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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방비행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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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1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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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비행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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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술의 발달은 최근 날로 놀라운 것이 있다. 물론 영화는 영화, 소설은 소설이나 하루나 이틀을 건너 소설 한 권을 떼는 노력보다 불과 시간 반에 단정하게 정리된 한 편의 이야기를 보는 편이 얼마나 경제적인가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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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심리묘사가 차지되나 이 난관도 차차 극복되어 가는 듯이 보이니 앞으로는 소설보다도 도리어 한 수 앞선 수법까지 발명될 듯이 짐작된다. 문장이 주는 압력은 영화의 한층 적확한 시각적 요소와 그것이 빚어 내는 특수한 분위기가 충분히 건져 준다. 생활의 한 폭의 단면을 그렇게도 수월하게 눈만으로 감상할 수 있음이 새삼스럽게 경이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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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연중으로 본 영화 가운데에 기억에 남는 것이 허다하다. 현대적 사상을 얼마간 구체화시키고 극적, 혹은 무대적 요소를 다분히 띠인 것에「화석의 수풀」과「목격자」가 있으니 미국 현대 희극작가의 기질과 특징을 여실히 갖춘 점과 영화와 연극과의 유사 교통성을 암시한 점에 양편의 공통된 흥미가 있다. 현대 영화에는 우선 이 정도의 사상의 표현도 필요한 것이며, 허름한 가무의 속물이 범람하는 미국에서 도리어 이런 영화를 낳은 것이 일종의 비꼬움이라고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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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관조니 무어니 하는 심각한 주름살을 피고 천치같이 앉아서 우두커니 바라만 보기에 족한 것이 「여인구락부」「잊혀진 지평선」「아름다운 친구들」등이었다. 여인의 육체의 군상에 혼을 뽑히우고 서구의 오지라고 일컬으는 분지(盆地)의 자연을 꿈꾸고 불란서 전원의 풍광을 만끽하면 족하다. 비슷한 아름다운 것을 보이면서도 그대로 보아만 넘기어 아까운 것은「마리아 삽드레느」「아라아의 화원」「외로운 소나무 그림자」등이다. 사람의 그림자 귀한 흰 처녀지 위에는 건질 수 없는 인생의 애감(哀感)이 흘렀고, 채색한 사막 위에는 무더운 열정이 넘쳤고, 소나무 선 수풀 속에는 태고적부터 시작한 인생의 싸움이 끊일 새 없었다. 실버 시드니의 하늘빛으로 물들인 새파란 치마폭에는 그대로 마을의 싸움의 역사가 적혀 있는 듯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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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선 미모사」「안나 카레리나」「베토벤의 위대한 사랑」「남방비행」― 이 일련의 영화는 무슨 항목 아래 분류함이 적당할까. 무릇 다소간의 애욕을 취급하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은 없으나 이 일련의 작품에 있어서는 그 주제가 바로 애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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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사관(舘)에 서린 애욕같이 야릇하고 기괴한 것은 드무니 양자에게 대한 양모의 애끊는 회포에는 옷섶을 바로잡게 하는 측은하고 절절함이 있다 육체로나 정서로나 . 로제에는 양모로서 완전한 적역(適役)이며, 그의 연기에는 거의 흠잡을 곳이 없다. 번민하는 육체, 수수께끼의 눈초리를 통해서 은근한 숨은 애정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여 온다. 이런 유의 애욕의 주제와 이 감독의 수완에 다시 생각이 이를 때 한 가지 몽상이 솟는 것은 콕토의「레 상팡 테리블」― 이것을 영화로서 재현시킬 수 없을까 함이다. 참으로 일종의 몽상일는지도 모르니 이 미묘한 심리적 갈등의 어려운 작품을 영화화함은 지금으로서는 아직 지난(至難)의 업일 것임으로다. 이 지난사(至難事)를 담당함직한 사람은 역시 미모사관의 감독자쯤일 것이며, 그가 작자 콕토와 협력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이어서 표현시킬 수 있을 것이 짐작된다. 물론 가까운 장래의 일일 것이다. 기괴한 애욕의 주제라면 이외에도 가령 고대의「오이디푸스 왕」이나 근대의「느릅나무아래의 애욕」같은 것은 적호의 재료이며 적어도 이런 것에 착안할만한 높은 예술적 형안을 앞으로의 영화인은 가지게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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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위대한 사랑」에 있어서는 작품의 주제보다도 더 많이 음악적 효과에 압도를 당하게 되나, 주제가 간명하면서 비슷한 것이「안나 카레리나」와「남방비행」이며, 이 두 작품이 성공한 것은 물론 완전히 원작의 덕이다. 두 작품의 장점은 모두 바로 원작의 장점이며 원작의 묘미가 이렇게 압연(壓然)히 들이는 작품도 드물다. 너무나 유명한 「안나 카레리나」는 고사하여 두고 「남방비행」의 일편은 최근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감독의 수완이라는 것보다도 원작자 생떽 쥐뻬리의 의도와 의장(意匠)이 너무도 명료하게 드러나서 그것이 작품으로서의 큰 매력을 빚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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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의 의상(意想)은 물론 인간생활에 있어서의 행동의 필요성 불가피성을 말하려는 곳에 있으나 그 행동이라는 것이 반드시 주인공, 짝 베르너스가 폭풍우 밤 위험한 항로를 건너 비행기를 조종하는 그 야단스런 거동을 통하여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참으로 여주인공, 쥬느베에쁘와의 사랑을 완성시키고야마는 그 중대한 전기와 결의에 더 일의적으로 나타난 것은 물론이다. 비행기의 굉음이 아무리 요란하고, 험한 사막과 사병과의 싸움의 장면이 아무리 허다하게 나온다고 하여도 참으로 아름다운 행동의 장면은 베르니스와 쥬느베에쁘가 드디어 대사(大使)의 관저를 떠나 도피행을 감행하는 그 시간의 일장(一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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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니 배덕이니의 용훼를 허락하지 않는 순간의 중대한 행동이다. 미래 매래는 우리가 창조하는 것이다 ― 떠나는 순간 베르니스가 쥬느베에쁘를 격려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 인간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행복의 타산과 계량만이 아니요, 그런 것을 건너서 행동의 의욕은 마치 육중한 수레와도같이 사랑의 등줄기를 앞으로 밀어 버리고야 만다. 성공 여부가 문제가 아니요, 다만 참을 수 없는 수행이 있을 뿐이다. 베르니스는 사랑에도 최후적으로 성공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며 비행기의 항로에서도 실패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의 뜨거운 의욕 앞에 그런 실패쯤이 무엇이랴. 그는 용감히 행동하고 흔연히 가버린 것이다. 그는 확실히 아름답게 산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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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동의 상념도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 구체적 표현으로 주인공두 사람의 경박한 애정의 경우를 도피한 곳에 이 작자의 재조(才操)가 보이며 두 사람의 거동은 전 화면을 통하여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어서 웬일인지 아무리 찬양하여도 부족을 느끼게 된다. 「안나 카레리나」에 나타난 사랑의 형태도 이와 같은 것이지만 그보다도 이면이 더 단적이고 인상적임은 웬일일까. 윌룸타 올로의 연기도 각각 적역적연(適役適演)이며 ― 어떻든 「남방비행」의 일편은 근래의 쾌편(快篇)이었다. 한 가지의 욕심을 말하면, 주인공 두 사람의 사랑의 무대와 배경으로 좀더 아름다운 자연을 배치하였더면 하는 것이다. 물론 이야기 자체의 지리적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자연묘사가 확실히 너무도 빈약하였다. 문득 생각나는 것은「아름다운 친구들」에 나오는 전원의 풍경이나 수풀과 시내와 수목과의 아름다운 그림을 두 사람 뒤에다 그려 놓았던들 얼마나 한층 이야기에 생색이 있고 인상이 더 아름다웠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쳐 과한 욕심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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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천리 1938.1
【원문】남방비행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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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李孝石) [저자]
 
  삼천리(三千里) [출처]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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