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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
◇ 첫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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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7
이광수
1947년 면학서관(勉學書館)에서 간행한 이광수의 중편소설로 조신이 달례[月禮]와의 사랑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탈출하는 편이다.
1
꿈 - 첫권
 
 
2
끝없는 동해 바다. 맑고 푸른 동해 바다. 낙산사(落山寺) 앞바다.
 
3
늦은봄의 고요한 새벽 어두움이 문득 깨어지고 오늘은 구름도 없어 붉은 해가 푸른 물에서 쑥 솟아 오르자, 끝없는 동해 바다는 황금빛으로 변한다. 늠실늠실하는 끝없는 황금 바다.
 
4
깎아 세운 듯한 절벽이 불그스레하게 물이 든다. 움직이지도 않는 바위 틈의 철쭉꽃 포기들과 관세음 보살을 모신 낙산사 법당 기와도 황금빛으로 변한다.
 
5
『나무 관세음 보살 나무 대자 대비 관세음 보살』
 
6
하는 염불 소리, 목탁소리도 해가 돋자 끊어진다. 아침 예불이 끝난 것이다.
 
7
조신(調信)은 평목(平木)과 함께 싸리비를 들고 문밖으로 나와 문전 길을 쓸기를 시작한다. 길의 흙은 밤이슬에 촉촉히 젖었다. 싸악싸악, 쓰윽쓰윽 하는 비질 소리가 들린다.
 
8
조신과 평목이 앞 동구까지 쓸어 나갈 때에 노장 용선화상(龍船和尙)이 구부러진 길다란 지팡이를 끌고 대문으로 나온다.
 
9
『저, 앞동구까지 잘 쓸어라. 한눈 팔지 말고 깨끗이 쓸어. 너희 마음에 묻은 티끌을 닦아 버리듯이.』
 
10
하고 용선 노장이 큰소리로 외친다.
 
11
『네.』
 
12
하고 조신과 평목은 뒤도 돌아 보지 아니하고 더 재게 비를 놀린다.
 
13
『오늘은 태수 행차가 오신다고 하였으니, 각별히 잘 쓸렷다.』
 
14
하고 노장은 산문 안으로 들어 온다.
 
15
태수 행차라는 말에 조신은 비를 땅바닥에 떨어뜨리고 허리를 편다.
 
16
『왜 이래? 벌이가 쏘았어? 못난 짓도 퍽도 하네.』
 
17
하고 평목이가 비로 조신의 엉덩이를 갈긴다.
 
18
조신은 말 없이 떨어진 비를 다시 집어 든다.
 
19
『태수가 온다는데 왜 그렇게 놀라? 무슨 죄를 지었어?』
 
20
하고 평목은 그 가느스름한 여자다운 눈에 눈웃음을 치면서 조신을 바라본다. 평목은 미남자였다.
 
21
『죄는 내가 무슨 죄를 지었어?』
 
22
하고 조신은 비질을 하면서 툭 쏜다. 평목과는 정반대로 조신은 못생긴 사내였다. 낯빛은 검푸르고, 게다가 상판이니 눈이니 코니 모두 찌그러지고 고개도 비뚜름하고 어깨도 바른편은 올라 가고 왼편은 축 쳐져서 걸음을 걸을 때면 모으로 가는 듯하게 보였다.
 
23
『네 마음이 비뚤어졌으니까 몸뚱이가 저렇게 비뚤어진 것이다. 마음을 바로 잡아야 내생에 똑 바른 몸을 타고나는 것이다.』
 
24
용선 화상은 조신에게 이렇게 훈계하였다.
 
25
『죄를 안 지었으면 원님 나온다는데 왜 질겁을 해? 세달사 농장(世達社農莊)에 있을 적에 네가 아마 협잡을 많이 하여 먹었거나, 뉘 유부녀라도 겁간을 한 모양이야. 어때, 내님이 꼭 알아 맞췄지? 그렇지 않고야 김 태수 불공 온다는데 왜 빗자루를 땅에 떨어뜨리느냐말야? 내 어째 수상쩍게 생각했다니. 세달사 농장을 맡아 보면 큰 수가 나는 자린데 왜 그것을 내어 버리고 낙산사에를 들어 와서 이 고생을 하느냐말야? 어때, 내 말이 맞았지? 똑바로 참회를 해요.』
 
26
하고 평목은 비질하기도 잊고 조신의 앞을 줄러 걸으며 잔소리를 한다.
 
27
『어서 길이나 쓸어요, 괘니시리 노스님 보시면 경치지 말고.』
 
28
조신은 이렇게 한 마디, 평목을 핀잔을 주고는 여전히 길을 쓴다. 평목의 말이 듣기 싫다는 듯이 쓰윽 싸악하는 소리를 더 높이 낸다.
 
29
평목은 그래도 비를 든 채로 조신보다 한걸음 앞서서 뒷걸음을 치면서 말을 건다.
 
30
『이 바 조신이, 오늘 보란말야.』
 
31
『무얼 보아?』
 
32
『원님의 따님이 아주 어여쁘단말야? 관세음 보살님 같이 어여쁘단말야. 작년에도 춘추로 두 번 불공 드리러 왔는데말야, 그 아가씨가 참 꽃송이란 말야, 꽃송이. 아유우, 넨정.』
 
33
하고, 평목은 음탕한 몸짓을 한다.
 
34
평목의 말에 조신은 더욱 견딜 수 없는 듯이 빨리빨리 비질을 한다. 그러나 조신의 비는 쓴 자리를 또 쓸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어 넘기도 하고 허둥허둥하였다.
 
35
그럴 밖에 없었다. 조신이가 세달사의 중으로서 명주 날리군(溟州捺李郡)에 있는 세달사 농장에 와 있은 지 삼 년에 그 편하고 좋은 자리를 버리고 낙산사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이 김 태수 흔공(金太守昕公)의 딸 달례(月禮[월례]) 때문이었다.
 
36
조신이 달례를 처음 본 것이 바로 작년 이맘때었다. 철쭉꽃 활짝 핀 어느날 조신이 고을 뒤 거북재라는 산에 올랐을 때에 마침 태수 김 흔공이 가솔을 데리고 꽃놀이를 나와 있었다. 때는 석양인데 달례가 시녀 하나를 데리고 단둘이서 맑은 시내를 따라서 골짜기로 더듬어 오르는 길에 석벽 위에 매어 달린 듯이 탐스럽게 핀 철쭉 한포기를 바라보고,
 
37
『저것을 꺾어다가 병석에 누우셔서 오늘 꽃구경도 못 나오신 어머님께 드렸으면.』
 
38
하고 차마 그곳을 그대로 지나가지 못하고 방황할 때에 만난 것이 조신이었다.
 
39
무심코 골짜기로 내려 오던 조신도 하늘에서 내려 온 듯한 달례를 보고는 황홀하게 우뚝 섰다. 제가 불도를 닦는 중인 것도 잊어 버렸다. 제가 어떻게나 못생긴 사내인 것도 잊어 버렸다. 그러고는 염치도 없이 달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언제까지나 한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그의 눈과 몸이 다 굳어진 것과 같았다.
 
40
갑자기 조신을 만난 달례도 놀랐다. 한걸음 뒤로 멈칫 물러서지 아니할 수 없었으나, 다시 보매 중인지라 안심한 듯이 조신을 향하여 합장하였다. 그의 얼굴에는 역시 처녀다운 부끄러움이 있었다.
 
41
달례가 합장하는 것을 보고야 조신은 굳은 몸이 풀리고 얼었던 정신이 녹아서 위의를 갖추어 합장으로 답례를 하였다.
 
42
<그렇기로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어떻게 세상에 있을까?>
 
43
조신은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이 자리에 오래 있는 것이―젊고 아름다운 처녀의 곁에서 그 고운 얼굴을 바라보고, 그 그윽한 향기를 맡는 것이 옳지 아니한 줄을 생각하고는 다시 합장하고 허리를 굽히고 달례의 등뒤를 지나서 내려 가는 걸음을 빨리 걸었다. 그러나 조신의 다리에는 힘이 없어서 어디를 어떻게 디디는지를 몰랐다.
 
44
달례는 조신의 이러하는 모양을 보다가 방그레 웃으며 시녀더러,
 
45
『얘, 저 시님 잠깐만 여쭈어라.』
 
46
하였다.
 
47
『시님! 시님!』
 
48
하고 수십보나 내려 간 조신의 뒤를 시녀가 부르면서 따랐다.
 
49
『네.』
 
50
하고 조신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 섰다.
 
51
시녀는 조신의 앞에 가까이 가서 눈으로 달례를 가리키며,
 
52
『작은 아씨께서 시님 잠깐만 오십사고 여짜옵니다.』
 
53
하였다.
 
54
『작은 아씨께서? 소승을?』
 
55
하고 조신은 시녀가 가리키는 편을 바라보았다. 거기는 분홍 긴 옷을 입은 한 분 선녀가 서 있었다. 좀 새뜨게 바라보는 모양이 더욱 아름다워서 인간 사람 같지는 아니하였다.
 
56
조신은 시녀의 뒤를 따랐다.
 
57
『어느 댁 아가씨시오?』
 
58
하고 조신은 부질없는 말인 줄 알면서 묻고는 혼자 부끄러웠다.
 
59
『이 고을 사또님 따님이시오.』
 
60
시녀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61
『그러나 하길래.』
 
62
하고 조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고울 사또 김 흔공은 신라의 진골(왕족)이었다.
 
63
『아가씨께서 소승을 불러 겨시오?』
 
64
하고 조신은 달례의 앞에서 합장하였다.
 
65
『시님을 여쪼와서 죄송합니다.』
 
66
하고 달례는 방긋 웃었다.
 
67
조신은 숨이 막힐 듯함을 느꼈다. 석벽 밑 맑은 시냇가에 바위를 등지고 선 달례의 자태는 비길 데가 없이 아름다왔다. 부드러운 바람이 그 가벼운 분홍 옷자락을 펄렁거릴 때마다 사람을 어리게 하는 향기가 풍기는 것 같았다. 그 검은 머리는 봄날 볕에 칠같이 빛났다.
 
68
『미안하오나 저 석벽에 핀 철쭉을 꺾어 줍시오.』
 
69
달례의 붉은 입술이 움직일 때에 옥같이 흰 이빨이 빛났다.
 
70
조신은 달례의 가리키는 석벽을 바라보았다. 네 길은 될 듯한 곳에 한 포기 철쭉이 참으로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그러나 거기를 올라 가기는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산을 타는 자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엄두도 내이기 어려울 듯하였다.
 
71
『그 꽃은 꺾어서 무엇 하시랴오?』
 
72
조신은 이렇게 물어 보았다. 물론 조신은 그 석벽에 기어 오르다가 뼈가 부서져 죽더라도 올라 갈 결심을 하였다.
 
73
『어머니께서 병환으로 꽃 구경을 못하시와서, 꼭 저 꽃을 꺾어다가 어머니께 드렸으면 좋을 것 같아서.』
 
74
달례는 수줍은 듯이 그러나 낭랑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75
조신은,
 
76
『효성이 지극하시오. 그러면 소승이 꺾어 보오리다.』
 
77
하고 조신은 갓과 장삼을 벗어서 바위에 놓으려는 것을 달례가 받아서 한팔에 걸었다.
 
78
조신은 어떻게 그 험한 석벽에를 올라 가서 어떻게 그 철쭉꽃을 꺾었는지 모른다. 그것은 꿈속과 같았다. 한 아름 꽃을 안고 달례의 앞에 섰을 때에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79
『황송도 하여라.』
 
80
하고 달례는 한팔을 내밀어 조신의 손에서 꽃을 받아 안고 한팔에 걸었던 장삼을 조신에게 주었다.
 
81
이 일이 있은 뒤로부터 조신의 눈앞에서는 달례 모양이 떠나지를 아니하였다. 깨어서는 달례를 생각하고 잠들어서는 달례를 꿈꾸었다.
 
82
그러나 그것은 이루지 못할 일이었다. 달례와 백년 해로를 하기는커녕, 다시 한번 달례를 대하여서 말 한 마디를 붙여 보기도 하늘에 별 따기와 같은 일이었다.
 
83
조신은 멀리 달례가 들어 있을 태수의 내아 쪽을 바라보았다. 깊이깊이 수림과 담 속에 있어서 그 지붕까지 잘 보이지 아니하였다. 나는 제비 밖에는 통할 수 없는 저 깊은 속에 달례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언제나 벼슬이 갈리면 달례는 그 아버지를 따라서 서울로 가 버릴 것이다. 달례가 서울로 가면 조신도 서울로 따라 갈 수는 있지마는, 서울에 간 뒤에는 여기서보다도 더 깊이 김랑은 숨어서 영영 대할 길이 없을 것이다.
 
84
이런 일을 생각하면 조신은 몸 둘 곳이 없도록 괴로왔다. 조신은 밥맛을 잃었다. 잠을 잃었다. 그의 기름은 바짝바짝 말랐다. 그는 마침내 병이 될 지경이었다.
 
85
<나는 중이다. 불도를 닦는 사람이다.>
 
86
이러한 생각으로 조신은 눈앞에 알른거리는 달례의 그림자를 물리쳐 보려고도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은 안될 일이었다. 물리치려면 더 가까기 오고 잊으려면 더 또렷이 김랑의 모양이 나타났다.
 
87
마음으로 싸우다 싸우다 못한 끝에 조신은 마침내 낙산사에 용선 대사를 찾았다.
 
88
조신은 대사에게 모든 것을 참회한 뒤에,
 
89
『시님, 소승은 어찌하면 좋읍니까?』
 
90
하고 물었다.
 
91
이에 대하여 용선 화상은 조신을 바라보고 그 깊은 눈썹 속에 빛나는 눈으로 빙그레 웃으면서,
 
92
『네 그 찌그러진 얼굴을 보고 달례가 너를 따르겠느냐?』
 
93
하고는 턱춤을 추이면서 소리를 내어서 웃었다.
 
94
조신은 욕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절망을 한데 느끼면서,
 
95
『그러기에 말씀입니다. 그러니 소승이 어떻게 하면 좋읍니까?』
 
96
하고 애원하였다.
 
97
『네 상판대기부터 고쳐라』
 
98
『어떡허면 이 업보로 타고 난 상판대기를 고칠 수가 있읍니까?』
 
99
『관세음 보살을 염하여라.』
 
100
『관세음 보살을 염하면 이 상판대기가 고쳐지겠읍니까? 이 검은 빛이 희어지고 이 찌그러진 것이 바로 잡히겠읍니까?』
 
101
『그렇고말고. 그보다 더한 것도 된다. 달례보다 더한 미인도 너를 사모하고 따라 올 것이다.』
 
102
용선 화상의 이 말에 힘을 얻어서 조신은,
 
103
『시님, 소승은 관세음 보살을 모시겠습니다. 소승이 힘이 없사오니 시님께서 도력으로 소승을 가지(加持)해 줍시오.』
 
104
하고는 지금까지 관세음 보살을 염하여 온 것이었다.
 
105
그런데 이제 달례가 온다. 그 부모를 모시고 불공을 드리러 오는 것이다. 조신의 가슴은 정신을 진정할 수가 없이 울렁거렸다.
 
106
길을 다 쓸고 나서 조신은 용선 화상께 갔다.
 
107
『시님, 소승은 어찌하면 좋읍니까?』
 
108
하고 조신은 정성스럽게 용선께 물었다.
 
109
『무엇을? 무엇을 어찌한단말이냐?』
 
110
하고 노장은 시치미를 떼었다.
 
111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김 태수가 오신다면 그 따님도 오실 모양이니 ……』
 
112
『오, 그 말이냐? 그저 관세음 보살을 염하려무나.』
 
113
하고 용선 대사는 뚫어지게 조신을 바라보았다.
 
114
『소승은 지금도 이렇게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115
『응, 있다가는 더 울렁거릴 터이지.』
 
116
『그러면 소승은 어찌하면 좋읍니까?』
 
117
『관세음 보살을 염하려무나.』
 
118
『시님, 소승의 소원이 꼭 이루어지겠읍니까?』
 
119
『관세음 보살을 염하려무나.』
 
120
『나무 대자 대비 관세음 보살 마하살.』
 
121
하고 조신은 당장에서 합장하고 큰소리로 관세음 보살을 부른다.
 
122
용선은 물끄러미 조신이 하는 양을 보다가 조신을 향하여서 한번 합장한다. 대사는 관세음 보살을 일심으로 염하는 조신의 속에 관세음 보살을 뵈 온 것이었다.
 
123
절 경내는 먼지 하나 없이 정결히 쓸리고 물까지 뿌려졌다. 동해 바다의 물결이 석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철석 철석 들려 왔다. 그 소리와 어울려서,
 
124
『나무 대자 대비 관세음 보살 마하살.』
 
125
하는 조신의 염불 소리가 끊임 없이 법당에서 울려 나왔다.
 
126
문마다⌜淨齋所[정재소]⌟라는 종이가 붙었다. 노랑 종이 다홍 종이에 범서(梵書)로 쓰인 진언들이 깃발 모양으로 법당에서부터 사방으로 늘인 줄에 걸렸다.
 
127
법당 남쪽 모퉁이 별당이 원님네 일행의 사처로 정결하게 치워졌다. 태수 김 흔공은 이 절에 백여 석 추수하는 땅을 붙인 큰 시주였다. 그러므로 무슨 특별한 큰 재가 아니라도 이처럼 정성을 드리는 것이었다.
 
128
해가 낮이 기울어서 승시 때가 될 때쯤 하여서 전배가 달려 와서 원님 일행이 온다는 선문을 놓았다.
 
129
노장은 칠팔인 젊은 중을 데리고 동구로 나갔다. 모두 착가사 장삼하고 목에 염주를 걸고 팔목에는 단주를 들었다. 노장은 육환장을 짚었다. 꾀꼬리 소리가 들려 오고 이따금 멀리서 우는 종달새 소리가 들렸다. 봄철 저녁날이라 바람은 좀 있었으나 날은 화창하였다. 검을이 만큼 푸른 바다에는 눈 같은 물꽃이 피었다. 중들의 장삼 자락이 펄펄 날렸다.
 
130
이윽고 노루목이 고개로 검은 바탕에 홍 끝동 단 사령들이 너풀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는 가마 세 틀이 보기 좋게 들먹들먹 흔들리면서 이리로 향하고 넘어오는 것이 보였다. 짐을 진 행인들이 벽제 소리에 길 아래로 피하는 것도 보였다.
 
131
원의 일행은 산모퉁이를 돌았다. 용선 대사 일행이 마중을 나서 섰는 양을 보았음인지 가마는 내려 놓아졌다. 맨 앞가마에서 자포를 입고 흑건을 쓴 관인이 나선다. 그리고 둘째 가마에서도 역시 자포를 입은 부인이 나서고, 맨나중에 분홍 긴 옷을 입은 달례가 나선다. 세 사람은 천천히 걷기를 시작한다. 뒤에는 통인 한 쌍과 시녀 한 쌍이 따르고 사령 네 쌍은 전배까지도 다 뒤로 물러서 따른다. 절 동구에 들어오는 예의다.
 
132
서로서로의 얼굴이 바라보일 만한 거리에 왔을 때에 김 태수는 합장하고 고개를 숙인다. 부인과 달례도 그 모양으로 하고, 따르는 자들도 다 그렇게 한다. 이것은 절에 대하여서와 마중 나온 중들에게 대하여 하는 첫 인사였다. 이에 대하여서 용선 법사도 합장하였다.
 
133
이러하는 동안에 맨 뒤에 선 조신은 반 정신은 나간 사람 모양으로 분홍 옷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울렁거리는 가슴과 떨리는 몸을 가까스로 억제하면서 입속으로 관세음 보살을 염하였다.
 
134
마침내 태수의 일행은 용선 대사 앞에 왔다. 태수는 이마가 거의 땅에 닿을이만큼 대사에게 절을 하고, 부인과 달례는 오체 투지(五體投地)의 예로 대사에게 절하였다.
 
135
조신은 달례가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는 부지 불각에 무릎을 꿇어 버렸다. 출가인은 부모나 임금의 앞에서도 절을 아니하는 법이다.
 
136
『쩟!』
 
137
하고 곁에 섰던 평목이 발길로 조신의 엉덩이를 찼다.
 
138
용선 대사가 앞을 서고 그다음에 태수 일행이 따르고 그 뒤에 중들이 따라서 절에 들어 왔다.
 
139
조신은 평목에게 여러 가지 핀잔을 받으면서 정신 없이 다른 사람들의 뒤를 따라 들어 왔다.
 
140
『지나간 일 년 동안에 더욱 아름다와졌다.』
 
141
조신은 이렇게 속으로 중얼대었다. 열 다섯, 열 여섯 살의 처녀가 피어 나는 것은 하루가 새로운 것이다. 조신의 그리운 눈에는 달례는 아무리 하여도 인간 사람은 아닌듯 하였다. 그의 속에는 피고름이나 오줌똥도 있을 수 없고, 오직 우담발라의 꽃 향기만이 찼을 것 같았다.
 
142
<그 눈, 그 눈!> 하고 생각하면 조신은 정신이 땅속으로 잦아 드는 것 같았다.
 
143
『나무 관세음 보살 마하살.』
 
144
하고 조신은 곁에 사람들이 있는 것도 잊고 소리 높이 불렀다. 이 소리에 달례의 눈이 조신에게로 돌아 왔다. 달례는 조신을 알아 보는 듯 눈이 잠깐 움직인 것같이 조신에게는 보였다.
 
145
유시부터 재가 시작된다.
 
146
중들은 바빴다.
 
147
부처님 앞에는 새로 잡은 황초와 새로 담은 향불과 새로 깎은 향이 준비되고, 커다란 옥등잔도 말짱하게 닦아서 꼭꼭 봉하여 두었던 참기름을 그뜩그뜩 붓고 깨끗한 종이로 심지를 꼬아서 열십자로 놓았다. 한 등잔에 넷이 켜지게 하는 것이다.
 
148
중들이 이렇게 바쁘게 준비하는 동안에 태수의 일행은 사처에 들어서 쉬이기도 하고 동해의 경치를 바라보기도 하였다.
 
149
퇴 밑에 벗어 놓은 분홍신은 달례의 신이 분명하거니와, 달례는 몸이 곤함인지 재계를 위함인지 방안에 가만히 앉아서 얼마 아니 있으면 피어 날 섬돌 밑 모란 봉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란 봉오리들은 금시에 향기를 토할 듯이, 그러나 아직 때를 기다리는 듯이 붉은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
 
150
저녁 까치들이 짖을 때에 종이 울었다. 텡 뎅 큰 쇠가 울고 있었다.
 
151
불공 시간이 된 것이다.
 
152
젊은 중들이 가사 장삼에 위의를 갖추고 둘러 서고, 김태수네 가족이 들어 와서 재자(齋者)의 자리인 불탑 앞에 가지런히 서고, 나중에 용선 대사가 회색 장삼에 금실로 수를 놓은 붉은 가사를 입고 사미의 인도를 받아서 법석에 들어 와 인도하는 법사의 자리에 섰다.
 
153
정구업 진언에서 시작하여 몇 가지 진언을 염한 뒤에 관세음 보살, 비로자나불, 로사나불, 석가모니불, 아미타불을 불러,
 
154
『원컨댄 재자의 정성을 보시와, 도량에 강림하시와 공덕을 증명하시옵소서.』
 
155
하고 한 분을 부를 때마다 법사를 따라서 일동이 절하였다. 김 태수의 가족도 절하였다. 정성스럽게 두 손을 높이 들어서 합장하여 이마가 땅에 땋도록 오체 투지의 예를 하였다.
 
156
향로에서는 시방 세계의 부정한 것을 다 제하고 향기로운 구름이 되어서 덮게 한다는 향연이 피어 오르고, 굵은 초에는 맑은 불길이 춤을 추고 있었다.
 
157
이 모든 부처님네와 관세음 보살이 이 자리에 임하시와서 재자의 정성을 보옵시라는 뜻이다.
 
158
『옴 바아라 미나야 사바하.』
 
159
하는 것은 불보살님네가 자리에 앉으시라는 진언이다.
 
160
그러한 뒤에 사미가 쟁반에 차 네 그릇을 다섯 위 앞에 올리자 법사는,
 
161
『今將甘露茶[금장감로차] 奉獻證明前[봉헌증명전] 鑒察虔懇心[감찰건간심] 願垂哀納受[원수애납수]』
162
『차를 받들어 징명하시는 이께 올리오니 정성을 보시와서 어여삐 여겨 받으시옵소서.』
 
163
하는 뜻이다. 차를 올리고는 또 절이 있었다.
 
164
그러고는 법사는 다시,
 
165
『대자 대비하옵시와 흰옷을 입으신 관세음보살 마하살님 자비심을 베푸시와 도량에 강림하시와 이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166
하고는 또 쇠를 치고 절하였다.
 
167
달례도 법사의 소리를 맞추어 옥같이 흰 두 손을 머리 위에 높이 들어 관음상에 주목하면서 나붓이 절을 하였다.
 
168
그러고는 관음참회례문이 시작되었다.
 
169
『옴 아로륵계 사바하.』
 
170
하는 멸업장진언(滅業障眞言)은 법사의 소리를 따라서 일동도 화하였다. 달례의 맑고 고운 음성이 중들의 굵고 낮은 음성 사이에 울렸다. 조신도 전생 금생의 모든 업장을 소멸하여 줍소서 하는 이 진언을 정성으로 염하였다.
 
171
『백겁에 쌓은 죄를(百劫積集罪[백겁적집죄])
172
 일념에 씻어지다(一念頓蕩除[일념돈탕제])
173
 마른 풀 살우듯이(如火焚枯草[여화분고초])
174
 모조리 살위지다(滅盡無有餘[멸진무유여]
 
175
하는 참회게를 이어,
 
176
『옴 살바 못댜모리바라야 사바하. 원컨댄 사생 육도(四生六途)에 두루 도는 법계 유정(法界有情-목숨 있는 무리)이 여러 겁에 죽고 나며 지은 모든 업장을 멸하여지이다. 내 이제 참회하옵고 머리를 조아려 절하오니, 모든 죄상을 다 소멸하여 주옵시고 세세 생생에 보살도를 행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177
하는 참회 진언과 축원이 법사의 입으로 외어질 때에는 일동은 한참 동안이나 엎드려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178
이 모양으로 몸으로 지은 업과 입으로 지은 업과 마음으로 지은 업을 다 참회한 뒤에 다시는 죄를 짓지 아니하고 불, 법, 승 삼보(佛法僧 三寶)를 공경하여 빨리 삼계 인연을 떠나서 청정 법신을 이루어지이다 하는 원을 발하고는 삼보에 귀명례한 후에,
 
179
『삼보에 귀의하외
180
 얻잡는 모든 공덕
181
 일체유정에 돌려
182
 함께 불도 이뤄지다.』
 
183
하고는 나중으로,
 
184
『이몸 한 몸속에(我今一身中[아금일신중])
185
 무진신을 나투와서(即現無盡身[즉현무진신])
186
 모든 부처 앞에(遍在諸佛前[편재제불전])
187
 무수례를 하여지다(一一無數禮[일일무수례])
188
 옴 바아라 믹, 옴 바아라 믹, 옴 바아라 믹』
 
189
하는 보례게(普禮偈)와 보례진언(普禮眞言)을 부르고는 용선 대사는 경상 위에 놓았던 축원문을 들어서 무거운 음성으로 느릿느릿 읽었다.
 
190
『오늘 지극하온 정성으로 재자 명주날리군 태수 김 흔공은 엎데어 대자대비 관음대 성전에 아로이나이다.
191
천하 태평하여지이다.
192
이 나라 상감님 성수 무강하셔지이다.
193
큰 벼슬 잔 벼슬 하는 이 모두 충성되어지이다.
194
백성이 질고 없고 시화 세풍하여지이다.
195
불도 흥황하와 중생이 다 죄의 고를 벗어지이다.
196
이몸과 안해와 딸 몸 성하옵고 옳은 일 하여지이다.
197
딸 이번에 모례의 집에 시집 가기로 정하였사오니, 두 사람이 다 불은 입사와 백년 해로하옵고 백자 천신하옵고 세세생생에 보살행 닦게 하여주시옵소서. 이몸 죄업 많사와 아직 아들 없사오니 귀남자 점지하여주시옵소서.』
 
198
하는 것이었다.
 
199
이 축문을 들은 조신은 가슴이 내려앉는 듯하였다.
 
200
<그러면 달례는 벌써 남의 집 사람이 되었는가?>
 
201
조신은 앞이 캄캄하여 몸이 앞으로 쓰러지려 하였다. 이때에 평목이 팔구비로 조신의 옆구리를 찔렀기에 겨우 정신을 수습할 수가 있었다.
 
202
축원문은 또 읽어졌다. 축원문이 끝날 때마다 재자는 절을 하였다. 달례도 절을 하였다.
 
203
축원문은 세 번 반복하여 읽어졌다. 재자의 절도 세 번 있었다.
 
204
세번째 달례가 옥으로 깎은 듯한 두 손을 머리 위에 높이 들 때에는 조신은 달려들어 불탑을 들러엎고 달례를 웅퀴어 안고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상을 바라보았다. 관세음보살은 조신을 보시고 빙그레 웃으시는 듯, 그러나 그것은 비웃는 웃음인 것 같았다.
 
205
조신은 또 한번 불탑에 달려들어 관세음 보살상을 끌어 내어서 깨뜨려버리고 싶은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다시 관세음 보살상을 우러러볼 때에는 관세음 보살은 여전히 빙그레 웃고 계셨다.
 
206
그 뒤에 중단, 하단, 칠성단, 독성단, 산신당 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조신은 기억이 없었다.
 
207
재가 파한 뒤에 조신은 조실에 용선 대사를 뵈왔다.
 
208
용선 대사는 꼭 다물은 입과 깊은 눈썹 밑에서 빛나는 눈가에 웃음을 띠운 듯하였다.
 
209
『시님, 소승은 어떻게 합니까?』
 
210
하는 조신의 말에는 눈물이 섞여 있었다.
 
211
『무엇을?』
 
212
하는 대사의 얼굴에는 무서운 빛이 돌았다.
 
213
『사또 따님은 혼사가 맺혔읍니까?』
 
214
『그래, 아까 축원문에 듣지 아니하였느냐? 화랑 모례 서방과 혼사가 되어서 삼일 후에 혼인잔치를 한다고 그러지 않더냐?』
 
215
『그러면 소승은 어찌 합니까?』
 
216
『무얼 어찌해?』
 
217
『사또 따님과 백년 연분을 못 맺으면 소승은 이 세상에 살 수는 없읍니다.』
 
218
『이 세상에 살 수 없으면 어디 좋은 세상으로 갈 데가 있느냐?』
 
219
『소승, 이 소원을 이루지 못하면 죽어서 축생도에 떨어져서 배암이 되어서라도 사또 따님의 뒤를 따르겠읍니다.』
 
220
『그것도 노상 마음대로는 안될 것을. 그만한 인연이라도 없으면 그렇게도 안될 것을.』
 
221
『그러면 소승 사또 따님을 한 칼로 죽여버리고 소승도 그 피묻은 칼로 죽겠읍니다.』
 
222
『그것도 네 마음대로는 안될 것을.』
 
223
『그것도 안되오면 소승 혼자라도 이 칼로 죽어버리겠읍니다.』
 
224
하고 조신은 품에서 시퍼런 칼 하나를 내어서 보인다.
 
225
『그것도 네 마음대로는 안될 것이다.』
 
226
『어찌하여서 안됩니까? 금방 이 칼로 이렇게 목을 따면 죽을 것이 아닙니까?』
 
227
『목이 따지지도 아니할 것이어니와, 설사 목을 따더라도 지금은 죽어지지 아니할 것이다. 네 찌그러진 모가지에 더 보기 숭한 칼 자욱 하나만 더 내고 너는 점점 사또 따님과 인연이 멀어질 것이다.』
 
228
『그러면 소승은 어찌하면 좋읍니까? 시님, 자비심을 베푸시와 소승의 소원을 이룰 길을 가르쳐 주옵소서.』
 
229
하고 조신은 오체투지로 대사의 앞에 너붓이 엎드려 이마를 조아린다.
 
230
대사는 왼편 손 엄지가락으로 염주를 넘기고 말이 없다.
 
231
조신은 고개를 들어서 용선을 우러러보고는 또한번 땅바닥에 엎드려,
 
232
『시님, 법력을 베푸시와서 소승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주시옵소서.』
 
233
하고 수없이 머리를 조아린다.
 
234
『네 분명 달례 아기(阿只)와 연분을 맺고 싶으냐?』
 
235
하고 대사는 염주를 세이기를 그친다.
 
236
『네, 달례 아기와 연분을 맺고 싶습니다.』
 
237
『왕생극락을 못하더라도?』
 
238
『네, 무량겁의 지옥고를 받더라도.』
 
239
『충생보를 받더라도?』
 
240
『네 아귀보를 받더라도.』
 
241
『네 몸뚱이가 지금만 하여도 추악하여서 여인이 보면 십리 만큼이나 달아나려든, 게다가 더 추한 몸을 받아 나오면 어찌 될꼬?』
 
242
용선은 빙긋이 웃는다.
 
243
『시님, 단지 일년만이라도 달례 아기와 인연을 맺았으면 어떠한 악보를 받잡더라도 한이 없겠읍니다.』
 
244
『분명 그러냐?』
 
245
『네, 분명 그러하옵니다. 일년이 머다면 한 달만이라도, 한 달도 안된다 오면 단 하루만이라도, 단 하루도 분에 넘친다 하오면 이 밤이 새일 때까지만이라도, 시님, 자비를 베푸시와 소승을 살려주시옵소서. 소승의 소원을 이루어주시옵소서.』
 
246
하고 조신은 한번 더 일어나서 절하고 무수히 머리를 조아린다.
 
247
『그래라.』
 
248
용선은 선뜻 허락하는 말을 준다.
 
249
『네? 소승의 소원을 이루어주십니까?』
 
250
조신은 믿지 못하는 듯이 대사를 바라본다.
 
251
『오냐, 네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252
『금생에?』
 
253
『바로 사흘 안으로.』
 
254
『네? 사흘 안으로? 소승이 달례 아기와 연분을 맺읍니까?』
 
255
『오냐, 태수 김공이 사흘 후에 이 절을 떠나기 전에 네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256
『네? 시님? 그게 참말입니까?』
 
257
『그렇다니까.』
 
258
『어리석은 소승을 놀리시는 것 아닙니까? 시님, 황송합니다. 소승이 백번 죽사와도 시님의 이 은혜는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시님, 황송합니다.』
 
259
하고 조신이 일어나서 절한다.
 
260
용선은 또 한참 염주를 세이더니 손으로 무릎을 치며,
 
261
『조신아!』
 
262
하고 부른다.
 
263
『네.』
 
264
『네, 꼭 내 말대로 하렷다.』
 
265
『네, 물에 들어 가라시면 물에, 불에 들어 가라시면 불에라도.』
 
266
『꼭 내가 시키는 대로 하렷다.』
 
267
『네, 팔 하나를 버이라시면 팔이라도, 다리 하나를 자르라시면 다리라도.』
 
268
『응, 그러면 네 이제부터 법당에 들어가서 관음 기도를 시작하는데, 내가 부르는 때까지는 나오지도 말고 졸지도 말렷다.』
 
269
『네, 이틀 사흘까지라도.』
 
270
『응, 그리하여라.』
 
271
『그러면 소승의 소원은 이루어…』
 
272
『이 믿지 않는 놈이로고! 의심을 버려라!』
 
273
하고 대사는 대갈일성에 주장(拄杖)을 들어 조신의 머리를 딱 때린다.
 
274
조신의 눈에서는 불이 번쩍한다.
 
275
조신은 나오는 길로 목욕하고 새 옷을 갈아입고 관음전으로 들어갔다. 용선 법사는 조신이 법당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문을 밖으로 잠그며,
 
276
『조신아, 문을 잠갔으니 내가 부를 때까지 나올 생각 말고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렷다. 행여 딴 생각할셔라.』
 
277
『네.』
 
278
하는 소리가 안으로서 들렸다.
 
279
『나무 대자 대비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280
하는 조신의 염불 소리가 밤이 깊도록 법당에서 울려나왔다. 조신은 죽을 힘을 다하여서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것이었다.
 
281
『열심으로―잡념 들어오게 말고.』
 
282
하던 용선 시님의 음성이 조신의 귓가에 붙어서 떨어지지 아니하였다.
 
283
등잔불 하나에 비추어진 관음전은 어둠침침하였다. 그러한 속에 조신은 가부좌를 걷고 앉아서 목탁을 치면서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그러는 동안에도 조신의 눈은 언제나 관세음 보살님의 얼굴에 있었다. 반년나마 밤이면 자라는 쇠가 울기까지 이 법당에서 이 모양으로 앉아서 이 모양으로 관세음보살님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칭호를 하였건마는, 오늘밤에는 특별히 관세음보살님의 상이 살아 계신 듯하였다. 이따금 그 정병(淨甁)을 듭신 손이 움직이는 것도 같고 가슴이 들먹거리는 듯도 하고 자비로운 웃음 띠우신 그 눈이 더욱 빛나는 것도 같았다. 조신이 더욱 소리를 가다듬고 정신을 모아서,
 
284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285
하고 부르면 관세음 보살상의 한일자로 다물어진 입술이 방긋이 벌어지는 듯까지도 하였다.
 
286
그러나 다음 순간에 보면 관세음 보살님의 입술은 여전히 다물어 있었다.
 
287
절에서는 대중이 모두 잠이 들었다.
 
288
오직 석벽을 치는 물결 소리가 높았다 낮았다 하게 조신의 귀에 울려올 뿐이었다. 그리고는 조신이 제가 치는 목탁 소리와 제가 부르는 염불 소리가 어디 멀리서 울려오는 남의 소리 모양으로 들릴 뿐이었다.
 
289
『관세음 보살, 관세음 보살, 관세음 보살.』
 
290
조신이 몸이 피곤함을 느낄수록 잡념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291
『잡념이 들어오면 정성이 깨어진다!』
 
292
하여 그는 스스로 저를 책망하였다. 그러고는 목탁을 더욱 크게 치고 소리를 더욱 높였다.
 
293
잡념이 들어 올 때에는 눈앞에 계시던 관세음 보살상이 스러져서 아니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잡념을 내어 쫓은 때에야 금빛 나는 관세음보살상이 여전히 눈앞에 계시었다.
 
294
『나무 대자 대비 관세음보살 마하살.』
 
295
하고 조신은 관세음 보살 명호를 갖추어 부름으로 잡념이 아니 들어오고 관세음 보살님의 모양이 한 찰나 동안도 눈에서 스러지지 아니하기를 힘써 본다.
 
296
등잔엣 기름이 반 남아 달았으니 새벽이 가까왔을 것이다.
 
297
낮에 쉬일 사이 없이 일을 하였고, 또 김랑으로 하여서 정신이 격동이 된 조신은 마음은 흥분하였으면서도 몸은 피곤하였다. 또 칭호가 만념(萬念)도 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피곤할 만하였다.
 
298
『이거 안되겠다.』
 
299
하고 조신은 자주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사흘 동안이야 설마 어떠랴 하던 것은 어림없는 생각이었다. 조신의 정신은 차차 흐리기를 시작하였다.
 
300
조신은 무거워오는 눈시울을 힘써 끌어올려서 관세음보살상을 아니 놓치려고 힘을 썼다.
 
301
그러나 어느 틈엔지 모르게 조신은 퇴 밑에 벗어 놓인 김랑의 분홍신을 보면서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었다.
 
302
조신은 목탁이 부서져라 하고 서너 번 크게 치고,
 
303
『나무 대자 대비 서방 정토 극락세계 관세음 보살 마하살.』
 
304
하고 불렀다.
 
305
그러나 그것도 잠시요, 또 수마(睡魔)는 조신을 덮어 누르는 듯하였다.
 
306
이번에는 앞에 계신 관세음 보살상이 변하여서 김랑이 되었다. 분홍 긴 옷을 입고 흰 버선을 신고 옥으로 깎은 듯한 두 손을 내어 밀어 지난 봄 조신의 손에서 철죽을 받으려던 자세를 보이는 듯하였다.
 
307
조신은 벌떡 일어나서 김랑을 냅다 안으려 하였으나, 그것은 허공이었고 불탑 위에는 여전히 관세음 보살님이 빙그레 웃고 계시었다.
 
308
조신은 다시 목탁을 두들기고,
 
309
『나무 관세음 보살 마하살.』
 
310
하고 소리높이 불렀다.
 
311
얼마나 오래 불렀는지 모른다. 조신은 이 천지간에 제가 부르는 ⌜관세음보살⌟ 소리가 꽉 찬 듯함을 느꼈다. 김랑도 다 잊어버리고 제가 지금 어디 있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저라 하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오직,
 
312
『나무 관세음 보살.』
 
313
하는 소리만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314
이때었다.
 
315
『똑, 똑, 똑, 똑.』
 
316
『달그닥달그닥.』
 
317
하는 소리가 조신의 귓곁에 들려왔다. 또한번,
 
318
『달그닥달그닥.』
 
319
하는 소리가 났다.
 
320
조신은 소스라쳐 놀라는 듯이 염불을 끊고 귀를 기울였다.
 
321
이때에 용선 스님이 잠근 문이 삐걱 열리며 들어서는 것은 그 누군고? 김랑이었다. 김랑은 어제 볼 때와 같이 분홍 긴옷을 입고 흰 버선을 신고 방그레 웃으며 들어왔다.
 
322
『아가씨!』
 
323
조신은 허겁지겁으로 불렀으나, 감히 손을 내어 밀지는 못하고 합장만 하였다. 조신은 거무스름한 장삼에 붉은 가사를 걸고 있었다.
 
324
『시님 기도하시는 곳에 제가 이렇게 무엄히 들어왔읍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참으려도 참을 수가 없어서 어머님 잠드신 틈을 타서 이렇게 살짝 빠져 나왔읍니다. 남들은 다 잠이 들어도 저만은 잠을 못 이루고 시님이 관세음보살 염하시는 소리를 하나도 빼지 아니하고 다 듣고 있었습니다.』
 
325
『그러기로 이 밤중에 아가씨가 어떻게 여기를!』
 
326
『사모하옵는 시님이 계시다면 어디기로 못 가겠읍니까? 산인들 높아서 못 넘으며 바다인들 깊어서 못 건너겠읍니까? 시님이 저 동해 바다 건너편에 계시다 하오면 동해 바다라도 훌쩍 뛰어서 건너갈 것 같습니다.』
 
327
하는 김랑의 가슴은 마치 사람의 손에 잡힌 참새의 것과 같이 자주 발락거렸다.
 
328
『못 믿을 말씀이십니다. 그러기로 소승 같은 못나고 찌그러진 것을, 무얼!』
 
329
하고 조신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인다.
 
330
『못나고 잘나기는 보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제 마음에는 시님은 인간 어른은 아니신 듯……』
 
331
『아가씨는 소승을 어리석게 보시고 희롱하시는 것입니까?』
 
332
『아이, 황송한 말씀도 하셔라. 이 가슴이 이렇게 들먹거리는 것을 보시기로서니, 이 깊은 밤에 부모님의 눈을 기이고 이렇게 시님을 찾아온 것을 보시기로서니, 어쩌면 그렇게도 무정한 말씀을……』
 
333
김랑은 한삼을 들어서 눈물을 씻는다.
 
334
『그러기로 아가씨와 같이 귀한 댁 따님으로, 아가씨와 같이 이 세상 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이로 천하가 다 못났다 하는 소승을……』
 
335
『지난 봄 언뜻 한번 뵈옵고는 시님의 높으신 양지를 잊을 길이 없어서.』
 
336
『그러기로 아까 낮에 축원문을 들으니, 아가씨는 벌써 모례 서방님과 ……』
 
337
『시님, 그런 말씀은 말아주셔요. 부모님 하시는 일을 어길 수가 없어서― 아이 참, 여기서 이렇게 오래 이야기하다가 노시님의 눈에라도 띠우면, 어찌다가 부모님이라도 제 뒤를 밟아 나오시면. 어머님께서 잠시 제가 곁에 없어도 아가 달례야, 달례 아기 어디 갔느냐, 하시고 걱정을 하시는걸.』
 
338
하고 깜짝 놀라는 양을 보이면서,
 
339
『아이, 지금 부르는 소리 아니 들렸읍니까?』
 
340
하고 김랑은 조신의 등뒤에 몸을 숨기며 두 손으로 조신의 어깨를 꼭 잡는다. 조신의 귀에는 김랑의 뜨거운 입김과 쌔근쌔근하는 가쁜 숨소리가 감각된다. 조신은 사지를 가눌 수가 없는 듯함을 느낀다.
 
341
『아, 물결 소리로군. 오, 또 늙은 소나무에 바람 불어 지나가는 소리.』
 
342
하고 달례는 조신의 등에서 떨어져서 앞에 나서며,
 
343
『자, 시님, 저를 데리고 가셔요.』
 
344
하고 조신의 큰 손을 잡을 듯하다가 만다.
 
345
『어디로요?』
 
346
하고 조신은 일종의 무서움을 느낀다.
 
347
『어디로든지, 시님과 저와 단둘이서 살 데로.』
 
348
『정말입니까?』
 
349
『그럼, 정말 아니면 어떡허게요. 자, 어서어서 그 가사와 장삼을 벗으셔요. 중도 장가듭니까? 자, 어서어서. 누구 보리다.』
 
350
조신은 가사를 벗으려 하다가 잠깐 주저하고는 관세음 보살 상을 향하여 합장 재배하고,
 
351
『고맙습니다. 관세음 보살님 고맙습니다. 제자의 소원을 일러 주시오니 고맙습니다.』
 
352
하고는 가사와 장삼을 홰홰 벗어서 마룻바닥에 내어 던지고 앞서서 나온다.
 
353
김랑도 뒤를 따른다. 김랑은 법당 문 밖에 나서자, 보퉁이 하나를 집어 들고 사뿐사뿐 조신의 뒤를 따라서 대문 밖에를 나섰다. 지새는 달이 산머리에 걸려 있었다.
 
354
『그 보퉁이는 무엇입니까?』
 
355
하고 조신은 누구 보는 사람이나 없는가 하고 사방을 돌아보면서,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고 묻는다.
 
356
김랑도 나무 그늘에 들어와서 조신의 옆에 착 붙어서며, 보퉁이를 들어서 조신에게 주며,
 
357
『우리들이 일평생 먹고 입고 살 것.』
 
358
하고 방그레 웃는다.
 
359
조신은 그 보퉁이를 받아든다. 무겁다.
 
360
『이게 무엇인데 이렇게 무거워요?』
 
361
『은과 금과 옥과 자, 어서 달아나요. 누가 따라 나오지나 않나 원, 사령들 중에는 말보다도 걸음을 잘 걷는 사람이 있어요―자, 어서 가요. 어디로든지.』
 
362
조신이 앞서서 걷는다.
 
363
늦은 봄이라 하여도 새벽 바람은 추웠다.
 
364
『어서 이 고을 지경은 떠나야.』
 
365
하고 김랑은 뒤에서 재촉하였다.
 
366
『소승이야 하루 일백 오십 리 길은 걷지마는 아가씨야……』
 
367
『제 걱정은 마셔요. 시님 가시는 데면 어디든지 얼마든지 따라갈 테야요.』
 
368
두 사람은 동구 밖에 나섰다. 여기서부터는 큰 길이어서 나무 그림자도 없었다. 달빛과 산 그늘이 서로 어울어지고 물에는 이슬이 있었다.
 
369
『이 머리를 어떡허나?』
 
370
하고 조신은 밍숭밍숭한 제 머리를 만져보았다.
 
371
『송낙이라도 뜯어서 쓰시지.』
 
372
하고 김랑도 걱정스러운 듯이 조신의 찌그러진 머리를 보았다.
 
373
『아무리 송낙을 쓰기로니 머리가 자라기 전에야 중인 것을 어떻게 감추겠읍니까?』
 
374
『그러면 나도 머리를 깎을까요?』
 
375
하고 김랑은 두 귀 밑에 속발한 검은 머리를 만져 본다.
 
376
『그러하더라도 남승과 여승이 단둘이서 함께 다니는 법은 어디 있읍니까?』
 
377
『그래도 중이 처녀 데리고 다닌다는 것보다는 낫지요.』
 
378
『그럼, 이렇게 할까요? 나도 머리를 깎고 남복을 하면 상좌가 아니되오.』
 
379
『이렇게 어여쁜 남자가 어디 있겠소?』
 
380
두 사람의 말에서는 점점 경어가 줄어 든다.
 
381
『그럼, 이렇게 합시다. 나는 머리를 깎지 말고 시님의 누이동생이라고 합시다.』
 
382
『누이라면 얼굴이 비슷해야지, 나같이 찌그러지고 시커먼 사내에게 어떻게 아가씨 같은 희고 아름다운 누이가 있겠소.』
 
383
『그러면 외사촌 누이라고 할까?』
 
384
『외사촌이라도 조금은 닮은 구석이 있어야지.』
 
385
『그러면 어떻게 하나?』
 
386
『벌써 동이 트네. 해뜨기 전 어디 가서 숨어야 할 텐데.』
 
387
『글쎄요. 뒤에 누가 따르지나 않나 원.』
 
388
두 사람은 잠깐 걸음을 멈추고 온 길을 돌아본다.
 
389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390
하고 조신이 다시 말을 내인다.
 
391
『어떻게요?』
 
392
하고 김랑이 한걸음 가까이 와서 조신의 손을 잡는다.
 
393
『아가씨를 소승의 출가 전 상전의 따님이라고 합시다.』
 
394
『그러면?』
 
395
『아가씨 팔자가 기박하여 어려서 집을 떠나서 부모 모르게 길러야 된다고 하여서, 소승이 모시고 어느 절에 가서 아가씨를 기르다가 이제 서울 댁으로 모시고 간다고 그럽시다. 그러면 감쪽같지 않소?』
 
396
『황송도 해라 종이라니?』
 
397
『아무려나 오늘은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그리고 이제는 먼동이 훤히 텄으니, 산속에 들어가 숨었다가 햇발이나 많이 올라오거든 인가를 찾아갑시다. 첫새벽에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도망군이로 알지 아니하겠소?』
 
398
『시님은 지혜도 많으시오. 오래 도를 닦으셨기에 그렇게 지혜가 많으시지.』
 
399
하고 김랑은 웃었다.
 
400
조신은 김랑의 말에 부끄러웠다. 그러나 평생 소원이요, 죽기로써 얻기를 맹세하였던 김랑을 이제는 내 것을 만들었다 하는 기쁨이 더욱 컸다.
 
401
두 사람은 길을 버리고 산골짜기로 들었다. 아직 풀이 자라지 아니하여서 몸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안타까왔다.
 
402
『아가씨, 다리 아니 아프시오?』
 
403
『다리가 아파요.』
 
404
『그럼 어떡허나? 이 보퉁이를 드시오, 그리고 내게 업히시오.』
 
405
『아이, 숭해라. 그냥 가세요.』
 
406
두 사람은 한정 없이 올라갔다. 아무리 올라가도 동해 바다가 보이고 산 밑으로 통한 길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407
『이만하면 꽤 깊이 들어왔는데.』
 
408
하고 조신은 돌아서서 앞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는 오르지 아니하였다. 다만 동쪽 바다에 가까운 구름이 누르스름하게 물이 들기 시작하였을 뿐이다.
 
409
『이제 고만 가요.』
 
410
『아직도 길이 보이는데.』
 
411
『그래도 더 못 가겠어요.』
 
412
하고 김랑은 몸을 못 가누는 듯이 젖은 바위에 쓰러지듯이 앉는다.
 
413
『조금만 더 올라갑시다. 이 물줄기가 꽤 큰 것을 보니 골짜기가 깊을 것 같소. 길에서 안 보일 만한 데 들어가서 쉬입시다.』
 
414
『아이, 다리를 못 옮겨놓겠는데.』
 
415
『그럼, 내게 업히시오.』
 
416
하고 조신은 김랑에게로 등을 돌려 댄다.
 
417
『그러기로 그 보퉁이도 무거울 터인데 나꺼정 업고 어떻게 산길을 가시랴오?』
 
418
『그래도 어서 업히시오. 소승은 산길에 익어서 평짓길이나 다름이 없으니 자, 어서.』
 
419
김랑은 조신의 등에 업혔다. 어린애 모양으로 두 팔로 조신의 어깨를 꼭 잡고 뺨을 조신의 등에 닿였다.
 
420
조신은 평생 처음으로 여자의 몸에 몸을 닿인 것이다. 비록 옷 입은 위라 하더라도 김랑의 부드럽고 따뜻한 살 기운을 감촉할 수가 있는 것 같았다.
 
421
조신은 김랑을 업은 것이 기쁘고 또 보퉁이의 무거운 것이 기뻤다. 그는 한참 동안 몸이 더 가벼워진 듯하여서 성큼성큼 시내를 끼고 올라갔다. 천리라도 만리라도 갈 수 있는 것만 같았다.
 
422
이따금 짐승이 놀라서 뛰는 소리도 들리고 무척 일찍 일어나는 새소리도 들렸다. 그러한 때마다 조신은 마치 용선 화상이나 평목이,
 
423
『조신아, 조신아.』
 
424
하고 부르는 것만 같아서 몸을 멈칫멈칫하였다.
 
425
『우리가 얼마나 왔어요?』
 
426
하고 등에 업힌 김랑이 한삼으로 조신의 이마와 목의 땀을 씻어주며 물었다.
 
427
『어디서, 낙산사에서? 큰길에서?』
 
428
『낙산사에서.』
 
429
『오십 리는 왔을 것이요.』
 
430
『길에서는?』
 
431
『길에서도 오리는 왔겠지.』
 
432
『인제 고만 내립시다.』
 
433
『좀더 가서.』
 
434
『그건 그렇게 멀리 가면 무엇하오? 나올 때 어렵지요.』
 
435
『관에서 따라오면 어떡허오?』
 
436
『해가 떴어요.』
 
437
『어디!』
 
438
『저 앞에 산봉우리 보셔요.』
 
439
조신은 고개를 들어서 앞을 바라보았다. 과연 상봉에 불그레하게 아침 볕이 비취었다.
 
440
『인제 좀 내려놓으셔요.』
 
441
하고 김랑은 업히기 싫다는 어린애 모양으로 두 팔로 조신의 어깨를 떠밀고 발을 버둥거렸다.
 
442
조신은 언제까지나 김랑을 엎고 있고 싶었다. 잠시도 몸에서 내려놓고 싶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팔은 아프고 땀은 흐르고 숨은 찼다. 조신은 거기서 몇 걸음을 더 걷고는 김랑을 등에서 내려 놓았다.
 
443
올려 쏘기 시작하는 아침 햇빛은 순식간에 골짜기까지 내려왔다. 하늘에 닿는 듯한 소나무 잣나무 사이로 금화살 같은 볕이 쭉쭉 내려 쏘아서 풀잎에 이슬 방울들이 모두 영롱하게 빛나고 시냇물 소리도 햇빛을 받아서는 더 요란한 것 같았다.
 
444
『우수수.』
 
445
『돌돌돌돌.』
 
446
하는 수풀에 지나가는 바람 소리와 돌 위에 흘러가는 냇물 소리에 섞여서 뻐꾹새와 꾀꼬리와 산새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447
김랑은 작은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조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눈은 다정한 미소가 있으나, 그래도 피곤한 빛은 가리울 수가 없었다. 밤새도록 걸음을 걸었으니 배도 고팠다.
 
448
『이제 어디로 가요?』
 
449
하고 김랑은 어디를 보아도 나무뿐인 골짜기를 휘 둘러보았다.
 
450
『글쎄, 어디 좀 쉬일 만한 데를 찾아야겠는데, 저 굽이만 돌면 좀 평평한 데가 있을 것도 같은데.』
 
451
하고 조신은 적은 폭포라고 할 만한 굽이를 가리켰다.
 
452
조신의 등에 척척 달라붙은 저고리가 선뜩선뜩하였다.
 
453
『좀더 올라갑시다. 어디 의지할 데가 있어야 쉬이지 않아요?』
 
454
하고 조신은 깨끗한 꿈 같은 것을 생각하였다. 혹은 삼군이나 사냥군의 막 같은 것을 생각하였다. 그런 것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한 데를 찾아서 깨끗이 치워놓고 김랑을 쉬이게 하고 또 둘이서 한자리에 쉬이는 기쁨을 상상하였다. 그것은 아무도 볼 수 없는 데, 햇빛도 바람결도 볼 수 없는 데이기를 바랐다. 조신과 김랑과 단둘이만 있는 데이기를 조신은 바라면서 김랑을 두리쳐 업고 또 걷기를 시작하였다.
 
455
골짜기가 갑자기 좁아지고 물소리는 더욱 커졌다. 물문이라고 할 만한 좌우 석벽에는 철쭉이 만발하여 있었다.
 
456
그 목을 넘어가서는 조신이가 상상한 대로 둥그스름하게 평평하게 된 벌판이라고 할 만한 것이 나섰다. 그 벌판에는 잡목이 있었다.
 
457
『아이, 저 철쭉 보아요.』
 
458
하고 등에 업힌 김랑이 소리를 쳤다.
 
459
『응.』
 
460
하고 조신은 땀방울이 뚝뚝 흐르는 머리를 쳐들었다.
 
461
산비둘기 소리가 구슬프게 들렸다.
 
462
마침내 조신은 굴 하나를 찾았다. 개천에서 한참 석벽으로 올라가서 굴의 입이 보였다.
 
463
『여기 굴이 있다!』
 
464
하고 조신은 기쁜 소리를 질렀다.
 
465
『아가씨, 여기 계시오. 소승이 올라가 있을 만한가 아니한가 보고 오리다.』
 
466
하고 조신은 김랑을 내려놓고 옷 소매로 이마에 땀을 씻고 석벽을 더듬어서 올라갔다.
 
467
조신은 습관적으로,
 
468
『나무 관세음 보살.』
 
469
을 부르고 그 굴속으로 고개를 쑥 디밀었다. 저 속은 얼마나 깊은지, 모르나 사람이 들어가 서고 누울 만한 데도 꽤 넓었다.
 
470
『됐다!』
 
471
하고 조신은 김랑과의 첫날밤의 즐거운 꿈을 생각하면서 굴에서 나왔다.
 
472
『아가씨, 여기 쉬일 만합니다.』
 
473
하고는 도로 김랑 있는 데로 내려와서 김랑더러 거기 잠깐 앉아 기다리라 하고 개천 저쪽 수풀 속으로 들어가서 싹정 솔가지와 관솔과 마른 풀을 한 아름 가지고 왔다.
 
474
『불을 때요?』
 
475
하고 김랑이 묻는다.
 
476
『먼저 불을 때야지요. 그래서 그 속에 있던 짐승과 버러지들도 나가고 습기도 없어지고 또 춥지도 않고.』
 
477
하고 조신은 또 가서 나무와 풀을 두어 번이나 안아다가 굴 앞에 놓고 부시를 쳐서 불을 살랐다.
 
478
컴컴하던 굴속에는 뻘건 불길이 일어나고 바위틈으로는 연기가 새어나오기 시작하였다.
 
479
조신은 나무를 많이 지펴놓고는 김랑 있는 데로 돌아내려와서 김랑을 안고 개천을 건너서 큰 나무 뒤에 숨었다.
 
480
『왜 숨으셔요?』
 
481
하고 김랑은 의심스러운 듯이, 무서운 듯이 조신을 쳐다본다.
 
482
『짐승이 나오는 수가 있읍니다.』
 
483
『굴속에서?』
 
484
『네, 굴은 짐승들의 집이니까.』
 
485
『무슨 짐승이 나와요?』
 
486
『보아야 알지요, 곰이 나올는지 너구리가 나올는지 구렁이가 나올는지.』
 
487
『에그, 무서워라!』
 
488
『불을 때면 다 달아나고 맙니다.』
 
489
『시님은 굴에서 여러 번 자보셨어요?』
 
490
『중이나 화랑이나 삼멧군이나 사냥군이나 굴잠 아니 자본 사람 어디 있어요?』
 
491
이때에 굴속으로서 시커먼 곰 한 마리가 튀어나와서 두리번거리다가 뒷산으로 달아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492
『곰의 굴이로군.』
 
493
하고 조신은 김랑을 돌아보고 빙그레 웃었다.
 
494
『그게 곰이오?』
 
495
하고 김랑은 조신의 팔에 매어 달린다.
 
496
『아가씨는 곰을 처음 보시오?』
 
497
『그럼, 말만 들었지.』
 
498
『가만히 보고 계시오, 또 나올 테니.』
 
499
『또?』
 
500
『그럼, 지금 나온 놈이 수놈이면 암놈이 또 나올 거 아니오? 새끼들도 있는지 모르지.』
 
501
『가엾어라. 그러면 그 곰들은 어디 가서 사오?』
 
502
『무어, 우리 둘이 오늘 하루만 빌어 있는 것인데. 우리들이 가면 또 들어와 살겠지요.』
 
503
『이크, 또 나오네!』
 
504
하고 김랑은 등을 조신의 가슴에 딱 붙이고 안긴다. 또 한 곰이 새끼들을 데리고 나와서 또 두리번거리다가 아까 나간 놈의 발자국을 봄인지 그 방향으로 따라 올라갔다.
 
505
『인제 다 나왔군. 버러지들도 다 달아났을 것이오.』
 
506
하고 조신은 김랑을 한번 꽉 껴안아본다. 조신의 목에 걸린 염주가 흔들린다.
 
507
조신은 굴 아궁이에 불을 한 거듭 더 집어넣고 또 개천 건너로 가서 얼마를 있더니 칡뿌리와 먹는 풀뿌리들과 송순 많이 달린 애소나무 가장구를 꺾어서 안고 돌아왔다.
 
508
『자, 무얼 좀 먹어야지. 이걸 잡수어보시오.』
 
509
하고 먼저 송기를 볏겨서 김랑에게 주고 저도 먹었다. 송기는 물이 많고 연하였다.
 
510
『맛나요.』
 
511
하고 김랑은 송기를 씹고 송기 벗긴 솔가지를 빨아먹었다.
 
512
『송기는 밥이구 송순은 반찬이오. 이것만 먹고도 며칠은 삽니다.』
 
513
둘이서는 한참 동안이나 송기와 송순을 먹었다.
 
514
『자, 칡뿌리. 이것도 산에 댕기는 사람은 밥 대신 먹는 것이오. 자, 이게 연하고 달 것 같습니다. 응, 응, 씹어서 물을 빨아먹는 건데, 연하거든 삼켜도 좋아요.』
 
515
하고 조신은 그중 살지고 연할 뜻한 칡뿌리를 물에 씻어서 김랑을 주었다.
 
516
김랑은 조신이가 주는 대로 칡뿌리를 받아서 씹는다. 조신도 먹는다. 그것들이 모두 별미였다. 곁에 김랑이 있으니, 바윗돌을 먹어도 맛이 있을 것 같았다.
 
517
얼마쯤 먹은 뒤에 조신은 지나가는 사람이 있더라도 자취를 아니 보일 양으로 나머지를 묶어서 큰 나무 뒤에 감추어버렸다. 그리고는 물을 많이 마시고, 조신은,
 
518
『자, 인제 올라가 굴속에서 쉬입시다. 그리고 다리 아픈 것이 낫거든 길로 내려갑시다.』
 
519
하고 김랑의 손을 잡아서 끌고 굴 있는 데로 올라갔다.
 
520
불은 거의 다 타고 향긋한 솔깡 냄새가 나품길 뿐이었다.
 
521
조신은 타다 남은 불을 굴 가장자리로 모아서 화로처럼 만들어 놓고 솔가지로 바닥에 재를 쓸어 내고 그 위에 마른 풀을 깔았다.
 
522
『자, 아가씨 들어오셔요.』
 
523
하고 조신은 제가 먼저 허리를 굽혀서 굴속으로 들어갔다. 굴속은 후끈하였다.
 
524
김랑은 잠시 주저하는 듯하더니 조신의 뒤를 따라서 굴속에 들어갔다.
 
525
『지금 이 굴속에는 즘생 하나, 버러지 하나 없으니, 마음 놓으시오.』
 
526
하고 조신은 기름한 돌을 마른 풀로 싸서 베개까지도 만들어서 김랑에게 주었다.
 
527
이튿날 아침에 두 사람은 굴속에서 나왔다. 조신은 김랑의 얼굴을 밝은 데서 대하기가 부끄러웠으나, 김랑은 더욱 부끄러운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웠다.
 
528
두 사람은 시냇가에 내려와서 양추하고 세수를 하였다.
 
529
조신은 세수를 끝내고는 서쪽을 향하여서 합장하고 염불을 하려 하였으나, 어쩐 일인지 두 손이 잘 올라가지를 아니하였다. 제 몸이 갑자기 더러워져서 다시 부처님 앞에 설 수 없는 것 같음을 느꼈다. 그래도 십수년 하여오던 습관에 부처님을 염하고 아침 예불을 아니하면 갑자기 무슨 큰 버력이 내릴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래서 조신은 억지로 두 손을 들어서 합장하고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530
『나무 아미타불.』
 
531
열 번과,
 
532
『나무 관세음 보살 마하살.』
 
533
열 번을 불렀다.
 
534
조신이 염불을 하고 나서 돌아 보니 김랑이 조신의 모양을 웃고 보고 섰다가,
 
535
『그러고도 염불이 나오시오?』
 
536
하고 물었다.
 
537
조신은 무안한 듯이 고개를 숙였다.
 
538
『제가 공연히 나타나서 시님의 도를 깨뜨렸지요?』
 
539
하고 김랑은 시무룩하면서 물었다.
 
540
『아가씨 곁에 있는 것이 부처님 곁에 있는 것보다 낫습니다.』
 
541
하고 조신은 겸연쩍은 대답을 한다.
 
542
『아가씨는 다 무엇이고, 고맙습니다는 다 무엇이오? 인제는 나는 시님의 아낸데.』
 
543
하고 김랑은 상긋 웃는다.
 
544
『그럼, 시님은 다 무엇이오? 나는 아가씨 남편인데.』
 
545
『또 아가씨라셔, 하하.』
 
546
『그럼, 갑자기 무에라고 부릅니까?』
 
547
『응, 또 부릅니까라셔, 하하. 시님이 퍽은 용렬하시오.』
 
548
『아가씨도 소승을 시님이라고 부르시면서.』
 
549
『응, 인제는 또 소승까지 바치시네. 파계한 중이 소승은 무슨 소승이오? 출분한 계집애가 아가씨는 무슨 아가씨고, 하하하하.』
 
550
하고 김랑은 조신과 자기를 둘 다 조롱하는 듯이 깔깔대고 웃는다.
 
551
조신은 어저께 굴을 찾고 곰을 쫓고 할 때에는, 또 밤새도록 김랑에게 팔베개를 주고 무섭지 말게, 추워하지 말게 억센 팔에 폭 껴안아줄 때에는 자기가 김랑의 주인인 것 같더니, 김랑이 자기를 보고 파계승이라고 깔깔대고 웃는 것을 보는 지금에는 김랑은 마치 제 죄를 나루는 법관과도 같고, 저를 유혹하고 조롱하는 마귀와도 같아서 섬뜨레함을 느꼈다. 그래서 조신은 김랑으로부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552
『시님, 노여셨어요? 자, 아침이나 먹어요.』
 
553
하고 김랑은 조신이가 들고 섰는 보퉁이를 빼앗으며,
 
554
『자, 여기여기 앉아서 우리 아침이나 먹어요.』
 
555
하고 제가 먼저 물가 바위 위에 앉으며 보퉁이를 끄른다. 그 속에서는 백지에 싼 떡이 나왔다.
 
556
조신도 김랑의 곁에 앉았다.
 
557
『이게 웬 떡이오?』
 
558
『도망군이가 그만한 생각도 아니하겠어요.』
 
559
하고 떡 한 조각을 손수 떼어서 조신에게 주면서,
 
560
『자, 잡수셔요. 아내의 손에 처음으로 받아 잡수어보시오.』
 
561
하는 양이 조신에게는 어떻게 기쁘고 고마운지 황홀할 지경이었다.
 
562
조신은 그것을 받아먹으면서,
 
563
『그러면 이 보퉁이에 있는 게 다 떡이오?』
 
564
하고 물었다.
 
565
『우리 일생 먹을 떡이오.』
 
566
하고 김랑이 웃는다.
 
567
『일생 먹을 떡?』
 
568
하고 조신은 그것이 은금 보화가 아니요, 떡이라는 것이 섭섭하였다.
 
569
『왜, 떡이면 안돼요?』
 
570
『안될 건 없지마는, 난 무슨 보물이라고.』
 
571
『중이 욕심도 많으시오. 나 같은 여편네만으로도 부족해서 또 보물?』
 
572
하고 김랑은 조신을 흘겨 본다.
 
573
조신은 부끄러웠다. 모든 욕심―이른바, 오욕을 다 버리고 무상도(無上道)만을 구하여야 할 중으로서 여자를 탐내고 또 보물을 탐내고―이렇게 생각하면 앞날과 내생이 무서웠다.
 
574
『보물 좀 보여드릴까요? 자.』
 
575
하고 김랑은 미안한 듯이 보퉁이 속에 싸고 또 싼 속 보퉁이를 끄르고 백지로 싼 것을 또 끄르고 또 끄르고 마침내 그 속에서 금가락지, 금비녀, 은가락지, 은비녀, 옥가락지, 옥비녀, 산호, 금패, 호박 같은 것들이 번쩍번쩍 빛을 발하고 쏟아져 나왔다.
 
576
『아이구!』
 
577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여태껏 중노릇만 한 조신의 눈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처음이었다. 누런 것이 금인 줄은 부처님 도금을 보아서 알거니와, 그 밖에 다른 것들은 무엇이 무엇인지 이름도 알 길이 없었다.
 
578
『이만하면 어디를 가든지 우리 일생 편안히 먹고 살지 않아요?』
 
579
하고 달례는 굵다란 금비녀를 들어서 흔들어 보이면서,
 
580
『이것들을 팔아서 땅을 장만하고, 집을 하나 얌전하게 짓고, 그리고 우리 둘이 아들딸을 낳고 산단말야요. 우리 둘이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581
하고 조신에게 안긴다.
 
582
『늙지도 말았으면.』
 
583
조신은 늙음이 앞에 서기나 한 것같이 낯을 찡그렸다.
 
584
『어떻게 안 늙소.』
 
585
달례도 양미간을 찌푸렸다.
 
586
『늙으면 죽지 않어?』
 
587
『죽기도 하지마는 보기 숭해지지 않소? 얼굴에는 주름이 잡히고 살갗도 꺼칠꺼칠해지고.』
 
588
『또 기운도 없어지고.』
 
589
『눈이 흐려지고, 아이 숭해라.』
 
590
달례는 깔깔대고 웃는다.
 
591
조신은 달례의 저 고운 얼굴과 보드라운 살이 늙으려니 하면 슬펐다. 하물며 그것이 죽어서 썩어지려니 하면 견딜 수가 없었다.
 
592
『그런 생각은 맙시다, 흥이 깨어지오. 젊어서 어여쁘고 기운 있는 동안에 재미있게 살읍시다. 자 우리 가요. 어디 좋은 데로 가요.』
 
593
달례는 이렇게 말하고 조신을 재촉하였다.
 
594
두 사람은 일어났다.
【원문】첫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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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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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李光洙) [저자]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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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10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