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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팔번뇌 (시조집) ◈
◇ 제2부. 구름 지난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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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선
목   차
[숨기기]
 

1. 단군굴(壇君窟)에서

2
묘향산(妙香山)
 
3
其一
 
4
아득한 어느 제에 님이 여기 나립신고,
5
뻗어난 한 가지에 나도 열림 생각하면,
6
이 자리 안 찾으리까멀다 높다 하리까.
 
7
其二
 
8
끝없이 터진 앞이 바다 저리 닿았다네,
9
그 새에 올망졸망 뫼도 둑도 많건마는,
10
엎디어 나볏들하다,고개 들 놈 없고나.
 
11
其三
 
12
몇몇 번 비바람이 아랫녘에 지냈는고,
13
언제고 님의 댁엔 맑은 하늘 밝은 해를,
14
들어나 환하시려면구름 슬쩍 거쳐라.
 
 

2. 강서(江西) ‘삼묘(三墓)’에서

16
평남(平南) 강서군(江西郡)의 서방(西方) 약(約) 십리허평야(十里許平野)의 중(中)에 고구려시대(高句麗時代)의 고분(古墳) 삼묘(三墓)가 정립(鼎立)하여 있고 그 양자(兩者)의 중(中)에서 고구려(高句麗) 하엽(下葉)의 정련(精練)한 기술(技術)을 대표(代表)할 훌륭한 벽화(壁畵)가 발견(發見)되니 대개 일천사백년(一千四百年) 전(前) 경(頃)의 작(作)으로 추정(推定)되는 것이오 이 근처(近處)에 있는 다른 몇 군데 고분벽화(古墳壁畵)와 한 가지 현존(現存) 동양(東洋) 최고(最古) 회화(繪畫)의 중요(重要)한 일품(一品)이라 하는 것이라.
 
17
其一
 
18
흙 속에 깊이들 제 울며 섧다 했을렷다,
19
드러나 빛나던 것 다 사라져 없는 날에,
20
버린 듯 파묻은 너만남아 홀로 있고녀.
 
21
其二
 
22
예술(藝術)의 대궐 안에 네라 있어 발이 되어,
23
거룩한 우리 솥을 세계(世界) 위에 괴었나니,
24
남아야 아무 것 없다구차할 줄 있으랴.
 
25
其三
 
26
두 눈을 내리깔고 엄숙하게 섰노라니,
27
금마다 소리 있어 우레같이 어울리매,
28
몸 아니 떨리시는가넋도 녹아 가도다.
 
 

3. 석굴암(石窟庵)에서

30
경주(慶州) 토함산(吐含山) 불국사(佛國寺)의 뒷등성이에 동해(東海)를 부감(俯瞰)하게 건조(建造)한 일자(一字) 석굴(石窟)이 있어 건축(建築)으로, 조각(彫刻)으로, 신라예술(新羅藝術)의 놀라운 진보(進步)를 천고(千古)에 자랑하니 대개 ‘남경(南梗)’을 진압(鎭壓)하기 위(爲)하여 만든 것이요 중앙(中央)의 석련좌(石蓮座)의 상(上)에는 석가여래(釋迦如來)의 상(像)을 뫼시고 그 주위(周圍)에는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을 중심(中心)으로 하여 그 좌우(左右)에 십나한(十羅漢)의 입상(立像)을 만들고 또 그 좌우(左右)와 입구(入口)의 양벽(兩壁)에는 천부신장(天部神將) 등(等) 상(像)을 새겼으되 의장(意匠)과 수법(手法)이 초일(超逸)한 것은 물론이오 그 수려(秀麗)한 풍채(風采)와 정제(整齊)한 기육(肌肉)이 당시(當時) 신라(新羅)의 미남녀(美男女)를 ‘모델’로 한 사실(寫實)이라 한다.
 
31
其一
 
32
허술한 꿈 자취야 석양(夕陽) 아래 보잤구나,
33
동방(東方) 십만리(十萬里)를 뜰 앞 만든 님의 댁은,
34
불끈한 아침 햇빛에환히 보아 두옵세.
 
35
其二
 
36
대신라(大新羅) 사나이가 님이 되어 계시도다,
37
이 얼굴 이 맵시요 이 정신(精神)에 이 솜씨를,
38
누구서 숨 있는 저를돌부처라 하느뇨.
 
39
其三
 
40
‘나라’의 곬이 모여 이 태양(太陽)을 지었고나,
41
완악(頑惡)한 어느 바람 고개 들놈 없도소니,
42
동해(東海)의 조만 물결이거품 다시 지리오.
 
 

4. 만월대(滿月臺)에서

44
송도(松都)
 
45
其一
 
46
옛사람 일들 없어 예와 눈물 뿌렸단다,
47
천지(天地)도 업이거니 왕업(王業)이란 무엇이니,
48
석양(夕陽)의 만월대(滿月臺) 터를웃고 지나가노라.
 
49
其二
 
50
사람 같은 그림 속에 그림 같은 사람 모여,
51
공보담 빠른 눈짓 번개처럼 치고맞던,
52
향진(香塵)을 아니 찾으랴 구정(毬庭) 밟고 가리라.
 
53
高麗時, 每於端午節, 預選武官年少者, 及衣冠子弟, 擊毬於九逵之旁, 設龍鳳帳殿, 自殿前左右, 各二百步許, 當路中, 立毬門, 路之兩邊, 以五色錦段, 結婦女之幕, 飾以名畵彩毬, 擊毬者, 盛服盡飾, 窮極侈靡, 一鞍之費, 直中人十家之産, 分作二隊, 立左右, 妓一人執毬而進, 步中奏樂之節, 擲毬送中, 左右隊, 皆趨馬而爭毬, 先中者爲首擊, 餘皆退立, 觀者山積.
54
(龍飛御天歌注)
 
55
其三
 
56
송악산(松嶽山) 봄 수풀에 갖은 새가 노래하고,
57
‘병풍(屛風)에 그린 황계(黃鷄)’ 나래 치며 울려건만,
58
‘연쌍비(燕雙飛)’ 한번 간 넋은 돌아 언제 오는고.
 
59
○五冠山, 孝子文忠所作也, 忠居五冠山下, 事母至孝, 其居距京都三十里, 爲養祿仕, 朝出暮歸, 定省不少衰, 嘆其母老, 作是歌, 李齊賢, 作詩解之曰, 木頭雕作小唐鷄, 筋子拈來壁上栖. 此鳥膠膠報時節, 慈眼始似日平西.
60
(高麗史卷七十一, 樂志二)
 
61
시방 부르는 황계사(黃鷄詞)의 “병풍(屛風)에 그린 황계(黃鷄) 수탉이, 두 나래 둥덩 치고 짧은 목을 길게 빼어, 긴 목을 에후리어, 사경(四更) 일점(一點)에, 날 새라고 꼬끼오 울거든 오랴는가”는 이 원사(原辭)로서 유래(流來)하는 것인가 한다.
 
62
○禑, 自動江仁任別壁, 率群妓十餘騎, 吹角, 興燕雙飛, 井驅入京, 奪人笠於道, 爲的而馳射之, 禑興燕雙飛, 井轡如多也岾, 日以爲常時燕雙飛, 衣冠興禑無異, 路人望之未辨.
63
(東國通鑑辛祹十三年條)
 
64
신우(辛禑)는 호색황일(好色荒逸)하는 군주(君主)로 고려사(高麗史)에 전(傳)하였다. 그 폐행(嬖幸)한 자(者) 중(中) 기명(妓名)으로 사상(史上)에 오른 자(者)에 개성(改成), 칠점선(七點仙), 연쌍비(燕雙飛) 등(等) 여럿이 있는데 연(燕)은 그 중(中)에서도 수총(殊寵)을 받은 자(者)이었다. 이인임(李仁任)은 총신(寵臣)이요 다야점(多野岾)은 그 별서(別墅)의 있던 곳이니 우(禑)의 가장 사랑하는 유락지(遊樂地)이었다.
 
 

5. 천왕봉(天王峰)에서

66
지리산(智異山)
 
67
其一
 
68
인간(人間)에 발부리고 하늘 위에 머리 두어,
69
아침 해 저녁달을 금은(金銀) 한 쌍 공만 여겨
70
번갈아 두 편 손끝에 주건 받건 하더라.
 
71
其二
 
72
돌아봐 백두(白頭)러니 내다보매 한라(漢拏)로다,
73
천리(千里)에 마주보며 높은 자랑 서로 할 제,
74
셋 사이 오고가는 말천풍(天風)이라 하더라.
 
75
조선(朝鮮) 지지자료(地誌資料)를 거(據)하여 조선(朝鮮) 오악(五嶽)이라고 할 명산(名山)[高山]의 표고(標高)를 보이건대
 
76
백두산(白頭山) 2744米 (9055尺)
77
낭림산(狼林山) 2014米 (6646尺)
78
한라산(漢拏山) 1950米 (6435尺)
79
지리산(智異山) 1915米 (6320尺)
80
금강산(金剛山) 1638米 (5894尺)
 
81
其三
 
82
어머니 내 어머니 아울스록 큰 어머니,
83
다수한 품에 들어 더욱 느낄 깊은 사랑,
84
떠돌아 몸 얼린 일이새로 뉘쳐집네다.
 
85
조선인(朝鮮人)의 고신앙(古信仰)에는 천(天)을 생주(生主)로 알고 산(山)을 천문(天門)으로 아는 일면(一面)이 있어 역중(域中)의 고산상봉(高山上峰)을 생명(生命)의 본원(本源)으로 숭앙(崇仰)하고 이러한 산악(山岳)을 ‘밝’이라 ‘닭’이라 ‘살’이라 일컬었다. 또 그 인격화(人格化)한 신(神)을 성모(聖母)라 왕대부인(王大夫人)이라 노고(老姑)라 하여 그곳에 배향(配享)하니 이러한 산악(山岳)을 ‘어머니말’이라고 불렀다. 지리산(智異山)은 남방(南方)에 있는 모악(母岳) 중(中)의 모악(母岳)으로 시방까지도 속칭(俗稱)에 ‘어머니’ 산(山)이라 하는 버릇이 남아 있다.
 
 

6. 비로봉(毘盧峰)에서

87
금강산(金剛山)
 
88
其一
 
89
한우님 석가산(石假山)이 어이 여기 와있는고,
90
귀여운 큰아드님 무엇으로 고일까 해,
91
차마도 아까운 이것 물려주심이니라.
 
92
其二
 
93
동해(東海)의 잔물결이 헤어보면 얼말런지,
94
만이천봉(萬二千峰) 저마다의 만이천(萬二千)씩 신기로움,
95
만이천(萬二千) 서로 얽힌 수(數) 겨눠본다 하리오.
 
96
其三
 
97
우연히 돌 한 덩이 내어던져 두신 것이,
98
시킨 적 한 적 없이 되어도 저리되니,
99
짓자지 않는 조화가 더욱 놀랍하외다.
 
 

7. 압록강(鴨綠江)에서

101
압록강(鴨綠江)은 고조선(古朝鮮)에 있어서는 도리어 남방(南方)에 치우치는 내정(內庭)의 일수(一水)이었다. 이것이 아주 북경(北境)을 짓게 된 때로부터 조선인(朝鮮人)이 반도(半島)라는 자루 속에서 웅크리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하다가 최영(崔瑩)으로 인(因)하여 오래간만에 요수(遼水) 저편의 넓은 뜰에 하마 활개를 다시 칠까 하였더니 이태조(李太祖)가 위화도(威化島)까지 와서 딴 뜻을 두고 회군(回軍)하는 통에 모처럼의 기회(機會)도 수포(水泡)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강(江)을건너 질러놓은 대철교(大鐵橋)는 어찌보면 떨어졌던 옛 땅을 거멀못으로 찍어 당긴 것 같기도 하지마는 이 물 한줄기를 경계(境界)로 하여 이 둑에는 하얀 사람이 다니고 저 둑에는 퍼런 사람이 우물우물함은 재미있는 대조(對照) 그 속에 퍽 느꺼운 것이 있다. 고구려(高句麗) 고어(古語)에 구토회복(舊土恢復)을 ‘다물(多勿)’이라 한다 함이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적혔다.
 
102
其一
 
103
말 씻겨 먹이던 물 풀빛 잠겨 그득한데,
104
위화(威化) 섬 밖에 떼 노래만 높은지고,
105
맞초아 궂은비 오니 눈물 겨워 하노라.
 
106
其二
 
107
안뜰의 실개천이 언제부터 살피 되어,
108
흰옷 푸른 옷이 편갈리어 비최는고,
109
쇠다리 거멀 아니면 ‘다물’ 볼 줄 있으랴.
 
110
其三
 
111
굽은 솔 한 가지가 저녁 물에 비최이니,
112
추모(鄒牟)님 활등인 듯 도통(都統) 어른 채찍인 듯,
113
꿈 찾아 다니는 손이 놓을 줄을 몰라라.
 
 

8. 대동강(大洞江)에서

 
115
其一
 
116
흐르는 저녁볕이 얼굴빛을 어울러서,
117
쪽 같은 한가람을 하마 붉혀 버린러니,
118
갈매기 떼지어나니 흰 창 크게 나더라.
 
119
其二
 
120
바다로 나간 물이 돌아옴을 뉘 보신고,
121
재 넘어 비낀 날을 못 머물 줄 알 양이면,
122
이 갈이 다 술이라도 많다 말고 자시소.
 
123
其三
 
124
머리 끝 부는 바람 그리 센 줄 모르건만,
125
켜묵은 갖은 시름 그만 떨켜 다 나가니,
126
몸 아니 깨끗하온가 배도 가뿐 하여라.
 
 

9. 한강(漢江)을 흘리 저어

 
128
其一
 
129
사앗대 슬그머니 바로질러 널 제마다,
130
삼각산(三角山) 잠긴 그림 하마 꿰어 나올 것을,
131
맞초아 뱃머리 돌아 헛일 만드시노나.
 
132
其二
 
133
황금(黃金) 푼 일대장강(一帶長江) 석양(夕陽) 아래 누웠는데,
134
풍류(風流) 오백년(五百年)이 으스름한 모래톱을,
135
긴 여울 군데군데서 울어 쉬지 아녀라.
 
136
其三
 
137
깜작여 불 뵈는 곳 게가 아니 노돌인가,
138
화룡(火龍)이 굼틀하며 뇌성(雷聲)조차 니옵거늘,
139
혼(魂)마저 편안 못 하는 육신(六臣) 생각 새뤄라.
 
140
이조(李朝) 오백년간(五百年間) 정치사상(政治史上)에 있는 가장 희곡적(戱曲的)인 장면(場面)은 더할 말 없이 단종(端宗)의 폐출(廢黜)과 및 그리로서 산출(産出)된 육신(六臣) 순의(殉義)의 장렬(壯烈)한 일막(一幕)이다. 전(全) 이조(李朝)의 다른 무엇을 다 없애더라도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언제까지라도 이조사(李朝史)의 도덕적(道德的) 광휘(光輝)를 드리우기에 부족(不足)이 없을 만한것이 그네들의 정충대절(精忠大節)이니 그는 진실로 대조선(大朝鮮) 남아(男兒)의 정기의골(正氣義骨)이 이따금 소리 지르고 나서는 것의 유공(有功)한 한 가락이었다. 의(義)를 태산(泰山)으로 보고 명(命)을 홍모(鴻毛)로 여긴 결과(結果)는 육신(六臣)의 의혼(毅魂)이 노량진두(鷺梁津頭) 일조(一朝)의 이슬을 지음이었다. 그리하여 그 땅에 그대로 흙을 긁어모은 것이 시방 한강철교(漢江鐵橋) 건너서 조금 가다가 있는 노송(老松)의 일소강(一小岡)이니 그의 놀란 혼(魂)을 위존(慰尊)하는 아무 설비(設備)가 있기는 새로에 하루도 몇 십번(十番)씩 그 앞으로 버릇없는 송아지 소리를 지르면서 지나다니는 기차(汽車)의 진동(震動)이 바스러져 업스리는 마른 뼈마저 괴롭게 구는고나 하면 철교(鐵橋)위로 우르르 지나는 그 무람없는 소리와 꼴을 듣고 볼 때마다 곧 주먹을 부르쥐고 가서 떼엎을 생각이 나지 않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런 어른의 영혼(英魂)이 인간(人間)에 있으실 리야 없겠지 하고는 노염의 붙는 불을 겨우 눌러끈다.
 
 

10. 웅진(熊津)에서

142
공주(公州) 금강(錦江)
 
143
其一
 
144
다 지나 가고 보니 거친 흙이 한 덩이를,
145
한숨이 스러질 제 웃음 또한 간 곳 없네,
146
반천년(半千年) 오국풍진(五國風塵)이 꿈 아닌가 하노라.
 
147
조선사상(朝鮮史上)에 있어서나 전(全) 동양사(東洋史)에 있어서나 가장 흥미(興味)와 교훈(敎訓)이 많은 시기(時期)는 언제보담도 반도(半島)에서 삼국(三國)이 패권(覇權)을 다투던 때이었다. 이것이 안으로는 조선(朝鮮)의 민족적(民族的) 사회적(社會的) 문화적(文化的) 통일(統一)의 기운(機運)인 동시(同時)에 밖으론 동양(東洋)의 국면(局面)에 일(日), 지(支), 조(朝) 삼국(三國)이 정립(鼎立)하게 되는 시단(始端)이었다. 고구려(高句麗)의 강대(强大)를 줄이려 하는 신라(新羅)의 당세이용(唐勢利用)과 신라(新羅)의 압박(壓迫)을 벗어나려 하는 일본(日本)의 백제(百濟) 원호(援護)가 오합대권(五合大權)처럼 어울려서 외교적(外交的) 군사적(軍事的) 기략(機略)의 있는 대로를 다하는 광경(光景)은 진실로 고금(古今) 초절(超絶)의 장관기관(壯觀奇觀)인데 그 중심무대(中心舞臺)가 실로 이 금강(錦江) 일조(一條)이었다. 그러나 이제 무엇이 남앗는가. 쌍수산(雙樹山) 밑으로서부터, 웅진(熊津)으로, 석탄(石灘)으로, 백마강(白馬江)이 지나려가는 사십리(四十里) 장제(長堤)에 눈에 띠우는것은 포플러 행수(行樹)뿐이었다. 누선십만(樓船十萬)과 비휴백만(豼貅百萬)의 들레고 북적어린 것이 발자국 하나이나 어대있어!
 
148
其二
 
149
물 아니 길으신가 들도 아니 넓으신가,
150
쌍수산(雙樹山) 오지랖이 이리 시원한 곳에서,
151
켜 묵은 답답한 일을 구태 생각하리오.
 
152
其三
 
153
해오리 조는 곳에 모래 별로 깨끗해라,
154
인간의 짙은 때에 물 안든 것 없건마는,
155
저 둘만 제 빛을 지녀 서로 놓지 않더라.
 
 

11. 금강(錦江)에 떠서

157
공주(公州)로서 부여(夫餘)로
 
158
其一
159
돛인가 구름인가 하늘 끝에 희끗한 것,
160
오는지 가심인지 꿈속처럼 뭉기댈 제,
161
생각이 그것을 따라 가물아득 하여라.
 
162
其二
 
163
석탄(石灘)을 뵈옵고서 이정언(李正言)을 아노매라,
164
뇌정(雷霆)은 휘뿌려도 풍월(風月)에는 종이심을,
165
나 혼자 웃고 지난다 허물 너무 마소서.
 
166
공주(公州)로서 금강(錦江)에 떠서 부여(夫餘)로 나려가노라면 십리(十里) 좀 더 못 미쳐서 석탄(石灘)을 지나니 오지승람(奧地勝覽)에 이러한 주기(注記)가 있다.
 
167
高麗正言李存五, 上書論幸旽, 貶長沙監務, 後居于此, 搆享灘上, 優遊嘯咏, 以終其身, 嘗有荷曰, 百濟故國長曲, 石灘風月閑幾年, 野火燒原平如掌, 時有毄觫耕舊田, 我來構亨探勝景, 萬景媚嫵爭來前, 雲煙明滅蛟蛇窟, 山翏空濛淨違天, 白沙岸斷浦漵入, 傑石選迤橫江邊, 扁舟南轉囗曷窕, 石欄桂柱臨澄淵, 石佛應見義慈代, 惟有野鶴來參禪, 憶昔唐將航海至, 雄兵十萬 ?淵淵, 都門一賊謾傾國, 君王拱手被拘 ?, 神物慘淡亦不守, 石上道蹝猶蜿蜒, 洛花岩下波浩蕩, 百濟千戰空悠然.
 
168
其三
 
169
백리(百里) 긴 언덕에 초록장(帳)이 왜버들을,
170
다락배 천만 척(千萬隻)은 사라져라 꿈이건만,
171
물에 뜬 저 그림자가 돛대 긘 듯 하여라.
 
 

12. 백마강(白馬江)에서

173
부여(夫餘)
 
174
其一
 
175
반월성(半月城) 부는 바람 자는 백강(白江) 왜 깨우나,
176
잔 물결 굵게 일면 하마 옛꿈 들쵤랐다,
177
잊었던 일천년(一千年) 일을 알아 무삼 하리오.
 
178
其二
 
179
사나운 저 물결도 씹다 못해 남겼세라,
180
한 조각 돌이라 해 수월하게 보을것가,
181
조룡대(釣龍臺) 그보담 큰 것뉘라 남아 계신고.
 
182
其三
 
183
왜의 배 당(唐)나라ㅅ 말 바다 넘어 왜 왔던가,
184
허리 굽은 평제탑(平濟塔)이 낙조(落照)에 헐떡여를,
185
이겼다 악쓴 자취도 저뿐저뿐인 것을.
 
 

13. 낙동강(洛東江)에서

 
187
其一
 
188
마을의 작은 꿈을 쓸어오는 똘과 시내,
189
모여서 커진 저가 또 그대로 꿈의 꿈을,
190
수(數) 없는 이들이 덤벼 바다 되다 하더라.
 
191
其二
 
192
뭇 뫼의 그림자를 차례차례 잡아깔며,
193
막을 이 없는 길을 마음 놓고 가건마는,
194
쪼매나 얕은 목 지면 여울 되어 울더라.
 
195
其三
 
196
무엇이 저리 바빠 쉬울 줄도 모르시나,
197
가기 곧 바다로 가 한통치고 마온 뒤면,
198
모처럼 키우신 저를 못 거눌까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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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선(崔南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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