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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날의 孝石 ◈
해설   본문  
1942. 7.
兪鎭午 (유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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噫 李孝石, 作品과 人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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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의 孝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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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5일날 새벽 可山 李孝石은 36세의 젊은 나이로 다채한 일생을 끝막었다. 이로써 朝鮮은 많지도 못한 보배를 또 하나 잃었다. 조선문단은 빛나는 명성을 하나 잃었고 그리고 나는 20年來의 知己요 동료요 助言者였든 가장 친한 벗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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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건장한 사람은 못되지만 孝石도 건장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몸이 약하니 만치 건강유지에는 일상 세심한 주의를 하는 그였고, 무엇보다도 강인한 정신력, 불굴의 「負けぬ氣」의 소유자였든 만치 나는 그의 장수를 믿어 의심치 아니하였다. 적어도 그가 이렇게 夭折할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그리든 것이 지금-이 붓을 들게되니 오즉 슬프고 기맥힐 뿐이다. 더 무슨 말이 있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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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바에 따러서는 짧은 그의 일생은 실로 찬란한 영예의 역사였지만 또 보는바에 따러서는 실로 薄倖한 비운의 연속이였다. 지난해 봄에는 그의 가장 사랑하든 부인이 4남매 어린 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지금 孝石마저 부인의 뒤를 쫓고보니 이에서 더한 悲慘事가 어데 있으랴. 하로아츰 孝石이 한 번 가매 지우들은 어따대고 조문조차 할 곳이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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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國民文學」誌에 나의 「南谷先生」이 발표되었을 때 孝石은 편지로써 독후감을 써보내주고 그 끝에 그 소설의 모델된 의사가 사실로 있느냐, 잇으면 한 번 상경해 그의 진맥을 받어보고 싶다는 말을 해 온 것이었다. 그것으로써 나는 그의 건강이 또 여의치 못함을 짐작은 했으나 그러나 그리 심각하게는 생각치 않었고 차라리 오래 서양적인 것의 근변을 방황하든 우리들 연배의 사람들의 일종 「東洋에의 回歸」로써 해석한 것이었다. 곧 모델이 없지도 않다고 답장했더니 그러면 날이나 좀 풀리거든 일차 상경하겠다는 답장이 왔다. 그리자 4월 초엔가, 5월이 되면 내가 滿洲旅行을 떠나게 될 듯하다고 편지했더니 그러면 그 안에 한 번 서울을 오겠다고 답장이 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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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孝石의 병에 대한 걱정보다도 오래간만에 친한 벗을 마지해 하로ㅅ밤 淸遊할 수 있을것을 생각하고 기뻐하였다. 마침 그때 나는 退溪院다가 조그만 草舍를 짓기 시작하였을 무렵이라 깨끗이 새로 도배한 방안에서 초ㅅ불을 도꾸고 하로ㅅ밤 종용히 久懷를 펴리라 하였다. 내 초사는 초라해 보잘것 없으나 退溪院 遊園地를 거니는 것이 몹시 흥취가 있다고 그에게는 편지하였다. 풀밭, 나무그늘, 개울ㅅ가, 이런데서 히히낙낙하게 노는 청춘남녀들을 보면 공연히 마음이 설네여 슬프다고도 말했다. 그 편지가 내가 孝石에게 보내는 최후의 것이 될 줄 어찌 꿈에나 뜻하였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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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자 5월이 되어 이제나 오나 저제나 오나 하고 그의 상경을 기두르는 나한테 15,,6일께 별안간 金永鍚형에게서 「至急」이라고 表書한 편지가 왔다. 내용인 즉 뜻밖에도 孝石의 병세危篤을 전하는 것이었다. 그리 급하다고는 생각지 않으나 병명이 뇌막염이니만치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아직 의식이 분명할 때 일차 올 수 없느냐는 의미의 말까지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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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막염이라는 말에 깜짝 놀내기는 했으나 滿洲旅行이 불과 5, 6일 후로 닥쳐있었고 게다가 「그리 급하지는 않다」는 말이 있어서 근심은 하면서도 몇일 미적미적하고 지냈는데 19일 밤에 「キトク」라는 發電이 왔다. 그리해 이튼날 「大陸」으로 창황히 平壤을 갔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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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었다. 밤 아홉시 좀 못미처 도립의원 뒤편 우중충한 병실을 찾어가니 孝石은 이미 혼수상태에 빠저있었다. 전날까지도 의식이 분명했는데 지난 밤부터 그렇게 되었다는 백발의 그 어르신네와 간호에 지친 W양의 말이었다. 허나 그 어르신네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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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얘 정신좀 차려라. 정신좀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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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며 내가 왓다는 말슴을 하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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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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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孝石은 번쩍 눈을 떳다. 기적같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내 얼골을 알어보는것 같지도 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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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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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이 말 한 마듸를 얼버무리고는 孝石은 도루 눈을 감었다. 가슴이 답답함인가 야윈 손으로 작고 가슴우를 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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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침한 방안에 黙然히 앉었노라니 孝石은 그동안 내가 오기를 몹시 기다렸다고 W양이 전한다. 5월이 되면 滿洲旅行 가는길에 平壤을 들린댄는데 오늘이나 오나 내일이나 오나 하면서 병상에서도 날마다 기다렸다는 것이다. 나는 묵묵히 좀 더 일직 오지 못한 나의 허물을 自責自愧하는 수박에 없었다. 좀 더 일직와서 단 한 마디 말이라도 들어 봣드면...허나 운명은 항상 시니칼한 것이다. 나는 서울서 孝石의 상경을 기둘렀고 孝石은 平壤서 나의 하양을 기둘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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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눈을 드니 寢台 머리맡 테불우 꽃병에는 붉은 카-네-슌, 힌 그라지오라스 등 속이 화려하게 어우러저 있었다. 언젠가 孝石이 이 서양화초들은 날마다 東京서 비행기로 실어오는 것이라고 나한테 설명해 주든 그 꽃들이다. 과연 孝石다운 병실 분위기었다. 침통한 얼골로 병인을 드려다보고 게신 백발의 그 어르신네. 寢台 기둥을 잡고 고개를 떠러트리고 섰는 麗人. 그 가운대서 孝石은 깊이 잠든 사람모양으로 언제까지나 눈을 감고 누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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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튼날 다시 病室에 들렸을때 孝石은 또 한 번 눈을 뜨고 나를 알어보았다. 어르신네께서 누군지 알어보겠느냐고 말슴하시니까 내 이름을 얼버무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어제ㅅ밤 보다도 한층 더 초점이 없섯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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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하고싶은 말은 없느냐. 할 말이 있거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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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 어르신네께서는 유언을 구하셨으나 孝石은 아무말도 못하고 도루 눈을 감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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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務에 매인 몸이라 나는 더 오래 그의 곁에 있지 못하고 그날 오후 車로 서울로 도라왔다. 도라오는 길로 「南谷先生」을 찾어 方文을 한 장 얻어보내고 그 이튼날 滿洲로 떠났다. 途中 下車해서 孝石과 하로ㅅ밤 淸遊하기를 얼마를 두고 기다리든 그 平壤驛을 기뿐대신 이번에는 눈물로 지났다. 孝石이 平壤으로 간지 7년, 그동안에 몇번인가 平壤을 가서 같이 牧丹台를 거닐든 일 博物舘을 갔든일 大洞江에서 배ㅅ노리를 하든일, 이런 가지가지 지난날 기억이 주마등같이 머리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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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訃音을 접한것은 新京旅舍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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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날 새벽에 나는 다시 平壤서 나렸다. 그러나 平壤은 이미 전날의 平壤이 아니었다. 孝石없는 平壤. 孝石의 그림자도 없어진 平壤. 事實 平壤에는 이미 孝石의 자최도 남어있지 않었다. 초라한 葬式을 마친 가족들은 곳 고향으로들 도라가 버리고 그가 愛讀愛藏하든 책 책장 피아노들은 모두다 팔어버렸다는 것이다. 無에서 나온 사람은 무로 도라가는 것이 定則은 정칙이다. 그러나 이렇게 까지 허무할 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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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와 함께 나는 乙密台에 올라 멀리 箕林里 그가 최후의 숨을 걷은 집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그에게 보낼수있는 오즉 한 가지 조문이었다. 그리고 나려와 신록 욱어진 茶舘마당에서 사이다를 마셨다. 마당에는 첫녀름의 향기가 높고 멀리 낭떠러지기 밑으로는 大洞江 푸른 물이 보인다. 언젠가 孝石과 박물관을 가서 樂浪文化의 유물들을 반나절 구경하고 이 근처 茶舘에서 이모냥으로 사이다를 마시든것도 이와 비슷한 더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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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이야기가 잠깐 끊어젔을때 문득 나는 孝石과 지금 테불을 끼고 맞대해 앉어있는 착각을 느껴다. 부질없는 착각이다. 그러나 아니 이것은 착각이 아니리라. 내 기억속에 孝石이 살어있는 동안 나에게는 孝石은 故人이 아닌것이다. 아니 가지가지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馥郁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한 孝石은 만인의 가슴속에 살어있는 것이다. 영예일진저 예술가의 생애! 육체는 진토로 도라갔을망정 그가 남겨 놓고간 주옥같은 작품들은 영구히 찬란한 광망을 잃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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瞑하라! 孝石이어!
【원문】마지막날의 효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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