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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쉬어가면서 중국 명주를 살펴보자. 중국 술들은 백주(白酒)와 황주, 혼성주(藥味酒)로 구분하는 데 대부분을 백주가 차지한다. 고량주(高梁酒)는 수수를 원료로 하여 제조한 것을 말한다. 누룩의 재료는 대맥, 작은 콩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나 소맥, 메밀, 검은콩 등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숙성과정의 용기는 반드시 흙으로 만든 독을 사용한다.
오가피주(五加皮酒)는 고량주를 기본 원료로 하여 목향과 오가피 등 10여 종류의 한방약초를 넣어 발효시켜 증류한 술이다. 마오타이주(茅台酒) 고량을 원료로 하여 순수 보리누룩을 발효시킨 다음 8~9번 정도 세정하여 증류해서 독에 넣고 최저 3년 이상 숙성시켜 제조한다. 물이 좋은 구이저우성(貴州省)에서 생산되며 알코올 도수는 약 53%~55% 정도이다.
죽엽청주(竹葉靑酒)는 1400년 전부터 유명한 양조산지로 알려진 행화촌의 약미주로 고량을 주원료로 녹두, 대나무 잎 등 10여 가지 천연약재를 사용한다.
분주를 빚는 노련한 주인은 사람들이 술을 만드는 비법을 물어보면 항상 7가지 원칙을 설명한다. 첫째는 정성스러운 사람이 빚어야 하고, 둘째는 물이 필히 단 맛이어야 하며, 셋째는 누룩을 제때에 취하고, 넷째는 최고의 수수를 사용하며, 다섯째는 깨끗한 도자기 그릇을 사용하고, 여섯째는 항아리는 습윤하며, 일곱째는 불은 중간 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상하게 가르쳐 주어도 세상 사람들은 특별한 비결을 더 알려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술은 정성이 최고인데 그 도리를 모른다.
죽엽청주는 분주에 대나무 잎과 약재를 넣어 빚은 술이다. 술의 색상이 노란빛 속에 푸른빛을 안고 있으며 약재의 향이 어울려 맛도 별미이다.
2020년 3월에 중국 태원을 구경하고 린펀(臨汾)으로 가면서 분주를 생산하는 행화촌 공장을 방문하려고 계획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되었다. 2023년 11월에 출발하는 중국 문화 유적답사 때는 행화촌 죽엽청주 공장을 다시 방문해 우물 중심으로 조성된 정원 황공정원(黃公井院)과 술 빚는 작업실 양주방(釀酒坊), 행화촌의 사서가 보관된 촌지관(村志館), 두목의 시를 중심으로 한 음시대(吟詩臺), 행화촌의 심벌인 행화정(杏花亭) , 중국 최초의 주류사(酒類史) 박물관을 두루 구경하려고 한다. 행화촌 공장에서 향기롭고 풍미가 뛰어난 죽엽청주를 한 입 머금고 천년 세월을 돌아보고자 한다.
우리앙예(五粮液)는 명나라 초에 진씨(陳氏)라는 사람이 양쯔강 상류인 구이저우성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수, 쌀, 밀, 옥수수, 찹쌀에 한약재를 넣어 제조하였다. 술의 뛰어난 맛과 향이 좋아 모든 사람들이 좋아해서 육백 년을 이어져 내려왔다.
청나라 선통 9년 1909년에 이 술의 비방을 어렵게 전수받은 등자균(鄧子均)이 술을 만들어 동네잔치에 나타나 첫선을 보였다. 당시 유명한 양혜천(楊慧泉)이 술맛을 본 후 “이렇게 좋은 술을 천하게 잡량주(雜糧酒)로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요자설곡(姚子雪曲)도 틀렸다. 이 술의 풍미를 나타내는 올바른 이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이 술은 노인이 정성 들여 만든 오량의 정화를 모아서 만든 옥액이니 앞으로 술 이름을 오량액(五粮液)으로 고쳐서 부르면 좋겠다.” 말하였다. 연회에 참석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 말에 찬동했다. 2000년대 초반에 중국에 갈 때는 자랑스럽게 중국의 비싼 명주들을 구해 마셨는데 2010년 상하이국제박람회 이후에는 중국 슈퍼마켓에서 파는 50위안~70위안 백주도 아주 맛이 좋아 이제는 비싼 고급 명주들을 사지 않는다.
고대 중국에서는 술이 농민들의 애환을 풀어주기도 하지만 술의 기능은 병을 치료하며, 노인을 높이 공경할 때, 예절을 갖추는 제사음식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순임금 때는 질종(秩宗)이라는 제사와 의례를 담당하는 관직을 두었다. 이것이 나중에 예부(禮部)가 되었고, 관리들은 술을 따르는 주전자나 술잔을 아주 귀하게 만들고 소중하게 보관했다.
'창장커우 2호'고선박에서 나온문물(사진: 상하이시 문물국)
중국은 1987년 광동성과 영국 해양탐사공사가 공동으로 19세기 광동성 양광 하이링다오(해릉도, 海陵島) 바다에서 침몰한 동인도회사의 선박을 수색하다 우연히 송대 선박인 난하이(南海)1호를 발견했다. 2002년에 고선박 난하이1호에서 유물 6,000여 점을 인양하였고 20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2007년 선박 전체를 들어 올려 광동성 양광시 해능도 실크로드박물관 '수정궁'에 입주시켰다. 난하이1호로 명명된 선체의 길이는 약 30m이나 수주에 남아 있는 선박은 22.15m, 최대 폭은 약 9.9m로 중국 역사상 해상 실크로드와 관련되어 처음으로 수중 발굴된 800년 전 고선박이다. 배는 남송시대(1127∼1279년)에 국제 무역활동을 하다 침몰한 것으로 추측되는 선박이다. 중국의 고대 문헌을 살펴보면 중국의 남해 바다를 창해(漲海)라고 하였다.
송대 둥관 역사거리에서 만난 홍칠공이 즐겨 먹은 닭 요리 덕분에 남송시대 고선박 발굴된 자료집도 다시 펼쳐보았다. 오늘 저녁은 안휘성 보저우(毫州)에서 만든 고정공주(古井貢酒)을 꺼내 한잔하면서 식탁에 오른 통통한 닭을 맛본다.
생활문화아카데미 궁인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