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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월도 헛되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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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
오장환
1
이 세월도 헛되이
 
 
2
아, 이 세월도 헛되이 물러서는가
 
3
38도라는 술집이 있다.
4
낙원이라는 카페가 있다.
5
춤추는 연놈이나 술 마시는 것들은
6
모두 다 피 흐르는 비수를 손아귀에 쥐고 뛰는 것이다.
7
젊은 사내가 있다.
8
새로 나선 장사치가 있다.
9
예전부터 싸움으로 먹고 사는 무지한 놈들이 있다.
10
내 나라의 심장 속
11
내 나라의 수채물 구멍
12
이 서울 한복판에
13
밤을 도와 기승히 날뛰는 무리가 있다.
14
다만 남에게 지나는 몸채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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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금 내 나라의 커다란 부정을 못 견디게 느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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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똑바른 이성으로 캐내지 못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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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근거리는 젊은 사내의 가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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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둥 양심껏 살 양으로 참고 참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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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할 수 없이 사느냐 죽느냐의 막다른 곳에서
20
다시 장삿길로 나간 소시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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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하는 춤맵시와
22
그리고
23
값싼 허영심에 뻗어갔거나
24
여러 식구를 먹이겠다는 생활고에서 뛰쳐났거나
25
진하게 개어 붙인 분가루와 루 ─ 쥬에
26
모든 표정을 숨기고
27
다만 상대방의 표정을 좇는 뱀의 눈같이 싸늘한 여급의 눈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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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때기로 외투를 해입은 자가 있다.
29
담요때기로 망또를 해두른 놈이 있다.
30
또 어떤 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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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을 희뜩희뜩 비치는 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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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목을 매는 중학생이 있다.
33
아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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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얼마가 지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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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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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즉시는 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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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해 만에 스물여섯 해 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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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몇살 만이라도 좋다.
39
이 세상에 나 처음으로 쥐어보는 내 나라의 깃발에
40
어쩔줄 모르고 울면서 춤추던
41
그리고 밝고 굳세인 새날을 맹서하던 사람들이 아니냐.
42
아 이 서울
43
내 나라의 심장부, 내 나라의 똥수깐,
44
남녘에서 오는 벗이여!
45
북쪽에서 오는 벗이여!
46
제 고향에서 살지 못하고 쫓겨오는 벗이여!
47
또는
48
이곳이 궁금하여 견디지 못하고 허턱 찾아오는 동무여!
49
우리 온몸에 굵게 흐르는 정맥의
50
노리고 더러운 찌꺼기들이여!
51
너는 내 나라의 심장부, 우리의 모든 피검불을 거르는 염통 속에도
52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우리의 백혈구를 만나지 아니했느냐.
 
53
아, 그리고 이 세월도 속절없이 물러서느냐.
【원문】이 세월도 헛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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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장환(吳章煥) [저자]
 
  194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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