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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상소곡(狂想小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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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
홍난파
1
광상소곡(狂想小曲)
 
 
2
신(神)과 바이올린은 오랠수록 귀하다. 그러나 여자와 피아노는 새 것일수록 값이 나간다.
 
3
연주가와 커피의 맛은 남의 구설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이다.
 
4
학문을 하는 사람은 자기의 스승을 높이고, 음악을 배우는 청년은 선배를 욕하는 것에서부터 발족한다. 그러나 후자는 조선의 일이다.
 
5
누구나 축음기에 취입하는 그 현장을 목도한다면 그의 레코드를 살현인이나 군자는 없을 것이다.
 
6
자족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진보는 없다. 대성한 예술가일수록 겸양의 덕을 기르기에 힘쓴다.
 
7
아무리 작은 소품(小品)에서라도 작곡자의 수법이나 특징이나 성격까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만이 결코 작품의 전적 가치는 되지 않을 것이다.
 
8
하이페츠는 말했다. 음악은 노작(勞作)이 아니라 천재다. 그러나 음악은 천재가 아니라 노작이다라고. 이 모순되는 두 마디 말이 모두 다 진리인 줄을 음악의 학도는 알아야 한다.
 
9
음악가의 연주 기술보다는 청중의 감상력이 앞서 진보되는 것 같다. 그러나 100의 99는 역시 귀보다도 입만의 진보에 그치고 만 것 같다.
 
10
서투른 독주자일수록 능란한 반주자를 요구한다. 그러면서도 연주의 불성공은 그 죄를 반주자에게 돌리려 한다.
 
11
어떤 때는 음악이 감정을 지배하느니보다 감정이 음악을 지배하는 수가 많다.
 
12
재즈 음악이란 결국 고전의 표절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13
유행가치고 들어서 구역 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까닭에 새 유행가가 속속 산출되는 것이다.
 
14
음악가치고 질투심이 없는 이가 없다. 그러나 이것이 그네들의 신경지(新境地)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되는 때가 많다.
 
15
대수롭지 않은 것도 어려워 보일 때가 있고, 평소에 난곡(難曲)이라고 생각되던 것도 제법 손이 도는 때가 있다. 이것은 확실히 기분이다. 그러나 일종의 못된 버릇이다.
 
16
남의 연주를 들으면서 상을 찌푸리는 이가 있다. 이것은 자신이 음악을 잘 안다는 것을 보이는 것보다는 옆 사람의 불쾌와 증오를 살 따름이다.
 
17
길거리나 점두(店頭)에서 소란스럽게 울려나오는 레코드의 규성(叫聲)은,
18
“내 소리판 한 장 사주시오 ──” 하고 부르짖는 애원성(哀願聲)이 아니고 무엇이랴?
 
19
음악의 역사가 증명하는 한에 있어서, 과거의 악성(樂聖) (특히 낭만파의 음악가들)의 명곡 대작 중에는 그네들의 연인이 잠재적 조력이 많음을 알 수 있다.
 
20
기뻐서 웃는 자를 울리게 할 명곡이 없고, 슬퍼 우는 자에게 웃음을 줄 명연주가도 없다.
 
21
상궤(常軌)를 벗어난 행동이 범인에 있어서는 광태로 보이지만, 천재에게는 더욱더욱 경이와 찬탄의 적(的)이 되는 것이다.
 
22
비평이 없는 곳에 진보 또한 없다. 그러나 서투른 망평(妄評)이야말로 돋아나는 새 움(芽)을 해칠 염려가 많다.
 
23
바이올리니스트는 자기가 피아니스트가 되지 않은 것을 한(恨)하고, 피아니스트는 성악가가 되었다면 하고 후회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하모니카 취주자도 달인(達人)의 경지에 이르기까지에는 다같이 일생을 두고 근고(勤苦)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24
재즈라고 덮어놓고 염가(廉價)의 평을 내릴 것은 아니다. 고전에만 도취된 이에게, 재즈의 일 곡은 가끔가끔 훌륭한 청량제가 될 때도 있을 것이다.
 
25
한국에 태어난 까닭에 제법 음악가의 대접을 받는 줄은 모르고, 어떤 때는 자기가 좀더 음악국인 딴 나라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하는 이가 있다. 한국을 음악국으로 만들 수 없다는 단언은 대체 누가 했는지 알고 싶다.
 
26
음악의 역사를 들춰본다면, 여자는 남의 음악을 소개 ․ 연주하기 위하여서만 생겨난 것 같다.
 
27
한국 사람은 누구나 다 언필칭 비곡(悲曲)이다. 울기 위하여 음악을 찾는 민족이 다른 데도 또 있을는지?
 
28
무당은 춤을 추고 장님은 북을 쳐야 한다. 꼭 같은 말이만 말은 말은 앵무가 잘하고 춤은 두루미가 잘 춘다.
 
29
말(馬)처럼 기수(騎手)를 잘 저울하는 놈은 없다. 그러나 악기야말로 말 이상으로 주수(奏手)를 잘 알아보는 것이다.
 
30
성년이 된 후에 비로소 음악을 시작하려는 것은 성악을 시작하느니만 같지 못하다.
 
31
춤추는 지휘자가 반드시 명지휘자는 아니겠지만, 명가(名家)의 지휘는 대개 지휘 대상의 독무(獨舞)와 같다.
 
32
침묵은 웅변보다 낫다고 한다. 그러나 음악가의 침묵은 말 못하는 앵무새와 같다.
 
33
태반의 청중은 연주자의 성가(聲價)에 자기의 귀를 매수당하는 것이다. 성악가 중에 음맹(音盲)이 많은 것은 경이의 현상이다.
 
34
연주의 성적 여하는 청중의 다소에 정비례한다. 이것은 기분 문제다. 그러나 보다 더 청중의 질에 관계된다.
 
35
음악회장에 자주 출입하는 남녀 중에 들으러 가는 이보다 보이러 가는 이가 많음은 놀라운 사실이다.
 
36
남성 음악가가 잘못하는 것보다는 여성 음악가가 잘못하는 것이 듣기에 더 흉하다.
 
37
베토벤의 위대함도 명연주가의 공로 없이는 인정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38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의 배경이 없는 예술은 국경을 넘기에 힘이 든다.
 
39
음악이란 보름달과 같다. 이것을 보고 슬퍼하는 자도 있지만, 때로는 기뻐하는 자도 있는 것이다.
 
40
음악을 듣겠다는 준비가 없이 이것을 대할 때는 흔히 반대의 결과를 얻는 수가 많다.
 
41
열정적 연주는 소극적 연주보다 청중의 마음을 끄는 힘이 크다. 그러나 연주자의 자가도취적 열연은 정당한 비평가에게 낙망 이외의 아무것도 주지를 못한다.
 
42
현대인은 모든 생활 형식에 있어서 음악을 이용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음악 자체를 놓고 생각한다면, 언제나 사람은 음악의 이용물이 되는 것이다.
【원문】광상소곡(狂想小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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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난파(洪蘭坡) [저자]
 
  1938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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