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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악시 무덤 ◈
《카탈로그》 본문	1923.9 홍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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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악시 무덤

2

─ 묘장(墓場)·2

3

임자 없이 묻히인 시악시 무덤에

4

알 수 없는 비밀(秘密)이 감추어 있다고

5

시름없이 지껄이는 나무 긁는 아이 혼자 군소리는

6

………… ………… ………… …………

7

그러나 부끄러운 가슴은 울렁거리어

8

임자 없이 드러내는 시악시의 젖가슴을 볼까 봐서

9

꺾으려고 가 보니 그 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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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름다운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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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은 시악시 무덤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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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송이의 이름 모를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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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게 꺾는다 하여도 임자의 손이라 하오면

14

스러질 꽃이오니 꺾인들 어떠하오리이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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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의 값싸게 파는 웃음이 아니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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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또다시 꺾어버리는 쓰라린 솜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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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 없는 꽃에 임자 없는 바람이 불었거니

18

맘 없이 오고 가는 나비야 무슨 죄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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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꽃으로 보아 꺾는 꽃이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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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악시 마음에 감추어 둔 붉은 구슬을 누가 알았사오리까

21

놀던 나비 날아갈 때에 울던 꽃은 스러져 버렸다.

22

꽃도 없이 조으는 시악시의 무덤은

23

알 수 없는 비밀(秘密)을 꿈꾸고 있는데

24

나무 긁는 아이의 혼자 군소리는

25

날이 늦도록 그 소리가 그 소리였다.

26

(『白潮[백조]』 3호, 1923년 9월)

【원문】시악시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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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1년 10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