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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 출하(공출) 기타 (農産物 出荷(供出) 其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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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4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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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産物 出荷(供出) 其他 [농산물 출하(공출)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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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12월 26일에 경성을 떠나 왕복 2주일 동안의 짧은 여행이었다. 그 짧은 2주일 동안에 너무도 많은 것을 바쁘게 보고 다녔기 때문에 머리만 어수선할 뿐이지 무엇 한가지 혹은 어느 한 포인트 제법 적확히 관찰 인식하였노라는 자신이 나지를 아니한다. 수집하여 가지고 온 약간의 자료도 미처 정리치 못하였으니 더욱이나 붓을 들기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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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大興溝[대흥구] 농산물 교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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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반인 우리 일행(李無影[이무영], 鄭人澤[정인택], 채만식 그리고 안내의 毛利 間島省[모리 간도성] 홍보고장)이 왕청(汪淸)으로 좇아 대이수구(大梨樹溝)라는 곳으로 가기는 해(歲)도 바로 저무는 29일 밤이었다. 밤을 여사(旅舍)에서 지나고 30일 아침 춘화촌공소(春和村公所, 조선 같으면 면사무소)에 잠깐 들렀다가 즉시 출하장인 농산물 교역장을 보러 갔는데, 일견에 과연 ‘농산물의 만주’ ‘잡곡의 간도’ 라는 느낌이 여실하였다. 콩 ․ 조 ․ 보리 ․ 강낭 ․ 수수 이런 여러가지 잡곡이 혹은 마대(麻袋)에 넣어서 혹은 그대로 그 넓은 구내에 그야말로 산같이 쌓여 있었다. 이 숱해 많은 곡식이 거의 전부가 춘화촌 관내의 선계(鮮系, 조선사람) 농민의 신고(辛苦)로 거두어진 것이요, 그 출하된 일부분인 것이었다. 예정 수량의 5할 가량이 출하되었다고 하며, 출하된 대부분은 이미 반출을 하였고, 그 나머지가 이것이라고 하니, 만일 10할 전부를 한 군데다 쌓아놓고 보았다면 얼마나 더 흐뭇할 것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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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이 귀한 때문이겠지만 가마니는 통히 볼 수가 없고 마대(좁쌀푸대)를 사용한 것도 진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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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조선 농민이 멀리 간도에 가서 정성들여 지어서 정성들여 출하한 잡곡이 우리네의 군색한 식량에 보탬되기 위하여 그 일부분이 이즈음 육속(陸續) 조선으로 수송되어 있다. 또 감자도 ××관이나 특별출하를 하여 전만(全滿)엣것 ××관과 함께 보내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식량은 아니지만 작년의 조선 내지의 한해(旱害) 구제금으로 10만 원이라는 적지 아니한 돈을 간도 동포들이 연출(捐出)하여 불원간 그것을 조선에 전달하리라고 들었다. 이토록 간도의 동포들은 우리를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새까지는 너무 간도 동포에게 등한치 아니하였던가 하는 회심(悔心)이 자못 없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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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綿布特配[면포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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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에서는 1톤의 출하에 대하여 15평방마씩의 면포를 당 출하(出荷) 농민에게 특별배급하고 있었다. 만주국(滿洲國)도 조선이나 마찬가지로 면포는 적은 분량씩이나 배급될 뿐이어서, 우리가 간 대이수구(大梨樹溝)에서는 여인들과 아이들이 그 추위에 맨발로 다니는 것을 목도하였고, 애기를 마대에 싸서 업는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처럼 특배가 된다면 당국은 출하가 잘 되어서 좋고, 농민은 면포가 가외로 생겨서 좋고 두루 좋은 일일 성싶었다. (엄동에 가뜩이나 추운 간도에서 맨발로 다니고 애기를 좁쌀부대에 싸서 업다니, 에이 사람 못살 고장인가 보다고, 혀를 내두를 사람도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잘못 생각이다. 그들은 그런 고생쯤 약과로 여기면서 넓은 땅을 파일구어 내 땅을 장만하는 자미에 깨가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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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山荷量[산하량] 신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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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서는 농사가 다 된 가을에 가서 면이 그 관내 농가 한 호 한 호의 그 해 작부(作付)면적과 농사 된 품을 기초로 박첨지는 암만, 돌이는 암만 이렇게 출하량을 배정하여 내보낸다. 그리고 매석(每石) 1원의 출하장려금도 현물의 출하가 있은 뒤에 비로소 내주게 된다. 그러나 만주에서는 그와 전연 반대로, 봄 일찌감치 농민 자신이 촌공소(村公所)면 촌공소에 출두하여, 혹은 둔장(屯長, 區長[구장])을 통하여, 나는 금년에 암만치 땅을 부칠 터인데 그 수확이 암만이 될 것이요, 그중에서 종자와 자가용(自家用) 암만을 까고 나면 암만이 남을 터인즉 그 암만을 출하할 수 있소 하고 신청을 한다. 그러면 당국에서는 그 확실성 여부를 조사한 후, 좋다 그래라 하고 매 1백킬로(약 170근)에 대하여 1원씩의 장려금을 선금으로 척척 내어준다. 하면 농민은 그 돈을 받아다가 농자(農資)에도 보태고 하여 봄과 여름 농사를 지어서 가을에 추수를 하여가지고 척척 소약량(所約量)의 출하를 한다. 너는 금년에 몇 정보를 부쳐서 암만을 추수하고도 어째 내노라는 암만을 내놓지 않느냐? 웬걸입쇼. 농사가 잘못 돼서 거둔 거라곤 죄다 해넉 섬인데 여덟 섬 공출을 어떻게 하는갑쇼? 이러면서 피차간 승강이 간혹가다 없지 아니한 출하량 명령제보다는 간도의 방식이 대단히 의좋고 점잖을 것같이 생각되었다. 물론 거기에도 폐단이 없지야 아니할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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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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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씩씩하였다. 도시엘 가거나 농촌엘 가거나 학교에 다닌 청년이거나 못 다닌 청년이거나 모두가 가슴이 떡 벌어지고 몸이 꼿꼿하고 눈에 정기가 있고 활개를 커다랗게 치면서 뚜벅뚜벅 힘차게 걸음을 걷는다. 꼭 평복(平服)한 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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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부터 자위단(自衛團) 기타에 들어가 가지고 군대식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젊은이 치고 총 한 방 법식(法式)대로 쏠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내년의 징병제 실시를 앞두고 청년 특별훈련에 있어서도 일본적인 예의범절 외에는 조선보다 한걸음 앞선 성적을 보이리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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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國語熱[국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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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하였다. 어린 사람들을 만나 무심코 조선말로 수작을 내었다가 저편이 얼른 유창한 국어로 대응을 하여서 그만 면괴(面愧)한 일도 있었다. 대이수구라는 동네엘 갔더니, 마침 학교에서 종을 치기에, 겨울방학 중인데 무슨 종이냐고 물은즉, 부인네들의 국어강습회라고 하였다. 과연 집집에서 공책 등을 끼고 젊은 여인, 어린 처녀, 애기 업은 이, 노인 모두들 꾸역꾸역 학교로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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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현(延吉縣)의 덕신촌(德新村)에서는 청년들이 10리씩 되는 각 부락으로 매일 나다니면서 일일일어주의(一日一語主義)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 연길현 한 현만 하여도(현은 조선의 郡인데) 국어강습소가 자그마치 7백에, 강습생이 현재로 4만 명이라고 하니 놀라지 아니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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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半島[반도]の光[광] 1943년 4월호>
【원문】농산물 출하(공출) 기타 (農産物 出荷(供出) 其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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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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