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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용암(玉龍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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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7월 10일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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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龍菴[옥용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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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艸[석초]형! 내가 모든 의례와 형식을 떠나 먼저 붓을 들어 투병의 일단을 호소함은 얼마나 나의 생활이 고독한가를 형이 짐작하여 줄줄 생각한다. 석초형! 나는 지금 이 너르다는 천지에 진실로 나 하나만이 남아있는 외로운 넋인 듯하는 것도 형은 짐작하리라. 석초형, 내가 지금 있는 곳은 경주읍에서 불국사로 가는 도중의 십리 許[허]에 있는 옛날 신라가 번성할 때 神印寺[신인사]의 古趾[고지]에 있는 조그마한 암자이다. 마침 접동새가 울고 가면 내 생활도 한층 화려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군이 먼저 편지라도 한장하여 주리라고 바래기는 하면서도 형의 게으름(?)에 가망이 없어 내 먼저 주제넘게 호소치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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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초형, 혹 여름에 피서라도 가서 服藥[복약]이라도 하려면 이곳을 오려무나. 생활비가 저렴하고 사람들이 순박한 것이 천년 전이나 같은 듯하다. 그리고 답하여라. 나는 3개월이나 이곳에 있겠고 또 웬만하면 영영 이 산 밖을 나지 않고 僧[승]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곧 부럽고 편한 듯하다. 서울은 언제 갔던가? 아무튼 경주 구경을 한번 더 하여 보려무나. 몇 번이나 시를 써 보내려고 애를 썼으나 아직 머리 정리되지 않아 못하였다. 詩篇[시편]이 있거든 보내주기 바라면서 일체의 問候[문후]는 厥[궐]하며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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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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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石艸[신석초] 소장, 최근에 공개된 것임.
【원문】옥용암(玉龍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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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육사(李陸史) [저자]
 
  1942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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