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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인(文學人)의 촉감(觸感) ◈
◇ 금(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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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6.5~
채만식
1
(3) 金
 
 
2
이것은 작년 늦은 가을 광주에 갔던 이야기다.
 
3
최군은 자동차까지 세내어서 지금도 그곳에서 개업을 하고 있는 닥터 M과 나를 현장으로 안내하였다.
 
4
논 밭 산이 섞인 삼백만 평이나 되는 광구 중에서 방죽을 시굴을 하는 판이었었다. 방죽 바닥은 여름 동안 그 지독한 가뭄에 바싹 말라 잡초가 제멋대로 무성했다.
 
5
사방 육 척의 한 평 넓이를 팠다고 하나 속으로 내려가면서 비스듬히 안으로 버드러졌기 때문에 '감'의 실면적은 사방 넉 자밖에는 아니 되었다.
 
6
파놓은 곳을 보니 깊이는 석 자 가량인데 이 석 자의 두께가 ‘벌흙'이라고 새까만 흙이다. 이 벌흙이 두텁고 엷고 한데 따라서 사금광의 성적이 나쁘고 좋은 것이 우선 결정이 되는 것이다.
 
7
그것은 이놈이 두터우면 파내기에 그만큼 힘이 더 들고 엷으면 그만큼 힘이 덜 드는 때문이다.
 
8
그런데 어느 사금광은 벌흙의 두께가 6,7척이나 되는데 최군의 이것은 겨우 석 자밖에 아니 된다는 것이다.
 
9
벌흙을 다 들어낸 곳에는 사금판의 숙어로 ‘감’ 혹은 ‘감토’라는 것이 나와 있다. 지금까지 덮여 있는 차지고 검은 벌흙과는 아주 딴판으로 세사(細沙)와 제일 큰 놈이 주먹만큼씩한 잔 돌멩이가 섞인 누르스름한 흙이다. 이 속에 ‘금’이 들어 있는 것이다.
 
10
그러나 이 ‘감'은 무제한코 깊이 박힌 것은 아니다. 광이 좋은 놈이라야 두 자 깊이 그렇잖으면 한 자 혹은 그 이내다. ‘감’을 다 드러내면 그 밑에는 또다시 위에 덮여 있는 그런 벌흙이다.
 
11
그러니까 떡과 떡 사이에 박힌 팥고명같이 되어 있다고 보면 제일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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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M과 나는 저 누르스름하고 조잡한 흙 속에서 과연 ‘금’이 나올까 싶어 담뿍 정신이 쏟친 눈으로 작업하는 거동을 바라보았다.
 
13
위선 긁어모은 ‘감’을 조그마한 삼태기에 담아가지고 또 한 사람은 거기에 싯누런 황토물을 끼얹으면서 철썩철썩 얼추 일면서 굵은 돌을 대강 골라낸다. 늦은 가을이라 물 속이 차건만 광부는 벗은 채로 물 속에 들어서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14
이것을 끈기있게 한동안 계속하더니 쳐진 ‘감’을 다시 다른 물 옆으로 퍼가지고 와서 그때에 정말 함지질을 하는 것이다. 그 작업은 시골 여인들이 밥쌀을 이는 것과 흡사하다.
 
15
함지에다가 '감'을 담아가지고 물에 푹 잠가서 한들한들 요리조리 내두르면서 연신 모래들을 함지 밖으로 내보낸다. 함지에 삼분지 일이나 차게 담은 ‘감'을 다 물로 흘려버리고 밑바닥에 가느다란 세사가 약간 남은둥 만둥 할 때에 그 위에 또 다른 ‘감’을 부어가지고 먼저처럼 모두 일어 내보낸다.
 
16
한 세 번 가량 그렇게 하려니 조심조심해서 함지 바닥에 남은 세사를 요리 흘리고 저리 홀리고 그래 급기야 보니까 아닌게아니라 누르스름한 가루가 앞에서 밀려가는 세사의 뒤를 따라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한다.
 
 
 
17
필경 모래를 알심있게 다 내쫓고는 함지 가를 손으로 톡톡 쳐가면서 금을 물이 약간 잠긴 채 조그마한 주발에 옮긴다.
 
18
그놈을 ‘덕대’가 받아서 마침 준비했던 헝겊에 조르르 부어가지고 발끈 쥐어짜서 펴보이는데 정말 ‘금’가루다.
 
19
세사같이 가는 금가룬데 그중에는 싸라기만큼씩한 놈도 섞여 있다.
 
20
이렇게 몇 번을 일워서 다 모은 것이 굵은 콩알보다 좀 크다. 얼마나 되느냐니까 두 돈쭝(重)은 된다는 것이다.
 
21
두 돈쭝이면 그때 지금(地金) 시세로 십칠 원어치다.
 
22
나는 그 ‘금’을 받아들고 바라보았다. 옆에서 보기에는 시원찮디 시원찮게 마치 장난하듯 하던 것이 대번 십칠 원의 돈이 되었다는 것도 있으려니와 나에게는 ‘금’ 그놈이 돈 십칠 원이라는 관념과는 떨어져서 일종 신기로운 가치를 발산하는 것 같았다.
 
 
23
최군의 설명을 들으면 이 광의 함금량(含金量)은 평당 평균 칠분(七分)을 잡는다고 한다. 그러면 그놈이 5원 60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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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평을 파서 금을 일워내기까지에는 토지 사용료, 노동자 임금, 광세(鑛稅), 그 밖에 모든 비용이 삼 원이 넘어 사 원이나 가까이 든다고 한다.
 
25
그렇다고 하더라도 매평에 1원 60전이 고스란히 남으니 “그러면 삼백만 평 광이니 오백만 원이나 이익을 보겠소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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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물었다. 최군은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도저히 그것이 계산대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만일 석금(石金)이라면 그러한 계산 밑에서 그러한 채산이 되지만 사금은 아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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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최군은 소위 ‘뜸쇠’니 ‘자욱쇠’니 ‘갈비쇠'니 하는 함금(含金) 상태에 대한 것과 또 광구가 삼백만 평이라고 해도 그 백분지 일밖에는 채굴이 아니 된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28
그때 그렇게 설명을 들었건만 나는 지금도 그것이 고개가 내둘린다.
 
29
내가 아직도 속을 모르는 또 한 겹 속이 있는지 혹은 사금은 석금과 달라 과학적 방법으로 채굴을 못해서 그런 것인지.
 
 
30
최군의 이 광구 안에서 생긴 일인데 어느 농부가 자기 집 근처에서 - 흙 속에서 - 금이 쏟아져 나오고 하니까 자기 집 벽을 헐어서 그 놈을 함지에다 일워보았다.
 
31
그랬더니 금이 서 돈쭝이 나왔더라고.
 
32
황금광 시대의 한 에피소드다.
 
 
33
‘금’ ‘금’ ‘금’ 금값이 한 돈쭝 5원에서 11원 13원 이렇게 오른 때문에 ‘금’은 잔치집같이 조선을 발끈 뒤집어놓았다.
 
34
그것은 확실히 한 획기적 사실이다.
 
35
물론 금광으로 해서 망한 사람이 수두룩하니 많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천만 원짜리 몇백만 원짜리 몇십만원 짜리 하다못해 몇천 원짜리의 부자가 수두룩하게 쏟아져나온 것이 더 잘 눈에 띈다.
 
36
또 그것으로 해서 수위 ‘경기’라는 것도 무척 좋아졌다.
 
37
“지금 한 괴물이 조선 천지를 횡행한다 ‘금’이라는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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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이란 놈은 그 자체가 발산하는 싯누런 광채와 한가지로 일종의 초현실적인 그리고 아주 ‘우상’의 작용인 것같이 인심(人心)을 지배하고 있다-금 나오느라 또드락 딱, 은 나오느라 또드락 딱 해서 금이 나오고 은이 나오는 '부적 방망이‘처럼.-
 
39
물론 개인개인에게 대해서 보면 금광을 발견해냈다는 우연의 행운도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오만분도(五萬分圖)에서 시작하여 싯누런 황금이 나오게까지 하는 자본의 가세도 없는 것은 아니다.
 
40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법칙'을 초월하는 듯이 보이는 괴물 '금'의 발작의 배후에는 진남포(鎭南浦)나 장항(長項) 등 제련소가 아니면 추운 날 다리를 걷어붙이고 물속에 들어서서 월급 칠팔십 전을 받고 일을 해주는 노동자의 노동의 힘이-노자(勞資)의 법칙이-엄연히 군림(?)해 있는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최군의 광에 가서 눈으로 보았다-한 개의 펜이 그러하고 한 개의 고속도윤전기가 그러하고 한 개의 중폭격기가 다 그래한 것과 마찬가지로.-
【원문】금(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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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