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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의 철학 ◈
《카탈로그》 본문	1946.12 권환

악마의 철학

─ 우리는 조수물처럼 시시로 우리 앞에 부닥쳐올 여러가지 뜻하지 못하는 고난, 박해에 대하여 각오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대륙의 동편 끝 한구석에

조그맣게 수줍은듯 끼여 있는 이 땅에는

평평한 뒤꼭지 순순한 눈동자

흰 옷만 좋아하는 이 겨레엔

아직 어떠한 철학도 없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도

마호메트의 철학도

니체의 철학도

그러나 뜻밖이었다

기막힌 뜻밖이었다

이 땅에도 철학이 생겼단다

건설의 노래 평화의 노래 민주주의의 노래

모처럼 높아지는 이 땅에

무서운 철학이 생겼단다

피의 철학!

비수의 철학!

허구의 철학!

의사당에 불붙혀 놓고

혼자 깔깔 웃는 히틀러

악마의 철학이!

오! 우리는 각오하여야겠다

각오하여야겠다 우리는

─ 《문학》(2호, 1946)

【원문】악마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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