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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까짓 것쯤이야 단주먹이야. 뭐 단주먹에 박살이 나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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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년이 귓구멍에다 XX을 박았나? 글쎄 이년아 돈 오십 전만 내놓으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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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전이 없거든 이십 전만이라도 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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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배때기를 푹 찔러 간을 빼어 지근지근 씹어놓을 년, 돈 십 전이라도 내놓아라 응? 이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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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이 그래도 벼락을 맞지 않아서 근질근질하구나. 돈 오 전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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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빌어먹다가 얼음판에 가 자빠져 문둥 지랄병을 하다가 죽을 년아. 돈 오 전이 없다고 안 내놓는단 말이야? 허허 참 이년이야! 에라 이 목탕목탕 썰어 죽일 년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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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닥닥 지끈, 뚝딱, 하는 법석과 함께 마누라의 몸은 뜰 한가운데 가서 큰 대자로 벌떡 때려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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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이 사람을 잡아먹고 아이새끼로 입가심할 년이, 돈 오 전이 없다고 남의 속을 이렇게 썩인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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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달아 박차고 밟고 두들기고 하다가 나중에는 기운이 빠졌는지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다 떨어진 노랑 장롱 문을 뚝 잡아떼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의복 몇 가지를 골라잡고 밖으로 훌쩍 뛰어나와，아직껏 뜰 한가운데에 퍼져 누운 마누라를 손에 쥔 옷가지로 두서너 번 후려쳐 갈겨주고는, 휭 거리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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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는 죽은 것 같이 쭉 뻗고 누웠다가，이윽고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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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마디 뱉듯 부르짖고 긴 한숨과 함께 일어서 방 안으로 들어가，흩어진 옷들을 주섬주섬하여 농 안에 밀어 넣고 떨어진 농 문짝을 집어 농문을 막으려다가，그대로 윗목에 밀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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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는 천천히 걸어서 김문서金文瑞의 농장으로 일거리를 찾으러가는 길이다. 벌써 그 먼 옛날의 꿈으로 사라지고 만 일이나，그 행복스럽던 기억이 하나 둘 머리에 떠오르며，며칠 전 남편에게 그렇게 얻어맞아 퍼렇게 멍이 든 뺨은 화끈하게 붉은 물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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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팔자라는 건 정말 무섭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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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기 몸을 물어뜯고 싶을 만큼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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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년의 잘못이지，이년의 팔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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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이는 그렇게도 애를 썼는데，이 못된 년이 무슨 개지랄이 들어서 달아나기는 왜 했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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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던 사람이 웃을 만큼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섰다가 걸어가다가 하며 발끝을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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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해 스물아홉 살이다. 벌써 네 번째의 임신으로 배는 바가지를 찬 듯이 불쑥 높았다. 첫째와 둘째는 사십구일 안에 죽고 말았는데，그 죽은 것도 남편인 최가에게 맞아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셋째는 뱃속에 든 채 발길에 채여서 일곱 달 만에 죽어 나왔다. 이번 넷째는 웬일인지 아무리 맞고 차이고 밟히고 하여도 그대로 펄떡펄떡 저대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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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기어이 살아 나가겠어. 그래서 엄마 원수를 갚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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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나 하듯 좀처럼 낙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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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가 김문서의 농장에라도 가서 일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게 된 뒤부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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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이 원수 놈의 씨야‥‥‥ 대체 이번은 왜 낙태도 되지 않고 남의 속에 들어붙어 나를 부끄럽게 하노. 이렇게 배가 불러 어떻게 그이를 대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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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그 옛날의 김문서를 눈앞에 그려보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배 안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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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년아，너는 전생에 죄가 많아서 나를 배었단다. 내가 나가면 아버지보다 더 골탕을 먹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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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나 하듯이 자기의 창자를 휘어잡고 떨어지지 않는 것같이도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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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동네에 사는 김문서가 상처를 하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문서는 동네 앞 샘터에 물 길러 간 그의 허리를 휘잡아 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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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남아! 나는 네가 좋다. 너 내게 시집와주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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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빽 지르며 물동이도 집어던지고 그대로 달아났던 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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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집애야，너만 허락하면 만고 호강을 할 터인데，내가 네게 싫어 보이는 것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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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서는 간절히도 그에게 사랑을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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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더러워라. 상처한 남자에게 재취댁으로 내가 시집갈 줄 아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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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는 어디까지나 침을 뱉었었고，그의 부모도 암만해도 숫계집애는 숫총각이라야‥‥‥ 라는 생각으로 끝끝내 김문서를 거절하고 지금 남편인 이 최가에게 시집오게 되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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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배필이라고 믿었던 숫처녀 숫총각의 이 한 쌍 부부는 오래지 않아 세상에서도 드문 비렁뱅이의 처참한 생활로 떨어졌으니，최가는 알코올 중독자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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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문서는 어디서 얻었는지 꽤 얌전스런 아내를 맞아 살림도 쥐새끼 일듯 자꾸 불어서 지금은 동네 앞에다 큰 농장을 경영하며 봄철에서 가을까지는 거의 날마다 이삼십 명씩 일꾼을 부리게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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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최가의 아내가 된 그는 아무리 굶주려도 이 농장에 일하러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오늘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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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더러워. 상처한 남자에게 내가 시집갈 줄 아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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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김문서에게 도로 애원하기가 차마 못할 노릇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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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오늘은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참고，또 참아 왔지만，오늘 내일로 해산이 임박하였고，남편인 최가는 단 하나 남은 솥을 들고 나간 지 사흘째 소식이 돈절하며，입에 넣을 것이라고는 찬물밖에 없으니，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나으려니 하고 이렇게 김문서의 농장으로 향해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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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농장 앞까지 갔다. 철망 저쪽 농장 안에서는 여러 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우뚝 서 바라보다가 가만히 그중의 한 사람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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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아아 옥계댁이요? 왜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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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물어물하며 조금 나와 달라는 듯이 말끝을 흐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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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지금은 일하는 시간인데，주인이 보면 야단합니다. 할 말이 있거든 당신이 이리 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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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동댁이란 여편네는 다시 허리를 굽혀 일을 계속하였다. 그는 공연히 입을 비쭉한 후 앞뒤를 돌아본 후，허리를 굽혀 부른 배를 감추듯 하며，멍든 뺨을 한 손으로 가라고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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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주인 김문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얼른 덕동댁에게로 가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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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하는 수가 없어요. 나도 일 좀 하게 해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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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아 와들와들 떨며 겨우 자기가 온 뜻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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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늘은 틀렸는데，일 시작한 지가 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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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동댁은 늦게 왔으므로 오늘은 일을 시키지 않으리라는 의견이었다. 그는 금방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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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그이가 보았으면 좀 늦게 온 것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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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가리켜주는 편을 바라보며, 그는 무의식간에 그편으로 달음질하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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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척에 배추벌레 잡는 여편네들을 감독하며 서 있던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틀림없는 김문서였다. 옛날 자기의 허리에 매달려 애원하던 그 김문서에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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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한 얼굴，뚱뚱한 몸집 쭉 째진 입. 그때 그렇게도 징그럽게 뵈던 김 문서가 오늘은 왜 이다지도 그를 슬프게 함일까‥‥‥. 가슴이 쿵덕하며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말문이 막히고 두 귀가‘왱’하며 얼굴이 화끈 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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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러 왔소? 저기 가서 벌레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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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그 마누라 배를 보니，어디 일하겠는가요? 그중에 또 늦게 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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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섰던 여편네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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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편네 차람차림이 분명코 문서 마누라임에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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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는 그를 그 예전 자기가 무릎을 꿇던 아름답던 처녀 옥남인 줄을 알았음인지 몰라보았음인지 싱긋이 사람 좋은 웃음을 남기고 돌아서 저편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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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당신은 늦게 온 대신 쉬는 시간에도 쉬지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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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문서의 마누라는 연해 남편의 뒤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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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겨우 진정한 후 문서가 사라진 편을 잠깐 바라본 후 고개를 축 늘여 가지고 밭고랑에 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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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던 여 인부들은 모두 그와 한동네에 사는 터이라，서로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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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내려뜨린 채 간신히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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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에 냉이나물 한 죽이를 소금에 찍어 먹고 왔을 뿐인 그는 해가 점심때 가까이 되자，등줄이 당기며 두 눈은 목구멍으로 삼키려는 듯하고， 배 껍질은 배가 고파 말라붙는 것 같건만，찢어질 듯 따가우며 연해 쩡하니 울리듯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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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진땀이 흐르고 아무리 보아도 범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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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자，다른 일꾼들은 밥 꾸러미를 안고 제각기 이곳저곳 둘러 앉아 먹기 시작하였으나，그는 가지고 온 것이 없을 뿐 아니라，간간이 시작되는 아픔에 못 견디어 밭 한옆 움푹진 골에 가 엎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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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하여도 해산 기미가 분명해지자，그는 집으로 돌아갈 기력도 없을 뿐 아니라，그대로 돌아가면，삯전도 받지 못할 것을 생각하고 오늘 해만 참으려고 이를 악물고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옹크려 땅을 박박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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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인 한 시간 반을 그는 고랑에 엎드려 참지 못할 일인 줄 알면서도，그이가 고맙게도 허락해준 그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참아야 된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아픈 것은 각각이 더해지며，조수 밀듯 밀려오는 고통에 허리는 척 무너지는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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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속으로 부르짖고，당장에 까무러치고 그 자리에 잦아질 것 같아지며，그의 가물거리는 본능의 눈에 채 굵지 않은 봄 무의 고랑이 비쳤다. 다음 순간에 그는 흙 묻은 무 한 개를 잎사귀째 마구 씹어 삼키고 있는 자기를 보았다.
103
누구의 말소린지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는 움직이지도 않고，무 꽁지，무 잎사귀 남기지 않고 다 씹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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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그렇게 뽑아 먹으면 어째，도둑년!”
105
하는 소리가 그의 귓문 앞까지 갔을 때는 한 생명이 이 세상에 생겨나오는 순간이었다. 배추 고랑에 엎드린 그의 속옷 가랑이에 끼인 새 생명은 연해 고함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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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가운데서 어린아이를 순산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문서는 그를 잘 단속하게 하며, 쌀 한 말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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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한 지 여드레 만에 남편 최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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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누더기를 젖히고 아기의 다리 사이를 들여다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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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벌떡 일어서 후다닥 연거푸 마누라의 뺨따귀를 올려붙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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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아이는 낳아 뭐 한다고，재수 없게 이년，이까짓 것 먹일 것 있거든 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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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빽 지르고 누더기째 아기를 발길에 감아 차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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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가 붙었던 누더기가 방바닥에 떨어지며 그대로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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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는 한 마디를 남기고 휭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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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목을 놓고 울었다. 뼈가 저리게 슬펐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할일은 단지 동네 구장에게 가서 죽었다는 말을 한 후，호미를 가지고 공동묘지로 아기를 안고 가서 그곳에 파고 묻어버리는 것，이 일만 해야 되는 줄 알았을 뿐이었다.
123
이날，남편 소식이 끊어진 지 열흘째 되는 날이요，아기를 묻어버린지도 열흘째 되는 날이다.
124
이날은 동네에 새로 생긴 XX를 신축함으로서 상량식(上梁式)을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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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량식에 올릴 제물을 장만하느라고 동네 여편네들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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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은 장만할 때，맛을 본다든지 몰래 군입을 댄다든지 하면 안되는 것이오. 아주 정결하게 제물을 올려야 하는 것이니까, 모두 입을 봉해서 만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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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구장이 선언을 내리자，여편네들은 수건으로 입을 가려 뒤통수에다 잡아매고 혹은 떡을 치고，혹은 고기를 굽고，혹은 나무새를 묶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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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 마누라인 그는 나무새를 만드는 데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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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지막 콩나물을 볶는 솥에 불을 넣는데 어느 사이엔지 입을 가린 수건이 턱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그는 그것도 모르고 솥뚜껑을 열고 나물을 들여다보았다. 이무리 보아도 조금 싱거울 것만 같아 얼른 한 손 가락으로 나물을 집어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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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가 어디서 나자，그는 깜짝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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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이니 맛도 보지 말고 입을 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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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구장의 말이 번개같이 머리를 스치자，얼른 턱 아래 미끄러진 수건을 입 위로 추켜올리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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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소리가 요란해지며 몇 개의 발과 손이 그의 가슴으로 내리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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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머니‥‥‥ 옥계댁이가 죽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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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비명이 어느 여편네의 입에서 솟아나자，일순간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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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입을 가린 수건 사이에 콩나물 한 개가 걸려 있을 뿐，그는 눈을 뜬 채 영원한 침묵 속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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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1936년 7월에「식인」으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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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도」로 개작,『여류단편걸작집』, 193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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