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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운동의 신전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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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12
윤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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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운동의 신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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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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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조선민족 전체가 영원히 기념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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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은 파쇼국가의 전면적 패퇴와 진보적 민주주의국가의 완전한 승리로 귀결됨에 따라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 압정하에 신음하는 조선 민족도 자유와 해방의 제일보를 내딛어 자주독립의 길로 매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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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가혹 간악하기 그 유례가 없었던 제국주의 일본의 강제적 지배와 노예적 폭정의 질곡과 족쇄 하에 착취와 억압을 당하던 삼천만 대중은 역사적 창조의 날인 8월 15일을 계기로 빼앗겼던 자유를 다시 찾고 잃어버렸던 주권을 다시 얻는 해방의 기쁨을 절규하면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각 부면의 건설운동은 가속도적으로 발랄히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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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난마상태와 같은 지극히 혼란된 정치 분야의 동향과 함께 문화부면에 있어서도 통일협조를 목표로 무원칙적·무비판적인, 다만 소박한 정치이론의 기계적 결부인 우론(愚論)에 치중한 대동단결을 도모하였으나 오히려 분열이상의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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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무원칙적 아무 비판조차 없이 비조직적 행동을 감행하려고 함은 어느 부면에 있어서도 그러하지만, 확고한 세계관과 부동의 이데올로기를 파악 견지하고 있는 문화영역에 있어서는 더 한층 한 개 조직형태로서의 단체행동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대중 앞에 여실히 폭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이는 곧 <조선문화건설중앙협의회>라는 아무 기초가 없이 그저 모이기 위하여 모인 공중누각적 신기루와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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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굴욕의 날, 압박의 날, 착취의 긴 날은 끝나고 자유와 해방의 날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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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8월 15일 직후 전 문화영역에 군림하려던 <문협>의 선언 모두이니, 과연 굴욕, 압박, 착취의 날은 끝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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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논의보다도 8월 15일 이후 조선의 현실 ─ 경방투쟁, 화신쟁의 이외 수많은 쟁의 ─ 이 웅변으로 확증하는 바이니, <문협>의 견해와 행동은 의식적으로 민족의식만 고양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이데올로기의 계급성까지도 말살하려는 과오를 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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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누구보다도 조선을 사랑하고 조선민족의 진정한 행복을 기원하기 때문에 이를 실현함에는 조선민족의 절대다수인 노동자, 농민, 일반 근로대중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해방의 비타협적 조류와 투쟁적 목표를 향하여 문화인으로서의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살인적 탄압 밑에서도 부단히 과감한 투쟁을 계속해오지 않았던가. 이 엄염한 사실이 과거 조선에 있어서 계급예술가들에게 부여된 유일의 임무요 투쟁역사라면, 일시적이나마 분산되었던, 이데올로기가 동일한 계급예술가들이 한 개의 확고한 기본조직을 의식적으로 형성한다는 것은 당연 이상의 당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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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예술가 집단으로서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하여 항쟁하는 힘이 확대 강화됨을 두려워하던 끝에 각 부문의 백 명에 가까운 예술가를 대량 검거 후 혹형, 감금 일 년만에 전위예술가 30명을 투옥시킨 후 단체까지 유린·해체시켜 영어의 몸으로서 단체상(團體喪)을 당하였던 우리들이, 8월 15일 이후 우리들의 유일한 조직을 재건하기에 노력하고 활동하였다는 사실을 누가 거부코자 하며 누가 과오라고 지적하겠는가. 우리들의 핵심적 기본조직체를 재건하게 되었다는 엄연한 사실은 이 또한 우연한 일이 아니요, 역사적 필연성에 관련된 계급적 임무의 일환으로서의 계급예술가들에게 부여된 유일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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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파쇼’가 종지부를 찍고 일본 제국주의의 전면적 붕괴를 고한 오늘날 이와 같은 역사적 필연성에 의한 세기적 사실을 역사의 역전이라든가 일시적 그릇된 현상이라고 왜곡하고 부인할 자 누구이며, 앞날의 새로운 역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려는 계급예술가들의 장엄한 행진을 방해하려는 자 누구이냐. 우리들은 세계관이 같고 이데올로기가 같은 양심적 계급예술가들의 주체적 기본조직만이 반동 예술가를 제외한 일체 진보적 예술가를 포섭하여 현단계에 있어서 가장 정당한 길로 이끌고 나아갈 수 있다는 신념하에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을 재건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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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문협>과의 근본적 차이점이 있는 것이니, 문화영역에 있어서는 각자 이데올로기의 독자성이 있는 기본조직이 없이는 잠정적이나마 협의기관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시적 존재의 가치조차 의심할 만치 조직체의 내재적 큰 모순을 내포하게 되는 것이니, <문협>휘하의 각 부문별 건설본부가 <문학건설본부>만 남기고 전부 자발적 해체를 단행한 사실만 보더라도 무원칙적 가공적 조직이 얼마나 위험하다는 증거뿐만이 아니라 일면으로는 혼란상태에 빠지게 하는 가장 유해하다는 점을 현실이 증명하고야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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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8월 15일 이후 우리들 계급예술가들의 동향은 어떠하였으며 조직활동은 여하하였던가. 1935년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 탄압으로 유린·해체되었던 <조선프로예술동맹>의 재건설 요망은 구<카프>원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혁명예술가 진보적 , 경향예술가, 전반의 대중적 열의임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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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9월 15일에는 <조선프로음악동맹>과 <조선프로미술동맹>이 많은 동지들의 열렬한 성원 하에 결성되었고, 9월 17일에는 백명 가까운 문예가의 발의로 <조선프로문학동맹>의 첫출발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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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예영역에 있어서 핵심적 기본조직체를 갖게 되었으니 이것이 곧 우리들 문학자로서의 역사적 사명인 동시에 계급적 임무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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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9월 27일에는 전 연극인 지원 하에 <조선프로연극동맹>이 조직되었고, 9월 30일에는 예술부문별의 각 동맹이 선출한 의원으로 구성된 협의 기관인 <조선프로 예술동맹>의 결성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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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직은 과연 우리들의 원칙적 기본조직이기 때문에 조직방법에 있어서 합법성과 정당성을 잃지 않으려고 세심의 용의를 거듭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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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공개된 대회석상에서 다음의 선언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당면한 예술운동을 적극적으로 진전시킬 것을 각자 맹세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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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노동자 농민 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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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인텔리겐챠 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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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와 흥분의 8월15일! 일본정부의 연합군의 대한 무조건 항복으로 조선에 있어서 일본 제국주의는 전면적 패퇴를 보게 되고 오랫동안 질곡과 압박 그리고 야만적인 착취에서 신음하던 조선민족은 해방의 기쁜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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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중적 질곡과 철쇄 밑에서 압작 착취를 당하고 있던 노동대중의 계급적 해방은 되지 못하였다. 의연히 토착 부르주아와 소작인에 군림하는 지주의 착취대상으로 되어 있다. 그들은 벌써 노동계급과 정면 대립한 진영을 규합 형성하여 전면적 공세를 취하고 있다. 애국주의를 부르짖으면서 ‘파시즘’ 의 길로, 반동의 길로 매진하는 사실을 우리는 똑바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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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극히 혼돈된 정세 하에도 이데올로기의 구획선만은 확연하게 그어져 있다. 이데올로기의 중간적 존재는 벌써 허용되지 못할 만치 발전되었다. 그것은 예술전선에 있어서도 예외로 남아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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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들 앞에는 의연히 노동자·농민의 해방을 위한 치열한 투쟁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며, 또 예술전선을 담당한 우리는 진정한 프롤레타리아예술의 확립과 일체 반동적 예술의 철저한 배격을 위하여 용감히 투쟁해야 할 의무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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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우리는 1935년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적 탄압으로 유린 해체된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연맹>을 재건·결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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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행동도 결국 계급적 진리의 인식과 실천뿐이다. 이데올로기엔 가식과 절충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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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길은 오직 하나뿐이므로 이 길의 달성을 위해 투쟁하면서 광휘의 앞날을 바라보며 매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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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우리들 예술가의 당면한 새로운 과제로 현 단계에 있어서 정치와 예술의 관련성을 재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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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과거에 있어서도 그러하였지만 어느 시기에든지 정치를 무시한 예술운동을 주장하지 않는다. 도리어 예술활동의 정치성을 어느 예술가들보다도 강렬히 주장해 온 것이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므로 현단계의 정치노선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정당한 활동을 전개할 집단이 우리들 조직 이외에 또 다시 없다는 것을 여기에서 서슴지 않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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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노선을 무시하고는 예술운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술활동의 자멸이요, 조직활동의 무기력, 약체화 이외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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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치이론의 기계적 결부는 또한 가장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니, 계급적 입장까지 폐기하면서 민족예술을 제창하고 예술운동을 전개하라는 원칙적 방법론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현 단계의 정치면의 대동단결이 그대로 문화면에 있어서 무원칙적·무비판적, 더구나 계급적 이데올로기까지 억압하면서 기계적 결합을 주장한다면 예술의 특수성을 모르는 사람이며 예술적 조직의 ABC도 모르는 무지한 자의 우론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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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현 단계의 가장 정당한 당의 정치노선을 누구보다도 인식하고 예술분야에 있어서 가장 새로운 예술활동을 감행하기 위하여 당면한 활동방침과 행동강령을 제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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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단계에 즉응하는 활동방침과 행동강령을 그 시기시기에 따라 제정하고 또한 실천으로 옮긴다 해도 우리들의 기본조직에는 아무런 영향과 변동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조직체가 확대 강화되고 활동분야가 넓어지고 행동이 활발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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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칙적 기본강령도 그 정세에 따라 내세우지 않을 뿐이지 폐기한다든가 수정한다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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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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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단계가 요구하는 당면적 활동방침과 행동강령에 의하여 우리들은 종전보다 몇 배 이상의 예술활동을 대중 앞에 강력적 효과적으로 대담히 전개하기를 서로 약속하자! 광휘 있는 명일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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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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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운동』. 1945년 12월
【원문】예술운동의 신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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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기정(尹基鼎) [저자]
 
  # 예술운동(잡지) [출처]
 
  194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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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10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