 너도 參事丈[참사장]이 악가 부른다고 왓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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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영]  왜? 오늘은 空日[공일]도 안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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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빗는 말로) 왜는 왜. 다 속이 잇서서 그러치. (永女[영녀], 그이를 흘겨보고 外面[외면]한다.) 참 일이 쟐 될냐면 그러는 것이여. 오늘 일즉이 올 쥴도 똑 알고 잇섯든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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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영]  (琪一[기일]이는 못 본 쳬하고) 오늘  工場監督[공장감독]하고 싸우고 왓소. 엇지 사람을 개 돼지 모양으로 부리는지 몃몃시 공론을 하고 對句[대구]를 해줫다우. 사람이 참을 수가 잇서야지. 괜시리 남을 이리 오라 저리 오라 해놋코는 족곰만 허는 말을 안 드러도 당장에 벼락이 나오 그려. 竹橋里[죽교리]에 잇는 이는 고운 그 볼통이를 갓케 더 맛고 겨낫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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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다 다 다 그런 속이 잇단 法[법]이야. (몸짓을 하면서) 다 그러코 그러코, 아는가 자네. (仁[인]범이내 등을 툭 한 번 치고 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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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아야 망할 子息[자식]! 엇더케 렷당가! (등을 만지며) 제 게집이나 때릴나면 때리지 왜 남을 려! (永女[영녀]의게) 그래 자네도 겨 나왓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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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아 그런 놈을 그저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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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영]  그대로 두기는커녕 來日[내일]부터는 일도 못하게 됫소, 鑑佩[감패]지 빼서갓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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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저거슬 그러면 엇전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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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그저 사내놈들은 모도 올챙이섹기 모양으로 발노 발버 죽여야 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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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영]  (방에서 나오는 明順[명순]이 보고) 나 물 한 그릇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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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그렁 내가 장하든 말이지. 그저 사내놈이랏 거슨 갓가히 하지를 마러. 한번 그 놈들 눈에 띠이면 진날 개 사괴 논 셈이야. 나종에는 주먹으로 어더 맛지나 안하면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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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영]  (힘잇게) 주먹이 무서울 거시 머시잇다요. 올코 그른 거슬 몰나주는 하누님이 야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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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젠장 그렁깨 世上[세상] 사러가자면 서로 맘씨를 알고 지내야지. 업는 것도 주고 잘못한 것도 눈 감어 주고 서로 서로 의지해야 산단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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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명]  (물을 다 주면서) 엄마 악가 왼 사람이 엄마 볼나고 왓다 갓는데, 오늘 저녁 車[차] 나기 前[전]에  올 거시라고 허고 갓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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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인제 어머니라고 해라 어린 애기 모양으로 밤낫 엄마가 머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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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영]  이름도 안 무러 두엇냐. 열네 살이나 먹은 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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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명]  안 갈처 줘요, 저녁에  올  나가지 말고 잇스라고만 하등만. 내 얼굴만 챤챤히 보고 잇길내 무서워서 고만 방으로 쬿차 드러왓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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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영]  (한참 잇다가 인범이내를 도라보고) 參事丈[참사장]이 왜 불넛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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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내가 어더케 안당가. 시방이라도 곳 가보소. 오거든 곳 드려 보내라고 두 번이나 왓다 갓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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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빙긋빙긋하고 드러온다) 그놈의 監督[감독]한테 겨나기는 낫지마는, 官九[관구] 어메, 인제 존 수 生[생]겻소. 참 福[복] 잇는 이는 다른 거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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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엇다 남 리는 수나  생겻는 거시지 무슨 수여,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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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나가 골패라도 하고 잡바젓지, 왜  드러오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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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내가 당신들 무서워서 냅밴 줄노 아능만. (걸터안즈며) 오줌 눌나고 나가는 길에 會社[회사] 支配人[지배인]이 털네털네 드러가대, 參事丈[참사장] 잇느냐고 뭇길내 잇다고 햇드니 담박질하고 드러가니, 이거시 官九[관구]어메한테 도러오는 수가 아니고 무슨 수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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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그런데 그거시 무슨 수여 수는. 에이 허겁도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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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왜 이 모양이여, 너는 가만히 한 에 끼여 안젓서. 괜시리 납띠다가는 뚝거비가 납잡이가 되도록 눌너 놀 것잉깨. (여러 사람이 웃는다. 琪一[기일]이느 작 말 실수를 아라차리고) 발로 눌너준단 말이여, 이 발로 ! (永女[영녀]의게) 그런 거시 아니라. 내가 먼저 무럿지. 그랫드니 對答[대답]이 오늘 解雇[해고]시킨 工女[공녀]냇담시로 報告[보고]할 일이 잇다고 드러간다는데, 엇더케 될 거시냐고 무럿더니 그 對答[대답]은 업시 쥴다름질해 드러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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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내처? 될 말인가. 別[별]로 죄도 업시 監督[감독] 말 좀 안 드럿다고 사람 밥줄을 졸지에 어 버리는 그러 몹슬 子息[자식]이 어대 잇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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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이러서서 나가려고 하는 永女[영녀]를 억지로 붓잡어 안치면서) 자 내 말이나 듯고 가소. 이한테 갈나고 그러지? 내가 미리 다 이약이 헤죽께. 내 말에는 거진말이란 거진말은 한 푼어치도 업승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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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支配人[지배인]은 불넛당가, 自己[자기]가 왓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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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불넛는지 안 불넛는지 내가 엇더케 안다요. (永女[영녀]랄 向[향]하야 親切[친절]한 드시) 인제 前後[전후] 事情[사정] 이약이를 다 허고 나면 우리  參事[참사]서는 勿論[물론] 그럴 수가 잇느냐고 다시 불너서 일 식이라고 분부 내릴 거시 환하지 안는가. 이거시 수가 아니고 무어시여. 다 우리 뒤에 社長[사장]나리가 꼭 고 안젓스니 벼락이 내려도 아모 걱정 업서. 이놈 너는 支配人[지배인] 놈, 나는 社長[사장] 나리! 내 말 안 드럿다간는 네 놈이 겨난다 허면 當場[당장]에 예 예 예 至當[지당]합지요. (흉내이며) ─ 하는 수 박게 더 잇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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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아이고 우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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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永女[영녀]가 이약이가 다 낫다는 드시 이러나가랴난 것을  치마자락을 잡아 안치며) 자 그러니 내 말이 거짓말이 아니지라우. 그러치만 참말 속에 거짓말이 잇는 수가 잇소. 멀 내가 支配人[지배인]이 안 온 거슬 왓다고 헌 거시 아니라, 支配人[지배인] 놈하고 主人[주인] 이하고 대가리를 맛대고 안저서 나오는 이약이가 그런다는 말이지.
63
점    그럿케만 되면 좀 조켓는가. 그렁 수는 수가 분명하세 참.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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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그런데 수가 수라도 수가 아니란 말이야, 이 할멈아. (점돌 할멈이 할야는 말을 막으며) 엇제 그러냐 허면 기즁 헤 가서 경치는 이가 하나 생기게 된단 말이여. 꼭 이러지도 못허고 저러지도 못허고 무어시라고 하든가 ― 진퇴우곡이라든가 난처한 事情[사정]에 지게 되는 이가 잇단 말이요. (永女[영녀]의게) 그렁 官九[관구] 어매 아라서 하소. 사람이 재길 아모리 힘업는 女便[여편]내라고 돈 가진 놈 에 너머가서 둘니다니. 차라리 몸을 파라서 개 되지한테 주지. 아라서 하소 官九[관구]어매. 자 인재 나 할 소리는 다 햇스니 맘대로 가소. (永女[영녀]를 미다십히 밀어 나가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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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이러나서면) 앳다 차서방은 쓰잘  업는 소리도 다 하요. 남 생각해주는 거시 아니라 남 못할 거슬 갈처 주는 샘이지. 제 맘에만 잇스면 개도 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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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걱정 마소. 仁範[인범]이내는 이 집에서 안 겨 날 거시니. 인재 두고 보라고. (우스며) 그레도 나도 쓰잘  업는 헛소리햇지. 보난보나  놋코 얼골 갑을 할 거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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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우리하고 내기 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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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내기? 고년시리 뎀비지 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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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男便[남편]을 비우스며) 그래도 곳장 내기에 젓스면 조켓지. 응큼헌 마음을 가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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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주먹을 들고 흘적 도라본다. 그 벌서 기일내는 다름질해 나가 버렷다) 이 저 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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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어두어 오는 同時[동시]에 달빗이 점점 밝어 온다. 아히 우름 소리가 들니다가 官九[관구]가 드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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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 싸웟구나. 망할 子息[자식]. (官九[관구]를 펄적 드러서 마루 우로 올녀 안친다) 너 어머니 功[공] 갚허라, 여긔 안저서 실컨 울고. (나간다. 官九[관구]는 실적 흘켜보고 중얼대며 실죽실죽 울기 시작한다. 벌서 오레동안 울든 우름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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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올치 잘 운다. 베랑백이 자식! 너 어머니 일을가배 벌서 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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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춥다. 방 안으로 드러가 우러라. 불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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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관]  (힐겨보고) 고만 둬야. 너보고 누가 참견하라고 하냐. 호랭이 무러갈 년! (말하고는 琪一[기일]이의 무서운 얼골을 힐적 도라다보고 고만 둔다. 琪一[기일]이는 官九[관구]랄 번적 드러다가 안방으로 집어넛코 나서) 실컨 우러라! 울고 십거든! (官九[관구] 우름이 확 터진다. 달빗이 점점 밝어 올수록 이 幕[막]이 날 지 우름 소리난 놉헛다 나젓다 소리내 울다가 흙흙 늑기다가 間斷[간단]업시 연속된다. 林道允[임도윤]이가 인범이내랄 압새우고 드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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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車[차] 書房[서방] 이 양반이 官九[관구]어매 차저 왓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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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누구시요 쉰 ― 사합시다. 나는 車琪一[차기일]이라고 하는 녀석이요. 官九[관구] 어매는 이웃세 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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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道允[임도윤]  나는 林道允[임도윤]이요. 光州[광주] 잇소. 靑雲[청운]이가 莞島[완도]서 警察署[경찰서]에 갓첫는데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부탁 밧고 맛날라고 온 길이요. 靑雲[청운]이네 어데 갓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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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곳 올 거시요. 흥 잡기하다가  홀킨 거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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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임]  싸웟대요. 잡기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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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주저넙게 쌈은 무슨 쌈이여. 섬놈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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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임]  저편 놈은 石手[석수]ㄴ데 독 는 맛치로 내렷스니 견댈 거시요. 저놈은 장겡이가 부러지고 靑雲[청운]이는 가심을 마저서 갈비때를 傷[상]햇는 갑듸다. (점돌할멈이 저런 하고 놀낸다.) 멀 ― 죽지는 안햇서도 시들시들헤진 채로 拘留場[구류장]에 드러 누엇답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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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벌덕 이러서며) 갈비 부러진 사람을 怐留場[구류장]이 멋시여! 石手[석수] 놈은 엇젯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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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임]  石手[석수]도 드러갓다요. 나는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인대 악가 나제 왓다가 못 보고 저녁 여섯 시 車[차]애 나기 前[전]에 만날라고  온 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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琪[기]  아마 車[차]가 곳 날 거신대. (잠간 잇다가) 부탁은 무슨 부탁이요.
86
林[임]  (그 말은 대답지도 안코) 靑雲[청운]내 먼 데 나갓소?
87
琪[기]  아니 곳 올 거시요. 안즈시요. (두 사람이 마루 헤 컬터 안는다) 官九[관구]내를 그 前[전]부터 아시요.
88
林[임]  아 ― 니요. (다시 肯定[긍정]하며) 잠간 맛날 일만 잇소.
89
琪[기]  참 不常[불상]헌 食口[식구]다!
90
점    (방 안에서 아희 우름 소리가 터진다) 에이 그놈의 색기 몸서리나게 퍽도 울기도 헌다.
91
林[임]  글새 靑雲[청운]이가 좀 부지런만 햇드면.
92
琪[기]  재 ― 기. 게우르다고 어데 못 사는 世上[세상]이간대? 비짓을 졸졸 흘녀도 못 사는 이 世上[세상]에, 그럭케 가 업고 어리석어서 엇저잔 말이요.
93
林[임]  정말인즉 靑雲[청운]이가 木浦[목포] 바닥에 近十年[근십년]을 잇섯다면서도 村[촌]사람 어수룩하는 이보다 더 합듸다. 當初[당초]에 눈치라고는 한 점도 업서라우.
94
琪[기]  우리거튼 막버리는 그저 심사 구덩이가 잇거나 가 잇거나하면 몰나도 그 外[외]에는 수가 업슴니다.
95
林[임]  (한참 잇다가) 靑雲[청운]이가 너모도 妻子[처자]를 안 도라다 보는 갑듸다. 사람이란 父母[부모] 다음에는 妻子[처자]가 아니요.
96
琪[기]  妻子[처자]가 엇째라우.
97
林[임]  나도 只今[지금]은 막버리로 이리저리 도라다니지만 以前[이전]에는 妻子[처자]도 다 ― 잇섯다요.
98
琪[기]  좀 좃소.
99
林[임]  엇전 말슴이요.
100
琪[기]  妻子[처자] 업시 제멋대로 사는 거시 편허지 안소. 그래 老兄[노형]은 妻子[처자]를 엇쟷단 말이요.
101
林[임]  子息[자식]놈 둘이나 甲子年[갑자년] 凶年[흉년]에 굴머 죽이다십히 날녀 버리고 내 내쟈란 거슨 淸人[청인]놈 손에 팔녀서 淸國[청국]으로 다라나고. 그 當時[당시]에는 이 고생 저 고생에다가 禍[화]김에 술만 날마둥 먹고 지내서 그런지 그리 妻子[처자] 생각이 업드니 只今[지금] 와서는 다만 願[원]하는 거시 그것이요.
102
琪[기]  (비우스며)  다시 ㅅ빙이라도 어더서 玉童子[옥동자]를 퍽퍽 나으면 그만 아니요.
103
林[임]  허허 말이야 쉽소.
104
琪[기]  (琪一[기일]이네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닌다. 林道允[임도윤]이가 이러선다. 여섯시 車[차] 나는 소리가 들닌다.) 오늘 나기는 벌서 틀엿소.
105
점    (이러나며) 내가 가서 官九[관구] 어매 보낼 좀 기다리시요. (나간다)
106
林[임]  미안함니다. 저 아이가 靑雲[청운]이 아들이오.
107
琪[기]  그럿타요. 열두 살이나 처먹은 거시 밤나스로 말성을 피우거나 싸우거나 하고 도라다니니 어느 道令任[도령임]이 조와할 거시요. 只今[지금]도 저의 동무한테 어더 맛고 저 모양이요.
108
林[임]  靑雲[청운]내가 아들은 퍽 貴[귀]해 하는갑듸다.
109
琪[기]  貴[귀]해만해서 멋한다요. 갈처야지. 저그 어머니도 갈칠 욕심으로 별별 고생을 다 격는 모양인데 원악 에미가 에미라 놔서 어대 맘되로 되야지.
110
林[임]  왜라우?
111
琪[기]  왜가 다 무엇시요. 갈보것틍 거시 가르치기난 머슬 가르친다우.
112
林[임]  갈보? 靑雲[청운] 내가 그럴가요.
113
琪[기]  제 ― 기 요새 개집들이 갈보 안인 거시 어대 잇다요. 눈으로 갈보, 돈으로 갈보, 恩惠[은혜]로 갈보, 人情[인정]으로 갈보, 그것보다도 第一[제일] 이놈의 世上[세상] 문애 갈보! 世上[세상] 女便[여편]내랑 거슨 말케 갈봄니다.
114
林[임]  靑雲[청운]내 갓튼 이가 설마 그럴 이가 잇갯소.
115
琪[기]  書房[서방]놈이 그런 바보고 子女[자녀]는 잇고 해노니 普通[보통] 女便[여편]내 갓트면 비러먹어가면서도 굼지만 안허면 고만이갯는대, 제 주변에 어린것들 갈친다고 그 모양이 되지요.
116
林[임]  (모도 알어채린 듯이) 그러면 그러치. 只今[지금] 子女[자녀]가 모도 몟시라요.
117
琪[기]  열네 살 먹은 가시내하고, 열두 살 먹은 머시매하고 이라요.
118
林[임]   어린 가시내 한아가 잇지 안소. 七八年[칠팔년] 前[전]에 막 나서 죽어버린 가시내 말고  한아가 잇단 말을 드럿는대.
119
琪[기]  (놀내이며) 저 年[년] 겨울에 病[병]들어 죽은 것 말고 淑熙[숙희]라고 하든가?
120
林[임]  (역시 놀나며) 올소 淑熙[숙희]랍듸다. 그렁 그것도 昨年[작년] 겨을에 죽엇구만. 모도 넷이 잇다가 둘은 죽고 男妹[남매]만 남은 셈이구만.
121
琪[기]  인제 食口[식구]도 쥴고 自己[자기] 男便[남편]은 저대로 나가 살고 저는 工場[공장]에서 날품으로 벌고 잇고 하니 맘만 좀 단단이 먹으면 먹고 쓰기난 고사하고 子息[자식] 하나 넉넉이 갈치지 안켓소.
122
林[임]  只今[지금]도 그 前[전] 버르시 그대로 남엇소, 그러면.
123
琪[기]  버릇이 다 멋이요. 우리 것흔 거슨 눈가스로도 안 본다요. (실적 치어다본다)
124
林[임]  無識[무식]하면 그러케지 되는가.
125
琪[기]  (소리를 벌넉 지르며) 無識[무식]? 여보 말 마오. 모도 요놈우 世上[세상]이 시키는 쥴을 모르시요. 우선 나부터라도 젯  흘녀가면서 제 밥구녕 제가 는 것보다도 돈 잇는 놈의게 알장거려서 空[공]것 먹으면 고만 아니요. 空[공]것 ― 분수업난 空[공]것 아니면 못 사는 世上[세상]이니 누가 안 바랜다우.
126
林[임]  그래 요새는 엇더케 지낸다요.
127
琪[기]  내가 아요. 그러치마는 이 집 主人[주인]은 하기 이 업슬 만콤이나 돈도 잇고 府協議員[부협의원]에다가 來日[내일] 모래면 道評議員[도평의원]이 될 거시고 고무 會社[회사] 社長[사장]에다가 그럿타요. 아시겟소.
128
林[임]  (徐徐[서서]히 이러나며) 나는 갈나우. 靑雲[청운]내 못 보고 간다고 하시요.
129
琪[기]  어차피 來日[내일] 가게 되엿승 맛나보고 가시지 그러시요. 그런대 부탁 바덧다더니 부탁이 머시요.
130
林[임]  다른 거시 아니라 靑雲[청운]이는 벌서 져승으로 들여갓다우. 나는 참아 面對[면대]해서 말 못하갯소.
131
琪[기]  (늣기며) 아 ― 하. (소리를 놉히여) 잘 되엿소. 그짓 男便[남편]이 百[백]이 잇스면 무슨 所用[소용]이 잇소. 불상은 해도 일즉 죽어서 남 身勢[신세] 積善[적선]해 준 셈이지.
132
林[임]  허기는 그 말심도 올소.
133
琪[기]  악가 헌 말도 잇스니 老兄[노형]이 과부 한아 건저 보시요.
134
林[임]  (恨[한]에 채인 목소리로) 고맙소 그런대 靑雲[청운]이 臨終[임종]이 나자마자 이러케 급히 온 것도 정말인즉 마누라 될 사람 求[구]할나고 羅州[나주] 가는 길이요.
135
琪[기]  羅州[나주]지 갈 거시 멋 잇소. 갓가운 대서 먼져 쥿지.
136
林[임]  (고개를 흔들며) 아니요. (人事[인사]하며) 나 간 뒤에 靑雲[청운]네한테 老兄[노형]이 말이나 해주시요. (나간다. 琪一[기일]이도 나간다. 「조흔 마느래 어더서 잘 사시오.」 「고마운 말슴이요.」 「木浦[목포] 지내거던 또 맛납시다.」 하는 소리가 들인다. 永女[영녀]와 明順[명순]이가 드러온다.)
137
永[영]  (걸터 안즈며 한숨 쉰다) 아이고. (시장해 못견대는드시 몸에 풀이 탁 죽는다)
138
明[명]  (거는방으로 드러가서 커 ― 다란 툭백이 한 , 적은 것 한 를 가지고 나온다) 내가 안宅[댁]에 드러 가서 밥 어더 옥개요. (永女[영녀]를 불상한드시 바라보다가 뒤로 나간다)
139
琪[기]  (드러온다) 엇더케 됏소?
140
永[영]  (官九[관구] 우름 소리를 듯고 힘업시 이러서서 방으로 드러가랴고 한다) 되기는 머시 엇더케 돼라우. 애매한 사람이 죄를 입을랍듸가.
141
琪[기]  (火[화]를 벌덕 내이며) 기어코! (번게갓치 뒤로 처가서 주먹을 놉히 들다가 다시 내려트리고 엽구리를 미러 내부친다) 에 ― 그! 못난 김!
142
永[영]  (겨우 소리를 내며) 아이고머니! (기운업시 너머진다. 아랫 방에서 官九[관구] 우름 소리가 놉허지며)
【원문】제2막 (1925년 초춘(初春)) 오후(午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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