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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우(種牛)와 거세마(去勢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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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6.5~
채만식
1
(7) 種牛와 去勢馬
 
 
2
S라고 하는 친구를 길에서 쭈쩍 만났다. 아마 한 일년 만인가보다.
 
3
서로 그럼직한 인사 끝에 “그래 요새는 홀애비나 면했나?”
 
4
S가 나더러 묻는 것이다. 원 세상에 이런 모욕이 있나!
 
5
“사람을 보고 말을 해! 누구더러 하는 소리야?”
 
6
나는 이렇게 꾸짖(?)었다.
 
7
“어? 거 참 실례했네! 그래 그새 장가를 들고도 그럼 시치미를 뗐네그려? 한턱 내게그려.”
 
8
S군은 내가 꾸짖는 말을 아주 정반대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나는 장가를 가느니 처를 얻느니 하는 것도 다 사람 나름이지 내가 어떻게 그것을 하느냐 사람을 보아가면서 그런 말을 해도 해라, 그래서 “사람을 보고 말을 해!” 한 것인데 S는 그 유머를 고정하게 해석을 해버리고는 장가턱을 내라는 것이다.
 
9
"아니 이 사람이! 글쎄 사람을 보고 말을 하라니까 그리네!“
 
10
“아, 그런가? 네끼 나쁜 친구…… 나는 하도 자네가 으젓하게 그러길래 깜박 속았지.“
 
11
S는 비로소 깨닫고 웃는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S더러 물어보았다.
 
12
“그래 자네는 가정을 가졌으니 그동안 제미나 많이 보나?"
 
13
“이 사람 자네야말로 사람을 보고 말을 하게! 아이구! 글쎄 그새 또 한 개가 생겨났어요 또 한 개! 도합 몇인 줄 아나? 반타째 둘이 모자라 이 사람아!”
 
14
“아니 여보게! 내가 자네더러 애를 많이 나라고를 했단 말인가? 자네 집 삼신님이란 말인가? 왜 이렇게 내게다 대고 부리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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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생각만 해도 속이 답답해서 하는 말이지…… 이대로 낳다가는 아마 일소대는 넉넉 편성시킬 것 같어!“
 
16
S는 웃지도 아니하고 아주 진정으로 1소대 편성을 예상하는 것이다.
 
 
17
S가 서른두 살에 삼남매를 둔 애아버지인 것은 알았지만 그새 또 하나를 나서 그래서 반타째 둘이 모자라게까지 된 것은 몰랐다.
 
18
“이 사람 거 좋잖은가? '낳아라 퍼쳐라‘ 몰라? 그래서 세계를 정복해라.”
 
19
“흥! 이 사람이 백줴 사람을 놀리나? 글쎄 도야지새끼처럼 우쿠루하게 수만 많아서 무엇에 쓰나? 무얼 먹이고 무얼 입히며 어떻게 가르키나?“
 
20
S는 아주 진심으로 대들면서 내게다 자기 격정의 반쯤 떠맡기기라도 할 기세다.
 
21
“그대로 자네는 좋으니…… 다정한 마누라가 있어, 재롱질하는 아들 딸이 있어…… 나가면 벌이요 들어오면 낙이요. 헌데 왜 그리 우나? 내가 아들이나 하나 양자로 달랄까버서?“
 
22
“놀리지 말게. 제발 나는 독신 좀 되어보았으면 하늘이라도 올라가겠네.”
 
23
“나는 제발 정다운 마누라가 있어서 가정맛을 좀 보았으면 하늘이라도 올라가겠네.”
 
24
“나 같은 것은 종우(種牛)나 그런 것이지 인간다운 인간은 못 돼…… 인간씨나 받으려고 살아 있는 인간이야…… 씨 받는 인간 종우!”
 
25
“나는 나 같은 인간은 거제시킨 군마(軍馬)로 생각하는데?”
 
26
“나는 그놈 거세시킨 군마가 부러워이.”
 
27
“나는 종우가 부러워이.”
 
28
“거 참 과부 설움 과부가 안다는데 자네는 그렇게 남의 답답한 속도 모르고 빈정거리기만 하나? 응 이 사람, 가난뱅이 설움 자네도 잘 알면서 그래? 먹고 살 것은 없는데 새끼는 자꾸만 생기고 그걸 어떻게 해?“
 
29
“나는 손자가 늦어가는데……”
 
30
“망할 것! 그럼 자네 처지하고 내 처지하고 바꾸어버리세.”
 
31
“그래도 좋지.”
 
32
“자네가 내가 된다면 어떻게 할 텐가?”
 
33
“아이를 뱄을 때부터 든 돈을 아이마다 따로따로 적어둔단 말이야.“
 
34
이렇게 나는 설명을 하였다.
 
35
그래서 학교를 마쳐줄 때까지의 것을 합산해 가지고 그 놈이 취직을 해서 수입이 생기거든 그놈더러 그 전액을 매월 월급 중에서 얼마씩 월부로 갚아가게 한다.
 
36
그렇게 자녀간에 셋이나 넷만 두고 지나면 노래(老來)의 걱정은 도무지 없어질 테다.
 
37
이렇게 설명을 해주니까 S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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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자네는 왜 어서어서 마누라도 얻고 아들도 낳고 해서 실행준비를 아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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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따잡아 묻는 것이다. 입때까지 내가 조롱받은 앙갚음을 한꺼번에 하자는 것이다.
 
40
“위선 그럴 자본이 있어야지.”
 
41
나는 웃지도 않고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
 
42
“망할 것! 괜히 말만 밑졌네. 모레가 새로 난 놈 돌이니 와서 떡이나 먹게.“
 
43
나는 찾아가기로 약속을 하고 갈렸다가 가벼운 포켓을 털어 선사감을 사들고 S를 찾아갔다.
 
44
미상불 그날 제 돌잡이를 하는 맨 끝엣놈으로부터 시작하여 네 살 여섯 살 여덟 살 어쩌면 그렇게도 2 4 6 8의 우수로 간격이 고른, 나는 위선 탄복하였다.
 
45
시외의 납작한 초가집에서 젊었을 때 그렇게도 복성스럽던 S의 부인은 그 초가집처럼 늙고 찌부러졌다.-겨우 스물아홉 살인데-
 
46
그 답답한 그리고 요란스러운 자가용 유치원에 두어 시간 들어앉았다가 나온 나는 정말로 ‘종우’를 생각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47
혹 아이를 안고 문밖에 나서서 나의 돌아가는 뒤태를 바라보는 S부부는 거세한 군마를 생각했을는지도 모른다.
【원문】종우(種牛)와 거세마(去勢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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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3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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