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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수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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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문수의 세상이야기     오문수의 지식창고 2019.05.14. 18:31 (2019.05.14. 18:29)

【여행】“최초의 결과 발표라는 영예 빼앗겨 아쉽지만...”

영광원전 중성미자실험센터 방문기
▲ 영광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있는 중성미자검출설비 모습으로 산속 암반에 굴을 뚫어 설비를 만들었다. ⓒ 오문수
 
지난 주 지인과 함께 영광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설치된 '중성미자검출설비' 시설을 방문했다. 프랑스, 중국, 이탈리아 등보다 3년 늦은 2006년 영광원자력발전소 인근에 설치된 중성미자검출시설에서는 '원전 중성미자 진동변환상수 측정 실험(RENO)'을 실시하고 있었다.
 
시설을 방문하기 전에 중성미자를 연구하는 동신대학교 박명렬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중성미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동신대 고에너지 물리연구소장인 박명렬 교수는 그동안 양성자-양전자 충돌실험을 비롯해 고에너지 물리실험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그는 현재 중성미자의 본성을 밝히는 실험에 참여하고 있으며 초신성이 폭발할 때 발생되는 중성미자의 선속을 계산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명렬 교수가 한국이 중성미자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와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 박명렬 교수가 중성미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오문수
 
▲ 박명렬 교수가 쓴 <동굴에서 별을 보다> 책 모습 ⓒ 오문수
 
"중성미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의 하나로 전자, 뮤온, 타우입자와 짝을 이루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중성미자는 원래 베타붕괴에서 방출되는 전자의 에너지 비보존을 설명하기 위하여 제안된 입자였습니다. 중성미자를 제안한 파울리는 중성미자가 질량이 없으며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성미자는 파울리가 그 입자의 존재를 예견한지 무려 30여년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었으니 정말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는 것이지요. 오늘날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와 기본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점점 넓혀가고 있습니다.
 
우리 지구는 수없이 많은 우주방사선(우주선)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안전한 것은 두꺼운 대기권 때문입니다. 이 우주방사선은 지구 대기권에서 대기를 구성하는 공기분자들과 충돌하면서 많은 양의 중간자들을 만들어 냅니다. 대부분 파이온이라고 부르는 입자들입니다.
 
파이온은 약 1억 곱하기 1조분의 1초에 뮤온으로 붕괴합니다. 파이온은 붕괴할 때 대부분 뮤온과 뮤온 중성미자로 붕괴합니다. 그리고 뮤온이 다시 전자와 뮤온 중성미자, 전자 중성미자로 붕괴하게 되니, 결국 지상에서 중성미자를 관측한다면 뮤온 중성미자와 전자 중성미자의 비율은 약 2:1 정도로 예상되겠지요.
 
그런데 과학자들이 관측한 값은 뮤온 중성미자와 전자 중성미자의 비율이 거의 같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예상과 많이 다른 결과입니다. 이를 '대기중성미자의 수수께끼'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에게 던져진 매우 흥미로운 수수께끼가 된 것입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기 위하여 연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면 이 수수께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998년 일본의 중성미자 관측장치인 슈퍼카미오칸데에서 세 종류의 중성미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것을 발견하면서 중성미자가 질량을 가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중성미자가 다른 중성미자로 바뀌는 비율을 변환상수라고 하며, 물리학자들은 이를 섞임각이라는 용어로 사용합니다.
 
이 섞임각은 서로 다른 종류의 중성미자들이 얼마만큼의 확률로 서로 변환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1998년 슈퍼카미오칸데 실험 결과 발표 이후, 많은 실험그룹들이 각각의 섞임각을 측정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한 섞임각은 그 크기가 거의 제로에 가깝거나 아예 제로일지도 모른다는 결과가 발표됩니다.
 
하지만 많은 이론물리학자들과 다른 실험학자들은 매우 높은 정밀도로 이 섞임각이 제대로 측정되기를 기대했습니다. 특정 섞임각만이 거의 제로라는 사실은 그동안 물리학자들이 경험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경향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2006년 10여 명의 실험 입자물리학자들이 서울에 모여 과학계의 숙제인 이 '섞임각'의 크기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실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약 600억을 들여 전세계에서 모인 600명의 과학자들이 이미 중성미자 관측설비를 건설 중이었다. 여러 노력 끝에 이 연구진은 드디어 2008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중성미자 관측설비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국보다 약 3년 정도 늦게 시작한 것이다. 영광 한빛 원전에서 각각 80미터와 1.4킬로미터 떨어진 터널에 똑같은 성능을 가진 중성미자 검출기 두 개를 설치하고 이 두 중성미자 검출기에서 관측한 전자중성미자 수의 차이를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섞임각을 계산한다고 한다.
 
▲ 동굴속에는 여러가지 중성미자측정 장치가 있었다 ⓒ 오문수
 
원자력발전소는 전자중성미자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전자중성미자 공장이며, 터널 내부에 중성미자 검출시설을 건설한 이유는 우주 방사선에 의한 데이터 오염을 최소화 시키는 노력이라고 했다.
 
교수와 대학원생들 가리지 않고 실험을 준비한 한국연구진은 드디어 2011년 8월 영광 한빛 원전 인근의 실험터널에서 데이터를 얻는데 성공했다. 오히려 중국보다 앞서서 데이터를 얻기 시작한 일종의 쾌거였다.
 
정부 지원을 통해 얻은 100억을 들여 건설한 중성미자검출설비에서 일하는 우리 연구진이 교수들을 포함해서 겨우 30명에 불과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 연구진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일본의 중성미자검출시설인 슈퍼카미오칸데는 높이 41.4m 지름 39.3m 수조에 물 5만톤을 채운 물 체렌코프 검출기이며 아직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성미자 검출시설이다. 반면, 영광원전인근에 설치된 중성미자검출장치는 높이 10m, 지름 10m 크기에 200톤의 액체를 채운 비교적 소규모 연구 시설에 불과했다.
 
전 세계 과학자들의 숙원을 푸는 과제에 뛰어든 한국과학계의 어려움은 컸다. "이 정도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 받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며 정부와 영광 주민들 그리고 영광 한빛 원전의 많은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박명렬 교수는 말했다.
 
필자가 찾아본 터널 내부에 설치된 중성미자 검출시설은 생각보다 커다란 규모였다. 데이터를 받는 전자장비들이 쉼없이 가동 중이었으며, 연구진들은 정해진 시간마다 실험시설에 문제가 없는지 검사하고 있었다.
 
한편 터널 입구에 설치된 연구동은 허름한 컨테이너 두 동이 전부였다. 사실 처음에는 건설노동자들의 숙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내부는 요란한 컴퓨터 냉각팬 소리와 쉼없이 화면에 나타나는 중성미자 검출을 알리는 화면들이 계속 바뀌고 있었다. 허름한 겉모습과 달리 컨테이너의 내부는 매우 복잡한 모습이었다.
 
▲ 실험실에서 온 자료를 계량화하는 컴퓨터를 설명하는 박명렬교수 ⓒ 오문수
 
바로 이곳에서 그동안 연구진들은 하루 3교대로 그동안 단 하루도 실험시설의 가동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실험을 시작한지 약 4개월 만에 열악한 시설과 소수 인력투입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한국과학자들이 중성미자의 섞임각의 값을 측정해낸 것이다. 그들은 크기가 거의 '0'에 가깝다고 예상했던 '섞임각' 크기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걸 발견했다. 이제 이들 앞에는 매우 엄격한 검증 단계가 남아 있었다.
 
 
중국 과학계가 일주일 먼저 발표해 선수를 놓쳤다
 
국제과학계에서 검증받기 위해 논문을 준비 중이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 연구진이 데이터를 받기 시작했으며 결과를 발표하기 위하여 내부 검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중국과학자들이 영광을 방문해 우리 과학자들의 데이터 결과를 보고 자신들도 연구를 서둘렀다.
 
이때 중국의 실험시설은 아직 완공되지 않은 상태였었다. 이들은 완공되지 않은 검출설비를 서둘러 가동하여 데이터 획득과 분석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과학계가 논문을 완성해 '미국물리학회보(Physical Review Letters)'에 제출하기 일주일 전 중국과학계가 연구결과를 발표해버렸다.
 
▲ 과학계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물리학회보(Physical Review Letters)"에 한국과학자들의 중성미자 연구논문이 실렸다 ⓒ 오문수
 
미국물리학회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물리학회지로 물리학자들이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명망있는 학술지다. 미국물리학회보는 중국의 결과와 한국 연구진의 결과를 동일한 호에 실었다. 비록 중국 연구진이 먼저 결과를 발표했으나 한국 연구진의 노력에 일종의 경의를 표한 것이다.
 
섞임각을 먼저 측정한 공로로 중국 연구팀의 결과는 사이언스지가 뽑은 그해의 획기적 연구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2016년 중국은 '중국이 자랑하는 5가지 최첨단기술'을 발표했다. 5가지 최첨단기술은 전파망원경, 돼지각막, 심해탐사선, 중성미자 연구 및 우주기술로 중성미자연구가 들어있었다.
 
과학자는 연구결과를 공유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과학계가 너무 순수했던 게 아닐까? 선수를 빼앗긴 것을 아쉬워했던 한국의 실험 입자물리학자 30명은 미국물리학회보에 공동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최초의 결과발표라는 영예를 빼앗겨 아쉽지만 중성미자 전문가를 양성한 게 가장 커다란 보람이었다"고 말한 박명렬 교수는 "한국 입자물리학계도 중성미자 실험과 천문학을 겸비한 보다 더 발전된 연구시설을 마련해야합니다"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들의 열정에 한국과학계의 노벨상을 기대해보았다.
【작성】 오문수 oms114kr@daum.net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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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최종 수정일: 2015년 7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