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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讀者)의 양(量) 문제(問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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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9.26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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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者의 量 問題
 
 
2
그 동안까지는 일간신문에서 도합 여섯 편 내지 여덟 편의 장편소설을 일시에 끌고 나갔었다. 그것이 일년 통계를 하면 15편 내지 20편이 되었었다. 즉 일간신문을 통하여 매년 15편으로부터 20편의 장편소설이 조선문단에서 소화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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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넉넉한 기관이요 풍족한 분량이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런 대로 지탱은 해냐가지 못할 것은 또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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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지금은 3분지 1로 준 셈이다. 그러고 장편소설의 발표량은 4분지 1로 더 줄어들었다. (이상의 숫자는 전부가 講談流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정통소설만을 추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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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은 그리하여 전과 같이 신문을 바라고는 도저히 생도(生途)가 막연한 형편에 이르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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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문학은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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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무엇을 쓰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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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은 그런데 장편소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왈 발표문제다. 완연 문청시대(文靑時代)로 돌아간 느낌이 없지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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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더러 전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장편소설을 위해 용신(容身)할 처소를 마련해 달라고 하고는 싶으나 더 늘릴 수 없는 지면인데 그렇게 하자면 단편이 고만한 분량만큼 밀려나가야 하니 그도 못할 노릇이라 아닐 수 없다. 또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조족지혈이지 별반 그리 대단한 효과는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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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오직 남은 길이라곤 전작(全作)이 있을 따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편을 다 써가지고 즉시 한 권의 책자로서 인쇄 발행을 하는 것이다. 그의 발상지인 서구의 선례를 보더라도 기실 전작이야말로 로망(장편소설)의 본도이긴 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장편소설의 장편소설다운 성격과 그 위력을 갖다가 충분히 발휘할 수가 있음이 사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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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장편소설 하나를 한 1백 50 조각으로 산산이 조각을 낸다. 그 한 조각을 4백자 원고용지 다섯 장 즉 글자 2천 자라는 분량을 가지고 그 속에다가 사건을 집어넣고 야마를 두고 해서 어쨌든지 아기자기하고 어쨌든지 아슬아슬하여 도무지 그 다음치를 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만큼 재미있는 걸 만든다. 이렇게 하기를 범 1백 50일을 두고서 매일매일 되풀이를 한다. 이것이 신문의 연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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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연재소설이란 그러므로 말이 장편이지 실상은 2천 자짜리 꽁뜨를 1백 50개 가량 한 개의 원 사건으로 통일시킨 복합장편(複合掌篇)이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법식의 소설이야말로 가장 저널리즘이 요구하는 신문소설인 것이다. 그러하되 반문학적이거나 비예술적이거나 한 것은 상관없고 신문의 목적을 위하여 독자를 즐겁게 하면서 끌고만 나가는 것이면 고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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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저널리즘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들어주어 가면서 그래도 ‘로망’의 정신을 죽이지 않자니 거기에 불편과 병폐가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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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장편소설이 저널리즘에의 기우(寄寓)생활로부터 떠나서 로망의 본도를 찾지 않아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하더라도 언제든지 한번인가는 전작의 길이 적극적으로 개척이 되어야 할 방향이었었다. 그러므로 이번의 기회가 한편으로는 오히려 다행한 것이라고도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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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지 그리하여 장편소설이 몸을 용납할 곳이라곤 전작 한가지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길일지니 불가불 그리로 비벼 뚫고 나가는 도리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제일착으로 다들리게 되는 것이 독자의 양 문제다. 전작은 출판측의 영업수단을 통하여 비로소 활자화가 되는 것이 거진 결정적 조건인데 전작이란 웬만해서는 수지상 채산이 맞기가 어렵다는 게 출판측의 대개 일치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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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두 곳의 출판사가 3,4종의 전작장편을 간행한 실례가 있지만, 대체로 보아 아직껏은 큰 낭패는 당하지 않았으나 우선 성공이랄 것은 못되는 모양이다. 결국은 전작장편이 많은 독자를 가지지 못하는 때문이요, 이것이 전작장편 자신으로 하여금 출판에게 오미트를 당하여 자멸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치명적 약점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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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길은 전작일 것이다. 그러니 장편소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핍절하게 독자의 양의 확대라는 것을 꾀할 방침과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원문】독자(讀者)의 양(量) 문제(問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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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40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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