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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과업에 대한 사견 (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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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10.18
여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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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과업에 대한 사견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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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자 수일을 병석에서 와병하게 됨에 뜻하지 않은 한가를 얻게 된 지라, 이 기회에 평소의 사색을 정리하고 측근의 동지에게 부탁하여 아래에 한 자 적으니, 이는 건국 도정의 제 문제에 관한 내 평소의 소회를 피력하고 한 가지로 건국의 험로를 걸어가는 동포 제위 앞에 널리 비판과 검토를 받고자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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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하 우리 민족에게 부과된 건국의 제 과제를 고찰함에 제하여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금일 우리가 처하고 있는 국제적 환경에 대한 정확 공정한 인식을 파악하여야 할 것이니, 이는 일국 내의 여하한 문제도 국제적인 연관에서 고립될 수 없다는 일반적인 원칙론에서만 말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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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해방 자체가 벌써 카이로, 포츠담 등 일련의 국제헌장을 배경으로 하는 국제관계의 구체적 소산일 뿐 아니라 전후 약소민족 문제해결의 중요한 일환으로서 조선 문제는 이미 전승 민주연합국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 있으며, 전후 세계재건에 있어서 연합국간 제 관계의 추이는 그대로 우리나라 건국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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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은 결코 우리의 자주성을 말살하고 건국 제 문제의 해결을 단순히 국제관계의 귀추에서 기대함을 의미하여서는 안 될 것이니 오히려 우리의 자주 능동적인 노력이 금일의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일개의 새로운 인자(因子)로서 전후 세계사의 발전방향에 중요한 역할을 부하(負荷)할 수 있는 것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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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건국과업이 내포하고 있는바 국제적 제약성을 십분 인식함과 동시에 나아가서 우리 민족의 자주적 노력의 방향 및 성질 여하는 이 역시 전후 세계정국에 대하여 일개의 중요한 요인으로서 엄연한 일방의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점을 공고하게 쥐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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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구세계의 낡은 유습은 아직 우리 민족에게 이러한 국제적 역할을 주는 데 인색할 것이며 우리 내부에 남아 있는 노예적 전통의 잔재는 이에 대한 우리의 지위를 스스로 비하할 바도 있겠으나 이러한 내외의 장해를 타파함이야말로 오히려 건국도상 우리의 제1과업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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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은 견지에서 나는 건국도상에 있는 우리 민족의 국제정책으로 대략 다음과 같은 제항을 제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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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각개 민족의 완전한 자유와 평등을 원리로 하는 신세계의 평화기구를 제창하는 동시에 우리 민족의 통일, 부강한 독립을 주장하며 전후 세계평화를 위한 여러 국제기관에 대한 우리의 당면한 참여권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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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는 우리나라의 민주적 재건과 우리 민족 생활수준의 급격한 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제 과업의 수행에 있어서 연합 제국의 원조의 필요와 필요성을 확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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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국제적 원조가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침해하거나 우리나라를 전략기지화 혹은 상품시장화 함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이용하려는 여하한 의도에 대하여서도 우리는 철저히 항쟁할 권리를 보유하는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이는 민족의 자주를 위하여서뿐만 아니라 실로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우리에게 부하된 신성한 임무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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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는 연합국의 전승 제 권리를 흔연하게 인정하나, 조선에 있는 시설이나 자재의 여하한 부분도 이를 패망 일제에 대한 전리품이나 배상물로 취급하는 데는 단호히 반대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우리나라의 자연과 우리 민족의 노동의 소산이며 제국주의 침략자의 부당한 권리는 이미 소멸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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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항구적인 세계평화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과 노력은 우리 민족의 국제정책의 부동한 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한 나라에 치우쳐 타국을 배척하고 흑은 각국 간의 분쟁을 이용, 소리질러 어부지리를 구하는 등의 외교정책은 절대로 배격하고, 불편부당한 태도로 민주주의 제국에 대한 공정한 친선관계를 확립 지속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단견자(短見者) 류의 편향외교는 우리 민족의 자주를 위험케 할뿐만 아니라 제3차 대전의 도발을 음모하는 세계 파시스트 잔재 진영에 가담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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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세계문제 처리에 관한 연합국간의 대립 제 현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자주적 입정에서 보다 진보적인 정책을 지지할 것은 물론이나, 이러한 대립은 결코 전쟁에까지는 발전될 성질이 아닌 것을 확신하고, 우리의 정책이 국제간의 대립을 심화시키는 방향을 취함이 없도록 신중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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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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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상과 같은 국제정책의 실현은 오직 우리 민족사회의 민주적 재건과 독립·부강을 통하여서만 보장되는 것이니, 나는 다음에 우리나라의 민주적 재건을 위한 국내적 과업에 대하여 약간의 고찰을 시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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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째로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적인 정부를 수립하여야 할 것이니, 이는 입법과 집행의 기능을 통일한 최고기관으로서 일원제(一院制)의 민주의회를 철저한 인민선거의 기초 위에 확립하고, 중앙집권제에 의한 권력의 집약과 지방자치제에 의한 하부기관의 창의성을 종합 통일한 행정기구를 구성함에 의하여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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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는 인민의 정치적 자유를 위한 기본 제 권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광범한 민중을 국가생활의 제 문제에 직접적으로 능동적으로 동원 참여시키는 방도를 열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중앙과 지방의 의회는 당시 인민대중 속에 광범한 직접 연계를 확보하고 정부기관의 임면·감시의 권한을 장악하여 인민주권을 실질상으로 보장하는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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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우리 신국가의 민주주의는 선진제국이 봉착한 민주주의의 형해화(形骸化)와 기만적 마비의 해독에서 예방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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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둘째로 일체의 제국주의적 봉건잔재의 숙청은 우리 민족의 경제생활면에서도 철저히 수행되어야 할 것이니, 이것은 일제 시설인 산업운수기관 등의 몰수와 토지문제의 평민적 해결에 의하여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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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소탕공작은 어디까지나 신국가의 부강과 민족생활의 향상을 위한 경제정책의 방향을 지향하여야 할 것이니, 산업의 특수한 부문이나 기관을 국영·공영으로 하는 이외에는 광범한 사영(私營)을 용인하여 이윤의 자극과 개인의 창의에 의한 자본주의적 발전의 상당한 기간을 허여하는 것은 현하 조선 사회의 발전단계로 보아 필요한 정책인 것이며, 토지개혁에 있어서도 토지에서 유리되는 지주에게 생계의 개척과 근로의 기회를 열어주는 국가적 시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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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우리나라의 소시민의 다대한 부분이 그 중소 재산을 토지의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 실정과 토지개혁의 건설적 의의를 연결하여 고려한다면, 이 문제는 중요한 의의를 가져야 되는 것이며 다양한 시책이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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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의 경제정책과 아울러 근로인민 대중을 위하여 조직된 광범하고 전체적인 노동입법의 제 정책은 신 국가건설의 기본문제로서 절대한 중요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가의 모든 성원에게 노동의 권리를 보장하여 실업을 절멸하고, 8시간 노동제와 노동 제 보험, 단체 계약권의 확립을 위시한 노동조합 활동의 국가적 보장 등 근로인민의 행복과 자유를 위한 일체의 조치가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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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같은 경제정책과 동시에 조선을 현재에 낙후된 농업국 원료생산지의 지위에서 조속히 탈각하고 고도의 공업국에의 증진과 인민생활의 향상을 실현하기 위한 종합적인 계획경제의 노선이 준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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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러나 우리의 민주건국은 우리나라 문화의 민주적 재건 없이는 완성될 수 없는 것이니, 제국주의 하에서 질식되었던 우리 민족문화를 급속히 발전시켜서 금일의 고도한 국제문화의 특수한 일환으로서 과부(誇負)할 수 있게 하는 것과 광범한 인민생활의 전 분야에 문화적 계몽을 침투시켜서 우리 민족 전체의 문화적 향상을 실현하는 것은 일개의 거대한 통일적 과제로서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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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민족문화의 건설; 우리는 새로운 민족문화의 건설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니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과 생활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인류의 연대적 정신과 세계사의 전체적 지향을 섭취하여 민족적이면서도 동시에 세계적인 신문화가 건설되어야 할 것이며, 신화적인 독단주의와 배외적인 편애주의를 배격하여 과학과 자유평등과 우호의 정신을 기조로 한 고매하고 청신한 우리 민족의 새 문화가 건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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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문화적 향상; 민족 전체의 문화적 향상 특히 근로인민 대중의 문화적 향상을 위한 광범한 시책이 필요하다. 민중생활의 전 영역에서 일체의 봉건적 유습을 숙청하고 민중을 정신적으로 해방하기 위하여 광범한 계몽운동을 조직하여야 할 것이며, 의무교육과 성인교육에 의한 전국적 문맹퇴치운동, 각종 유사종교 및 미신타파 운동 등이 특히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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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국가에 의한 민중문화의 제 시설, 국립도서관, 극장, 출판소 등의 활발한 발전이 있어야 할 것이며, 각종 학교를 위시한 교육 연구기관의 충실을 꾀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기관이 전 민중에게 균등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빈부·직업·지역 등의 차로 인한 장해를 배제할 수 있는 현명한 시책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문화의 모든 정책은 그 내용뿐만 아니라 그 방법과 형태에 있어서 완전한 민주주의 노선이 엄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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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학 안에 표시된 것과 같은 관료적인 통제는 학문의 자유를 무시하는 파시스트적 방법이며, 이러한 방법으로서는 건전한 민주문화 건설은 도저히 불가능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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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가 관계하게 된 좌우합작 운동은 이상에 제시한바 내 소신의 실천적 표현의 일부인 것이다. 현하 우리 민족이 처하고 있는 내외정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우리 자주정부의 수립이 민족통일과 좌우연립을 전제로 함은 명백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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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내부의 분열과 대립은 우리에 대한 연합국의 국제원조를 대행하는 미소 양국의 대립과 미묘한 상호작용을 계속하면서 미소공위를 중단시키고 과도정부의 수립을 암담한 천연 속에 매몰시킨 중요원인이 되어 있으니, 밖으로 미소의 일치가 있거나 안으로 민족의 통일이 성취되기 전에는 국면의 전환을 바라기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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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밖으로 미소 간에 타협이 먼저 성립될 때에는 우리의 내부적인 통일 혹은 연합은 외적 유도 하에서 실현될 것이며, 만일 우리가 자주적으로 일정한 형태의 내부적 연합을 먼저 실현할 수 있을 때에는 오히려 조선 문제에 관한 미소의 일치를 촉진하면서 건국의 과업을 전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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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경우에나 우리에게 부여되는 결과는 우선 좌우연립의 과도 정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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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의 좌우합작은 그 주요 목표를 미소공위 속개의 요구와 이것을 통한 민주임시정부의 수립촉진에 두는 것이다. 이 기본요구를 내세우고 전민족의 환시(環視)와 비판 앞에서 미소공위를 정체시킨 제 원인을 다시금 검토하고 그 장해를 제거하기에 노력할 것이며, 임시정부수립에 이르는 과도기간에 있어서의 남조선의 시급한 민생 제 문제를 위한 민의의 반영과 과도조치의 역할을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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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합작은 원래가 계급적 기초와 정치적 이념을 달리하는 당파와 세력 간에 성립되는 일정한 한계성을 가진 정치적 협상이 아닐 수 없는 만큼 합작에 참가한 각 성원은 각기 자체의 독자성을 보류하는 동시에 서로 양보하고 협조하는 공동정신을 발휘하여야 할 것이며 중대한 문제에 관하여 견해의 차이가 생길 때에는 광범한 전 민족 대중의 비판에 맡겨 그 옳고 그름을 결정할 아량과 자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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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합작의 사명이 민주적 건국에 있는 만큼 일체의 반민주적 요소·친일파·민족반역자·봉건잔재의 소탕이라는 우리 민족 당면의 투쟁과제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대국적으로 상호제휴를 견고히 하고, 이들 반민주적 요소가 좌우분열을 이용하여 자체의 잔명을 유지하려는 일체의 책동을 엄연 봉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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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동시에 미군정이 제시하는 정책에 대하여서도 그것이 민중생활에 미치는 현실적 영향을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관여할 기회를 포착하고, 그 반동면의 억제와 그 진보면의 조장을 위하여 굴신자재(屈伸自在: 신축적인)태도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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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친일파·민족반역자·봉건잔재 등을 군정에서 분리 추방하도록 현명한 방책을 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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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에서 제시한 입법기관의 문제에 대하여서도 기계적으로 반대함은 현명한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것이 군정에 대한 보조적인 자문기관화 하는 것을 방지하여 이 기관이 진정한 민주적 원칙에 선 민족적 발언과 감시를 실행할 수 있는 권위를 보장하는 일방, 과도정부 수립에 대한 민족적 요망을 이것으로 대행 해소함이 없도록 엄중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사법과 경찰을 숙청하여 민중에게 주고 있는 심리적 강압을 일소하지 않고는 공정한 선거는 도저히 불가능함을 지적하고 진정한 민주주의적 대안과 요구를 제시하여 입법기관이 반민주주의 분자에게 장악 이용되지 않도록 노력함이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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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에 미소공위가 이대로 중지되고 과도정부 수립이 이 이상 지연된다면, 민족의 운명에 중대한 위기가 도래할 것은 남조선 일대의 최근의 불행한 상태가 이미 경고하는 바이다. 그러므로 미소에 공위속개와 과도정부 수립을 급속 실행하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이 국제적 책무를 실현하는 능력과 성의가 없다면 양국은 당연히 우리 국토에서 즉시 철퇴하여 우리 건국문제를 우리 민족의 완전한 자주에 일임할 것을 강경하게 주장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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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신문》, 1946년 10월 18일~22일)
【원문】건국과업에 대한 사견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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