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세 가세 화전을 가세 꽃지기 전에 화전 가세.
5
이런 때를 잃지 말고 화전 놀음 하여 보세.
7
우리 비록 여자라도 흥체 있게 놀아 보세.
8
어떤 부인은 마음이 커서 가루 한 말 퍼내놓고
9
어떤 부인은 마음이 적어 가루 반 되 떠내주고
10
그렁저렁 주어 모으니 가루가 닷말 가옷일래.
11
어떤 부인은 참기름 내고 어떤 부인은 들기름 내고
12
어떤 부인은 많이 내고 어떤 부인은 적게 내니
13
그렁저렁 주어 모으니 기름 반동이 실하구나.
14
놋소래가 두세 채라 짐군 없어 어이할고.
15
상단아 널랑 기름 여라 삼월이 불러 가루 여라.
16
취단일랑 가루 이고 향난이는 놋소래 여라.
17
열여섯 열열일곱 신부여는 갖은 단장 옳게 한다.
22
광월사 치마에 분홍댕기 툭툭 털어 들쳐 입고
23
머리고개 곱게 빗어 잣기름 발라 손질하고
24
공단댕기 갑사댕기 수부귀 다남자 딱딱 박아
25
청준주 홍준주 곱게 붙여 착착 접어 곱게 매고
26
금죽절 은죽절 좋은 비녀 뒷머리에 살짝 꽂고
27
은장도 금장도 갖은 장도 녹고름에 단단이 차고
28
은조롱 금조롱 갖은 패물 겉고름에 빗겨 차고
29
일광단 월광단 머리보는 섬섬옥수 감아들고
31
반만 웃고 썩 나서니 일행 중에 제일일세.
32
광한전 선녀가 강림했나 월궁항아가 하강했나.
33
있는 분은 그렇거니와 없는 분은 그대로 하지.
35
칠승포에다 갈마물 들여 일곱폭 치마 떨쳐입고
36
칠승포 삼베 허리띠를 제모만 있게 둘러 띄고
38
돈 반짜리 짚세기라 그도 또한 탈속하다.
39
열일곱 살 청춘과녀 나도 같이 놀러가지.
40
나도 인물 좋건마는 단장할 마음 전혀 없어
41
때나 없이 세수하고 거친 머리 대강 만져
42
놋비녀를 슬쩍 꽂아 눈썹 지워 무엇하리.
44
흰 고름을 달아 입고 전에 입던 고장바지
46
건너 집의 덴동어미 엿 한고리 이고 가서
48
늙은 부녀 젊은 부녀 늙은 과부 젊은 과부
53
두 나래를 툭툭 치며 꽃송이마다 종구하네.
54
사람 간 곳에 나비 가고 나비 간 곳에 사람 가니
55
이리 가나 저리로 가나 간 곳마다 동행하네.
56
꽃아 꽃아 두견화꽃아 네가 진실로 참꽃이다.
57
산으로 일러 두견산은 귀촉도 귀촉도 관중이오
58
새로 일러 두견새는 불여귀 불여귀 산중이오
62
치마 앞에도 따다 모으며 바구니에도 따다 모으니
63
한줌 따고 두줌 따니 춘광이 건입채롱중을
64
그 중의 상놈이 뚝뚝 꺾어 양쪽 손에 갈라 쥐고
65
잡아 뜯을 맘이 전혀 없어 향기롭고 이상하다.
66
손으로 답삭 쥐어도 보고 몸에도 툭툭 털어보고
67
낯에다 살짝 문대보고 입으로 함박 물어보고
68
저기 저 새댁 이리 오게 고예 고예 꽃도 고예.
69
오리불실 고은 빛은 자네 얼굴 비슷하이.
70
방실방실 웃는 모양 자네 모양 방불하이.
71
앵고부장 속수염은 자네 눈썹 똑 같으네.
72
아무래도 딸 맘 없어 뒷머리 살짝 꽂아놓으니
73
앞으로 보아도 화용이오 뒤으로 보아도 꽃이로다.
74
상단이는 꽃 데치고 삼월이는 가루집 풀고
75
취단이는 불을 너라 향단이가 떡 굽는다.
76
청계반석 너른 곳에 노소를 갈라 좌 차리고
77
꽃떡을 일변 드리나마 노인부텀 먼저 드리어라.
78
엿과 떡과 함께 먹으니 향기의 감미가 더욱 좋다.
79
함포고복 실컷 먹고 서로 보고 하는 말이
80
일년 일차 화전 놀음 여자 놀음 제일일세.
81
노고지리 쉰 질 떠서 빌빌밸밸 피리 불고
83
봄빛 자는 꾀꼬리는 좋은 노래로 벗부르고
85
말 잘하는 앵무새는 잘도 논다고 치하하고
87
어떤 부인은 글 용해서 내칙편을 외워 내고
88
어떤 부인은 흥이 나서 칠월편을 노래하고
89
어떤 부인은 목성 좋아 화전가를 잘도 보네.
91
춤도 추며 노래도 하네 웃음소리 낭자한데
92
그 중에도 청춘과녀 눈물 콧물 귀쥐하다.
93
한 부인이 이른 말이 좋은 풍경 좋은 놀음에
95
나건으로 눈물닦고 내 사정을 들어 보소.
96
열네 살에 시집올 때 청실홍실 늘인 인정
99
임은 겨우 십육이오 나는 겨우 십칠이라.
100
선풍도골 우리 낭군 어느 때나 다시 볼고
102
십육 세 요사 임뿐이오 십칠 세 과부 나뿐이지.
103
삼사 년을 지냈으나 마음에는 안 죽었네.
105
새소리만 귀에 오면 서방님이 말하는가.
106
그 얼굴이 눈에 삼삼 그 마소리 귀에 쟁쟁.
107
탐탐하면 우리 낭군 자나깨나 잊을손가.
109
잠이 와야 꿈을 꾸지 꿈을 꿔야 임을 보지.
110
간밤에야 꿈을 꾸니 정든님을 잠깐 만나
111
만단정담을 다하쟀더니 일장설화를 채 못하여
112
꾀꼬리 소리 깨달으니 임은 정녕 간 곳 없고
113
촛불만 경경 불멸하니 아까 울던 저놈의 새가
114
자네는 듣고 좋다 하되 날과 백년 원수로세.
115
어디 가서 못 울어서 구태여 내 단잠 깨우는고.
116
정정한 마음 둘 데 없어 이리저리 재든 차에
117
화전놀음이 좋다하기 심회를 조금 풀까 하고
118
자네를 따라 참예하니 촉처감창 뿐이로세.
119
보나니 족족 눈물이오 듣나니 족족 한심일세.
120
천하만물이 짝이 있건만 나는 어찌 짝이 없나?
121
새소리 들어도 회심하고 꽃 핀 걸 보아도 비창한데
122
애고답답 내 팔자야 어찌하여야 좋을거나.
123
가자하니 말 아니오 아니 가고는 어찌할고.
124
덴동어미 듣다가서 썩 나서며 하는 말이
125
가지마오 가지마오 제발 적선 가지 말게
126
팔자 한탄 없을까마는 가단 말이 왠말이오?
127
잘 만나도 내 팔자요 못 만나도 내 팔자지.
128
백년해로도 내 팔자요 십칠 세 청상도 내 팔자요.
129
팔자가 좋을 양이면 십칠 세에 청상될까?
130
신명 도망 못할지라 이내 말을 들어 보소.
132
우리 부모 사랑하사 어리장고리장 키우다가
133
열여섯에 시집가니 예천읍내 그 중 큰 집에
135
서방님을 잠깐 보니 준수 비범 풍후하고
140
그 이듬해 처가 오니 때 마침 단오러라.
143
그만에 박살이라 이런 일이 또 있는가?
145
호천통곡 슬피 운들 죽은 낭군 살아올까.
146
한숨 모아 대풍되고 눈물 모아 강수된다.
147
주야 없이 하 슬피 우니 보는 이마다 눈물내네.
148
시부모님 하신 말씀 친정 가서 잘 있거라.
150
할 수 없어 허락하고 친정이라고 돌아오니
151
삼백장이나 높은 남기 날을 보고 느끼는 듯
152
떨어지던 곳 임의 넋이 날을 보고 우니는 듯.
154
양 곳 부모 의논하고 상주 읍내 중매하니
155
이상찰의 며느리되어 이승발 후취로 들어가니
158
매양 앉아 하는 말이 포가 많아 걱정하더니
159
해로삼년이 못 다 가서 성 쌓던 조등내 도임하고
160
엄혐 중에 수금하고 수만량 이포를 추어내니
162
안팎 줄행랑 큰 기와집도 하루 아침에 남의 집 되고
163
압다 지붕 맞음 켠 뒤주며 큰 황소 적대마 서산나귀
164
대양푼 소양푼 세수대야 큰 솥 적은 솥 단밤가마
165
놋주걱 술국이 놋쟁반에 옥식기 놋주발 실굽다리
166
개사다리 옷걸이며 대병풍 소병풍 산수병풍
167
자개함농 반닫이에 무쇠두멍 아르쇠 받쳐
169
백동재판 청동화로 요강 타구 재떨이까지
170
용도머리 장목비 아울러 훨쩍 다 팔아도
171
수천량 돈이 모자라서 일가친척에 일족하니
172
삼백량 이백량 일백량에 하지하가 쉰량이라.
173
어느 친척이 좋다하며 어느 일가가 좋다하리.
174
사오만량을 출판하여 공채필납을 하고 나니
175
시아버님은 장독이 나서 일곱 달만에 상사나고
176
시어머님이 애병 나서 초종 후에 또 상사 나니
177
건 이십명 남녀노비 시실새실 다 나가고
178
시동생 형제 외입가고 다만 우리 내외만 있어
179
남의 건너방 빌어 있어 세간 하자 하니
180
콩이나 팥이나 양식 있나 질노구 바가지 그릇이 있나
181
누구가 날 보고 돈 줄손가 하는 두수 다시 없네.
182
하루 이틀 굶고 보니 생목숨 죽기가 어려워라.
183
이 집에 가 밥을 빌고 저 집에 가 장을 빌어
185
일가친척은 나을까하고 한번 가고 두 번 가고 세 번 가니
186
두 번째는 눈치가 다르고 세 번째는 말을 하네.
187
우리 덕에 살던 사람 그 친구를 찾아가니
188
그리 여러번 안 왔건만 안면박대 바로 하네.
189
무슨 신세를 많이 져서 그저께 오고 또 오는가.
190
우리 서방님 울적하여 이역스럼을 못이겨서
191
그 방안에 궁글면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네.
192
서방님아 서방님아 울지 말고 우리 둘이 가다보세.
193
이게 다 없는 탓이로다 어디로 가든지 벌어보세.
195
주인 불러 찾아드니 손군노의 집이로다.
196
둘러보니 큰 여각에 남래북거 분주하다.
198
모은 밥을 많이 준다 양주 앉아 실컷 먹고
199
아궁에나 자려하니 주인 마누라 후하기로
200
아궁에 어찌 자려는가 방에 들어와 자고 가게.
201
중노미 불러 당부하되 아까 그 사람 불러들여
202
봉놋방 재우라 당부하네 재삼 절하고 치사하니
203
주인 마누라 긍측하여 곁에 앉히고 하는 말이
204
그대 양주를 아무리 봐도 걸식할 사람 아니로세.
205
본디 어느 곳 살았으며 어찌하여 저리 됐나?
208
다만 두 몸이 살아나서 이렇게 개걸하나이다.
209
사람을 보아도 순직하니 안팎 담살이 있어주면
210
밧사람은 일백오십량 주고 자네 사전은 백량 줌세.
211
내외 사전을 합하고 보면 이백쉰량 아니 되나.
212
신명은 조금 고되나마 의식이야 걱정인가.
213
내 맘대로 어찌 하오리까 가장과 의논하사이다.
214
이내 봉놋방 나가 서로 서방님을 불러내어
215
서방님 소매 부여잡고 정다이 일러 하는 말이
216
주인마누라 하는 말이 안팎담살이 있고보면
217
이백오십량 주려하니 허락하고 있사이다.
218
나는 부엌 에미되고 서방님은 중노미되어
219
다섯 해 작정만 하고보면 한 만금을 못 벌을까.
220
만량 돈만 벌었으면 그런 대로 고향 가서
221
이전만치는 못 살아도 남에게 천대는 안 받으리.
223
서방님이 내 말 듣고 둘의 낯을 한 데 대고
224
눈물 뿌려 하는 말이 이 사람아 내 말 듣게.
226
돈도 돈도 좋지마는 내사 내사 못하겠네.
227
그런 대로 다니면서 빌어먹다가 죽고 말지.
228
아무리 신세가 곤궁하나 군노놈의 사환되어
229
한수만 까딱 잘못하면 무지한 욕을 어찌 볼고.
230
내 심사도 할 말 없고 자네 심사 어떠할고.
231
나도 울며 하는 말이 어찌 생전에 빌어 먹소.
232
사무라운 개가 무서워라 뉘가 밥을 좋아 주나.
233
밥은 빌어 먹으나마 옷은 뉘게 빌어 입소.
234
서방님아 그 말 말고 이전 일도 생각하게.
239
우리도 이리 해서 벌어가지고 고향 가면
240
이방을 못하며 호장을 못하오 부러울 게 무엇이오.
241
우리 서방님 하신 말씀 나는 하자면 하지마는
243
나는 조금도 염려말고 그리 작정하사이다.
244
주인 불러 하는 말이 우리 사환 할 것이니
245
이백량은 우선 주고 쉰량을랑 갈 제 주오.
246
주인이 웃으며 하는 말이 심바람만 잘하고 보면
247
칠월벌이 잘 된 후에 쉰량 돈을 더 주오리.
249
사발 대접 동지 접시 몇 죽 몇 개 세아려서
251
우리 서방님 거동 보소 돈 이백량 받아 놓고
252
일수 월수 체계 놓아 내 손으로 서기하여
253
낭주에다 간수하고 석자 수건 골 동이고
254
마죽 수기 소죽 쑤기 마당 쓸기 봉당 쓸기
255
상 들이기 상 내기와 오면가면 걷어친다.
256
평생에도 아니 하던 일 눈치 보아 잘도 하네.
258
우리 내외 마음좋아 다섯해까지 갈 것 없이
259
돈추심을 알뜰이 하여 내년에는 돌아가서
260
병술년 괴질 닥쳤구나 안팎 소실 삼십여명이
261
함박 모두 병이 들어 사흘만에 깨어나 보니
262
삼십명 소슬 다 죽고서 살아난 이 몇 없다네.
263
이 세상 천지간에 이런 일이 또 있는가.
264
서방님 신체 틀어잡고 기절하여 엎드러져서
265
아조 죽을 줄 알았더니 게우 인사를 차리였네.
266
애고 애고 어일거나 가이 없고 불쌍하다.
267
서방님아 서방님아 아조 벌떡 일어나게.
269
날만 하나 이곳 두고 죽단 말이 왠말인가.
271
이내 말만 명심하고 삼사 년 건사 헛일일세.
272
귀한 몸이 천인되어 만여금 돈을 벌었더니
273
일수 월수 장변 체계 돈 쓴 사람이 다 죽었네.
274
죽은 낭군이 돈 달라나 죽은 사람이 돈을 주나.
275
돈낼 놈도 없거니와 돈 받은들 무엇할고.
276
돈은 같이 벌었으나 서방님 없이 쓸 데 없네.
277
애고 애고 서방님아 살뜰이도 불쌍하다.
278
이럴 줄을 짐작하면 천집사를 아니하지.
279
오년 작정 하올 적에 잘 살자고 한 일이지.
280
울면서로 마달 적에 무슨 대수로 세워던고.
281
군노놈의 무지욕설 꿀과 같이 달게 듣고
282
수화중을 가리쟎코 일호라도 안 어겼네.
283
일정지심 먹은 마음 한번 살아 보쟀더니
286
금도 돈도 내사 싫어 서방님만 일어나게.
287
아무리 호천 통곡한들 사자는 불가부생이라.
288
아무래도 할 수 없어 그렁저렁 장사하고
289
죽으려고 애를 써도 성한 목숨 못 죽을레.
290
억지로 못 죽고서 또 다시 빌어 먹네.
291
이 집 가고 저 집 가나 임자 없는 사람이라.
293
여보시오 저 마누라 어찌 저리 설워하오.
294
하도나 신세 곤궁키로 이내 마음 비창하오.
296
우리 집이 자손 귀해 오대독신 우리 부친
297
오십이 넘도록 자식 없어 일생한탄 무궁타가
298
쉰다섯에 날 낳았네 육대 독자 나 하나라.
300
세살 먹어 모친 죽고 네살 먹어 부친 죽네.
301
강근지족 본래 없어 외조모 손에 키나더니
302
열 네살 먹어 외조모 죽고 열 다섯에 외조부 죽고
303
외사촌 형제 같이 있어 삼년초토를 지나더니
304
남의 빚에 못견뎌서 외사촌 형제 도망하고
305
의탁할 곳이 전혀 없어 남의 집에 머슴 들어
306
십여 년을 고생하니 장가 밑천이 될러니만
307
서울 장사 남는다고 사경돈 말짱 추심하여
308
참깨 열통 무역하여 대동선에 부쳐 실고
309
큰 북을 둥둥 울리면서 닻 감는 소리 신명난다.
310
도사공은 키만 들고 입사공은 춤을 추네.
311
망망대해로 떠나가니 신선놀음 이 아닌가.
312
해남관 머리 지나다가 바람소리 일어나며
313
왈칵 덜컥 파도 일어 천둥 끝에 벼락치듯
314
물결은 출렁 산덤 같고 하늘은 캄캄 안 보이네.
315
수천석 실은 그 큰 비가 회리바람에 가랑잎 뜨듯
316
뱅뱅 돌며 떠나가니 살 가망이 있을런가.
318
한 곳에다 들이 붇쳐 수천석을 실은 배가
320
인홀불견 못 볼러라 나도 역시 물에 빠져
321
파도머리에 밀려가다 마침 눈을 떠서 보니
322
배쪽 하나 둥둥 떠서 내 앞으로 들어오니
324
물을 무수이 토하면서 정신을 조금 수습하니
325
아직 살긴 살았다마는 아니 죽고 어찌 할고.
326
오르는 절덤이 손으로 헤고 내리는 절덤이 가만이 있으니
327
힘은 조금 덜 드나만 몇달 몇일 기한 있나.
328
기한 없는 이 바다에 몇달 몇일 살 수 있나.
329
밤인지 낮인지 정신없이 기한 없이 떠나간다.
332
어느때나 되었던지 까마귀 소리 들리거늘
333
눈을 들어 살펴보니 백사장이 뵈는구나.
334
두발로 박차며 손으로 헤어 백사장 가에 닿는구나.
336
마음을 단단히 고쳐 먹고 다시 일어나 살펴보니
337
나무도 풀도 돌도 없고 다만 해당화 붉어 있다.
338
몇날 몇일 굶었으니 밴들 아니 고플손가.
339
엉금설설 기어가서 해당화 꽃을 따먹으니
340
정신이 점점 돌아나서 또 그 옆을 살펴보니
341
절로 죽은 고기 하나 커다란 게 게 있구나.
342
불이 있어 구울 수 있나 생으로 실컷 먹고나니
343
본 정신이 돌아와서 눈물 울음도 이제 나네.
346
우는 걸 보고 괴이 여겨 배를 대이고 나와서로
347
날을 흔들며 하는 말이 어찐 사람이 혼자 우나?
348
울음 그치고 말을 해라 그제야 자세돌아보니
350
그대들은 어디 살며 이 섬중은 어디잇가?
351
이 섬은 제주 한라섬이요 우리는 다 정의에 있노라.
352
고기 잡으러 지나다가 울음소리 따라왔다.
353
어느 곳의 사람으로 무슨 일로 예 와 우나?
354
나는 본디 울산 살더니 장사길로 서울 가다가
355
풍파 만나 파선하고 물결에 밀려 내쳐노니
356
죽었다가 깨난 사람 어느 곳인줄 아오리까?
357
제주도 우리 조선이라 가는 길을 인도하오.
358
한 사람이 일어 서며 손을 들어 가리키되
359
제주읍내는 저리 가고 대정 정의는 이리 가지.
360
제주읍내로 가오리까 대정 정의로 가오리까?
361
밥과 고기 많이 주며 자세히 일러 하는 말이
362
이 곳에서 제주읍 가자하면 사십리가 넉넉하다.
364
우선 호구할 것이오 고향가기 쉬우리라.
368
돈 오십량 처급하고 절령 한장 내주시며
369
네 이 곳에 있다가서 왕래선이 있거들랑
370
사공 불러 절령 주면 선가 없이 잘 가거라.
372
고향이라 돌아오니 돈 두 냥이 남았구나.
373
사기점에 찾아가서 두 냥어치 사기 지고
376
삼십 넘은 노총각이 장가 밑천 가망 없네.
377
애고답답 내팔자야 언제 벌어 장가갈고?
379
두 냥 밑천 다시 번들 언제 벌어 장가갈까?
380
그런 날도 살았는데 설워마오 우지마오.
381
마누라도 설다하되 내 설움만 못하오리.
382
여보시오 말씀 듣소 우리 사정을 논지컨댄
383
삼십 넘은 노총각과 삼십 넘은 혼과부라.
384
총각의 신세도 가련하고 마누라 신세도 가련하니
385
가련한 사람 서로 만나 같이 늙으면 어떠하오?
386
가만이 솜솜 생각하니 먼저 얻은 두 낭군은
387
홍문 안의 사대부요 큰 부자의 세간살이
389
저 총각의 말 들으니 육대독자 내려오다가
390
죽을 목숨 살았으니 고진감래 할까보다.
391
마지 못해 허락하고 손 잡고서 이 내 말이
392
우리 서로 불쌍이 여겨 허물없이 살아보세.
393
영감은 사기 한 짐 지고 골목에서 크게 외고
394
나는 사기 광우리 이고 가가호호이 도부한다.
395
조석이면 밥을 빌어 한 그릇에 둘이 먹고
396
남촌 북촌에 다니면서 부지런히 도부하니
397
돈 백이나 될만하면 둘 중에 하나 병이 난다.
398
병구려 약시세 하다보면 남의 신세를 지고나고
399
다시 다니며 근사 모아 또 돈 백이 될만하면
400
또 하나이 탈이 나서 한푼 없이 다 쓰고 나네.
401
도부장사 한 십년 하니 장바구니에 털이 없고
402
모가지지 자라목 되고 발가락이 무지러렸네.
403
산 밑의 주막에 주인하고 궂은 비 실실 오는 날에
404
건너 동네 도부가서 한 집 건너 두 집 가니
405
천둥소리 볶아치며 소나기 비가 쏟아진다.
406
주막 뒷산이 무너지며 주막터를 빼가지고
407
동해수로 달아나니 살아날 이 뉘귈고넌.
409
망측하고 기막힌다 이런 팔자 또 있는가.
410
남해수에 죽을 목숨 동해수에 죽는구나.
411
그 주막에나 있었더면 같이 따라가 죽을것을.
412
먼저 괴질에 죽었더면 이런 일을 아니 볼걸.
413
고대 죽을걸 모르고서 천년만년 살자하고
414
도부가 다 무엇인고 도부 광우리 무여박고
415
해얌없이 앉았으니 억장이 무너져 기막힌다.
416
죽었으면 졸너구만 생한 목숨이 못죽을레라.
417
아니 먹고 굶어 죽으랴하니 그 집 댁네가 강권하니
418
죽지말고 밥을 먹게 죽은들사 시원할까.
419
죽으면 쓸 데 있나 살기만은 못하니라.
420
저승을 뉘가 가 봤는가 이승만은 못하리라.
421
고생이라도 살고보지 죽어지면 말이 없네.
422
훌쩍이며 하는 말이 내 팔자를 세 번 고쳐
423
이런 액운이 또 닥쳐서 신체도 한 번 못 만지고
424
동해수에 영결종천하였으니 애고애고 어찌어찌 살아볼고.
425
주인댁이 하는 말이 팔자 한 번 또 고치게.
426
세 번 고쳐 곤한 팔자 네 번 고쳐 잘 살런지.
428
다른 말 할 것 없이 저 꽃나무 두고보지.
429
이삼월의 춘풍 불면 꽃봉오리 고운 빛을
430
벌이는 앵앵 노래하며 나비는 펄펄 춤을 추고
431
유객은 왕왕 노다가고 산조는 영영 흥락이라.
432
오뉴월 더운 날에 꽃은 지고 잎만 남아
434
팔구월에 추풍 불어 잎사귀조차 떨어진다.
435
동지 섣달 설한풍에 찬 기운을 못 견디다가
437
자네 신세 생각하면 설한풍을 만남이라.
438
흥진비래 하온 후에 고진감래 할 것이니
439
팔자 한 번 다시 고쳐 좋은 바람을 기다리게.
440
꽃나무같이 춘풍만나 가지가지 만발할 제
441
향기나고 빛이 난다 꽃 떨어지자 열매 열어
442
그 열매가 종자되어 천만 년을 전하나니
443
귀동자 하나 나아시면 수부귀 다자손 하오리다.
444
여보시오 그 말 마오 이십 삼십에 못 둔 자식
445
사십 오십에 아들 낳아 뒤본단 말 못들었네.
446
아들의 뒤를 볼터이면 이십 삼십에 아들 낳아
447
사십 오십에 뒤 보지만 내 팔자는 그 뿐이요.
448
이 사람아 그 말 말고 이 내 말을 자세 듣게.
449
설한풍에도 꽃 피던가 춘풍이 불어야 꽃이 피지.
450
때 아닌 전에 꽃 피던가 때를 만나야 꽃이 피네.
451
꽃 필 때라야 꽃이 피지 꽃 아니 필 때 꽃 피던가.
452
봄바람만 들이 불면 뉘가 시켜서 꽃 피던가.
453
제가 절로 꽃이 필 때 뉘가 막아서 못필런가.
454
고운 꽃이 피고보면 귀한 열매 또 여나니
455
이 뒷집의 조서방이 다만 내외 있다가서
457
저 먹기는 태평이나 그도 또한 가련하되
458
자네 팔자 또 고쳐서 내 말대로 살아보게.
460
마지 못해 허락하니 그 집으로 인도하네.
461
그집으로 들이달아 우선 영감을 자세 보니
462
나은 비록 많으나마 기상이 든든 순후하다.
463
영감 생애 무엇이오? 내 생애는 엿장사라.
464
마누라는 어찌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나?
465
내 팔자가 무상하여 만고풍상 다 겪었소.
466
그날부터 양주 되어 영감할미 살림한다.
467
나는 집에서 살림하고 영감은 다니며 엿장사라.
470
상자고리에 담아지고 장마다 다니며 매매한다.
471
의성장 안동장 풍산장과 노루골 내성장 풍기장에
472
한달 육장 매장 보니 엿장사 조첨지 별호되네.
473
한달 두달 이태 삼년 사노라니 어찌하다가 태기 있어
474
열 달 배술러 해복하니 참말로 일개 옥동자라.
475
영감도 오십에 첫아들 보고 나도 오십에 첫아이라.
476
영감할미 마음 좋아 어리장고리장 사랑한다.
477
젊어서 어찌 아니 나고 늙어서 어찌 생겼는고.
478
흥진비래 겪은 나도 고진감래 하려는가.
482
부자동아 귀자동아 놀아라 둥기 둥둥기야.
483
앉아라 둥기 둥둥기야 서거라 둥기 둥둥기야.
484
궁둥이 툭툭 쳐도보고 입도 쪽쪽 맞춰보고
485
그 자식이 잘도 났네 인제야 한 번 살아보지.
486
한창 이리 놀리다가 어떤 친구 오더니만
487
수동별신 큰 별신을 아무날부터 시작하니
489
호두약엿 많이 고고 갖은 박산 많이 하게.
490
이번에는 수가 나리 영감님이 옳게 듣고
491
찹쌀 사고 밤도 사고 칠팔십량 밑천이라.
492
닷동이 들이 큰 솥에다 삼사일을 꼿노라니
493
한밤중에 바람이 자 굴뚝으로 불이 났네.
495
인사불성 정신없어 그 엿물을 다 퍼얹고
498
영감은 간 곳 없고 불만 자꾸 타는구나.
499
이웃 사람 하는 말이 아 살리러 들어가더니
500
상가꺼지 안 나오니 이제 하마 죽었구나.
501
한 마룻대 떨어지며 기둥조차 다 탔구나.
503
포수놈의 불고기하듯 아주 함박 구웠구나.
504
요런 망할 일 또 있는가 나도 같이 죽으려고
505
불더미로 달려드니 동네 사람이 붙들어서
506
아무리 몸부림하나 아주 죽지도 못하고서
507
온 몸이 콩과질 되였구나 요런 년의 팔자 있나.
508
깜짝 사이에 영감 죽어 삼혼구백이 불꽃되어
509
불티와 같이 동행하여 아주 펄펄 날아가고
510
귀한 아들도 불에 듸서 죽는다고 소리치네.
511
엉아엉아 우는 소리 이내 창자가 끊어진다.
512
세상사가 귀차여 이웃집에 가 누웠으니
513
덴동이를 안고와서 가슴을 헤치고 젖 물리며
514
지성으로 하는 말이 어린 아해 젖 먹이게.
515
이 사람아 정신차려 어린 아기 젖 먹이게.
516
우는 거동 못보겠네 일어나서 젖 먹이게.
517
나도 아주 죽을라네 그 어린 것이 살겠는가.
518
그 거동을 어찌 보나 아주 죽어 모를라네.
519
듼다군들 다 죽는가 불에 덴 이 허다하지.
520
그 어미라야 살려내지 다른 이는 못살리네.
521
자네 한 번 죽어지면 살기라도 아니 죽나.
522
자네 죽고 아 죽으면 조첨지는 아주 죽네.
523
살아날 것이 죽고보면 그도 또한 할일인가?
524
조첨지를 생각거든 일어나서 아 살리게.
525
어린 것만 살고보면 조첨지 사못 안죽었네.
526
그댁네 말을 옳게 듣고 마지 못해 일어 앉아
527
약시세하며 젖먹이니 삼사삭만에 나았으나
528
살았다고 할 것 없네 갖은 병신이 되었고나.
529
한짝 손은 오그라져서 조막손이 되어있고
530
한짝 다리 뻐드러져서 장채다리 되었으니
531
성한 이도 어렵거든 갖은 병신 어찌 살고?
532
수족 없는 아들 하나 병신 뒤를 볼 수 있나.
533
듼 자식을 젖 물리고 가르더안고 생각하니
534
지난 일도 기막히고 이 앞 일도 가련하다.
535
건널수록 물도 깊고 넘을수록 산도 높다.
536
어쩐 년의 고생팔자 일평생을 고생인고.
537
이내 나이 육십이라 늙어지니 더욱 슬의.
539
나은 점점 많아가니 몸은 점점 늙어가네.
540
이렇게도 할 수 없고 저렇게도 할 수 없다.
542
이전 강산은 의구하나 인정 물정 다 변했네.
543
우리 집은 터만 남아 쑥대밭이 되였고나.
544
아는 이는 하나 없고 모르는 이 뿐이로다.
546
난데 없는 두견새가 머리 위에 둥둥 떠서
547
불여귀 불여귀 슬피 우니 서방님 죽은 넋이로다.
548
새야 새야 두견새야 내가 어찌 알고올줄
549
여기 와서 슬피 울어 내 서럼을 불러내나.
552
임의 넋이 아니거든 아주 멀리 날아가게.
553
두견새가 펄쩍 날아 내 어깨에 앉아 우네.
554
임의 넋이 분명하다 애고탐탐 반가워라.
555
나는 살아 육신이 왔네 넋이라도 반가워라.
556
근 오십년 이곳 있어 날 오기를 기다렸나.
557
어이 할고 어이 할고 후회막급 어이할고야.
558
새야 새야 우지 마라 새 보기도 부끄러워.
559
내 팔자를 셔겨더면 새 보기도 부끄럽쟎지.
560
첨에 당초에 친정 와서 서방님과 함께 죽어
561
저 새와 같이 자웅되어 천만 년이나 살아볼걸.
562
내 팔자를 내가 속아 기어이 한번 살아볼라고
563
첫째 낭군은 추천에 죽고 둘째 낭군은 괴질에 죽고
564
셋째 낭군은 물에 죽고 넷째 낭군은 불에 죽어
565
이 내 한 번 못잘살고 내 신명이 그만일세.
566
첫째 낭군 죽을 때에 나도 한가지 죽었거나
567
살더래도 수절하고 다시 가지나 말았다면
568
산을 보아도 부끄럽쟎고 저 새 보아도 무렴챦지.
569
살아 생전에 못 된 사람 죽어서 귀신도 악귀로다.
570
나도 수절만 하였다면 열녀각은 못 세워도
571
남이라도 칭찬하고 불쌍하게나 생각할걸.
572
남이라도 욕할게요 친정일가들 반가할까.
573
잔디밭에 물게 앉아 한바탕 실컷 우다가니
574
모르는 안노인 나오면서 어쩐 사람이 슬이 우나?
575
울음 그치고 말을 하게 사정이나 들어보세.
576
내 설음을 못 이겨서 이 곳에 와서 우나니다.
577
무슨 설음인지 모르거니와 어찌 그리 설워하나?
578
노인을랑 들어가오 내 설음 알아 쓸 데 없소.
579
일분 인사를 못차리고 땅을 허비며 자꾸 우니
580
그 노인이 민망하여 곁에 앉아 하는 말이
581
간 곳마다 그러한가 이 곳 와서 더 설운가?
582
간 곳마다 그러릿가 이 곳에 오니 더 서럽소.
583
저 터에 살던 임상찰이 지금에 어찌 사나잇가?
584
그 집이 벌써 결단나고 지금 아무도 없나니라.
585
더군다나 통곡하니 그 집을 어찌 알았던가?
586
저 집에 살던 임상찰이 우리 집과 오촌이라.
587
자세히 본들 알 수 있나 아무 형님이 아니신가?
589
그 노인도 알지 못해 형님이란 말이 왠 말인고?
590
그러나 저러나 들어가세 손목 잡고 들어가니
591
청삽살이 웡웡 짖어 난 모른다고 소리치고
592
큰 대문 안의 계우 한 쌍 게욱게욱 달라드네.
593
안방으로 들어가니 늙으나 젊으나 알 수 있나.
594
부끄러워 앉았다가 그 노인과 한 데 자며
595
이전 이야기 대강하고 신명타령 다 못할레.
596
엉송이 밤송이 다 쪄보고 세상의 별고생 다해봤네.
597
살기도 억지로 못하겠고 재물도 억지로 못하겠데.
598
고약한 신명도 못 고치고 고생할 팔자는 못 고칠레.
599
고약한 신명은 고약하고 고생할 팔자는 고생하지.
600
고생대로 할 지경엔 그른 사람이나 되지말지.
601
그른 사람 될 지경에는 옳은 사람이나 되지그려.
602
옳은 사람 되어 있어 남에게나 칭찬 듣지.
603
청춘과부 갈라하면 양식 싸고 말릴라네.
604
고생팔자 타고나면 열 번 가도 고생일레.
605
이팔청춘 청상들아 내 말 듣고 가지 말게.
606
아무 동네 화령댁은 스물 하나에 혼자 되어
607
단양으로 갔다더니 겨우 다섯달 살다가서
608
제가 먼저 죽었으니 그건 오히려 낫지마는
609
아무 동네 장임댁은 갓 스물에 청상되어
610
제가 춘광 못 이겨서 영춘으로 가더니만
611
몹쓸 병이 달려들어 앉은뱅이 되었다데.
612
아무 마을의 안동댁도 열 아홉에 상부하고
613
제가 공연히 발광나서 내성으로 간다더니
614
서방놈에게 매를 맞아 골병이 들어서 죽었다데.
615
아무 집의 월동댁도 스물 둘에 과부되어
616
제 집 소실을 모함하고 예천으로 가더니만
617
전처 자식을 몹시하다가 서방에게 쫓겨나고
618
아무 곳에 단양이네 갓 스물에 가장 죽고
619
남의 첩으로 가더니만 큰 어미가 사무라워
620
삼시 사시 싸우다가 비상을 먹고 죽었다데.
621
이 사람네 이리 된 줄 온 세상이 아는 바라.
622
그 사람네 개가할 제 잘 되자고 갔지마는
624
고생을 못 고칠 제 그 사람도 후회 나리.
625
후회 난들 어찌할고 죽을 고생 많이 하네.
626
큰 고생을 안할 사람 상부버텀 아니하지.
627
상부버텀 하는 사람 큰 고생을 하나니라.
628
내 고생을 남 못 주고 남의 고생 안 하나니
629
제 고생을 제가 하지 내 고생을 뉘를 줄고.
630
역역가지 생각하되 개가해서 잘 되는 이는
631
몇에 하나 아니 되네 부디 부디 가지말게.
633
수절고생 하는 사람 남이라도 귀히 보고
634
개가고생 하는 사람 남이라도 그르다네.
636
죽을 고생 하는 사람 칠팔십도 살아있고
638
고생 사람 덜 사쟎코 호강 사람 더 사쟎네.
639
고생이라도 한이 있고 호강이라도 한이 있어
640
호강살이 제 팔자요 고생살이 제 팔자라.
641
남의 고생 꿔다 하나 한탄한들 무엇할고.
644
내 팔자가 사는 대로 내 고생이 닫는 대로
645
좋은 일도 그뿐이요 그른 일도 그뿐이라
647
꽃빛일랑 곱게 보고 새소리는 좋게 듣고
648
밝은 달은 예사 보며 맑은 바람 시원하다
649
좋은 동무 좋은 놀음에 서로 웃고 놀아 보소
650
사람 눈이 이상하여 제대로 보면 관계찮고
651
고운 꽃도 새겨 보면 눈이 캄캄 안 보이고
652
귀도 또한 별일이지 그대로 들으면 괜찮은걸
653
새소리도 고쳐 듣고 슬픈 마음 절로 나네
654
마음 심 자가 제일이라 단단하게 맘 잡으면
655
꽃은 절로 피는 거요 새는 예사 우는 거요
656
달은 매양 밝은 거요 바람은 일상 부는 거라
657
마음만 예사 태평하면 예사로 보고 예사로 듣지
658
보고 듣고 예사하면 고생될 일 별로 없소
660
덴동어미 말 들으니 말씀마다 개개 옳아
661
이내 수심 풀어내어 이리저리 부쳐 보세
662
이팔청춘 이내 마음 봄 춘 자로 부쳐 보고
663
화용월태 이내 얼굴 꽃 화 자로 부쳐 두고
664
술술 나는 긴 한숨은 세류춘풍 부쳐 두고
665
밤이나 낮이나 숱한 수심 우는 새나 가져가게
666
일촌간장 쌓인 근심 도화유수로 씻어 볼가
667
천만 첩이나 쌓인 설움 웃음 끝에 하나 없네
668
구곡간장 깊은 설움 그 말끝에 슬슬 풀려
669
삼동설한 쌓인 눈이 봄 춘 자 만나 슬슬 녹네
670
자네 말은 봄 춘자요 내 생각은 꽃 화자라.
671
봄 춘자 만난 꽃 화자요 꽃 화자 만난 봄 춘자라.
673
화전놀음 봄 춘자 봄 춘자 노래 들어보소.
674
가련하다 이팔청춘 내게 당한 봄 춘자.
675
노년에 갱환 고원춘 덴동어미 봄 춘자.
676
장생화발 만년춘 우리 부모님 봄 춘자.
677
계지난엽 일가춘 우리 자손의 봄 춘자.
678
금지옥엽 구운춘 우리 금주님 봄 춘자.
688
삼십육궁 도시춘은 제일 좋은 봄 춘자.
696
화광은 불감옥양춘 고국을 생각한 봄 춘자.
706
풍동하화 수전춘은 고소대 하 봄 춘자.
727
말금 바람 솰솰 불어 청풍댁네 봄 춘자.
728
우로 덕에 꽃이 핀다 덕고개댁네 봄 춘자.
729
바람 끝에 봄이 온다 풍기댁네 봄 춘자.
730
비봉산의 봄 춘자 화전놀음 흥이 나네.
731
봄 춘자로 노래하니 좋을시고 봄 춘자.
732
봄 춘자가 못가게로 실버들로 꼭 잠매게.
736
방끗 웃고 썩 나서며 좋다좋다 시고 좋다.
737
잘도 하네 잘도 하네 봄 춘자 노래 잘도 하네.
738
봄 춘자 노래 다 했는가 꽃 화자 타령 내가 함세.
740
꽃 화자 얼굴 단장하고 반만 웃고 돌아서니
741
해당시레 웃는 모양 해당화와 한 가지요
742
오리볼실 앵도볼은 홍도화가 빛이 곱다.
743
앞으로 보나 뒤으로 보나 온 전신이 꽃 화자라.
744
꽃 화자 같은 이 사람이 꽃 화자타령 하여보세.
745
좋을시고 좋을시고 꽃 화자가 좋을시고.
746
화신풍이 다시 불어 만화방창 꽃 화자라.
747
당상천년 장생화는 우리 부모님 꽃 화자요
748
슬하만세 무궁화는 우리 자손의 꽃 화자요
753
춘당대의 선리화는 우리 금주님 꽃 화자요
754
부귀춘화 우후홍은 우리 집의 꽃 화자요
755
욕망난망 상사화 는 우리 낭군 꽃 화자요
760
귀촉도 귀촉도 두견화는 초회왕의 꽃 화자요
767
만첩산중 철쭉화는 팔십 노승의 꽃 화자요
770
목동이요지 살구꽃은 차문주가 꽃 화자요
771
강지남의 홍련화는 전당지상의 꽃 화자요
773
기창지전 옥매화는 꽃 화자 중의 미인이요
774
화계 상의 함박꽃은 꽃 화자 중에 흠선하다.
775
허다 많은 꽃 화자가 좋고 좋은 꽃 화자나
776
화전하는 꽃 화자는 참꽃 화자 제일이라.
777
다른 꽃 화자 그만두고 참꽃 화자 화전하세.
778
쌍저협래 향만구하니 일연 꽃 화자 복중전을
779
향기로운 꽃 화자전을 우리만 먹어 되겠는가.
780
꽃 화자 전을 많이 부쳐 꽃가지 꺾어 많이 싸다가
781
장생화 같은 우리 부모 꽃 화자로 봉친하세.
782
꽃다울사 우리 아들 꽃 화자로 먹여보세.
783
꽃과 같은 우리 아기 꽃 화자로 달래보세.
784
꽃화자타령 잘도 하네 노래 속에 향기난다.
785
나비 펄펄 날아들어 꽃 화자를 찾아오고
786
꽃화자타령 들으랴고 난봉공작이 날아오고
787
벅궁새 꾀꼬리 날아와서 꽃화자노래 화답하고
790
붉은 나오리 일어나며 꽃노래를 어리여고
791
오색운이 일어나며 머리 우에 둥둥 뜨니
792
천상선관이 내려와서 꽃노래를 듣는가베.
793
여러 부인이 칭찬하니 꽃노래도 잘도 하네.
794
덴동어미 노래하니 우리 마음 더욱 좋의.
795
화전놀음 이 좌석에 꽃노래가 좋을시고.
796
꽃노래도 하 하니 우리 다시 할 길 없네.
797
궂은 맘이 없어지고 착한 맘이 돌아오고
799
신선놀음 뉘가 봤나 신선놀음 한 듯하네.
800
신선놀음 다를손가 신선놀음 이와 같지.
802
사월 해가 지다더니 오늘 해는 져르도다.
803
하나님이 감동하사 사흘 해만 겸해 주소.
804
사흘 해를 겸하여도 하루 해는 맛창이지.
805
해도 해도 길고보면 실컷 놀고 가지마는
806
해도 해도 자를시고 이내 그만 해가 가니
807
산그늘은 물 건너고 까막까치 자러 드네.
809
꽃 없이는 재미없어 명년 삼월 놀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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