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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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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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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곤 없드니 이불을 쓰면 가끔식 잘두 횡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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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변소에서 일을 마치고 엉거주침이 나오다 나는 벽께로 와서 눈이 휘둥그랬다. 아 이게 무에냐. 누리끼한 놈이 바루 눈이 부시게 번쩍버언쩍 손가락을 펴들고 가만히 꼬옥 찔러보니 마치 갓굳은 엿조각처럼 쭌둑쭌둑이다 얘 이눔 참으로 수상하구나 설마 뒤깐기둥을 엿으로빚어놨을 리는 없을텐데. 주머니칼을 끄내들고 한번 시험쪼로 쭈욱 나리어깎아보았다. 누런 덩어리 한쪽이 어렵지 않게 뚝떨어진다. 그놈을 한테 뭉처가지고 그앞 댓돌에다 쓱 문태보니까 아 아 이게 황금이아닌가. 엉뚱한 누명으로 끌려가 욕을 보든 이 황금. 어리다는, 이유로 연홍이에게 고랑땡을 먹든 이 황금. 누님에게 그 구박을 다받아가며 그래도 얻어먹고 있는 이 황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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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댓돌우에 쓱 그어보고는 그대로 들고 거리로 튀어나온다. 물론 양쪽 주머니에는 묵직한 황금으로 하나 뿌듯하였다. 황금! 황금! 아, 황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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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언한 거리에는 커다랗게 살찐 도야지를 타고서 장꾼들이 오르나린다. 때는 좋아 봄이라고 향명한 아츰이었다. 길양쪽 버드나무에는 그 가지가지에 주먹같은 붉은 꽃이 달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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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쭝달쭝한 꽃이팔을 날리며 엷은 바람이 부웅 하드니 허공으로 내몸이 둥실 얘 이놈 좋구나. 허나 황금이 날아가선 큰일이다. 두손으로 양쪽 주머니를 잔뚝 웅켜잡고 있자노라니 별안간 꿍 하고 떨어진다. 이눔이 어따 이건 함부루 내던젔느냐 정신이 아찔하야 똑똑이 살펴보니 이것이 바루 우리집 대문앞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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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짝을 박차고 나는 허둥지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돈이라면 한푼에 목이말라하는 누님이었다. 이 누런 금덩어리를 내보이면 필연코 그는 헉하고 놀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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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수가 터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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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외마디 소리를 질렀으나 그는 아무 대답도없다. 매우 마뜩지않게 알로 눈을 깔아붙이고는 팟죽만 풍풍 퍼먹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머처럼 입을 연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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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떻게 취직 자리 좀얻어봣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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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밖에좀 나갔다 들어만오면 변치 않고 그냥 물어보는 그 소리. 인제는 짜장 귀등이 가렵다. 마는 아무래도 좋다. 오늘부터는 그까진 밥 얻어먹지 않어도 좋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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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취직” 하고 콧등으로 웃어버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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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게 금덩어리유 똑똑이 보우 ⎯─” 나는 두손을 다 그코밑에다 디려댔다. 이래두 침이 아니 넘어갈터인가. 그는 가늘게 실눈을 떠가지고 그걸 이윽히 디려다보다 종내는 나의얼골마저 치어다보지 않을수 없는 모양이었다. 금덩어리와 나의얼골을 이렇게 번차례로 몇번 훌터가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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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 어서 났니?” 하고 두눈에서 눈물이 확 쏟아지질않느냐. 그리고 나의 짐작대로 날랜 두손이 들어와 덥썩 훙켜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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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황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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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툭하면 잘 짜는 누님. 이건 황금을 보구두 여전히 눈물이냐. 이걸 가만히 바라보니 나는 이만만해도 황금 얻은 보람이 큼을 느낄수 있다. 뻔둥번둥 놀고 자빠저 먹는다 하야 일상 들볶든 이 누님, 이왕이면 나두 이 판에 잔뜩 갚아야한다. 누님이 붙잡고 우는 황금을 나는 앞으로 탁 채여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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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이래? 다르라구” 하고 네보란드키 호령을 냅따질렀다. 내가 황금을 얻어좋은건 참으로 누님의 이꼴을 보기 위하야서다. 이런 황금을 막 허뿔리 만저보이느냐 어림없다. 호기있게 그 황금을 도루주머니에 집어넣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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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난 따루 나가겠우 누님밥은 맛이 없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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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재조가 자라는데까지 한끝 뽐을 내였다. 이 만큼하면 그는 저쯤 알아채이겠지. 인젠 누님이 화를 내건말건 내 받고 섰을배 아니다. 버듬직하게 거는방으로 들어가 내가 쓰든 잔세간과 이부자리를 포갬포갬 싸 놓았다. 이것만 들고 나스면 고만이다. ‘탁씨’ 하나 부를 생각조차못하고 그걸 그대로 들고 일어스자니까 이때까지 웬영문을 몰라 떨떠름이 서 있든 누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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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너 왜 이러니?” 하고 나의 팔을 잡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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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부터 내밥을 먹구살겠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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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그러지 말아 내 인젠 안그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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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 뭐 누님이 공밥먹는다고 야단을 첬대서 그걸가지고 노했다거나 혹은 어린애같이 뼈젔대거나……” 하고 아주 좋도록 속좀 쓰리게 해놓고 나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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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내가 다 잘못했다 인젠 네맘대로 낮잠두 자구 그래 응?” 취직 못한다고 야단도안치고 그럴께니 제발 의좋게 가치 살자고 그 파랜 얼굴에 가엾은 눌물까지 보이며 손이 발이 되게 빌붙는다. 이것이 어디 놀구 먹는다구 눈물로 밤낮 찡찡대든 그 누님인가 싶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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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이래? 난 싫다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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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을 메다던지고 나는 신바람이 나게 뜰알로 나려섰다. 다시 누님이 맨발로 뛰어나려와 나를 붙잡고 울수 있을만침 고만침 동안을 띄여놓고는 대문께로 나오려니까 뜰알에서 쌀을 주어먹고 있든 참새 한마리가 포루룽 날아온다. 이놈이 나의 턱밑으로 넌즛이 들어 오드니 이건 어디다 쓰는버릇인지 나의 목줄띠를 콱물어채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그대로 대룽대룽 매달려 바들짝바들짝 아 아 아이구 죽겠다 아픈건 둘째치고 우선 숨이막히여 죽겠다. 보통이를 들었든 두손으로 참새란 놈을 불이나게 붙잡고 띠여볼려니까 아, 아, 나 죽는다. 잡아대리면 대릴수록 참새는 그머리같이 점점 달나붙고 숨쉬기만 더욱더욱 괴로워진다 요놈이 버릇없이 요런. 젓 먹든 힘을 다 디려 내목이 다라나냐 네목이 다라나냐고 홱 한번 잡아 채이니 후유 코밑의 연기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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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로히도 나의 코끝이 뚫어진 굽도지 구녕에가 파수를보고 있는것이다. 고 구녕으로 아츰짓는 매캐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그 연기만도 숨이 막히기에 넉넉할턴데 이건 뭐라고 제손으로 제목을 잔뜩 웅켜잡고 누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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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온 무슨 잠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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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거기 와 있었는지 누님은 미닫이를 열어 제치고서서는 눈이 칼날이다. 어젯밤 내일은 일즉부터 돌아 다니며 만날 사람들을 좀 만나보라든 그 말을 내가 이행치 못하였으니 몹씨도 미울것이다. 야윈 목에가 핏대가 불끈 내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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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인가 뭔가 헐랴면 남보다 좀 성심껏 돌아다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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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루 가시를 집아삼킨 따끔한 호령이었다. 아무리 찾아보아야 고대 가치살자고 눈물로 빌붙든 그 누님은 그림자도 비취이지 않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도 변할수있는가 나도 뚱그렇게 눈을 뜨고서 너머도 허망한 일인양하야 얼뚤한 시선으로 한참 누님을 치어다보았다. 암만해도 사람의 일같지 않다. 그렇다고 무슨 연극도 아닐턴데. 낮에는 누님이 히짜를 뽑고 밤에는 내가 히짜를 뽑고. 이마의 땀을 씻을랴고 손이 올라가다 급작이 붉어오는 안색을 깨닫고 도루 이불을 푹 뒤집어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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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속에는 아즉도 아까의 그 연기가 남아 있는것이다.
【원문】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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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金裕貞)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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