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천상(天上) 백옥경(白玉京) 십이루(十二樓) 어디맨가
3
오색운(五色雲) 깊은 곳에 자청전(紫淸殿)이 가렸으니
4
구만리(九萬里) 먼 하늘을 꿈이라도 갈동말동
6
남산(南山) 늦은 봄에 두견(杜鵑)의 넋이 되어
7
이화(梨花) 가지 위에 밤낮으로 못 울거든
8
삼청동리(三淸洞裡)에 저문 하늘 구름 되어
9
바람에 흘리 날아 자미궁(紫微宮)에 날아올라
10
옥황(玉皇) 향안전(香案前)에 지척(咫尺)에 나가 앉아
13
황하수(黃河水) 맑다마는 초객(楚客)의 후신(後身)인가
14
상심(傷心)도 가이없고 가태부(賈太傳)의 넋이런가
15
한숨은 무슨 일인고 형강(荊江)은 고향이라
16
십 년을 유락(流落)하니 백구(白鷗)와 벗이 되어
18
남 없는 님을 만나 금화성(金華省) 백옥당(白玉堂)의 꿈조차 향기롭다
20
바다 같은 님의 은혜 추호(秋毫)나 갚으리라
21
백옥(白玉)같은 이내 마음 님 위하여 지키고 있었더니
23
일모수죽(日暮修竹)에 취수(翠袖)도 냉박(冷薄)하구나
24
유란(幽蘭)을 꺾어 쥐고 님 계신 데 바라보니
25
약수(弱水) 가로놓인 데 구름길이 험하구나
27
초췌(憔悴)한 이 얼굴이 님 그려 이리 되었구나
28
천층랑(千層浪) 한가운데 백척간(百尺竿)에 올랐더니
29
무단(無端)한 양각풍(羊角風)이 환해(宦海) 중에 내리나니
30
억만장(億萬丈) 못에 빠져 하늘 땅을 모르겠도다
31
노(魯)나라 흐린 술에 한단(邯鄲)이 무슨 죄며
32
진인(秦人)이 취한 잔에 월인(越人)이 웃은 탓인가
33
성문(城門) 모진 불에 옥석(玉石)이 함께 타니
34
뜰 앞에 심은 난(蘭)이 반(半)이나 이울었구나
35
오동(梧桐) 저문 비에 외기러기 울며 갈 때
36
관산(關山) 만릿길이 눈에 암암 밟히는 듯
37
청련시(靑蓮詩) 고쳐 읊고 팔도한을 스쳐 보니
38
화산(華山)에 우는 새야 이별(離別)도 괴로워라
39
망부 산전(望夫山前)에 석양이 거의 로다
40
기다리고 바라다가 안력(眼力)이 다했던가
41
낙화(落花) 말이 없고 벽창(碧窓)이 어두우니
44
빈 깃에 싸인 알이 수화(水火)를 못 면하도다
46
삼천장(三千丈) 백발(白髮)이 일야(一夜)에 길기도 길구나
47
풍파(風波)에 헌 배 타고 함께 놀던 저 무리들아
48
강천(江天) 지는 해에 주즙이나 무양(無恙)한가
49
밀거니 당기거니 염예퇴(堆)를 겨우 지나
50
만리(萬里) 붕정(鵬程)을 머얼리 견주더니
51
바람에 다 부치어 흑룡강(黑龍江)에 떨어진 듯
52
천지(天地) 가이 없고 어안(魚雁)이 무정(無情)하니
53
옥(玉) 같은 면목(面目)을 그리다가 말려는지고
54
매화(梅花)나 보내고자 역로(驛路)를 바라보니
55
옥량명월(玉樑明月)을 옛 보던 낯빛인 듯
56
양춘(陽春)을 언제 볼까 눈비를 혼자 맞아
59
태상(太上) 칠위 분이 옥진군자(玉眞君子) 명(命)이시니
60
천상(天上) 남루(南樓)에 생적(笙笛)을 울리시며
61
지하(地下) 북풍(北風)의 사명(死命)을 벗기실까
63
진채지액(陳蔡之厄)을 성인(聖人)도 못 면하며
64
누설비죄(非罪)를 군자(君子)인들 어이하리
66
삼 년 대한(大旱)도 원기(寃氣)로 되었도다
68
백발황상(白髮黃裳)에 서러운 일도 하고 많다
69
건곤(乾坤)이 병(病)이 들어 혼돈(混沌)이 죽은 후(後)에
70
하늘이 침음(沈吟)할 듯 관색성(貫索星)이 비취는 듯
71
고정의국(孤情依國)에 원분(寃憤)만 쌓였으니
72
차라리 할마(瞎馬)같이 눈 감고 지내고저
73
창창막막(蒼蒼漠漠)하야 못 믿을쏜 조화(造化)로다
75
도척(盜跖)도 성히 놀고 백이(伯夷)도 아사(餓死)하니
76
동릉(東陵)이 높은 걸까 수양(首陽)산이 낮은 걸까
77
남화(南華) 삼십 편(三十篇)에 의론도 많기도 많구나
78
남가(南柯)의 지난 꿈을 생각거든 싫고 미워라
79
고국 송추(故國松楸)를 꿈에 가 만져 보고
80
선인(先人) 구묘(丘墓)를 깬 후(後)에 생각하니
81
구곡간장(九曲肝腸)이 굽이굽이 끊어졌구나
82
장해음운(瘴海陰雲)에 백주(白晝)에 흩어지니
83
호남(湖南) 어느 곳이 귀역(鬼�)의 연수(淵藪)런지
85
백옥(白玉)은 무슨 일로 청승(靑蠅)의 깃이 되고
86
북풍(北風)에 혼자 서서 가없이 우는 뜻을
87
하늘 같은 우리 님이 전혀 아니 살피시니
89
첩여(婕如) 소군(昭君)이 박명(薄命)한 몸이런가
90
군은(君恩)이 물이 되어 흘러가도 자취 없고
91
옥안(玉顔)이 꽃이로되 눈물 가려 못 보겠구나
92
이 몸이 녹아져도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이요
93
이 몸이 죽어져도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이라
94
녹아지고 죽어지어 혼백(魂魄)조차 흩어지고
95
공산(空山) 촉루(髑髏)같이 임자 없이 굴러 다니다가
96
곤륜산(崑崙山) 제일봉(第一峯)에 만장송(萬丈松)이 되어 있어
98
윤회(輪回) 만겁(萬劫)하여 금강산(金剛山) 학(鶴)이 되어
99
일만 이천 봉(一萬二千峯)에 마음껏 솟아올라
100
가을 달 밝은 밤에 두어 소리 슬피 울어
101
님의 귀에 들리기도 옥황상제(玉皇上帝) 처분(處分)이겠구나
102
한(恨)이 뿌리 되고 눈물로 가지 삼아
103
님의 집 창 밖에 외나무 매화(梅花) 되어
104
설중(雪中)에 흔자 피어 침변(枕邊)에 이우는 듯
105
윌중소영(月中疎影)이 님의 옷에 비취거든
107
동풍(東風)이 유정(有情)하여 암향(暗香)을 불어 올려
108
고결(高潔)한 이내 생계 죽림(竹林)에나 부치고저
109
빈 낚싯대 비껴 들고 빈 배를 흔자 띄워
110
백구(白溝) 건너 저어 건덕궁(乾德宮)에 가고 지고
111
그래도 한 마음은 위궐(魏闕)에 달려 있어
112
내 묻은 누역 속에 님 향한 꿈을 깨어
113
일편장안(一片長安)을 일하(日下)에 바라보고
115
이 몸이 전혀 몰라 천도(天道)막막(漠漠)하니
117
복희씨(伏羲氏) 육십사괘(六十四卦) 천지 만물(天地萬物) 섬긴 뜻올
118
주공(周公)을 꿈에 뵈어 자세히 여쭙고저
120
구름 위에 나는 새야 네 아니 알겠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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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어디 쌓였으며 비가 되고 물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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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어디 울며 갈까 아무나 이내 뜻 알이 곧 있으면
124
백세교유(百歲交遊) 만세상감(萬世相感)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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