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득한 옛날에 해를 하느님으로 알고, 하느님을 조상으로 믿는 백성이 있었읍니다. 본디 대륙의 깊은 곳에 살더니, 해 뜨는 쪽을 그리워하여 차차 동녘으로 옮아 나왔읍니다. 그리하다가 동해(東海) 가까운 곳에 하늘까지 닿은 듯한 높고 큰 산을 만나 보고, 여기를 하느님께서 인간에 내려오셔서 머물러 계시는 데로 알고서, 이 산을 의지하여 자손을 불리면서 즐겁게 살았읍니다. 이 산이 곧 시방 백두산입니다.
3
오래 지내는 동안에 하느님의 몇째 아드님이라 하시는 환웅(桓雄)이란 어른이 나타나셔서, 이 백성에게 농사하는 재주를 가르치시고, 잘하고 잘못 하는 일을 가려서 사람으로 하여금 바른 길을 걸어 나가게 하시고, 이밖에 사람이 덩어리져서 사는 데 요긴한 여러 가지 법도를 마련하여서 이 세상에 처음 보는 아름다운 처소가 되었읍니다. 여기를 「밝으뉘」라 이르니, 곧 신령님의 다스리시는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4
세월이 길어지매 밝으뉘에 백성이 많이 늘어서 거기서만 살기 어려우므로, 그 넘치는 백성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읍니다. 이네들은 밝으뉘에서 사람사는 법을 가지고 나가서, 여기저기 농사짓기 좋은 곳에 덩어리져 사니, 이러한 곳을 그때 말로 「불」이라 일컫고, 불이 변하여 뒤에 「 부여(扶餘) 」라고 이르기도 하였읍니다.
5
북녘 송화강과 동녘 두만강과 서녘 압록강과 남녘으로 큰 산마루를 사이하여 있는 청천강 등을 끼고 내려가면서, 여기저기 작고 큰 부여가 무수 하게 생겨났읍니다. 이러한 부여들은 제각기 백성을 다스리되, 백두산의 밝으 뉘를 근본으로 높여서, 무릇 크나큰 일은 여기 뜻을 받아서 행하였읍니다.
6
밝으뉘의 환웅님께서 이 세상에서 신령스러운 아낙네를 장가드셔서 아드님을 낳으시니, 그 이름을 단군이라 하셨읍니다. 단군이라 함은 하늘같이 거룩한 어른이라는 뜻입니다. 단군이 자라시매 환웅님은 이 세상 일을 아드님께 맡기시고, 당신은 도로 하늘 위의 신령이 되셨는데, 단군께서는 세상을 다스리기에 편리함을 취하여, 인간 많이 모인 곳으로 처소를 옮기기로 하셨읍니다.
7
여러 군데를 듣보시다가 시방 대동강 흐르는 곳의 지리(地理)가 좋음을 보시고, 여기다가 나라를 배포하시고 그 이름을 조선이라 하시니, 조선은 날이 새면 먼저 환해지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강가에 성을 쌓아 도읍을 만드시고, 이름을 완검성(王儉城)이라 하시니, 위엄스러운 어른이 계시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8
이 조선은 시방 평양으로부터 황해도 북쪽에 걸치는 넓은 바닥이요, 왕검성은 시방 평양시의 물건너 쪽인 대동강의 왼편 가장자리에 있었읍니다. 단군께서 조선 나라를 배포하신 것은 우리가 새로 독립한 해로부터 四二七八[사이칠팔] 년 전의 일입니다.
9
단군님의 조선 나라가 대동강가에 이룩되매, 사방의 여러 부여들은 다 조선을 웃어른의 나라가 섬겨서 너나할 것 없이 모든 큰일을 여기 와서 취품하여 갔읍니다. 단군님께서는 그전보다 개명한 여러 가지 제도와 진보한 갖가지 기술로써 이 부여들을 가르치셔서, 단군님의 교화(敎化)밑에 있는 백성들의 아름답게 사는 모양은 타방 무무한 백성들이 크게 부러워하는 바 이었다.
10
환웅님으로부터 단군님으로 계승하여 나오면서, 직접으로 그 교화에 젖어있는 모든 백성을 그때에 「밝」사람이라 부르니, 밝이라 함은 본디 해를 형용하는 말로서, 하느님을 가리키는 말로 쓰기도 하고, 또 문명 개화한 모양을 형용하는 말로 쓰기도 하여서, 밝 사람이라 함은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자손이라는 뜻이요, 한편으로는 또 문명 개화한 백성이라는 뜻이었읍니다. 이 밝을 뒤에 한문으로 「白[백]」자를 쓰고 白[백]이 다시 여러 다른 글자로 변하여 나갔읍니다.
11
단군이라는 이름으로써 세상을 거느리신 지 一[일]천여 년을 지내서, 세상 다스리는 제도가 차차 어수선하여지매, 나라 일을 두 부분으로 갈랐읍니다. 하나는 하느님을 위하여 제사 올리고, 기도 드리고, 점치고, 공수 주는 등 모든 신령스러운 일이니, 이런 일을 따로 떼어 맡으신 어른은 그전과 같이 단군이라는 이름을 가지시고, 신령님이 계신 곳으로 믿는 구월산(九月山) 밑에 새 도읍을 만들고 그리 옮아가셨읍니다.
12
다른 하나는 법률과 도덕과 기술로써 백성을 가르치고, 다스리고, 거느리는 등 세상 관계의 일이니, 이 일을 떼어 맡으신 어른을 새로 「 개아지 」라는 이름으로써, 여전히 평양 왕검성에서 조선 나라의 임금 노릇을 하고 계셨읍니다. 개아지라 함은 해의 자손이라는 뜻이요, 해는 곧 하느님이신 데, 임금이 세상 다스리는 권능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자와 가진 것이라는 의미를 포함한 이름입니다. 개아지는 뒤로 기자(箕子)라고 와전하였읍니다.
13
개아지의 이름으로써 임금 노릇하신 동안이 또한 一[일]천여 년이니, 이 두 도막을 합하여 옛날 조선의 누린 연대가 무릇 二一四[이일사] ○ 년 이었읍니다.
14
단군과 개아지의 이름으로써 임금 노릇하신 동안이 각각 천여 년이 되시니, 단군이고 개아지고 그 대수가 줄잡아도 수십 분이 되시겠지마는, 그때 세상은 심히 단순한 고로 그 한 ᄟ 한 분의 이름이 따로 뒤에 전해 내려올만 한 두드러진 일이 없기 때문에, 이제 그 자세한 일을 알 수 없읍니다.
15
다만, 조선 나라를 처음 배포하신 첫대 단군님은 특별히 단군 왕검이라는 이름을 전하여 오니, 그는 워낙 우리나라의 시조이심으로써 뒤의 사람의 그 은덕을 사모함이 깊고 크기 때문입니다. 후세에 보통으로 단군이라고 여쭙는 어른은 곧 단군 왕검이십니다.
16
조선 나라를 대동강 가장자리에 배포하신 뒤에, 이 근처에서 제일 거룩하게 생긴 구월산이 하느님을 모시고 높이는 신성한 처소가 되고, 또 단군 노릇하신 어른은 이 세상을 떠나시면, 역시 구월산으로 들어가서 신령이 되 신다고 믿어 왔읍니다. 그래서 구월산에는 하느님과 그 아들 환웅님과 또 그 아들 단군 왕검님 세분을 모시고 제사하는 처소가 있어서 삼성사(三聖祠)라고 일컬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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