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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수의 세상이야기     오문수의 지식창고 최근 3개월 조회수 : 408 (1 등급)

육지에서 유학오는 학교, "떠나기 싫다"는 학생들

 
[현장] 여남고, 2019 일반고 우수프로그램으로 교육부장관 표창 받아
 
▲ 여남고 학생들은 입학식, 학교축제, 졸업식 등 학교행사를 학생자치회에서 기획하고 운영한다. ⓒ 정규문
 
표창장이 준 의미는 크다. 우수프로그램에 선정된 학교는 전국 17개 시도에 소재한 2천여 개가 넘는 고등학교 중 15개 학교에 불과하고 전라남도에서는 2곳뿐이기 때문이다.
 
우수프로그램에 선정된 학교는 규모별로 소·중·대로 구분된다. 그중 여남고는 학생 수 65명이 다니는 소규모학교다. 어디 그뿐인가? 여남고는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에 위치한 조그마한 학교다. 섬에 자동차 길이 나기 전 필자가 배 타고 여남고를 방문했을 때 2시간이나 걸렸던 섬학교이다.
 
출산율 저하와 도시로 이주해가는 주민들로 인해 농어촌에 소재한 대부분 학교는 폐교를 걱정하고 있다. 고령화와 도시로 떠나가는 젊은이들의 이농 현상은 금오도라고 해서 비켜 갈 수 없다. 금오도가 속한 남면 인구는 한때 1만 명을 넘었지만 고령화로 인해 현재 3038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45%에 달하기 때문이다.
 
육지에서 유학오는 학교
 
교사였던 필자는 몇 년 전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원 이재언 연구원과 함께 서남해 많은 섬을 돌아보았다. 섬에 상륙했을 때 가장 가슴 아픈 건 폐교되어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진 운동장과 깨어진 유리창이었다. 필자가 한탄했다. 섬에 아이들이 없는 걸 어쩌란 말인가!
 
여남고도 그럴까? 섬을 몇 번 방문해본 분들은 선입견 때문에 "여남고도 마찬가지겠지"하고 추측할지 모른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여남고는 2015년에 전국 최고의 아름다운 학교에 선정된 학교다.
 
그뿐만 아니다. 2017년에는 도서관 활용 우수학교 표창과 고교 교육력 제고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다. 2018년에는 도서관 활용 최우수학교 표창을 받았고 올해는 일반고 우수프로그램 학교로 선정됐다. 학교 방문 후 여수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이렇게 조그만 학교가 왜 교육력 우수학교로 선정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주변환경이 아름다운 학교
 
▲ 식당으로 가는 길에는 전교생들의 모습을 타일로 만들어 붙여놨다 ⓒ 오문수
 
여남고는 울창하게 우거진 뒷산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남해가 살짝 보이는 포구에 자리 잡고 있다. 학교에 들어서면 촘촘하게 자란 금잔디 운동장에서 마음껏 공을 차는 학생들이 보인다. 점심을 먹은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당구를 치기고 하고 탁구도 친다.
 
여남고가 위치한 금오도는 작지만 강한 섬이다. 남면사무소 뿐만 아니라 파출소, 해경출장소, 우체국, 보건지소, 농협지점, 한전출장소,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금오도 분소 등이 있다. 여객선 5척과 마을버스 3대 택시 2대가 있어 교통도 편리한 편이다.
 
뱃길이 좋아지고 자동차길도 생기면서 금오도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50만 명이나 되는 아름다운 섬이다. 천혜의 자연 자원을 보유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해안선을 따라 수백여 미터의 절벽과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는 섬이다.
 
그래서인지 주말이면 서울 등 각처에서 관광객들이 찾는 섬이다. 육지에서 섬으로 유학 온 학생들은 울긋불긋 차려입은 관광객들을 보며 소외감에서 벗어났는지도 모른다.
 
면학 분위기 조성 위해 모두가 똘똘 뭉쳐
 
섬이 아름답다고 해서 면학 분위기 좋은 학교가 될까? 아니다. 오히려 면학 분위기를 저해할 요소가 많다. 면학 의욕이 떨어진 학생과 교사, 교육활동 지원 여건과 지역사회의 무관심은 교육력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
 
섬이라는 여건이 준 특혜도 있다. 모든 학생이 기숙사에 기거할 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가 관사에 산다. 따라서 학생들은 24시간 동안 교사와 함께 사는 셈이다. 학교에서는 이를 사제일촌이라고 부른다.
 
'일촌(一寸)'은 부모와 자식 사이를 일컫는 사이다. 여남고 학생과 교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4시간 함께 기거하며 생활하니 '일촌'이다. 학생이 머무는 기숙사와 교사들이 머무는 관사에서 교실까지 거리는 2분이다. 양자는 한 울타리에서 함께 지내니 한 마을이라는 뜻의 '일촌(一村)'이기도 하다.
 
이들은 교사 한명 당 6~7명의 학생이 가족을 구성해 매주 수요일 저녁 '사제일촌 해피타임' 시간을 갖는다. 이날이 되면 방과 후 수업도 없다. 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상담을 하기도 한다. 가족 같은 분위기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박서린 학생은 "여수 시내에서 여남고로 진학할 당시 모든 게 낯설어 울기만 했었다"고 회상했다. 박서린(고3) 양과 대화 내용이다.
 
"중학교 시절 엄마한테서 여남고가 좋다는 말을 들어 여남고로 진학했어요. 처음 입학했을 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외딴곳에 홀로 남았다는 생각에 적응이 안돼 울었어요. 차츰 친구랑 선생님들이 도와주셔서 적응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여남고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앞이 바다이고 뒤가 산이라서 자연 속에 사는 느낌입니다."
 
▲ 여남고가 자신들을 행복하게 해줬다는 김현정(좌측)양과 박서린(우측) 양 모습 ⓒ 오문수
 
그는 비렁길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선후배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수능시험 후 3박 4일간의 졸업여행 당시 부산, 경주를 다니면서 견문을 넓힌 것도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학생들의 체험활동비는 모두 무료다.
 
여남고 재학생 65명 중 15명만 금오도 출신이다. 80% 정도의 학생이 육지에서 섬으로 유학 온 셈이다. 금오도 인근 연도에서 여남중을 거쳐 여남고에 재학 중인 김현정(19) 학생에게 여남고가 준 의미를 들어보았다.
 
"여남중을 졸업한 후 여수 시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는데 여남고로 진학한 것은 선생님들과 함께 살면서 느낀 가족 같은 분위기 때문입니다. 성적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분위기가 좋았죠. 졸업을 앞두고 이제 섬을 떠나 대도시로 간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여남고가 있어 내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며 매우 아쉽습니다."
 
교장실 게시판에 특이한 내용이 걸려 있었다. 학교발전을 위해 지원한 개인(14명)과 단체(16개) 이름이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한 분이 있었다. 여남중 졸업생 박판식씨는 매년 36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기업인 GS칼텍스에서는 학교에 상주하는 원어민을 위해 매년 5천만 원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 석식비 500만 원도 지원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지역사회와 개인이 지원한 장학금 총액은 7020만 원에 달했다. 이는 학생 1인당 평균 100만 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은 3년 동안 500만 원을 지원받은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먹고 자며 장학금까지 지원받으니 돈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교육학에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가 있다. 최근 일탈 학생 증가와 교사의 권위실추로 인한 학교붕괴를 걱정하는 소리가 넘친다. 학교 황폐화를 막아줄 방패막이는 교사이다. 여남고가 훌륭한 성과를 보이는 비밀은 훌륭한 교사진이다.
 
▲ 학교 교정 곳곳에 붙어있는 "실수해도, 잘못해도 괜찮아!"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정규문 교장의 교육철학이 묻어있는 내용이다 ⓒ 오문수
 
여남고는 소규모학교지만 상치교사가 없다. 상치교사란 중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전공하지 않은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를 일컫는다. 다만 음악·미술·체육 과목 교사가 중고등학생을 지도한다. 4년 전 초임 교사로 부임한 김희원 교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과 서울을 포함해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어요. 일상이 반복되는 삶이 너무나 답답해서 임용 교사를 봤습니다.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계속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 선호하기도 했고요. 교직에 들어오기 전에는 교사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직도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과 학부모님들께 정성스럽게 서비스함으로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시내 학생들이 너무 많아 모두를 돌아볼 여유가 부족한 데 반해 여남고는 24시간 같이 생활하면서 한 아이의 문제가 전체의 문제가 됩니다. 제가 학교 다닐 적에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고 관리자들과 흉허물없이 지내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초임 교사 시절 열정이면 된 줄 알고 강의식 수업을 했을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던 그녀는 교사 연수를 통해 학생 수준에 맞는 활동 중심 수업으로 전환했다. 여남고 교사들은 1년에 6번씩 공개수업을 한다. 2번은 지도안을 제출하는 수업이고 4번은 평상시 수업 그대로를 참관한 교사들에게 보여준다. 김희원 교사는 여남고에 4년 재직하는 동안에 20번 이상 공개수업을 했다고 한다.
 
교직 사회를 모르는 분들은 1년에 공개수업을 6번 한다는 의미를 잘 모를 수 있다. 굉장히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서로 기피하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공개수업은 수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김 교사는 그녀는 "공개수업에 대해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공개수업을 마친 후 교사들과 토론하면서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학교뿐만 아니라 어느 조직에나 적용되는 철칙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사람은 하늘을 이긴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람은 하늘의 조화라고 할 수 있는 가뭄, 홍수 따위의 자연재해를 능히 이겨낼 수 있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큼을 비유한 말이다. 육지 출신 학생들이 섬학교인 여남고로 진학하도록 한 중심에 정규문 교장이 있다.
 
▲ 여남고등학교 정규문 교장 모습. "4년전 공모교장으로 부임할 당시 이상적인 학교로 만들어보겠다던 대부분의 꿈을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 오문수
 
학교에 입학할 당시 남 앞에 나서보지 못했던 학생들이 이제는 학교의 주인이 되었다. 수업 시간에 조는 학생들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입학식, 졸업식은 물론 모든 학교행사를 학생들이 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를 마치고 학교 인근 슈퍼에 들러 주인아주머니한테 '혹시 여남고가 폐교된다면 어떡하실래요?' 하고 물었더니 "말도 안 돼요! 학생들이 있어 섬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라며 펄쩍 뛴다.
 
여남고는 여수에서 유일하게 4년 연속 대학 진학률 100%를 달성한 학교이다. 취재를 마치고 여수로 돌아오는 여객선에서 여남고가 영원히 번창하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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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오문수 oms114kr@daum.net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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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8년 5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