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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신 ◈
◇ 거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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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6월~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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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순신
 
2
1. 거북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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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전라 좌수영이 남쪽 끝이라 하여도 이월이면 아직도 춥다.
 
5
굴강(병선을 들여 매는 선창) 안에 있는 물은 잔잔해서 마치 봄빛을 보이는 것 같지마는 굴강 밖에만 나서면 파란 바닷물이 사물거리는 물결에서는 찬 기운이 돌았다.
 
6
굴강 안에는 대맹선(大猛船) 두 척, 중맹선 육 척, 소맹선(小猛船) 이 척, 무군 소맹선(小猛船) 칠 척, 도합 십칠 척이 배가 매여 있다. 그러나 명색은 갖추었어도 배들은 반 넘어 썩고 이름 모를 조개들만 제 세상인 듯이 배들의 가슴과 옆구리를 파먹느라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법으로 말하면 병선은 새로 지은 지 팔년 만에 한 번 중수해야 하고 그로 부터 육년 만에 개조해야 하고 또 그로 부터 육년만에는 낡은 배는 내어 버리고 새 배를 지어야 하건마는 차차 법이 해이하여 일년 이차 뱃바닥을 굽는 것(배를 매여달고 그 밑에 불을 피워 뱃바닥 창널을 그슬리는 것)조차 벌제 위명(伐齊爲名)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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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신묘년) 정월, 새 수사(水使) 이 순신(李舜臣)이 도임함으로 부터 배와 군사는 전부 엄중한 점고를 받아서 쓸 것 못 쓸 것을 가리어 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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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군 오백 팔십인 중에 정말 쓸 만한 것은 삼백인도 못되고 그 나머지 이백 팔십여 명 중에 백여 명은 나이 육십이 넘어 군사 노릇 못할 늙은이들이요, 그 밖에 일백 팔십여 명은 이름뿐이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이러하니 병기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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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 굴강 안에 있는 썩은 배에 들러붙은 사람들은 신관 사또 도임 후에 배를 고치는 목수들이다. 「쓱쓱...」하는 톱질 소리, 「떵 떵 떵떵......」하는 못 박는 소리, 뱃바닥 굽는 화롯불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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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 바로 복파정(伏波亭) 앞 넓은 마당에 가로놓인 괴물이야말로 새 수사 이 순신이 몸소 도편수가 되어서 짓는 맨 처음 거북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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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신묘 이월(宣祖辛卯二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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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세계 최초의 장갑선(배를 윗집으로 덮어서 사람이 밖에 드러나지 아니하고 윗집 밑에서 활동하게 만든배)인 조선 거북선이 처음으로 지어진 심히 영광스럽고 기념할 만한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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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땅 땅땅......」복파정 앞에는 까뀌 소리, 끌 소리, 톱 소리, 못 박는 소리...... 실로 기운차고 바쁘다. 청홍동달이 소매 좁은 군복에 홍전복을 입고 옥로, 금패, 패 영단 전립을 쓴 아랫수염 길고 키는 중키요, 얼굴 희고 눈초리 약간 위로 올라가고 콧마루 서고 귀 크고 두터운 사십 오륙 세의 장관, 그는 물어 볼 것 없이 정읍 현감(井邑懸監)으로 있다가 우의정(右議政) 유성룡(柳成龍)의 천으로 전라 좌도 수군 절도사(全羅左道水軍節度使)가 되어 지난달에 도임한 이 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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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는 뒷짐을 지고 지어지는 중에 있는 거북선 가으로 돌아다니면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친히 지휘를 하고 있다. 배는 거의 다 완성이 되어 앞으로 십여 일이면 손을 뗄 예정이다. 그래서 아무리 늦더라도 삼월 십오일에는 요샛말로 이르면 진수식을 할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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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배는 거북의 모양을 거의 이루었다. 아직 눈알은 박지 아니 하였으나 길이가 사척 삼촌, 넓이가 삼척이라는 알아듣기 쉽게 말하면, 키 적은 사람 둘을 가로 놓은 듯한 거북의 머리도 이제는 완성이 되고 그등의 귀갑 무늬도 반이나 그려졌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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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는 흉물스럽게 딱 벌린 거북의 입을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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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저 입에다가 유황 염초불을 피워서 그름 같이 연기를 피워 적진중으로 달려 들어가 그 입으로 불길과 포환을 뿜어〉하고 수사는 자신 있는 듯이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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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배도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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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새 수사의 계획에 의심을 가졌다. 첫째는 그 배가 너무 큰 것, 둘째는, 그 배에 쓰는 널이 너무 투박한 것, 셋째는, 대관절 저런 흉물스러운 배는 해서 무엇하느냐 하여 그 용처를 모르는 것,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 그 중에도 물에 이고 배에 익다는 사람들이 뒷구멍으로 수사의 어리석은 계획을 비웃었다. 병선이면 예로부터 대맹선도 있고 중맹선도 있고 소맹선도 있지 아니 하냐? 이러한 좋은 배들도 다 쓸 데가 없어서 법수에 배여서 썩는 판인데 저런 만나 역대에 보지도 못하던 배는 지어서 무엇하느냐? 하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수사의 부관이라고 할 김 우후(▣▣▣)까지도 감히 입밖에 내어서 말은 못하나 경험 없는 수사의 철없는 장난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아니하고, 만일 새로 짓는 배가 불성공이 되면은 비밀히 자기와 척분 있는 병조 판서에게 보고하여 한번 신임 수사 이 순신이 떨어지는 양을 보리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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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수사는 남들이야 무엇이라고 비웃든지 공사만 끝내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배 짓는 감독을 몸소 하였다. 다행히 도편수 한 대선은 수사가 정읍에 있을 때부터 사귀어서 여러 번 거북선 모형을 만들게 한 수사의 뜻을 잘 알아 들어서 이를테면 수사의 유일한 동지라 할 것이요, 그 밖에 수사의 병선 신조, 수군 대혁신의 정신을 알아주는 사람으로 바로 이 수사의 부하되는 전라 좌수영 군관 송 희립(宋烯立)과 녹도 만호(鹿都萬戶) 정 운(鄭運)이 있을 뿐이었다. 군관 송 희립은 본래 순천부 사람이었다. 나이 오십이 가까웁되 본래 시골 사람이어서 죄수영 군관 이상에 오를 수가 없었다. 역대 수사나 우후 중에 송 희립을 별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으나 이번 수사 이 순신은 도임한 지 며칠이 아니되어서 군관 송 희립이 녹록한 사람이 아닌 것을 간파하였다. 그리고 녹도 만호 정 운도 만일 서울에 반연을 둔 사람일진대 벌써 병사나 수사 한 자리는 할 만한 인물이요, 이 순신도 꽤 푸대접받은 사람이지마는 그래도 그에게는 유 성룡과 같이 알아서 천해 주는 사람이 있었지마는 전혀 서울에서 끌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또 천성이 개결하고 자부가 자못 높아서 남의 앞에 무릎을 굽히지 아니하기 때문에 오십 평생을 권관(權管)·만호(萬戶)로만 돌아다니고 첨절제사(僉節制使)·동첨절제사(同僉節制使) 한 자리 얻어 하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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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녹도 만호 전 운이 이 수사의 눈에 띄게 된 것은 이 수사가 새로 도임하여 관하 각 진을 순회할 때에 녹도진의 병선, 군사, 군기가 가장 정제한 것을 발견한 데에 있었다. 이때에 중앙과 지방을 물론하고 위로 정승 판서로 부터 밑으로는 외방 말직에 이르기까지 모두 속속들이 부패하여서 빙공영사(憑公營私)로 일을 삼음으로 사만 팔천 팔백 수순, 오천 구백 육십 조졸(漕卒), 팔백여 병선이라고 하여도 명색뿐인 중에 정 운같은 장수를 만난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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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묘 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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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조선의 거북선이 처음으로 물 위에 나뜨는 날이다. 정월 보름에 기공하여 만 이개월 반을 허비해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전고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거북선이란 것이 물에 나 뜨는 것을 보자고 좌수영 백성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인근 제 읍에서도 많이 구경을 하려 모여 들어서 좌수영에는 이날에 수만명 사람이 북적하였다. 이날은 늦은 봄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더웠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이 날을 축하하는 듯이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새로 지은 산더미 같은 거북선에는 이물, 고물이며, 죄현, 우현에 고색기를 달아서 그 깃발들이 기운차게 바람에 펄렁펄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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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정에는 수사, 우후, 조방장, 오위장, 군관, 각 읍 수령, 첨사, 만호, 도위들이 가기 군복 전힙에 칼 차고 전통 지고 위의 갖추고 죄정하였고, 굴강(방파제)에는 오백명 수군이 새로운 군복을 입고 가슴에 달덩어리 같은 수군패를 붙이고 행렬 지어 벌여 서고 굴강, 법수에 매여 있은 대맹선, 중맹선,소맹선들도(가진에서 첨사 만호들이 타고 온 배를 합하여 삼십여 척이었다) 모두 깃발을 날리고 명령을 기다리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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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영 속한 육읍 칠진의 병선들도 새 수사의 엄명으로 조금씩이라도 다 주옥을 하였었다. 그 중에도 녹도진 병선들은 죄수영 병선에 지지 아니하게 깨끗하고 새로웠다. 구경군들은 돌산도 대섬(지금 장군도)의 모든 산에 까지 하얗게 둘러 섰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희었다. 오정이 되어 봄 바다의 사리물이 앞바다에 두둑하게 올리어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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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쿵하고 큰 북소리가 울리자 쾅하는 아단 단지(폭발탄 같은 것)가 터지고 그 속으로서 무수한 화전이 나와서 공중에 샛별같이 떠돌았다. 이 화전도 새 수사가「귀동이」「달쇠」두 사람을 시켜서 크게 개량한 것이니, 이것으로 첫째는 적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둘째로는 적선에 불을 놓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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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 소리와 아단 단지 소리를 군호로 도편수 한 대선이 거북선을 잡아맨 줄을 끊고, 오백명 군사의 손에 벌이 줄이 끌려서 산 같은 거북선으로 부터 요란한 소리와 용이 오르는 듯한 큰 물보라를 내면서 그 위대한 뱃바닥을 물 속에 집어넣었다. 이 순간, 북파정에 모인 수사 이하 삼십명 장수들과 천여 명 군졸들은 기약하지 아니하고 일제히「으아」하고 고함을 쳤다. 그리고는 그 고함을 따라 군악이 일어나고 군악과 고함 소리 속에 조영 도감인 우후 김 운규(金雲珪)가 앞장을 서고 수사 이 순신 이하 부사, 첨사, 위장, 현감, 만호 등 제장이 뒤를 따라서 다릿널을 밟고 거북선으로 올라 갈 적에 그 위엄이 비길 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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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장이 다 배에 오르고 일백 육십명의 수군이 올랐다. 대맹선에 군사 팔십명, 중맹선에 군사 육십명, 소맹선에 군사 삼십명인데, 거북선에는 장수 외에 군사 일백 육십명이다. 그중에서 사십명은 노를 젓는 사람이요, 이십명씩 두 패에 갈라서 번갈아 이십 노를 젓고 칠십이명은 거북선 칠십이 포혈에 한 구멍씩을 맡고 삼십 육명은 포수의 번을 가는 사람이요, 나머지 십 이명은 밥을 짓고 배를 소제하고 기타 잡역을 하는 군사다. 군사들은 모두 통 좁은 바지와 긴 저고리를 입고 저고리 위에 둥달이 적삼을 걸치고 옷빛은 바닷물과 같은 푸른 빛이다. 그리고 머리에 검정 벙거지를 썼다. 그리고 가슴에는 소속한 진(鎭)명과 성명과 생년과 주소를 쓰고 한문 글자로 「水軍」 두 자를 전자로 새긴 화인을 찍은 둥군 목패를 찼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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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백명 사람이 올라 탔건마는 밖으로 보기에는 거북선은 테텡 빈 듯하였다. 그 무서운 쩍벌린 거북의 아가리, 오직 그것만 생명이 있어서 금시에 무슨 요란한 소리를 지를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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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눈을 실로 이 괴물에게로 못 박힌 듯이 향하였다. 이윽고 거북선의 아가리로써「우후후」하는 산과 바다가 진동하는 듯한 길고 흉물스러운 소리가 나며 그 뒤를 이어 시커먼 연기가 나오고 또 그 뒤를 이어서 콩 하는 대완수 소리와 함께 아름드리 불길이 확 나오더니 무수한 화전(花煎)이 살별과 같이 해상과 공중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러자 좌우에 뻗은 이십개의 노가 일시에 물을 당기니「저것도 물에 뜨나」하던 크나큰 거북선은 바람과 물결을 한꺼번에 일으키며 굴강을 벗어나 그야말로 살같이 앞바다로 내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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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맹선, 중맹선들이 있는 힘을 닿여 거북선의 뒤를 따라 오나 마치 젖먹이와 날랜 어른과의 경주와 같았다. 거북선은 둥둥 울리는 선장(선장)의 북 소리를 따라서 마치 자유로 날아 돌아가는 갈매기 모양으로 좌수영 앞바다를 몇 바퀴를 돌았다. 처음 그를 따르려던 병선들은 저 뒤에 떨어져서 거북선이 화전같이 돌아가는 것을 구경하고 섰을 뿐이었다. 사방 산에 돌아선 구경하는 백성들은「야아, 야아」하고 경탄하고 환호하는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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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어떤 장수 하나가 거북선의 등인 갑판 위로 쑥 올라섰다. 육지에 있는 사람으로는 그 얼굴은 볼 수 없지마는 또 새 수사 이 순신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도 그것이 이 수사인 줄을 번개같이 알았다. 그리고 이러한 무섭고 신통한 물건을 지어 내인 이 수사는 필경 신인이요, 범상한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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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거북선을 칭찬하고 그것을 만들어 내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은 순박한 백성들 뿐이다. 우후 김 운규 이하로 한애비, 외한애비, 외한애비의 외한애비, 이 모양으로 조금이라도 서울에 조정이라고 일컫는 곳에 등을 대인 사람들은 거북선, 그것을 만든 사람까지 자기네가 못하는 일을 한 사람이 밉고 따라서 아무 마음도 없는 거북선까지도 미웠다. 그놈의 거북선이 오늘에 물에 잘 뜨지를 아니했거나, 또는 생각하였던 모양으로 너무 비둔해서 속력이 빠르지 못하였던들 대단히 기뻐할 사람도 없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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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또, 이런 것이 스무 척만 있으면 왜는 커녕 천하에 무서울 것이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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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취한 듯이 기뻐하는 것은 정충보국(貞忠報國)이라고 칼에 새겨 가지고 다니는 녹도 만호 정 운 기타 몇 사람이었다. 그 밖에는 첨사니 만호니 부장이니, 이름은 군직이라 하더라도 아마 대장이니 절도사니 하는 축들도 대관절 주사(舟師)가 무엇인지를 아는 이가 몇이 못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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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한 척이 한 편이 되고 다른 사십여 척 병선이 한 편이 되어서 대수조(大水繰)를 거행하게 되었다. 북 소리와 거북선의 소랏 소리와 각 배에서 울어나는 방포 소리에 천지가 흔들리고, 유황 엽초의 연기는 백일을 가리워 빛이 없게 하였다. 더구나 거북선 칠심 이 포혈에서 일시에 방포가 될 때에는 그야말로 산과 받가 일시에 흔들리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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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여 척 병선이 다 합하더라도 거북서 하나의 위력을 당하지 못할 것은 물론이다. 첫째로, 거북선은 속력이 다른 배의 세 갑절이 되고, 둘째, 거북선은 군사를 다 가리웠으매 내가 남을 쏘아 죽이기는 해도 남이 나를 쏘아 죽일 수는 없고, 셋째, 거북선은 전후 좌우에 칠십이 포혈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일시에 방포를 하고 활을 쏘면 전선이 도시 불이요 화살이어서 적선이 감히 접근할 수가 없고, 넷째, 원체 체대가 큰 데다가 배를 지은 재목이 든든하고 배의 중요한 곳에는 철갑을 씌웠기 때문에 적선과 마주 부딪치면 나는 성하고 적선은 부서지고, 다섯째, 바람의 힘을 빌지 아니하니 돛대가 필요 없고 갑판에는 철판을 덮고 날카로운 못을 수 없이 거꾸로 박았으니 적이 아무리 불을 놓으려 하더라도 불을 놓을 수가 없을 뿐더러, 비록 적병이 배에 뛰어 오르려 하더라도 뛰어 오르는 대로 쇠못에 꿰어 죽게 되고, 여섯째, 입으로 연기를 토하여 몸을 감추고, 일곱째, 배가 크기 때문에 물과 양식을 많이 실어서 오래 항행할 수가 있었다. 이러한 배는 그때에 있어서는 동양 서양을 물론하고 다시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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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거북선의 제도를 잠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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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판이 열 쪽에 길이가 육십 사척 필촌이요, 머리 넓이가 십 이척이요, 허리 넓이가 십척 오촌이요, 꼬리 넓이가 십척 육촌이요, 좌우 삼판이 각각 일곱쪽을 모아서 높이가 칠척 오촌이요, 맨 밑에 쪽의 길이가 육십 오 팔척이요, 위로 올라갈수록 차차 기어져서 맨 위인 일곱째 쪽의 길이가 일백 십 삼척이요, 두께는 모두 사촌이요, 노판(이물)이 네쪽을 모았으니 높이가 사척이요, 둘째 판에는 좌우에 현자(玄字) 포혈 하나씩을 뚫었고 축판(고물)이 일곱 쪽을 모았으니 높이가 칠척 오촌이니 위의 넓이가 십 사척 오촌이요, 아래 넓이가 십척 육촌인데, 여섯째 한복판에 직경 일척 이촌 되는 구멍을 뚫어 키를 꽂게 하였다. 좌우 삼판에는 세인막기(난간)를 만들고 세인막이 머리에 멍에를 걸고 바로 이물 앞에는 말이나 소의 가슴패기 모양을 세인막 위에 연하여 판장을 깔고 패를 둘러 박고 패위에 누인막이라는 난간을 거니 삼판에서 누인막까지가 높이가 사척 삼촌이다. 누인막이 좌우에 각각 판장 열 한 쪽을 바늘을 달아 덮고, 등에 편하게 하였다. 이물에는 거북의 머리를 만들었으니, 길이가 사척 삼촌이요, 넓이가 삼척이다. 그 속에 유황과 염초를 피워 입을 벌리고 내를 토하면 안개와 같아서 적으로 하여금 내 몸을 보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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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에 노가 각각 열이요, 좌우 패에 각각 포혈 둘을 뚫고 아래에 문 둘을 내이고 문 곁에 각각 포혈 하나를 내이고 좌우 개판에도 각각 포혈 십 이를 내었다. 좌우 마루 밑에는 각각 방 십이 간이 있으니, 이간에는 철물을 두고 삼간에는 화포, 활, 살, 창, 검을 갈라 넣고 나머지 십구간은 군병이 쉬는 곳이다. 왼편 마루 위에 있는 방 간에는 선장(船將)이 거처하고 우편마루 위에 있는 방 한 간에는 장교가 거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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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들은 쉬일 때에는 마루 밑에 내려 가고, 싸울 때에는 마루 위에 올라간다. 포혈마다 화포가 있어서 쉴새 없이 재어서 쏘게 되었다. 그리고 등에는 거북 무늬를 그려 바다에 뜨면 물결고 흡사하게 보이고 앞가슴에는 닻을 매었다. 좌우에 도합 스무 노를 사십명이 번갈아 저으면 하루에 족히 오백리를 갈 수가 있었고 가까운 거리에서 전속력으로 저으면 마치 화살과 같이 빨랐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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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과연 장하오. 사또는 신인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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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수조가 다 끝난 뒤에 순천 부사가 이 순신에게 인사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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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스무 척을 지어 놓은 뒷면 왜병이 오더라도 염려가 없겠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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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수사는 배에서 복파정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고개를 돌려 거북선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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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할 동안이 있을는지 알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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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쇠북 개목으로 멀리 동해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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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걸 왜병이 올라구요, 김 성일(金誠一)의 말을 들으면 평수길은 큰일을 할 위인이 못되더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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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순천 부사 심 유성이 선견지명을 자랑하는 듯이 말하였다. 그것은 풍신 수길(豐臣秀吉)의 위인과 그의 뜻을 염탐하러 보냈던 사신 황 윤길(黃允吉)과 김 성일(金誠一)과의 복명한 말을 가리킨 것이다. 황 윤길은 말하기를,「풍신 수길은 눈에 정기가 있고 비범한 인물이니 반드시 큰 뜻을 품어 조선을 엄습할 근심이 있다」하고, 김 성일은 그와 반대로, 「풍신 수길은 누이 쥐눈같고 외모로 보나 언행으로 보나 하잘 것 없는 위인이니 족히 두려울 것이 없다」고 하였다. 정사인 황 윤길의 말과 부사인 김 성일의 말이 이렇게 엄청나게 틀리니 조정에서는 그 어느 말을 믿을 바를 몰랐다. 그래서 동인들은 (유 성룡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김 성일의 말이 옳으니 군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고, 서인들은 황 윤길의 말이 옳으니 그 말을 믿어 수륙의 군비를 일으키자고 하였다. 이렇게 어전 회의에서 끝날 줄 모르는 말다툼을 하였다. 대세를 보기에 어두운 왕은 처음에는 황 윤길의 말을 믿어 일본이 내습할 것을 가상하고 해군과 육군을 일으키기를 결심하였으나 다시 동인들의 말에 기울어져서 단연히 수륙 군비를 아니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래서 김 성일은 심부름 잘 하였다 하여 상을 받고, 황 윤길은 공연히 조정을 놀라게 하였다 하여 왕에게 크게 꾸지람을 받았다. 순천 부사 심 우성은 서인이었다. 그는 동인인 유 성룡의 추천을 받아서 수사가 된 이 순신의 하는 일을 곱게 볼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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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부사 심 유성은 대수조를 마치고 순천으로 돌아온 길로 호군(護軍) 신 입(申砬)에게 이 순신의 거북선과 및 순신이 거북선 이십 척을 건조할 계획을 가졌다는 말을 보고하였다. 신 입은 이 보고를 받아 가지고 몇몇 서인의 선배들의 의향을 들은 후에 이 순신으로 하여금 큰 공을 이루게 함은 유 성룡 일파에 세력을 중징함이라 하여 단연히 순신의 수군 대확장, 특히 성공이 미지수인 거북선 건조를 금지할 것을 왕에게 지언하였다. 이때에 서인 중에서도 윤 두수(尹斗壽), 이 항복(李恒福) 같은 이들은 이 순신의 계획을 적극적으로 억제할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구태여 규각을 내어서 반대하기도 원치 아니하였다. 왕은 신 입의 「청컨댄 주사를 파하고 육군에만 힘을 쓰게 하소서(    )」이라는 계사를 받고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왜 그런고 하면 그때에 마침 왕은 이 순신의 장계를 받아 거북선의 그림과 아울러 그 시험 성적을 보고 혼자 기뻐하던 때인 까닭이다. 이렇게 좋은 거북선을 왜 없이 하라는가? 적이 바다로 오거든 어찌하여 주사를 폐하라고 하는가? 이에 대하여 왕은 의심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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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입 및 그 당파들이 수군을 폐하자는 논리는 이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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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묘의가 군비를 파라기로 하였거늘 쓸데없이 수군을 확장해서 일본 뿐 아니라 명나라에게 까지라도 의심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하나요, 또 설사 일본이 침입한다 하더라도 일본은 사방을 바다로 두른 섬나라여서 백성이 모두 물에 일이므로 도저히 수전을 일병을 막기가 어려우니 차라리 육지에 끌어 올려서 대번에 씨도 없이 부서버리는 것에 상책이라는 것이 둘이니, 이 두 가지 이유로 수군을 확장할 필요가 없을 뿐더러 있던 것도 파해 버리고 오직 육전에만 전력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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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었다. 여기는 동인들을 빈정대는 뜻이 많이 품겨 있었음은 물론이다. 왕은 어느 말을 좇을 바를 몰랐다. 그는 심히 결단성이 없고 이 말에는 이리로 저리로 솔깃하는 성격을 가진 이었었다. 신 입의 이 계사는 조정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래서 서인과 동인과는 국가라는 견지도 다 버리고 오직 자기네 당파라는 견지에서 서로 물고 뜯었다. 이 모양을 본 유 성룡은 거북선의 성공으로 해서 조정에 일어난 풍파를 자세하게 이 순신에게 편지하였다. 그리고 그 끝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이 나라를 생각함보다 제 몸을 생각함이 많고 공번된 마음보다 남의 잘함을 시기함이 많으니 그대도 눈에 띄게 수군을 늘이어 너무 사람들의 미움을 받게 말라.」하는 구절을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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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신은 유 성룡의 편지를 받아 보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때에는 둘째 거북선을 짓기 시작한 때였다 순신은 곧 분향하고 엎드려 장계를 지었다. 그는 근래에 동해 일본 쪽으로 부터 나뭇조각이 많이 떠온다는 것과 일본에 표류하였던 어민의 말을 들으면, 일본에서는 미구에 조선과 명나라를 차기 위하여 삼십만 대병을 발한다는 소문이 있고 또 포구마다 병선을 짓는다는 말을 자세히, 정성된 말을 쓴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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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오는 도둑을 막는 데는 수군 밖에 없사오니 수군이나 육군을 어느 것이나 하나를 폐할 수 없나이다(   .   .   .   .)』라 하여, 수군을 패함은 운명을 위태케 함이라고 하였다. 왕은 마침 신 입의 계청대로 육군의 전력하고 수군은 파한다. (     )는 교서를 이 순신에게 내리려고 승지에게 붓을 들렸던 차에 이 장계를 받았다. 왕은 몸소 그 장계를 읽고 무릎을 쳐서 순신의 글 잘함을 칭찬한 뒤에 순군 혁파를 주장하는 제신들에게 그 장계를 돌려 보이고 더 다른 의견을 묻지 아니하고 순신의 장계에「옳다(光)」신 입의 장계에 「옳지 아니하다(不光)」는 비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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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양으로 신 입의 수군 혁파안은 이 순신의 수륙병 존안에게 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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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신의 글씨 때문에 왕의 뜻이 기울어졌다.」하는 말을 서인들이 돌렸다. 순신의 의견이 옳기 때문이라고 하기 싫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마는 「글을 잘해서」라는 말조차 하기 싫었다. 그래서「글씨를 써서」하는 것으로 순신의 말이 선 이유를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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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론 이 순신의 명예는 아니었다. 도리어 전보다도 더 심각하게 순신은 서울에서 세도 잡은 무리들의 미움을 받을 장본이 되었다 더욱이 당당한 신 입이가 일개 무명한 이 순신에게 졌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수욕이었다. 그는 한번 보자고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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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 순신의 장계가 효과를 내어서 수군 혁파만은 면하게 되엇으나, 한편으로 유 성룡 등 동인들의 비전론에 화를 받고 다른 편은 서인들의 육군주의의 화를 받아서 거북선 이십 척 건조, 기타 수군 대확장안은 뜻대를 되지를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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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선 정부에서는 군비를 할까 말까? 수군을 둘까말까 하고 갈팡질팡하며 당파 싸움만 일삼는 동안에 일본에서는 대륙 침입의 계획을 착착 실행하게 되었다. 대마도주 종 의지는 원래 전쟁이 있기를 원치 아니할 처지에 있기 때문에 조신(調信)과 중 현소(玄蘇)를 서울에 보내어 수길(秀吉)이 조선에 길을 빌려 명나라에 쳐들어가려 한다는 계획과, 불원에 반드시 일본의 대군이 조선 지경을 범할 터이니 미리 명나라에 이뜻을 통하여 외교적으로 일을 무사히 해결하도록 하라고 진언하였다. 현소가 김 성일을 보고 귓속으로 한 말이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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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가 으래 일본과 끊어져서 조공을 통치 못하므로 수길이 이로써 마음에 분하고 부끄러움을 품어 싸움을 일으키려고 하니 조선이 만일 앞서서 이 뜻을 명나라에 주문하여 일본으로 하여금 조공의 길을 통하게 하면 반드시 무사할 것이요, 일본 백성도 또한 싸움의 괴로움을 면할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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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성일은 이 말을 조정에 주문하지 아니하였다. 그것이 자기가 전에 장담한 말, 수길은 싸울 뜻이 없다는 것과 어그러지기 때문이었다. 현소는 다시 오 억령(吳億齡)에게, 명년에는 일본이 대군을 끌고 조선에 길을 빌려 명나라를 칠 것을 말하매, 오옥령은 크게 놀래어 조정에 주달하였다. 그러나 왕은 비전혼자들의 말을 들어 오 억령이 부질없는 소리를 한다 하여 선위사(宣慰使)를 파직하였다. 그리고 대마도주의 사린 조신에게는 가선 대부를 주고 잘 대접하여 돌려 보낼 뿐이요, 일본의 침입에 대한 아무러한 준비도 할 생각을 아니하였다. 이러한 중에 있어서 오직 전라 좌수사 이 순신 한 사람이 모든 핍박을 다 물리치고 일변 병선을 중수하고 거북선을 지으며 일변 관하 각 진의 군사를 조선을 중수하고 거북선을 지으며 일변 관하 각 진의 군사를 조련하고 군량을 모으며 각 처에서 이름 있는 대장장이들을 모집하여 화포, 창, 칼, 갈퀴, 낫, 소금가마 등속을 만들었다. 이리하여서 전라도 경상도에 목수 대장장이며 활 쏘고 칼 쓰는 호협한 무리들이 좌수영으로 많이 모여 들었다. 굴강을 깊이 파고 방파제를 넓게 높이 쌓고 앞바다 새좁은 물목에는 쇠사슬을 물속에 늘였다. 이것은 적선이 침입하려 할 때에는 육지에서 쇠사슬을 감아 올려서 통행을 막고 또 들물이나 썰물에 물결이 세일 때를 이용하여서는 대어드는 적선을 넘어 뜨리기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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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후와 순천 부사도 갈리고 좌수사의 절제를 받는 수령, 첨사, 만호, 군관 중에는 이 순신의 충성되고 조금도 사곡함이 없는 인격에 감화를 받는 자도 적지 아니하였다. 더구나 군졸들은 새 수사가 도임한 지 일년이 다 못하여 새 수사를 아버지같이 사모하게 되었다. 새 수사는 엄하기 짝이 없으나, 공평하기도 그러하고, 사졸이 힘드는 일을 할 때에는 자기 먼저 힘드는 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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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수사 이 순신은 술을 좋아하나 밤이 아니면 먹지 아니하고, 풍류를 좋아하나 국가에 경절이 아니면 기악을 가까이 하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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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신이 수사로 온지 일년에 전라 좌도의 수군은 병선이나 장교나 군졸이나 전혀 새 것이 되고 백성들의 풍기까지도 일신함이 있었다.
【원문】거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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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신 [제목]
 
  이광수(李光洙)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31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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