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원문(轅門)에 월흑(月黑)하니 수운(愁雲)이 적막(寂寞)하다.
3
초패왕(楚覇王)은 초(楚)를 장차 잃단 말가.
4
역발산(力拔山)도 쓸데없고 기개세(氣蓋世)도 할일 없다.
5
칼 짚고 일어나니 사면(四面)이 초가(楚歌)로다.
6
우혜우혜(虞兮虞兮) 내약하(奈若何)오. 낸들 너를 어이하리,
7
삼보(三步)에 주저(躊躇)하고 오보(五步)에 체읍(涕泣)하니
8
삼군(三軍)이 흩어지고 마음이 산란(散亂)하다.
9
평생(平生)에 원(願)하기를 금고(金鼓)를 울리면서
10
강동(江東)으로 가쟀더니 불의에 패망하니
11
어찌 낯을 들고 부모님을 다시 뵈며 초강백성(楚江百姓) 어이보리.
12
백대 영웅 호걸(百代英雄豪傑)들아, 초한승부(楚漢勝負) 들어보소.
13
절인지용(絶人之勇) 부질없고 순민심(順民心)이 으뜸이라.
14
한패공(漢沛公)의 백만대병 구리산하(九里山下) 십면매복(十面埋伏)
15
대진(大陳)을 둘러치고 초패왕(楚覇王)을 잡으렬 제,
16
천하 병마 도원수(都元帥)는 걸식표모(乞食漂母) 한신(韓信)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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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단(大將壇) 높이 올라 천하 제후 호령할 제
18
형양성고(滎陽成皐) 험한 길과 팽성도(彭城道) 오백리에
19
거리거리 복병이요, 두루두루 매복(埋伏)이라.
20
모계(謀計) 많은 이좌거(李左車)는 초패왕(楚覇王)을 유인(誘引)하고
21
산(算) 잘 놓는 장자방(張子房)은 계명산(鷄鳴山) 추야월(秋夜月)에
22
옥통소(玉洞簫)를 슬피 불어 팔천 제자(八千弟子) 흩을 적에 그 노래에 하였으되,
23
구추삼경(九秋三更) 깊은 밤에 하늘이 높고 달이 밝다.
24
청천(靑天)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 객의 수심(愁心)을 돋우는 듯,
25
변방만리(邊方萬里) 사지(死地)중에 정벌(정伐)하는 저 군사야,
26
너의 패왕(覇王) 세곤(勢困)하여 전쟁하면 죽을테라
27
철갑(鐵甲)을 굳이 입고 날랜 칼에 빼어드니
28
천금같이 중한 몸이 전장검혼(戰場劍魂)이 되겠구나.
29
호생오사(好生惡死)하는 마음 사람마다 있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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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어찌하여 죽기를 저리 즐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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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당상(堂上) 학발양친(鶴髮兩親) 어느 누구라 위로하며
32
홍안처자(紅顔妻子)들은 한산낙엽(寒山落葉) 찬 바람에 새옷 지어 넣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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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같이 고운 얼굴 망부(望夫)하는 깊은 간장(肝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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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눈물 밤낮으로 흘리면서 이마위에 손을 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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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던 길 바라보며 망부석(望夫石)이 되단 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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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하(南山下)의 좋은 밭은 어느 장부 갈아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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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정(太湖亭) 빚은 술은 뉘로하여 맛을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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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안 자식 애비 불러 밤낮없이 슬피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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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낭군 떠날 적에 중문(中門)에서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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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홍안(靑春紅顔)두고 가니 명년 구월 돌아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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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석(金石)같이 맺은 언약 방촌간(方寸間)에 깊이 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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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마자 했건마는 원앙금(鴛鴦衿) 앵무침(鸚鵡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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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반측(輾轉反側) 생각할 제 팔년풍진(八年風塵) 다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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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는가 살았는가 적막사창(寂寞紗窓) 빈 방(房)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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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부모 장탄식(長歎息)을 뉘로 하여 위로(慰勞)하리.
50
부모같이 중한이는 천지간(天地間)에 없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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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군(郞君) 그려 설운마음 차마 진정(眞情) 못할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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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상(烏鵲橋上) 견우직녀(牽牛織女) 일년 일도(一年一度) 보건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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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슨 죄(罪)로 좋은 연분(緣分) 그리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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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귀어(天命歸於) 한왕(漢王)하니 가련(可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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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년 풍진 대공업(大功業)이 속절(俗節)없이 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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