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再昨年(재작년)여름이엿다. 帝展出品[제전출품] 準備次준비차로 獨行[독행]의 行李[행리]를 차려가지고 名勝地[명승지]인 叢石亭漁村[총석정어촌]을 차자가서 土房[토방]을 한 間[간] 定[정]해가지고 二朔間(이삭간) 起居[기거]하고 잇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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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에도 혼자 밤에도 혼자 드러와도 혼자 나가도 혼자 내 生活[생활]은 單調[단조]하엿다. 저녁 여울은 넘을넘을 넘어가 붉은 하날이 희여지고 흰 하날이 검어가 멀니 번이는 水波[수파]도 보일낙말낙하며 水平線[수평선]은 흐려지고 만다. 나의 것는 발자취는 모래 우에 움숙へ 드러가고 바다물은 발밋흐로 철석 탁 처왓다가 물러가고 다시 닥처왓다가 다시 물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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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업시 출넝거리는 바다물을 讚美[찬미]하엿다. 거긔는 낫에 와글へ하든 漁夫[어부]들과 참새와 갓치 지저귀는 아해들이 한사람도 업고 무겁게 덥힌 집웅 아래에는 반듸불갓치 하나식 둘식 불이 반짝인다. 어데로 보든지 검고 무거운 밤이 닥처 오는 때이엿다. 나는 한마듸 두마듸 아는 唱歌[창가]를 부르며 漸々[점] 검어오는 波濤파도소리를 드르며 오락가락하고 잇섯다. 그리자 멀니 희미하게 보이는 한물體[체]를 發見[발견]하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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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々 거러서 그곳으로 가 보니까 왼婦人[부인]이 철석 주저안저서 모래를 주엇다 노앗다 하며 머리를 숙이고 잇섯다. 내가 그 엽헤 갓가이 가도 알지를 못하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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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모 말 업시 나를 처다본다. 어두컴々하야 잘 보이지 안으나 확실이 누러케 뜨고 입술이 하얏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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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산서 사는데 사촌옵바 집에 다닐너 왓서요 그런대 혼자십닛가 아마 서울서 오섯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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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새 양반이 혼자 다니서요 동부인하고 다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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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나이가 드러보이는대 아직 출가를 아니하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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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쉰다. 어느듯 압히 보일낙말낙하게 어두어젓다. 그와 마조 안젓든 나는 먼저 이러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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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도 젓고 바람도 선선하니 우리방으로 가서 이야기 하십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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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어 보이지 안는 방의 방향을 가라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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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가서 일느시고 나도 혼자 자니 갓치 와서 주무시며 이야기나 하십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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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요 옵바 내외 자는 방에서 워잘냐니 엇지 불편한지 몰나요 그럼 내 가서 일느고 자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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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스는 그를 보니 옷입은 것이라든지 행동이 이 어촌에서는 맛나볼 수 업슬만치 그야말노 하이카라이엇다. 그도 나를 맛난 것을 깃버하는 모양이거니와 나도 單純[단순]한 生活[생활]에 말동모 생긴 것이 깃벗고 그의 첩々 수심의 낀 態度[태도]에 同情[동정]이 가고 興味(흥미)와 好奇心[호기심]을 가지게 되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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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房[방]으로 드러와 초불을 켜노코 이불을 펴고 자못 希望[희망]에 차서 그를 기다리고 잇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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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하고 얌전하고 어엽분 목소리가 난다. 나는 짝 놀나 이러서 급히 房門[방문]을 열엇다. 조고마하고 오동통한 그는 수집은 態度[태도]로 거긔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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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서요 왜 그리 느저서요 퍽 기다렷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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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삼하든 것을 마저해노코 오너라고 그랫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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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머니나 저것이 다 손수 그리신 그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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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쌀 압흔 시집도 안가고 매팔자로 경치차자 그림이나 그리러 다니시니 그런팔자가 어대 잇서요 아마 돈도 만히 버실걸 이것들도 서울 가시면 다 팔겟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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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뚝이라고 업수히 역이지 마시오 나도 우편국이며 은행으로 저금통장을 가지고 출입하는 사람입니다. 옛날에나 돈을 곡간에 싸핫지 지금은 종이 한장이면 고만 아니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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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다섯을 다 이러버렷스니 안그럿것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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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깜작 놀낫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へ하엿다. 한숨을 휘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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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겟습니다. 그래서 저러케 수심에 싸히싯슴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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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푹푹 상하니 얼골인들 그대로 잇슬 수 잇겟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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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다 이겟서요 그러면 지금은 자손이 하나도 업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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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난 아이는 다 죽고 지금 적은 집을 엇어서 아들 하나를 나아가지고 둘이 듸려다 보고 웃는 거슬 볼 수가 업서서 화가 나서 뛰어나왓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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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옛날에 밋엇스나 지금은 밋지 아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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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잘 생각하섯습니다 예수나 밋어서 마음을 잡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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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래목에 눕고 나는 움묵에 누어 한담을 하다가 깁흔 꿈속으로 드러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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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잇혼날부터 나는 終日[종일] 그림 그리고 책 보고 글 쓰다가 밤에 도라오면 큰 希望[희망]의 가삼이 두군거렷다. 終日[종일] 四寸[사촌] 옵바 집에서 일하고 지내든 그도 우숨을 띄우고 나를 차자오는 거시 큰일이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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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날밤은 신산스러운 말은 집어치우고 우리 우수운 이야기나 합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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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형님이 하소」(나는 그를 형님이라고 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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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와 며누리가 팟죽을 쑤어노코 치어다 보다가 며누리가 물을 길너 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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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가 팟죽 한 사발을 퍼가지고 으슥한 곳을 차자 뒤간으로 갓거든 며누리가 도라와 보니 시아버지가 업거늘 한사발을 퍼가지고 역시 으슥한 뒤간으로 가지고 가는거슬 드른 시아버지는 팟죽을 얼는 먹고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잇다가 며누리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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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나는 팟죽가튼 땀이 흘넛다」 하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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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감이 종첩을 하는대 하로는 밥상을 밧고 안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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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잇흔날 조용한 틈을 타서 대감이 된장 항아리를 들고 나오다가 아들이 마침 드러오다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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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하누님 나좀 살니시우」 하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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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케 날마다 저녁이면 두리누어서 옛날이야기며 수々기로 사접시를 깨틔리게 되엿다. 주인마누라는 우숨소리를 듯고 나와 문지방에 안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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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시 그리 우숩소 참 자미들도 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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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살님사리하든 집안꼴이 되지 못하니까 그런거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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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길느고 닭 치고 돈 모고 자리붓처 살면 젊으나 젊으니까 또 아해낫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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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면 무엇하겟소 손자가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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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마음을 부처살고 예배당에 나다니며 예수나 밋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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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짐을 먼저 보내고 내게 작별차로 왓다. 나도 그를 전송키 위하야 정거장까지 갓다. 그는 눈물을 먹음고 내 손을 잡아 흔들며 차에 올낫다. 암흑으로 향하는지 광명으로 향하는지 이 쓸々한 내 가슴속에 파문을 주고 그는 떠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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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붐도 과거요 우슴도 가티 다 지냇다. 한 줄기 희망조차 가지고 간 그야말로 잔々한 날에 폭풍우가 이는 것 갓햇다. 그것이 모다 내 生[생]의 무슨 關係[관계]가 잇스랴하면서도 그때의 그 즐거움이 그리울때마다 그의 姿態(자태)가 압헤 얼는へ한다. 그 後[후] 그의 運名(운명)은 엇떠케 展開[전개]되엿는지 逍息[소식]조차 杜絶[두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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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누님 내 사랑하든 친구에게 健康[건강]과 幸福[행복]의 恩惠은혜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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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每申[월간매신]』, 193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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